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창덕궁 후원에 있는 부용지에서 축대 모퉁이에 새겨진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는 잉어 조각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음, 이 연못엔 잉어가 많이 사는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친다면 그 좋은 눈썰미도 말짱 헛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원의 광한루 연못가에 있는 물속에 막 들어가려는 듯한 모습의 거북(자라) 석상을 보고 "야, 이 연못엔 자라도 사는 모양이네!"라고 감탄하고 말 뿐이라면 그 역시 광한루의 진면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다. 창덕궁 후원 부용지의 잉어 조각은 등용문(登龍門) 설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 건너편 돌계단 위 어수문(魚水門)의 문설주에 새겨진 용의 조각과 어수문 안쪽 주합루(宙合樓)에 이르는 계단돌에 새겨진 구름 문양들이 이해가 되고, 그 옛날에는 부용지 일대가 과거시험을 치르던 장소였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잉어들(과거시험을 치르는 선비들)은 맞은편에 보이는 어수문, 즉 용문을 향해 뛰어오르는데, 그 중의 일부가 용문을 통과하여 용이 되어(장원급제), 구름 위의 누각 주합루에 오르게(입신출세) 되는 것이다. 한편, 남원 광한루의 거북(자라) 석상은 '별주부전'이라고 알려진 귀토설화(龜兎說話)와 관련된 것이다. 달 속에 있다는 가상의 궁전 광한전(廣寒殿)에서 이름을 따온 광한루원이 사실은 월궁뿐만 아니라 바다 속 용궁까지도 염두에 두고 조성된 정원이라는 것을 그 거북 석상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광한루 기둥 곳곳에 장식된 거북 등에 올라 탄 토끼의 조각상들은 바로 그 선명한 증표들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전통정원들에는 사소해 보이는 조각상과 장식 무늬 하나하나까지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것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좋은 눈썰미 못지않게 풍부한 지식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진작가 이갑철의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엮은 허 균의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는 그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다. 그는 우선 우리나라 전통정원의 특징을 주로 이웃 중국과 일본과 견주어서 개괄한 다음 그 사상적 배경을 논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통정원은 인공적 경관이 주가 되고 있는 중국 정원이나 구석구석까지 인간의 손길이 미쳐 철저하게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일본 정원과는 달리, 자연 경관이 주가 되고 인간의 손길은 최소한으로 하여 정원과 자연의 경계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과 동화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정원에서는 유럽이나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분수가 없는 대신 자연스럽게 조성된 폭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거슬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또한 늘 푸른 상록수를 선호하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정원에서는 계절의 영향을 받는 낙엽활엽수가 더 많이 눈에 띄는데, 이것 역시 계절의 변화를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연친화적 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그렇게 정원으로 스며든 자연경관을 연못의 배치, 바위와 조각상과 같은 각종 경물, 수목, 정자의 편액 또는 암각서 등 정원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이용하여 인문경관으로 탈바꿈시켰다는데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원은 단순한 감상과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그 정원 주인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상징적 수법으로 구현한 또 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예컨대, 궁궐 정원이나 선비들이 낙향하여 조성한 별서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이 떠 있는 모습의 방지원도(方池圓島)형 연못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유교적 우주론의 반영이며, 그 연못에 주로 연꽃을 심은 것도 연꽃이 유교에서 이상적 인간형으로 삼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 문민정부 시절에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궁궐 안에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복궁 경회루 연못의 연꽃들을 뿌리째 뽑아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정원의 연못과 연꽃이 담고 있는 이러한 깊은 뜻을 알지 못한 특정 종교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런 연못에 3개의 바위들을 심어놓고 삼신산(三神山)으로 부르거나 정원 구석구석에 12개의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세워 놓고 무산십이봉(巫山十二峰)이라 이름한 것은 도가 사상의 영향으로서, 당시 사람들이 유한한 인간의 수명과 속세의 현실적 제약을 벗어나 생사의 굴레에 초연한 신선과 같은 삶을 꿈꾸었음을 짐작케 한다. 아울러 정원에 심은 나무들에도 제각기 깊은 뜻이 있어서 은행나무는 공자의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를 의미하는 행단(杏壇)의 상징이며 소나무, 대나무, 매화 등의 나무들은 지조와 은일의 상징으로서, 그 나무들에서 옛 사람들은 곧은 선비와 고아한 군자의 모습을 보았다. 정자나 당, 각, 헌, 재 등 건물의 편액과 산수정원의 큰 바위나 대 등의 암각서에 주자나 굴원 등 옛 성현의 글이나 고사에서 딴 이름을 붙인 것 역시 그들에 대한 선망과 흠모의 표시임과 동시에 자신도 그들처럼 살고자 하는 욕망과 다짐을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편액과 각서는 당대 사람들의 생활철학과 사상 또는 현실적 욕망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는 정신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는 이러한 우리 전통 정원의 특징을 하나하나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대표적인 우리의 전통 정원 28 곳을 골라 소개하고 있어, 여행길에 지니고 다닐 책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창덕궁과 경복궁 등의 궁원들과 광한루원과 전남 담양의 명옥헌 등의 향원들이 간직한 고아한 아름다움의 배경을 새롭게 이해하는 것도 큰 기쁨이겠지만, 우리나라 전통정원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보길도 부용동 정원과 같은 별서정원들과 경남 함양의 농월정과 강원도 삼척의 죽서루와 같은 산수정원들에서 만나게 되는 빼어난 자연미가 사실은 그 풍경을 보는 이의 내면 풍경에 다름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더 큰 기쁨이 될 터이다. 우리 문화유산답사의 길눈이 유홍준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볼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는 바로 전통 정원을 바라보는 우리의 안목을 키워줌으로써, 우리의 전통 정원에서 보다 많이 느끼고 보다 많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한국의>한국의>한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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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소쇄원에 갔었고 올해 1월에 바티칸에 갔었다. 워낙 유명했던 소쇄원이라 큰 기대를 하고 갔었고 마침 단풍과 어울어진 소쇄원은 멋있었다. 올해 초에 간 바티칸은 주로 박물관 위주로 구경을 했지만 자유 관광이라 시간의 제약없이 자유로이 정원에서 쉬면서 구경을 했다.
평평한 마당에 줄그어 정사각형의 잔디 밭 만들고 그 귀퉁이에는 오렌지와 레몬 나무를 심은 커다란 화분을 두어 대칭을 만들고 쉬는 의자까지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정원을 보면서 '너무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무를 땅에 심은 것이 아니라 화분에 심은 것이다.
소쇄원과 바티칸의 정원을 보면서 동서양의 정원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대칭 맞추는 서양인의 눈에 한국의 전통 정원은 정원이 아니라 그냥 '자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자연 속에 화룡점정을 찍는 사고가 들어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몇몇 정원은 내가 가보기도 했지만 이 책을 보니 놓친 것도 많이 있다. 나름대로 세심하게 보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멀었나보다. 자연 속에 은근슬쩍 돌하나 던져 넣거나 작은 조각하나 넣어서 큰 세상을 상상하던 조선인들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창덕궁의 후원을 다시 한번 가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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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우리 전통 정원이나 건축물 등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 책이 일간지 신간소개란에 나온 것을 보고 얼른 구입하였습니다. 책을 펴자마자 우선 눈에 띄는 점은,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아름다운 다양한 우리 고유 정원의 사진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흔히 비원이라고 부르는 창덕궁 후원이나 유명한 별서정원인 소쇄원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구입하기 위해 치른 적지 않은 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하지만, 정작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장점은 바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한국식 정원 조성에 관한 기술적인 분석이나 사실적인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담겨있는 우리 선조들, 특히 평생을 단정하게 살아가고자 하였던 선비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하였던 것인지에 관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를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전달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정원에 위치한 정자나 堂, 軒, 齋 등에 걸려있는 편액에 많이 등장하는 영귀(詠歸), 탁영(濯纓) 등의 글귀를 통해 정원주인이 스스로에게 다짐하였던 것이 어떠한 마음가짐인지를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문장으로 잘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즉, 詠歸臺의 명칭이 평소의 포부를 묻는 대스승 공자의 질문에, "늦은 봄에 옷을 갈아입고 젊은 사람 5, 6인과 어린 사람 6, 7인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다"고 답한 증점의 대답에서 유래하였다는 설명만으로도 이러한 정원을 만들고 그 속에 살았던 우리 선비들의 마음가짐은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도 절절히 와닿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평소 동양 고전이나 동양 사상 등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시고 계실 내용들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평소에 무심히 지나칠 내용들이어서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여기저기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지식들이어서 이를 혼자 힘으로 찾아 모으지 않는 이상 전체적인 조감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상과 같은 이 책의 장점은 가벼이 여길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여러가지 내용을 단순히 나열한 듯한 체계상의 문제점이나, 기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 이외에 저자가 새로이 연구하여 발굴한 참신한 내용은 다소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래서야 별 다섯개는 좀 후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책이 워낙 드물 뿐만 아니라, 저의 평소의 무지를 많이 깨우쳐준 교육적인 효과를 감안하면 만점이 과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 내용 이외에, 전체적인 "책상태" 역시 충분히 만족할만 하다고 느껴집니다. 우선 내용의 특성상 사진이 많을 수 밖에 없고, 또 이들 사진이 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편집과 인쇄, 지질 등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을 호감을 살만 합니다. 사진 외에도 전체적인 인쇄상태 역시 별다른 불만이 없을 만큼 세심히 다듬어져 있고, 책의 모양 자체도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인데, 책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물론 좀더 좋은 용지를 사용한다거나 혹은 좀더 고급스런 제본을 바랄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격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인상깊은구절] 공자가 하루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평소의 포부를 물었더니, 자로를 위시한 좌중의 제자들이 모두 정치적 야심을 토로하였는데, 증점이라는 제자는 "늦은 봄에 옷을 갈아입고 젊은 사람 5, 6인과 어린 사람 6, 7인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이에 공자가 "나는 증점을 편들겠다"라고 하였다. //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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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원은 자연을 그대로 품에 안고 사람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아니라 |
| 전통조경학과를 지원하게되면서 읽게 된 책이다. 사실 막연히 한국의 정원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비원정도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나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서양의 휘향찬란하며 넓고 깔끔한 정원을 생각하며 우리에게 과연 정원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미심쩍어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정원은 전통 조경의 의미부터 시작하여 우리네 정원이 담고 있는 기본사상과 현재 남아있는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 그것만큼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말해주는 것이 없는듯 싶다. 막연히 바라보던 정원-어쩌면 서양의 그것에 비해 볼품없다고 생각해온-이 새롭게 다가서는 느낌. 내가 그 정원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
| 우리나라 정원이 이렇게 과학적이고 심도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냥 양반선비들을 위해서 단지 아랫 사람들이 나무를 심고 깨끗하게 가꾼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신비로움이나 심도있음에 놀라고 말았다.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적으로 아름다움의 비인 황금비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이고 인위적인 것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과학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자연의 과학적이고 신비로움에서 벗어나지 않앗다라는 것에 나는 더욱 더 감탄을 하게 된다. 사진 속의 푸르름이 내 방으로도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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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한국의 정원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 선뜻 손이 갔다. 내용에 앞서 손으로 책을 훑었을 때 색감이 살아 있고, 깔끔하게 정리된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인상깊게 보았던 정원들도 있고, 가보진 못했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정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실린 28곳의 정원을 당장 가볼 수는 없는 일. 사진과 함께 글을 읽으며 즐기는 맛도 나름의 매력이었다. 당장은 안되지만 마음속으로 미리 답사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랄까? 지도가 있고, 실용적으로 쓰여진 책도 좋겠지만 문화를 담은 그리고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한국의 정원 같은 책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더 알고자 하는 이들에겐 더 소중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인상깊은구절] 이렇듯 우리나라의 정자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멋의 중심에 놓인다. 자연 풍광 속에 정자가 있고 그곳에 머물면서 즐기는 사람이 있을 때 주변의 자연은 어느덧 정원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자연 정원에서는 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떼, 물 위에 비치는 붉은 단풍과 원산, 송림, 죽림은 물론이고 떠다니는 구름, 공산에 걸린 달, 그리고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솔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모든 것이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감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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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경물, 수목 등의 구성 요소들은 조성 당시 사람들의 사유를 통해서 형성된 사상과 관념의 매개체로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옛 정원의 진면목을 바로 알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우선 정원의 구성 요소를 각별하게 살피고, 그 하나하나가 지닌 의미와 관련된 배후 사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정원을 말할 때, 서양 정원의 인공미와 비교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자연적인 공간이라고들 한다. 대칭과 직선을 사용하고 인공적인 조형을 하는 서양의 건축과 달리 자연물을 있는 그대로 배치하고 자연 경관과 잘 조화되도록 건축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기는 하겠지만, 자연을 그대로 두기만 한다면 건축이 될 수 없다. 정원은 엄연히 인간의 손이 의도하여 만든 건축 양식이다. 아무 조형물이 없는 계곡과 그 계곡에 정자를 짓고 주변에 돌을 쌓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맺어가고자 하는가 사유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의미에서는 동양의 건축이 훨씬 더 관념적이고 인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쌓아 놓은 돌무더기, 나무 한 그루의 위치조차도 숨겨진 상징이 되고 의미가 되는 공간이 어떻게 자연적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일본의 정원이 자연을 축소하고 의미를 집약한 극단적 형태라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북아시아의 사유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불교, 유교, 도교의 상징적인 매개체에 대해 알아야 정원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정원의 대다수가 조선 시대의 것이고, 정원이란 지배계층의 문화이므로 조선시대 선비의 이상향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늘 생각하지만, 조선의 선비는 이율배반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입신양명을 꿈꾸며 정계에서 성공하여 큰 일을 해보겠다는 야망이 있는가 하면, 세상이 더러우면 차라리 자연 속에 숨어서 안빈낙도를 즐긴다는 것이 그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펼치려는 큰 뜻이 있지만 더러운 세상과는 섞이지 않겠다는 고고한 선비의 기상이 되겠지만, 삐딱하게 보자면 유리할 때 출세하고 실패하면 깨끗한 척 숨어서 불의를 외면하는 비겁한 자의 위선 같기도 하다. 정원에는 이런 선비의 이율배반적인 이상이 숨어 있어서 재미있는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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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원.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다.
글 뿐만 아니라 사진만 보아도 일단 마음이 흐뭇해지는... 잠시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별세계로 잡아 끄는 책.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야 누구나 있겠지만,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나는 항상 주변에 절이나 무슨무슨 정(亭)이라는 정자가 있는 곳을 먼저 찜하게 된다. 전생에 무슨 양반집 규수였던 것 마냥, 그런 곳에 가면 내 집인 듯하고 한없이 눈길을 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기둥에 볼을 대고 그리운 님 기다리는 아씨처럼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도 보고 싶고, 한지를 바른 창에 어린 그림자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려보고도 싶고, 돌담에 새겨진 꽃무늬도 구경하고 싶고, 사방으로 트인 정자 안에서 느껴지는 바람도 다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는 정자 투어라도 떠날까 생각 중에 있다. 내가 가 본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이 책에도 실려 있어서 기쁘기 한정 없는 마음으로 그 페이지를 우선 펼쳐 보았다. 담양의 소쇄원과 농월정, 독락당이 그 곳이다.
얼마 전 읽었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농월정의 너른 너럭바위가 소개되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너럭바위에 계곡물이 흘러 패인 자국에다가 막걸리를 쏟아 붓고 계절을 알려주는 나뭇잎을 띄워가며 허허롭게 마시며 즐겼다던가... 그야말로 풍류를 즐겼다는 것 아니겠는가. 내 마음 속에만 담아왔던 그 곳의 기억이 책을 쓴 저자의 기억과 상통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어찌나 마음 설레던지. 어김 없이 이 책에서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했다. 한국의 정원. 그 밑에 선비가 거닐던 세계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그렇다. 우리 전통 정원은 작가가 말하듯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선비들의 정신세계가 상징적으로 구현된 공간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그 정원 안에서 한국적 자연관과 생활철학을 끄집어내는 작업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의 미의식 속에 자리 잡은 의미와 상징성. 우리네 전통 정원 속에 내재된 배후 사상으로 작가는 유교사상, 성리학적 요소, 도가사상, 신선사상, 풍수사상 등을 들고 그것이 상징적으로 재현된 것들을 찾아내어 보여준다.연못과 연꽃, 삼신산, 무산십이봉, 바위와 괴석, 지주중류석과 백세청풍, 두꺼비와 토끼 조각상, 잉어 조각상, 은행나무, 소나무·대나무· 매화 등등... 그리고 옛 건물에 가면 걸려 있는 한자로 된 편액이나 암각서 등에 적힌 글자들을 주루룩 모아 나름의 해석을 붙이고 있는데, 그것이 또한 이 책의 가치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세심, 탁영·창랑·탁사, 천연, 후조, 광풍·제월, 망양, 완락, 화양 등등...어디 가서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겠는가? 아~~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전통 정원을 제대로 보기 위한 준비 운동에 지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나오는 별서정원들-소쇄원, 다산초당, 윤증고택 정원들과 향원-무산십이봉 정원, 선교장 정원, 명옥헌 정원, 광한루원들, 왕실정원, 그리고 끝없이 펼쳐는 산수·임천정원-농월정, 암서재, 죽서루, 초간정, 의상대, 거연정, 독락당 등...
정원과 정자들의 끝없는 향연이 이어진다. 나는 선비가 거닐던 그 세계에서 한동안 빠져 나올 수 없었다.
간략한 영문판도 실려있다. 외국인에게 선물해도 좋을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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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정원을 다니다보면 왜 중국, 일본, 한국의 정원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이런 제목의 책이 있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어쩌면 저자 이름에서 착각을 일으켜 구입했는지도 모른다. 혹시 조선시대 허균이 지은 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번에 안동의 병산서원을 가보았는데 배롱나무(목백일홍)가 많았다. 허난설헌의 생가(사실은 생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에도 오래된 배롱나무가 많았다. 물론 절에도 많이 있다. 왜 배롱나무가 이런 곳에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이 그 답을 주었다. 담양 명옥헌의 여름 사진(21쪽)에 나타난 배롱나무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나는 배롱나무의 꽃을 여름 꽃의 황제라고 생각하며 나의 조그만 정원에서도 그 중앙지점에 있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백일홍 꽃이 일시에 피어나 마치 도연명이 말한 무릉도원경을 연상케 한다. 무릉도원은 원래 복숭아나무와 관련이 있지만, 선경은 복숭아나무뿐만 아니라 배롱나무와도 관계가 있다. 배롱나무의 본디 이름은 자미목紫薇木인데, 자미라는 것은 도교 선계의 하나인 자미탄紫薇灘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미목이 울창한 명옥헌 정원은 도교의 선계요 이상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192쪽).
전통 정원을 누가 조성했는지에 따라 궁원과 민간정원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조성 동기나 성격에 따라 나누면 별서정원, 임천정원, 향원 등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정원은 유학사상과 도가사상 그리고 신선사상과 풍류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현존하는 별서정원들은 그 주인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이거나 유배생활 중에 조성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과 담양 소쇄원을 들고 있다.
경복궁 경회루와 향원정 연지에 연꽃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문민정부 시절에 뿌리째 뽑혀 나갔다고 한다. 이 좀 무식한 일이 아닌가. 연꽃을 불교를 상징한다고 하는 특정 종교인의 무지에서 나온 오해기 이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64쪽).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때가 묻지 않는 연꽃처럼 인간의 본성은 원래 맑고 깨끗한 것이며, 선비들에게 있어서 연꽃은 곧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군자의 모습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정원 속에 방지원도형 연못을 조성하고 거기에 연꽃을 즐겨 심었던 것이다.
우리의 전통 정원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희구와 정신세계를 상징적 수법으로 구현한 또 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이다. 인생과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그 안에 있다(표지에서). 이 책에는 2부에서 전통 정원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소쇄원, 부용동 정원, 다산초당 같은 별서정원을 비롯하여 향원, 왕실정원, 산수ㆍ임천정원으로 나누어서 많은 사진과 함께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인간의 삶인 것처럼 많이 알고 다가가는 좋은 안내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