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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뜯어 고쳐서 사랑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시간>
"얼굴을 뜯어 고쳐서 사랑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시간>" 내용보기
1.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보기에 쉽지 않다.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조마조마하게 만들 때가 많다. 언제나 쉽게 볼 수 있을는지...만드는 사람 마음대로라 알 수 없는 일이다.   2006년에 만든 <시간 Time>은 그나마 조금은 마음을 놓고 볼 수가 있지만, 그래도 다른 영화에 견주면 아슬아슬하다.   처음 나오는 병원 수술실 장면은 눈뜨고 보기가 어려울 수
"얼굴을 뜯어 고쳐서 사랑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시간>" 내용보기

1.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보기에 쉽지 않다.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조마조마하게 만들 때가 많다.

언제나 쉽게 볼 수 있을는지...만드는 사람 마음대로라 알 수 없는 일이다.

 

2006년에 만든 <시간 Time>은 그나마 조금은 마음을 놓고 볼 수가 있지만,

그래도 다른 영화에 견주면 아슬아슬하다.

 

처음 나오는 병원 수술실 장면은 눈뜨고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얼굴에 칼을 대어 다른 얼굴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곱지 않다.

여기만 넘어서면 그런대로 끝까지 보는 데 어려움은 없는 영화다.

 

바뀌는 시간 속에서 사랑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영화이므로,

사랑이 뭐길래...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제 사랑을 오래 갈무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브 라이너 감독의 작품인 <미저리 Misery>에 나오듯

내 사랑을 떠나지 못하게 외딴 집에 가두어 두고 혼자만 보도록 해야만 할까,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만든 <감각의 제국 In the Realm of the Senses>에서처럼

사랑하는 사내의 거시기를 잘라 혼자 갖고 있어야 할까?

 

2.

겨우 두 해를 만나 사랑을 나눴을 뿐인데,

지우(하정우)가 다른 계집에게 눈을 돌린다고 사랑이 식었다면서 타박을 하는 세희(박지연).

"맨날 똑같은 얼굴의 나를 만나서 지겹지?"

 

지우가 세희를 오래 만났으므로 지겨워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 짐작해버린다.

'지겹지 않으려면 얼굴을 바꿔야 해. 새 얼굴로 지우를 사랑할 거야...'

 

의사(김성민)는 말린다.

"아니, 이렇게 예쁜 얼굴을 고치시겠다고요? 고치고 나면 다시는 제 얼굴을 보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지겹지 않은 사랑을 하겠다는 마음뿐이니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다.

 

세상에 다른 아가씨한테 곁눈을 돌렸다고 방을 깨끗이 비우고 떠나 버린 세희를 생각하면

지우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알고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면, "이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만 나온다.

 

자주 가는 찻집에 바뀐 아가씨가 눈에 들어온다. 어라, 이름이 비슷해...새희(성현아)란다.

세희와 같이 놀러 갔던 섬에도 같이 가고 사랑이 익어가지만, 지우는 세희가 걸린다.

언젠가 돌아올 수도 있는 사람인데...

세희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지우를 보는 새희의 마음은 한편으론 지우가 믿음직 하고,

한편으로 고친 얼굴로 사는 새희에 빠지지 못하는 게 밉기도 하고...

 

3.

얼굴을 바꿔 새로이 사랑하면서 사랑을 이어가려는 세희의 생각도 우습다.

얼굴을 뜯어 고친다고 지우가 목소리나 다른 몸까지도 못 알아볼까?

영화에선 못 알아본다. 바보...

 

시간이 지나가면 모든 것이 떠나가는 게 싫어서 시간을 붙잡아 두고자 얼굴을 뜯어 고쳤다는 세희.

그런 세희한테 "너 참 무섭다. 너는 미쳤어..." 하며 새희를 나무라지만 이미 늦었다. 

 

세희의 장난같은 사랑에 놀란 지우도 얼굴에 칼을 대서 뜯어 고친다.

이젠 새희가 지우를 찾으러 헤맨다. 이 사내, 저 사내를 만나지만 바뀐 얼굴의 지우를 찾기가 어렵다.

둘이 숨바꼭질 하나...

 

얼굴에 칼을 대서 새로운 얼굴로 살아간다고 시간이 바뀌지 않고 머물러만 있을까?

흘러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한 사람이 있었나? 바보같이...

아무도 잡을 수 없는 시간이라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데, 김기덕 감독은 놓치고 싶지 않았을까?

 

멈춘 시간 속에서 마냥 머물고 싶었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이 흘러 가는 것.

그 속에서 떠나가는 시간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을까?

쉽지 않은 영화이지만 오래도록 마음 속에 물결이 이는 영화다. 

 

4.

우리나라 영화를 볼 때 답답했던 것은 소리다.

배우가 말을 하는데 소리가 웅웅 울리기만 하고 또렷하게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아 늘 아쉬웠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주 소리가 귀에 잘 들어왔다. 게다가 화면도 깨끗하고 좋다.

 

그렇지만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보너스는 한번 생각해볼 구석이 있다.

영화를 만들 때 옆에서 다른 카메라로 찍은 것을 그냥 이어서 보여줄 뿐이다.

 

줄거리는 어떻게 만들었으며, 배우는 왜 하정우와 성현아를 뽑았는지,

찍을 곳으로 찻집과 섬 따위를 어떻게 골랐는지, 찍으면서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딱딱 나눠서 할 얘기 거리가 아주 많을텐데, 한 마디도 없다. 이게 무슨 보너스야...쳇...

b******g 2008.12.27. 신고 공감 0 댓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