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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 - 문효치, 「모데미풀」
하늘도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물론 시인의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외로운 눈으로 보면 하늘만 외로워 보이겠습니까? 하늘도 외롭고 땅도 외롭습니다. 보이는 모든 사물들이 외롭습니다. 시인은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외로움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외로움은 어차피 헤어나기 힘든 감정이니까요. 하늘이 외로우면 풀은 왜 눈을 뜰까요?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하늘의 손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시인은 하늘과 풀을 따로따로 보지 않습니다. 하늘과 풀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늘이 외로우면 풀이 눈을 뜨고, 풀이 외로우면 하늘이 눈을 뜹니다. 하늘이 외로운 걸 풀은 어떻게 알까요? 하늘은 풀이 있어 하늘이 되고, 풀은 하늘이 있어 풀이 된다는 말로 이 질문에 대답하고 싶습니다. 하늘과 풀은 둘이면서 하나인 존재입니다. 하나로 묶여 있으니 하늘이 외로우면 풀 또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풀이 눈을 뜨는 이유는 여기서 분명해지겠지요.
눈을 뜬 풀이 외로운 하늘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그윽한 눈빛”에는 외로운 하늘을 헤아리는 풀의 모습이 잘 담겨 있습니다. 하늘은 땅속에 뿌리를 박은 풀이 자기를 들여다보는 일만으로도 황홀함을 느낍니다. 외로움에 빠져 눈물을 흘리던 하늘 얼굴에 웃음이 감도네요. 하늘이 우울하면 지상 또한 우울함에 빠집니다. 검은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을 떠올려 보세요. 먹구름에 가려진 햇살은 더 이상 지상을 비추지 않습니다. 어둠에 갇힌 사물들은 하늘만 바라보며 그저 눈물만 흘리겠지요. 하늘이 흘린 눈물이 지상에 넘치면 사물들이 흘리는 눈물은 말 그대로 피눈물이 됩니다. 하늘이 외로운 걸 알고 눈을 뜬 풀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겠나요? 눈물을 그친 하늘이 찬란한 햇살을 지상에 뿌립니다. 어둠 속에서 신음하던 생명들이 비로소 기지개를 켭니다. 하늘이 웃음 짓는 일만으로도 지상에 사는 생명들은 행복을 느낍니다.
시인은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다고 말합니다. 외로움은 마음을 갉아먹는 병입니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으면 됩니다. 마음이 아파도 약을 먹으면 될까요? 외로움은 약을 먹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외로움은 관계가 단절된 데서 오는 병이잖아요?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마음속으로 도피하면 할수록 외로움은 더욱 더 깊어집니다. 하늘은 외로울 때면 풀을 찾습니다. 자기 내면으로 도피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내면에 갇힌 하늘은 풀이 눈을 떠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막아버렸으니까요.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외로움에 젖은 하늘은 바로 이 길을 통해 눈을 뜬 풀을 향해 나아갑니다. 풀도 다르지 않습니다. 바깥을 향해 자기를 열어놓았기에 풀은 외로운 하늘에게 위로를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시인이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은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외로움은 분명 독한 병이지만, 한편으로 아주 쉽게 다스릴 수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약을 먹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바깥을 향해 마음을 열어놓으면 외로움을 벗어나는 길이 자연스레 열립니다. 주변에 많은 생명들이 서성이고 있는 걸 마음에 매여 외로운 사람은 모릅니다. 자기 마음만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상대가 내민 손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외로움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시인은 외로움을 다스리려면 상대가 내민 손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외로움은 다스리기 쉬운 병이라고 시인이 말하는 까닭입니다. 돌려 말하면, 자기 마음에 갇힌 사람은 절대로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상대가 내민 손을 볼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요.
사랑의 눈으로 보면 풀은 풀이면서 풀이 아닙니다. 풀이 지닌 역설은 사실 모든 생명이 지닌 역설과 통합니다. 하늘이 하늘만 고집하면 어떻게 될까요? 하늘은 땅이 있어야 하늘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은 둘이면서 하나라는 얘기입니다. 하늘이 없는 땅과 땅이 없는 하늘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남자가 없는 여자, 여자가 없는 남자를 생각해도 상관없습니다. 시인이 말하는 “사랑의 눈”은 바로 이런 눈을 가리킵니다. 자기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다른 눈으로 보는 세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생명에게로 가는 길이 막혀버립니다. 시인은 풀을 “땅의 눈”으로 표현합니다. 땅의 눈은 풀을 통해 지상으로 나타납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하늘이 있어야 하고, 땅이 있어야 합니다. 사물들이 내보이는 “그윽한 눈빛”이 어울려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사랑으로 넘쳐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나요? 그럼 하늘을 쳐다보세요. 기다렸다는 듯 하늘이 눈을 뜨고 당신 마음을 헤아려 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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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픔을 이야기하거나 아픈 사람들을 돕는 자들은 그 자신들이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꽃과 들풀을 노래할 때 그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그런데 이 시는 아름다움과 함께 인간의 슬픔과 외로움을 읊고 있다. 들풀이나 동물과 같은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은 곧 세상의 약자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가슴이 아려오는 시집이다. 제목은 전부 들풀에 관한 시로, 화자가 젊은 시절 전쟁터에 군사로 참여하면서 봤던 것들과 현재 보고 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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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전에 이어 또 고의 아니게 전쟁에 관한 시가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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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관련된 시는 이것 말고도 몇 개 더 있고, 구체적으로 악기를 거론하는 게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제일 좋았던 이유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시를 고르고 싶었고... 일단 아직 조금이라도 더 짧은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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