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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토 파실린나의 책은 요번이 네번째이다. 그동안 읽은 책은 <토끼와 함께한 그해>, <목 매달린 여우의 숲>, 그리고 <기발한 자살 여행>이었다. 토끼와 함께한 그해와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은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살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기발한 자살 여행은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역시 작가만의 풍자와 유머가 결합된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모기나라에 간 코끼리는 역시 핀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전작과는 달리 코끼리 에밀리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묘사한 책으로, 핀란드의 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코끼리 에밀리아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유럽 연합의 동물을 이용한 공연 금지라는 법때문에 엄마 코끼리와 헤어지게 된 에밀리아. 에밀리아는 사육사인 루치아와 함께 동물 공연이 금지되지 않은 러시아로 떠난다.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곳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지내게 된 에밀리아와 루치아. 그러나 그녀들의 여정은 쉽지 많은 않다. 왜나하면, 코끼리는 엄청난 속도로 자라게 되며, 또한 하루에 먹는 양과 배설물의 양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에밀리아를 돌보는 데는 체력도 필요하지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들게 되는 것이다. 루치아는 에밀리아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아프리카로 돌려 보내기엔 무리수가 많이 따랐다. 계속 자라나는 에밀리아가 너무 부담이 된 나머지, 에밀리아를 도살할 결심도 잠깐 하는 루치아이지만, 결국 그 결심을 되돌리게 되고, 다시 핀란드로 돌아 간다. 에밀리아와 루치아는 계속 여행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걸음씩 에밀리아의 진짜 고향으로 다가가게 된다. 표지 그림을 보면 에밀리아의 여정을 볼 수 있다. 서커스 코끼리로 살던 때, 농장에서 지내던 때,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했을 때, 차에 실려 운반되었을 때, 그리고 배를 타고 꿈에도 그리던 아프리카로..... 어찌보면 코끼리 에밀리아와 사람인 루치아의 로드 무비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그녀들은 핀란드에서 러시아로 다시 핀란드에서 아프리카로... 수없이 많은 마을을 지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다행인 것은 무척이나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마음 고생, 몸 고생을 덜하게 된 것이랄까. 금전적인 도움에서 에밀리아가 머무를 장소 제공까지, 핀란드 사람들은 전부 이렇게 마음이 넓고 착한 사람들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책 도입부에 나오는 유럽 연합의 동물을 이용한 공연 금지 조항으로 인해 수많은 코끼리가 도살되거나 다른 나라로 팔려 가는 모습에선 울컥하는 마음이 생겼다. 원래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건 인간인데, 인간의 필요성이나 인간의 선택으로 인해 운명이 엇갈리게 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또한 대책없는 동물 보호가들의 서투른 태도는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물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이념이 있겠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자기들 식으로 판단하는 건 웃기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리고 루치아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는 적(?)들로 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루치아의 고생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때론 위험한 일도 겪고, 때로는 아픈 현실도 마주해야 했지만, 그들은 결코 멈추지도 좌절하지도 않았다. 에밀리아와 사람들 간의 따뜻한 우정, 그리고 에밀리아와 루치아의 모험은 시종일관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르토 파실린나만의 유머 감각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유럽에서 태어나 엄마와 헤어지고 퇴출되어 죽음을 맞아야만 했던 상황에 직면했던 에밀리아의 행복 찾기 여행.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시 행복은 스스로 걸어오는 것이 아니란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발걸음으로 찾아 냈을 때 가장 가치있는 것이며,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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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봄이면 한 번쯤은 동물원을 찾는다. 게다가 일을 하지 않고 지낼 무렵의 나는, 아내가 없는 한 나절을 보내는 하나의 방편으로 주중에도 문득 동물원을 찾고는 했다. 평일 한낮의 동물원에는 노란 옷을 입은 유치원생들을 제외한다면 별다른 기척을 내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항상 충만한 여유로움으로 산책을 감행할 수 있었다. 주말의 동물원이 온전히 사람의 차지였다면 주중의 동물원은 조금쯤 동물의 것으로 느껴졌다. 나는 텅빈 것 같은 동물원을 떨어지는 벚꽃의 속도로 돌아다니면서 많은 동물들을 오래도록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바라보고는 했는데, 그 중에 코끼리도 있었다.
“... 인간과 코끼리 사이의 엄격한 구분은 이제 핀란드에서 최종적으로 그 효력이 발휘되었다. 코끼리는 원하더라도 무대에 서서는 안 되었다. 공연은 이제 인간에게만 허용되었다...”
아르토 파실린나의 신작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동물원의 코끼리, 가 아니라 서커스의 코끼리, 그것도 태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은 어린 코끼리의 여행기이다. 물론 어느 정도 우화의 꼴을 하고 있지만 완전하지는 않아서 코끼리는 코끼리일뿐, 이 여행의 주체는 코끼리의 보호자인 루치아이다. 그렇게 루치아와 코끼리 에밀리아의 기나긴 여행은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긋하게 때로는 서둘러 진행된다.
“코끼리는 커다란 머리를 갖고 있는데, 뇌수를 감싸고 있고 두개골은 해면 같은 미세한 구멍들이 있는 얇은 뼈로 되어 있어요. 빈 공간은 부분적으로 점막으로 덮여 있는데, 후각을 담당한답니다.”
그렇게 루치아와 에밀리아는 핀란드를 떠나 러시아를 향하고, 그곳에서 파트너인 이고르를 만나 함께 공연을 하고, 기차여행을 하며 루치아와 이고르가 결혼을 한다. 하지만 다시 핀란드로 돌아오려는 루치아와 이고르는 결국 헤어지고, 핀란드로 돌아와서는 자칫 에밀리아를 도살해야 하나 망설이기도 하지만 결국 농부 오스카리와 그의 아내 라일라, 그리고 농부 파보와 수의사인 소리요넨 등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연을 만나 루치아와 에밀리아는 아프리카 고향땅으로의 긴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코끼리의 눈은 연하고 긴 속눈썹으로 덮여 있어요. 이 속눈썹 덕분에 코끼리는 어쩐지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주거든요. 그러니까 코끼리들은 어쩐지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주거든요. 그러니까 코끼리들은 울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많이 논의가 된답니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현대의 한 켠, 어디에 있어도 눈에 쉽게 뜨이는 코끼리 에밀리아와 그러한 에밀리아를 자신의 가족처럼 혹은 동반자처럼 느끼고 그 느낌대로 다루는 루치아의 우정 혹은 가족애로 이루어진 소설은 큰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잔잔하지만 여운 남는 재미를 준다. 여기에 그들을 둘러싼 순박한 사람들과 그들이 통과해가는 북유럽의 풍광이 더해지니 이국적이기도 하다.
“윗입술과 코는 긴 코로 형체가 바뀌었어요. 그 안에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원래 입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후각 기관으로 코끼리는 긴 코를 가지고 그 외에도 물체를 만지기도 한답니다. 그것은 동시에 코끼리에게는 잡는 기관, 팔인 셈이지요. 긴 코로 먹을 것을 먹고 물을 마시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심지어 싸우기도 합니다.”
주말에 내린 비에 이어 기온이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봄의 기운을 온통 앗아가지는 못하여 한낮의 양지는 봄내음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또 이 봄에도 동물원을 찾을테고, 그곳에서 코끼리를 보게 되면 나는 아마도 소설 속의 에밀리아를 떠올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날렵하지 않아 순박하고 굼뜬 움직임과 그럼에도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선한 눈을 가진 코끼리와 눈 맞추고 싶기도 하다. 이 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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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토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 여행'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다른 책도 몇권 읽어 보긴 했는데..
이제까지 읽은 것 중 가장 힘들게 읽은 것 같다..
어려운 책은 아니었는데 나에게는 잘 읽혀지지 않는 책이었다..
두꺼운 책도 아니었는데...
코끼리를 자신의 고향인 아프리카로 데리고 가는 이야기였다..
제목이 모기나라에 간 코끼리라 '모기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고 언제 가는 거야'하며 읽었지만 모기나라는 안 나왔다.. ㅋㅋㅋ..
코끼리가 나라를 거의 횡단하다시피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무사하게 아프리카에 도착하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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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코와 큰 귀를 가지고 있으며 선한 눈망울을 가진 코끼리. 코끼리는 솔직히 동물원 혹은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만날 수 없는 동물이다. 늘 주변에 함께 있는 동물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 친근해 보이는 눈망울 때문인지, 큰 사이즈에 비해 귀엽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동물인 듯 하다. 그리고 이상하게 동물원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멀리 아프리카 땅을 누비고 다니지 못하고, 답답하게 좁은 공간에 가두어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이 책은 그런 코끼리 아멜리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아멜리아. 그녀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서커스와 함께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에서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법령이 강화되어서 아멜리아가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런 아멜리아를 돌보고 있는 조련사 루치아는, 아멜리아와 함께 여기저리를 떠돌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떠돌던 하루하루가, 아멜리아가 성장을 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공연까지 가능하게 되었으며 인기 있는 코끼리댄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런 공연들까지 불가능해져버린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루치아는 아멜리아를 인도나 아프리카로 돌려보내고 싶어지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그녀는 힘들게 도살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도살장에서 차가 도착하고,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자, 루치아는 자신이 소중한 친구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고, 또 다시 아멜리아와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여정 중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조금은 루치아에 대한 연정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아멜리아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공연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멜리아와의 하루하루가 점점 어려워지게 되었고, 결국 루치아는 아멜리아를 아프리카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다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실을 적은 것 같아 여기에서 줄이려고 한다. 이 책은 코끼리 아멜리아의 여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아멜리아의 여정만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여러 사연들이 어우러져 한권의 책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핀란드 작가의 책은 이 책으로 2권 째 만나고 있다.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유머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그의 눈으로 본 인간사가 조금은 재미있게 다가오면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냥 편하게 웃으면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국가의 다양한 작가들의 책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아마 각 책마다 독특한 재미와 색이 담겨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 하지만, 핀란드 작가의 글을 만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작가의 다음 책이 조심스럽게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