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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노트] - 이기상 _ "우리의 철학하기란?"
"[철학노트] - 이기상 _ "우리의 철학하기란?"" 내용보기
몇해전부터 다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제서야 다 읽어(이해한 것이라기 보다 읽었습니다.) 갑니다. 우리의 철학함을 이야기한 이 책을 이전부터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다양하고 깊이있게 찾아보고 알고 싶네요. 블로그에 제 10장 현대의 언어론적 패러다임 중에서 '13.영성의 시대를 예비하며'를 올려봅니다. 영성이라는 단어에 편견을 가지시는 분(저도 영성이라는 말에는
"[철학노트] - 이기상 _ "우리의 철학하기란?"" 내용보기

몇해전부터 다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제서야 다 읽어(이해한 것이라기 보다 읽었습니다.) 갑니다. 우리의 철학함을 이야기한 이 책을 이전부터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다양하고 깊이있게 찾아보고 알고 싶네요.

 블로그에 제 10장 현대의 언어론적 패러다임 중에서 '13.영성의 시대를 예비하며'를 올려봅니다. 영성이라는 단어에 편견을 가지시는 분(저도 영성이라는 말에는 그 전에 거부감이 있었는데)들이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이 글을 읽으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영성'만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13.영성의 시대를 예비하며

인류의 역사는 사람의 일생의 역사와 거의 같이 간다. 그렇게 생각할 때 현대를 살고 있는 인류는 개인의 나이에 비하자면 40대 후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40대는 불혹의 나이로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룬 나이이다. 지금 인류는 이성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다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현대는 불혹의 나이에 해당된다.

 이 불혹의 나이에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는가가 문제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오직 우리의 몸만을 생각하며 향락에 빠져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가, 아니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라는 50대를 준비하는가는 오직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자기만을 위해서, 자기 가족만을 위해서, 자기 나라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생활을 청산하고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다른 것들, 동물, 식물, 생태계, 지구 등에로 눈을 돌려서 우리에게 부여된 다른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인간은 작은 나, 인간, 인류만을 알았던 좁은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큰 나로 솟아나는 변신을 준비해야 할 단계이다. 그래야만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인간도 살고 다른 동식물들도 살고, 자연도 살고 지구도 산다.

 김지하의 시 가운데 「나이」라는 시가 있다.

나이 먹는 것

차츰 쓸쓸해지는 것

혼자서 우주만큼 커져

삼라만상과 노닐도록

이승에선 그렇게 외로워지는 것.

『중심의 괴로움』에서

 

 외로워지고 쓸쓸해지는 것, 이것이 지천명의 나이이다.

「홀로 있다」라는 시도 있다. 이 시는 내가 홀로 있지만 나의 홀로 있음은 우주와 더불어 홀로 있음을 드러낸다. 빈방에 홀로 있는 것은 우주 속에 삼라만상과 더불어 있음이다. 나 하나의 있음을 나와 우주와의 연결로 생각해야 한다. 보이는 존재자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그 존재자를 감싸고 있는 없음에 눈을 돌려야 한다.

 다석은 꽃 한 송이가 아름다운 것은 꽃 주위의 허공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빔이 없이는 꽃이 아름다울 수가 없다. 텅빔이 없이는 도대체 존재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있을 수조차 없다. 그런데 우리는 빔, 공은 없다고 간주하여 관심에서 지워버렸다.

 인간은 사이존재이다. 인간은 때 사이, 빔 사이, 사람 사이, 하늘과 땅 사이에 있음이다. 인간은 그 사이를 잇는 존재이다. 사이가 없다면 사물이, 인간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사이는 비어 있다. 인간의 있음은 저 우주의 시작인 과거로부터 현재의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내려온 있음이다. 인간은 빔 사이를 잇고 때 사이를 잇고 사람 사이를 잇고 하늘과 땅 사이를 이어서 역사, 문화, 진화, 종교, 초월, 성스러운 만남, 신적인 것 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인간은 사이를 이어서 이 모든 것을 있게끔 한다.

 성스러움은 무와 관련이 있다. 다석은 성스러움을 우리의 육체의 눈으로 보면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물처럼 있이 있지는 않지만 사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있다. 그러한 있음을 다석은 "없이 있음"이라고 이름한다. 있기는 있는데 사물처럼 그렇게 "있이 있음"이 아니라 그와는 다른 "없이 있음"이라는 것이다. 사물들은 있이 있는 것이지만 하느님은 없이 있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존재하는 최고 꼭대기에 신을 가져다놓는다. 가장 있이 있는 것이 하느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가장 없이 있는 것이 하느님이다. 애초부터 관심과 관점이 틀리다.

 서양에서는 존재자 중심으로 사유하여 그 존재의 꼭대기에 하느님을 올려놓았고 동양에서는 무 중심으로 사유하여 없는 것의 가장 심층에 - 무의 가장 깊숙한 곳에 - 하느님을 모셔놓았다. 서양에서는 이성으로 하느님을 만나려고 하고 동양에서는 영성으로 하느님을 만나려고 한다. 침묵 속에 말없이 하느님을 만난다. 우리에게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좌우한다. 비트겐슈타인도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철학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이며 실천이다. 그러기 때문에 신의 존재는 사실 증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실재이다. 빔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육체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비밀 중의 비밀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성스러움이다.

 하이데거는 서양 사람들이 성스러움을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하이데거는 20세기 말 오직 신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성스러움을 되찾아야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떠나버린 하느님을 다시 모셔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성스러움의 영역이 있어야만 한다. 존재자로 꽉 채워진 욕망의 구동이 속에 하느님을 위한 자리란 없다. 빈 공간, 하느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여야만 떠나간 하느님이 돌아올 수 있다. 인간이 존재 중심의 시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느님을 내몰고 세계를 온통 보이는 존재자로 가득 채워버렸기에 하느님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성스러움의 영역을 마련하여야만 하느님이 거기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성스러움을 예비하여야 한다. 이것이 하이데거가 마지막으로 던진 메시지이다. 하이데거는 죽기 일주일 전 그의 제자 벨테 신부에게 자신의 장례식을 부탁한다. 벨테는 존재가 아닌 무에서부터 신존재 증명을 끌어내려고 시도한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다. 이처럼 서양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존재에 대한 반대급부인 무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은, 영성적인 경험이 풍부한 민족이 한국민족이 아닌가 생각해봄직하다. 우리는 한국민족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영성적인 능력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영성의 시대에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이자 과제이다. 서양의 철학이라는 것도 자신들의 생활세계에 있었던 사례 하나를 본보기로 삼아 이론으로 만들어 체계화시킨 것이다. 서양철학은 그들의 삶의 방식에 따라서 로고스 중심으로 형성되어왔다. 우리는 우리의 생활세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삶의 형태들을 저급한 것이라고 하여 모델로 삼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킬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이름 붙여진 도(道)는 참된 도(道)가 아니라는 사유방식 속에서 살아았다. 말해진 진리는 참된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게 말을 침묵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는 것으로 알고 살아았기 때문에 이론적인 정립이 발달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그 틀을 깨야만 한다. 동서양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 21세기를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 한다. 그러면 지구촌시대라는 새 천년에 인류에게 아직 평화롭게 더불어 살 공생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299쪽~303쪽)



저자 이기상(李基相)
가톨릭 대학교 신학부 졸업. 벨기에 루뱅 대학교 신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대학교 철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취득.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 1992년 열암학술상과 1994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 수상. 저서로는 『하이데거의 실존과 언어』, 『하이데거의 존재와 현상』,『존재의 바람, 사람의 길』외 다수가 있고, 역서로는 『존재와 시간』,『현상학의 근본문제들』,『기술과 전향』,『논리학 : 진리란 무엇인가』,『하이데거 사유의 길』,『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 : 세계―유한성―고독』 외 다수가 있다.


-이기상 교수님 블로그

b****s 2014.06.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