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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이 각광받기 전에 출간된 백영옥의 산문집. 한 일간지에서 연재하던 '트렌드샷'을 묶어낸 이 책은 말그대로 트렌드 산책이란 이름의 단상들이다. 지금까지 마놀로 블라닉이 뭔지 몰랐다. 표지 일러스트를 보니 꽤나 낯이 익다. 무지하게 불편하겠다 싶은, 이물감이 드는 그런 구두다. 이 책에 대해선 책과 걷기를 좋아하는 도시 여자의 발랄한 트렌드 읽기로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겠다. 허나 문화를 읽어내는 가벼운 시선, 과도한 개인 취향 등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서른 셋. 책과 걷기를 좋아하는 여자의 유쾌한 트렌드 산책은 일단 경쾌하다. 단상의 갈무리라 일단 읽기 편하고, 책넘김이 수월하다. 동시대의 트렌디한 현상을 무겁지도, 그렇다고 피상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무난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다소 작위적이지만 크게 5개 섹션으로 나뉜다. creative walking/ slow walking/ fresh walking/ stylish walking/ look around. 섹션명이 모호하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트렌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잘 드러난다.
creative walking은 창의적인 산책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이별에 대처하는 방식, 꿈꾸는 사람들의 여행백서, 술, 기내식, 부동산 문제, 출산, 이혼, 향수에 대한 단상이 쏟아진다. 백영옥은 문단 선배들과의 술자리가 불편하다고 했다. 술권하는 사회보다 커피를 마시는 작가들만의 카페 소사이어티를 꿈꾼다. 어쩌면 주위 친구들이 하나같이 괴짜들만 있는지, 그들이 쏟아내는 궤변이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론 통쾌하기까지 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듣고 싶다'는 그녀.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의 낭독회에 다녀와서 그녀 또한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 혹은 독자와의 소통을 원한다. 동고동락이란 말에 동락만 하자는, 박찬욱 감독의 예를 들며 그녀 또한 고생 끝에 '낙'이 아니라 '병'이 온다고 말한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근무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특히나 서점 직원으로, '하퍼스 바자'의 피처 에디터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그녀인지라, 골수가 빨리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어떤 건지 제대로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에디터의 기본 조건은 체력임을 난 8년 전에 알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각각의 현상 속에서 예의 불을 뿜는 그녀의 독서량이다. 수많은 소설가, 문화계 인사, 연예인을 인터뷰했던 경험을 고스란히 살려 현장감을 주고 있으며, 적재적소에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작가와 작품이 등장한다. 이 정도의 글쓰기라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가능할까? 대부분 읽어봤거나 이름 정도는 아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평상 시 이웃을 대하듯 일상 속의 그들과의 만남은 신선했다. 가령 예전 리브로란 인터넷 서점은 소설가 김연수(당시 과장), 김중혁, 시인 강정, 백영옥 자신 등 수많은 작가들의 일터였으며, 작가 배출의 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을 평하길 '알라딘은 세심하고 정확한 북리뷰로, 예스24는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빠른 배송으로, 리브로는 부커스란 독창적인 웹진으로 유명했다' 근데 예스24의 빠른 배송은 이제 모든 서점들이 시행하고 있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는 네이버나 기타 블로그를 운영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평한 것 같다. 예스가 편리하다니... 그럼에도 나중에 '다이어트의 여왕'을 예스를 통해 연재하게 된 것 또한 이러한 경력이, 좋은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밖에도, 성형(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에코(자연을 팝니다), 뉴욕 스타일(뉴욕을 사로잡은 한국의 무서운 맛), 명품과 패션에 대한 단상들, 다이어트, 자기계발서에 대한 반감, 사은품의 장이 되어버린 인터넷 서점, 사교육, 학력 위조, 나쁜 남자 신드롬 등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한 트렌드가 총망라되어 있다. 앞서 얘기했듯, 트렌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진단은 사실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서른 셋 도시 여자가 바라보는 이 사회는 어떤 곳일까?를 생각한다면 수월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과도한 소녀 취향의 일러스트들이 낯설고, 이질적이지만 작은 판형에 가독성을 고려한 레이아웃은 아주 훌륭하다. 역시 전직 에디터의 노련한 편집 능력을 보는 듯하다.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고,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빨간 풍선을 하나 들고, 얼룩말들이 어슬렁거리는 곳을 산책하는 기분은 어떨까? 문득 표지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저거 산책 맞나? 자기만의 패션쇼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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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작가님에 대해서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여름 <2009 Yes24 문학캠프>에 선발되기 전 부터 서점가에서 녀의 책을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신년 초부터 열애설로 화제에 오른 김혜수씨, 그녀의 2009년 최고 ‘엣지있게~’로 인기몰이를 하던 드라마 <스타일>의 원작자라는 사실, 온 서점가에는 그렇게 그녀의 책이 물결 넘치듯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문학캠프에서 나름의 추억을 남기고자 신청한 독자낭독 코너(링크 클릭)에 내가 그녀의 전작 <다이어트의 여왕>을 읽게 된 것. 그것을 계기로 나는 ‘출간된 작품 모두를 소유하고플’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 명단을 새로이 갱신하게 되었다.
그 때, 2박 3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문학캠프에 다녀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Yes24 사이트에 접속해서 책을 선택하는 것 이었다. 여러 가지 기념품과 땀에 찌든 옷도 방 한구석에 던져두고,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스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주문했다. 캠프에서 만나 뵙고 큰 감명을 받은 도보여행가 황안나 선생님의 전작들 그리고 캠프에서 받은 <다이어트의 여왕>을 제외(서평 링크)한 백영옥 작가님의 이야기가 바로 그 목록이다. 나는 이렇게 또 귀한 책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때 그렇게 구매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하릴없이 흘러가는 연말을 조금은 특별하게 장식하고자 택한 것이 바로 이번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다. 얼마 전 지인의 블로그에서 특히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읽은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기 때문. 이 책은 저자가 현재 본업인 소설가가 되기에 앞서 패션지에서 근무했던 과거에 연재하던 칼럼 모음집이다. 처음에는 ‘신문이나 주간지에서 이따금씩 읽는 것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패션에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내게는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말들이 많았으며, 그 내용들에 대해 일일이 찾아보고 싶을 만큼 흥미도 일지 않았다. 하지만 전속 칼럼니스트나 패션지 에디터가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작가(소설가)를 꿈꿔왔고, 결국 이루어 낸 한 사람의 글 모음집답게 곳곳에서 드러내는 책과 출판문화 그리고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 가슴 뻐근하게 했다.
이것은 인터넷 서점 북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귀한 책이다. 단순히 패션과 트렌드에 관한 고찰을 넘어서 우리 사회 문화 전반에 관한 이해, 그리고 깊은 통찰력과 깔끔한 정리가 돋보이는 해설서인 것 이다.
도대체 나는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은 걸까, 진작 읽었다면 독자낭독 시간에 백영옥 작가님 앞에서 그렇게 추레한 몰골로 등장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리고 진작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결혼 생활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서 묻느냐”고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이틀 후에 이혼 소식으로 온갖 매체를 장식했던 모 가수가 대체 누구냐고 말이다..(정말 궁금하다)
이 책으로 나의 2009년 독서 목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2010년의 첫 달에는 <스타일>을 읽고 드라마도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벌써부터 너무 기대가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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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녀의 글은 인공 감미료를 사용했지만, 그래, 나 사용했어. 싫음 먹지말고 뱉을래? 라고 이야기한다. 약간의 중독성도 있다. 그렇다고 가볍다고 생각해선 오산이다. 유행을 따라가다가 은근히 유행만을 추구하는 사람을 비웃는다. 냉소에 가깝다. 마놀로 블라닉은 모든 여성의 로망이다. 그런데 마놀로 블라닉을 제돈 다 내고 사서 신는 여자들에게 ‘어쭈, 너 쫌 뭘 아는구나 ’ 라면서 실실 비웃는다. 본인은 흰 태셔츠에 상표 없는 청바지를 입고서 말이다. 그러면서 면전에서 이야기한다. ‘너 그 구도 좀 벗어봐. 그리고 나랑 바꿔봐, 왜? 자신 없어 ’ 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녀의 몇몇 코드는 나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담다디의 현재 그녀는 인터넷 서점인 Yes24에 <다이어트의 여왕>을 매일 연재하고 있다. 그녀다운 재기 발랄한 글임에도 읽다 보면 어딘가 찡해지고, 아려지고, 이내 말없이 눈물이 나는 그런 소설이 될 듯하다. 나는 그녀가 문단에 화려한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단순히 ‘산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레드카펫 위를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뒷굽이 나가고, 다리 하나쯤 삐는 사건이 있더라도 곧 자세잡고 시선을 정면으로 당당히 걸어나갈 그녀의 작품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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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이란 재밌는 작가를 알게됐다. 그녀가 쓴 "스타일"을 재밌게 읽은 기억으로 또다른 작품이 없나 싶어서 이 책을 선뜻 구매하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사기는 내가 샀는데 옆에 직원한테 생일 선물로 주고, 빌려 읽었다. 좀 너무 했나?ㅋㅋ 나는 이 책이 맘에 들었다. 알고 보니, 모 일간지에 "트렌드 샷"이란 칼럼에 연재한 수필을 엮은 것이라는데, '스타일'과 연결해서 읽으니 아주 재미났다. 아 이때 이런 생각을 하더니 이게 작품에서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었다. 요리 이야기, 잡지사 이야기가 제법 나온다. 무엇보다 나랑 동갑인 호랑이띠라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고 샘나기도 했다. 이 친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나는 두 아들의 엄마인데 싱글인 이 친구는 이렇구나.. 와, 영옥씨는 책도 많이 읽는구나. 한달에 몇권 못 읽고 보내는데 이 사람은 내가 모르는 수많은 작품들을 벌써 다 읽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이 수필집에 나오는 책과 작가이름, 영화 제목 같은 걸 쫘악 정리해 보았다. 그래, 이 책도 읽어보고 저책도 읽어봐야지. 그리고 났더니 새벽 한시가 넘어버렸다. 무엇보다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에 반해버렸다. 13년동안 신춘문예에 응모했었다니, 꿈을 향해 열심히 날개짓하는 그녀가 참 예쁘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나오면 꼬옥 사볼 생각이다. 정이현 작가님(나보다 나이가 많음..71년생인가?)과 함께 영옥이꺼는 꼬옥 읽을꺼다. 영옥이랑 나랑은 동갑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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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월 1일, 2014년의 첫 날을 맞이하여 생애 처음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걱정과 달리 새벽에 잘 일어나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이게 웬일, 출발 삼십 분 전부터 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여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그것'이다). 걷기는커녕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처지에 해돋이가 웬 말. 결국 가족들은 해돋이를 보러 가고 나만 홀로 집에 남아 새해 첫 날을 쓸쓸히 보냈다. 겨우 겨우 뜨겁게 달아오른 전기 담요 위에 누웠지만 진작에 달아난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고, 할 수 없이 손을 길게 뻗어 책을 집어들었다. 제목은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소설가 백영옥이 2007년에 출간한 산문집이다. 작년 언젠가, 똑같이 몸이 엄청 안 좋을 때 혼자 집에서 그녀의 산문집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제목은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였던가?).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똑같은 상황에서 그녀의 책을 읽게 되다니. 우연이라면 기묘하고 인연이라면 신기하다. "선생님, 저는 사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데요, 어쩌다보니 소설을 쓰는 '대신' 소설 리뷰만 줄창 쓰고 있구요. 소설가가 되기는커녕 '대신' 소설가들만 죽어라 인터뷰 하고 있거든요." (p.201) 내가 알기로 저자는 신춘문예에 13년을 내리 낙방하는 동안 인터넷 서점 북 에디터, 패션지 기자 등의 직업을 전전했다. 소설가든 북 에디터든 기자든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건 같지만, 원하는 글 - 소설 - 을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녀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을 인터뷰하면서 개인적인 고민을 물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소설인데 나는 지금 다른 글만 줄창 쓰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러자 정혜신은 이렇게 답했다. "그녀는 내게 '시간'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자아가 강해진다는 건 거꾸로 자아가 없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는 불가의 화두 같은 말을 던졌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쪽으로, 물이 흐르면 흐르는 쪽으로, 갈대처럼 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단단한 자아를 가지기 위해선 스스로를 응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과거'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라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더 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p.202) 패션, 쇼핑, 다이어트, 푸드, 여행, 드라마 등 트렌디한 주제 일색인 이 책이 뜻밖에 사랑스럽고 묘하게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이것이다. 너무나도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소녀가, 목구멍의 무서움과 생활의 무게에 순응하고 원치도 않았던 직업을 전전하면서 부딪치고 뒹굴며 배우고 느끼다보니 어느덧 십여 년. 그새 소녀는 먼 길을 돌고 돌아 그토록 원했던 소설가의 꿈을 이루었고, 밥벌이로 쓰던 글을 부업으로 선보일 만큼 여유를 지닌 여성이 되었다. 내가 지금 아프고 힘든 건 너무 뻣뻣해서가 아닐까. 바람이 불면 부는 쪽으로, 물이 흐르면 흐르는 쪽으로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그녀처럼 원하는 곳에 도달해 있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새해 첫 해를 보는 감동 대신 이 책을 읽은 것도 어쩌면 불행이 준비하고 있었던 행운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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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 블로닉이라는 구두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시대를 휩쓸고 간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서였다. 시대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말하기에 모르는 사람이 백만배는 더 많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고 남자들은 "오, 노!!!!!!!!!" 외쳐대기도 할 테지만 아무튼 그 드라마의 나름 열혈 팬이었던 나로서는 뭐................ (흠 무슨 말을 하려고 저 말을 썼는지 잊어버렸다..;;)
아무튼!!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을 백영옥이라는 소설가가 썼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녀가 조선일보라는 매체에 기고한 칼럼들의 모음이라 했다. 읽기 싫은 신문을 읽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맛있고 유쾌한 글들을 쏙쏙 모아서 읽을 수 있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최첨단 유행과 동떨어진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것을 욕망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태도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지만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슬로우 라이프를 위해 아이폰을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심정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것 같았다고 말하면 이상하련지?
모든 칼럼들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뭔가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난 책을 읽었을 뿐인데도 그것들을 체험한 것만 같은 이런 만족감을 느끼다니... t스퀘어의 각종 명품숍이 들어선 몰의 복도를 돌며 혹은 직접 숍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아무렇지도 않게 몇 백만 원 하는 물건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아마 그것이 백영옥이라는 작가가 뿜어내는 따뜻한 기운의 힘이 아닌가 한다. 쏘쿨한 트렌드도 따뜻함이 개입하면 즐겁고 유쾌할 수 있는 것.
흐흐. 즐거운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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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있지만,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언제고 나는 혼자인 거다. 그런 생각이 깊어서인지 책조차도 마음대로 읽히지 않는다. 스트라이프 셔츠를 부드럽게 걸쳐입고 터키 여행기를 쓴 대작가의 터키여행기도 두세장을 넘기기 힘들고,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걸작이며 뛰어난 심리묘사로 고전의 반열에 든 책도, 20세기 미국문학의 아버지라는 사람의 작품도, 인생은 추악하고 짧다는 서문으로 나를 강렬히 매료시켰던 한 지식인의 새로 출간된 책도 모두 지겹다. 서너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덮고 만다. 요즘의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다시 책에로의 열정을 일으켜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일상을 벗어나게 해줄,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해줄 그런 책이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이방 저방으로 다니며 책장에서 책을 펼쳐본다. 다 싫다.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살며시 눈에 들어온 책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백영옥. 그녀는 <하퍼스 바자>의 에디터 였으며, 한때는 인터넷 서점에서 북 에디터로도 일했다고 했다. 북 에디터로 취직한 것은 책 좀 읽고싶어서 였다고. 그럼 패션 에디터로 취직한 것은 옷 좀 입고싶어서 였을까? 어쨌든 패션 에디터로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그녀의 소설 <스타일>을 읽은 기억이 있다. 북 에디터로서 경험도 책으로 남겼으면 좋으련만. <스타일>을 읽으며 무언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없지만 읽는 동안 즐거웠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이 그것 같았다. 아무것도 얻지 않아도 좋지만, 즐겁게 읽을 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에겐. 나 우울증일까?
조선일보에 1년 3개월간 연재한 42편의 글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주체가 조선일보인데, 그녀는 곳곳에서 물신을 숭배하기 바쁜 현대사회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음? 내가 조선일보에 대해 심하게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는건 아닐까? 42편의 글 모두 다른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다. 트렌드 칼럼이지만 돈보다는 사람을, 인간을 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 에디터. 그 누구보다 유행에 앞장 선 이들의 대열에 있었을 테고, 웬간한 유행에는 눈도 깜박 안했겠지. 그럼에도 지은이는 자신은 트렌드를 추종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또한 그것을 거부하지도 않는다고. 오히려 그 경계를 즐길 것이라고. 아, 나는 언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계에서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데. 이상과 현실의 내가 조화롭게 공존하지 못해 어쩌면 불행하기까지 한데. 그녀는 그 경계를 즐기고 있다고. 두세 페이지만에 덮고만 앞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그래도 203쪽 까지 읽었다. 자신의 데뷰곡이며 동시에 최고 히트곡이였던 '담다디'를 벗어나지 못해 골몰하다가, 결국 '담다디'로 부터 날아오를 수 있었던 가수 이상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이 책에 가장 아름답다라고 생각된 한 문장을 발견한다. '자유로움이란 부드럽게 휘어지고,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이라는 지은이가 터득한 지혜.. 이 한문장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낀다. 괜히 훌쩍이며 아무도 없다고 쓸쓸해 했던 지난 몇일간을 위로 받는 것 같다. 부드럽게 휘어지며 섞여들고, 그리고 가볍게 날아 오를 수 있는데, 왜 그토록 답답한 몇일을 보낸 것인지. 이상과 현실의 조화로움에 대한 비밀도 바로 그것이겠지. 대한민국은 공사중이라는 생각이며,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물신숭배에 대한 천박한 생각을 경멸하는 것 등 그녀와 나의 공통점을 발견해서 기쁘다. 자, 힘을내고 앞의 책들을 다시 펼쳐볼까. 읽어야 살 수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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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정말 안좋은 습관을 하나 고른다면, 서점에 가서 '살 책'과 '사지 않을 책'을 심하게 구분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주로 심각한 것, 몇 번이나 줄 그어가며 읽어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고, 후자의 경우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다. 뭐, 내가 재벌도 아니고, 아무 책이나 막 살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하지만 뭔가 가벼운 책을 읽고 싶을 때, 내 책장을 보면 절망적이다. 다들 어려운 책 뿐이고, 기분전환 겸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정말 한두 권? 그런 책들의 공통점이 절대 내 돈 주고 산 적이 없다는 건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 책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첫번째는 이 책이 오던 날. 갑자기 Yes24에서 문자가 왔는데, 책이 오늘 도착할 거란다. 난 책 주문도 안했는데!!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보니, 이벤트 당첨됐다고 책 보냈단다. -_-;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책을 제일 처음 읽었던 게 모 방송국 필기시험 치고 내려오는 비행기 안이었다는 것.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몇 장 읽다가 포기하고 난 절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험에선 보기 좋게 떨어졌다. 젠장. ㅠㅠ)
그리고 오늘, 단지 '읽기 쉬운 책'인 것 같아서 이 책을 고르긴 했지만, 끝까지 읽을 순 없을 거라 생각했다. 대놓고 '유행산책'이라는데, 난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 때문이다. 거기다 제목부터 듣도 보도 못한 구두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지 않나. 아, 잘못 골랐나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자, 그럼 여기서 질문. 과연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까. 그렇다. 그것도 억지로 읽은 게 아니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유행'이란 말에 잔뜩 겁먹었던 건 기우였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온갖 종류의 상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녀 자신의 삶과 생각을 그렸던 것이다. 물론 패션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답게 여러 상표들이 나오긴 했지만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적어도 그게 주된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그 중에서 그녀가 시장을 가장 좋아한다는 칼럼이 가장 인상깊은데, 이 칼럼을 읽기 전까지는 그래도 '유행 이야기가 막 쏟아져 나올 것 같다'라는 선입견이 남아있던 터였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선입견은 무너졌고, 대신 이 책의 활자를 통해 저자인 그녀 자신을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매우 편하게,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피식 하고 웃으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만약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났다면, 내 책장에 이 책이 들어오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가볍게, 잠깐의 짬을 내어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딱 좋을 그런 책이다. 물론 그녀처럼 마놀로 블라닉을 신을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신발을 신고 그녀의 산책에 아주 잠깐 함께 하면 되는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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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재미라는 말, 이런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게 맞을 것이다. 관심도 생기고 마음도 끌리고 따라해 보고 싶기도 하고 긍정이 되는 모든 힘, 바로 재미.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나는 잠시 내 나이와 내 처지와 내 취향과 내 게으름을 잊는다. 내게도 이런 유쾌한 젊은 한 때가 있었더라면.
대도시에서 유행에 신경쓰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감시당하며 사는 일은 즐거울까, 고달플까. 나라는 사람은 진작에 그게 내 성향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대도시로의 발길을 돌렸지만, 구경하기에는 은근히 재미있다. 어쩌면 나도 여건만 되었다면(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그렇게 첨단 유행을 좇아가는 사람으로 살았을지 모르겠다. 못해서 못하는 건지 안 해서 못하는 건지 그 판단은 미루어 두고.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읽는 마음이 가볍다고 내용도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처리하는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다. 또한 읽기에 가벼운 분위기라고 해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가볍다는 뜻도 아니다. 작가의 눈은 정확하고 때로 매섭다. 그렇지만 모든 게 내 마음에 들 정도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작가의 글은 읽을수록 더욱 괜찮아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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