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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모든 것의 디자인. 삶속에서 발견되고, 발전하는 놀라운 생명력. 현재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일상의 아이템. 그것의 역사를 추적하는 디자인 책. 부제가 정확한 표현이다. '친숙한 오브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
사실 이 책을 보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책은 꼭 한번 펼쳐보고 사야 한다는 것. 예스24에서는 다 좋은데, 물성을 느낄 수 없는 단지 사람들의 입소문과 리뷰, 무작정 찾아드는 필에 의존하게 된다. 디자인 에세이라 기대했던 이 책은 일상의 아이템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 단지 기대가 어긋났을 뿐, 책 자체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MoMA(뉴욕 현대미술관)는 디자인계의 산 역사를 전시하는 곳이다. 시대를 풍미한 다양한 디자이너와 그들의 작품들, 동시대 최고의 트렌디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그래서 MoMA에 소장된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이 책의 저자 파올라 안토넬리는 모마의 건축, 디자인 분야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2005년 모마 퀸즈의 전시회로 시작된 <Humble Masterpieces>. 120점의 물건을 선보였지만, 이 책에는 50점이 채 안된다. 허나 이 책에는 오늘날에도 상점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것들만 실려있다.
흥미로운 아이템이 많았다. 순차적으로 제품을 정리해보자면, 첫 작품으로 소개된 '스위스챔프 나이프'(흔히 맥가이버칼이라 부른다)를 시작으로 스파게티, 야구공, 코바늘, 차센(일본의 말차에 거품을 만드는데 사용한 도구), 버블랩 에어쿠션(일명 뽁뽁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심리치료 등 많은 분야에 응용됨), 스와치 손목시계, 연필(개인적으로 파버 카스텔 마니아다), 스크루풀 코르크스크루(코르크 따개), 아이스크림콘, 스파크 플러그, 케이블 터틀(이거 탐난다),
축구공, 스푼 스트로, 각설탕(각설탕의 개발로 현재 리버풀대학 도서관을 설립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비누(요거 써본적이 없다), 바닥이 평평한 종이봉지, 슬링키(초등학교 때 가지고 놀던 용수철), 도미노, 젤리벨리 젤리콩(이거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복잡한 지 몰랐다), 바코드(놀랍다), 슬랜트 트위저, 자바재킷 커피컵 슬리브, 유리구슬, 모스카르디노 일회용 스푼/포크,
아이러브뉴욕 로고(개인적으로 밀턴 글레이저를 존경한다), 왕관형 병마개(예전 깡소주 까다가 여러번 피본 경험이 있다), 파일러팩스, 이중 티백(요즘에는 피라미드형 티백이 대세라지), 상자(아크릴상자), 슈퍼볼(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빅 크리스탈(현재 내 필통에 담겨진 빅 볼펜), 거품기, 솔로 트래블러 커피컵 뚜껑(스타벅스 안가본 지가), 플래시카드, 포스트잇 노트, 바비핀(실핀), EAR 귀마개(예전 군대 사격훈련시 필수품),
모카 익스프레스 커피메이커(이탈리아 가정의 95%가 애용, 우리집 애장품 1호), 가도케시 플라스틱 지우개, 엠엔엠스, 큐 팁스(면봉), HIV와 AIDS 인식에 대한 국제 상징, 아이스크림 주걱(베스킨라빈스 친구들에게 사주고 싶다), 샴페인 코르크, 터퍼웨어 저장용기, 기코만 간장병, 밴드에이드, 포춘쿠키, 콘돔(기원전 13세기 이집트인은 동물의 방광으로 사용), 지퍼 분리형 여밈쇠, 딕시 종이컵, 주판(주산 2급임), 프리스비, 백열전구,
심없는 스테이플러(이거 갖고 싶어서 여러군데 돌아다녔는데 발견 못함), 안전핀, 츄파춥스(우리 은서의 간식), 프레넬 렌즈, 듀라셀 AA배터리, 주사위, 엑스밴드, 토블레로네, 테트라 브릭, 탁구채, 굿 그립스 과도, 라멜로 비스킷 조이너, 바리오팍 CD 케이스, 푸시핀(불량품을 내가 가지고 있음), 기타 픽, 애덤스 추잉껌(개인적으로 껌을 혐오함. 특히 씹는 모습), 큐브 퍼즐, 중국 음식 포장용기, 부메랑, 비탈착 꼭지가 부착된 음료캔, 발광소자(LED), 렉스 감자깎이, 접는 부채, 육각형 렌치세트,
소프트 콘택트렌즈(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시조였다고 함), 빅 일회용 라이터(내 라이터는 중국산), 위플볼(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마찰 성냥, 미니 맥라이트, 플립 플랍(조리), 자가정렬 볼베어링, 레고 조립 완구(지난 60년동안 판매된 레고의 개수는 전 세계 인구 1인당 52개의 레고 조각을 가지고 있음), 탐팩스(탐폰), 젓가락, CD, 마스카라 막대솔(개인적으로 샤넬보다 라네즈가 우수하다고 생각함), 변형구, 종이클립, O시리즈 가위, 트랜지스터, 티셔츠, 필립스 나사못, 립스틱 용기, 지포 라이터.
이상이다. 이 책에 소개된 제품을 열거한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좀더 깊이 있게 관찰하자는 취지다. 얼마 전 '수퍼노멀'이란 평범함 속에 감춰진 비범한 디자인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디자인은 미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첫번쨰는 실용성이다. 기능을 극대화한 수퍼노멀 디자인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아이템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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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할 때의 생각과 책을 본 후의 생각이 달라졌다. 인터넷으로 책 소개글만 보고 주문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경우를 만난다. 어,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니구나.
나는 물건들에 대한 글을 담아 놓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의 사소한 물건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펼쳐내고 있는가, 무심코 보고 넘기는 물건들에 어떤 새로운 세상을 부여하는가, 그런그런 기대를 하면서. 아마도 책의 제목에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탓이었을 것이다.
책을 열고 몇 편 읽고 보니 내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물건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 물건들이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나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글들이었다. 그 속에 과학과 디자인과 발명과 예술이 하나 혹은 여럿이 섞여 있었다. 내 기대와는 어긋났으나 도리어 신선했다. 아하, 물건들이 이렇게 태어났던 것이구나.
넘길수록 재미있고 신선했다. 우리 인간이 가진 잠재력과 상상력, 기발한 착상의 힘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인 관련 책을 한꺼번에 몇 권씩 본 느낌이 든다.
그 동안 내가 디자인 혹은 예술적 감각에 무딘 채로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정작 이 책도 문학적 상상력을 기대하면서 구입했으니까. 그런데 읽다 보니 문학적 상상력도 저절로 떠오른다. 이렇게 태어났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자라나리라. 내 그를 지켜보리라 싶으면서.
얼마 전 서울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무수히 보았던 풍경들 속의 자잘한 물상들이 떠올랐다 스치며 사라진다. 이 책을 미리 보았더라면 그 속의 어떤 물건들은, 어떤 디자인들은 내게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주며 되살아날 수 있었을 텐데. 하다못해 우리집 방안에 뒹굴고 있는 하찮은 것들조차 달리 보이기 시작하니, 원 정신이 사나워지려고 한다.
풋, 그렇다고 내 디자인 감각이 이 책 한 권으로 일시에 높아질 리도 없는 것이고, 책을 읽기 전과는 모든 것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이렇게 만들려고 했을까, 이 모양 말고 다른 모양은 없었을까, ...
재미있고 신선한 책. 디자인의 세계에 호기심을 막 가지기 시작한 나같은 왕초보에게는 정말 새로운 물건들의 세상을 열어주리라. 만약 새롭지 않다고 생각되신다면 이미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것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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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과 일상의 흥미로운 유착 매 일 습관처럼 들고 다니게 되는 이 테이크아웃 1회용 컵에는 여러 디자이너의 노력이 담겨 있다. 야외에서도 실내에서 마시는 것처럼 따뜻함이 오래도록 지속이 되게 하고, 그 따뜻함이 뜨거움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려는 배려. 거기에 커피가 한꺼번에 흘러 내려오지 않도록 구멍의 크기를 적절히 유지시키고, 코가 닿는 부분을 음각처리해 마시기 용이하게 만드는 노력. 종이컵, 슬리브, 빨대 그리고 뚜껑은 하나하나 서서히 발명이 되었고, 결국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디자인이 모두 무에서 창조된 것이고, 때문에 더 나아간 미래에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기에 쳐다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재밌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테이크아웃 컵의 기원은 그리 오래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먼저 종이컵은 로렌스 루엘른이라는 사람이 1908년 개발해 '딕시컵'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애용품이 되었다. 그 이후 약 한세기쯤이 지난 1986년 '솔로 트래블러'의 디자이너 잭 클레먼츠는 현재도 광범위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 동심원 커피컵 뚜껑의 디자인을 개발한다. 대부분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제품은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특허 등록이 되어있다. 1993년에는 제이 소렌슨이라는 사람이 커피잔이 너무 뜨거워 커피를 온 몸에 흘리게 된 사건을 계기로 골판지로 된 굉장한 단순한 디자인의 컵 슬리브를 고안했고, 이내 곧 제품으로 등록해 출시한다. 저 세가지의 제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지금까지 성업할 수 있었을까? 만약 한가지라도 부재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굉장히 불편해질 것은 분명하다. <디자인, 일상의 경이>는 이와같이 일상에 뿌리깊게 못박힌, 그래서 디자인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것들에 눈길을 돌린다.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 디자인의 목표이자 목적이라면 이 책에 실린 제품들은 오히려 생활 깊이 유착해있기때문에 그 목표에 긍정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다루고 있다. 면봉, 생리대, 콘돔, 각설탕, 종이봉지, 바코드, 유리구슬, 스포크, 병뚜껑, 차티백, BIC 볼펜, 포스트잇, 머리핀, 귀마개, 밴드에이드, 지퍼, 백열전구, 춥파춥스, 츄잉껌, 비탈착뚜껑캔음료, 1회용 라이타, 성냥, 레고, 젓가락 등등. 일상에 꼭 필요한 것들이기에 더이상 디자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것들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 단순히 보기 좋기만하고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빛 좋은 개살구' 디자인이 판치는 요즘, 이 책은 주변의 사물 뿐만 아니라 일상 전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내 옆에 찰싹 붙어있는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 삶에 대한 존중까지 조금이나마 갖게 해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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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네모난 이 책은 가벼웠다. 대부분 접사로 촬영된 예쁜 사진들이 왼쪽 바닥에, 그리고 그 사진의 실체에 관한 설명, 그 물건의 역사 등이 오른쪽 바닥에 써져있었다. 읽기에도 별 부담이 없었다. 색감과 디자인이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며 감탄하고, 그 옆에 실린 정보를 보고 놀라면 그만이었다. 이 물건에 이런 사연이 있었군, 관심 가는 얘기는 수첩에 적어가며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나는 츄파춥스의 데이지 무늬 포장지를 디자인한 사람이 살바도르 달리란 것을 알고 놀랐으며(슈퍼에 널려있는 츄파춥스의 포장지가 달리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츄파춥스가 위대하게 보였다), 어느 기타 픽 브랜드 픽에 그려진 거북이 무늬가 그냥 그려진 게 아니고 셀룰로이드 픽이 나오기 전에는 거북이 등껍질로 픽을 만들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가볍고 재밌게 볼 수 있으면서도 많은 걸 알게 해주는, 정말이지 일상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이 돈 주고 사기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비싸다. 비싼 종이를 썼으니 단가가 올라가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이 내용에 이 가격은 너무 비싸다. 내용 자체가 나쁘진 않다. 재미있고, 유용한 면도 있다. 그렇지만 가격에 비하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