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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 - 악성의 소리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그러나 동양적 의미를 가져다 붙인 대극의 합일이란 평가는 좀 지나친 구석이 있다. 베토벤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나, ‘환희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교향곡 9번, 그리고 유명한 비창이나, 열정 소나타 등은 누구에게라도 상당히 익숙한 곡들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어 강마에(마에스트로 강, 김명민 분) 어록집을 만들게 했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는 기억을 하겠죠. 결국 베토벤의 이름을 들어본 것이구요. 이 드라마에서 강마에라는 인물 속에 비춰지는 베토벤의 모습은 최고의 소리 그리고 음악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참는 영웅의 모습입니다. 자신의 길을 위해서라면 세상의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심지어 사랑 마저 부정하면서 자신과의 타협 마저 부정하는 듯한 강마에의 모습은 이런 영웅적인 지휘자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가 비록 베토벤을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제목에 내세운 이름값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 베토벤을 잘 모릅니다. 최근에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 베토벤의 이름이 뜨기 시작했고, 또 드라마 및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또 다른 작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간간히 베토벤의 작품을 극히 일부나마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이 영상물들에서 들었던 베토벤 음악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정말 중요한 계기는 2006년의 ‘카핑 베토벤’이었습니다. 아마도 현악 4 중주 15번일 것입니다. 말년의 베토벤이 작곡한 불협화음들로 가득 찬 어딘가 현대음악스럽기 까지 한 음악. 급히 마차를 달려 죽어가는 베토벤에게 가는 베토벤의 여제자. 급한 마음과 착잡한 마음으로 무거운 화면의 분위기에 맞물려, 베토벤의 말년에 작곡된 곡들 중 하나가 연주됩니다. 마치 말을 뛰는 듯한 바이올린의 경쾌하지만, 어딘가 암울함이 느껴지는 주제선율을 따라 다른 현악기들이 하나 둘 들어와 미친 듯한 푸가를 이룹니다. 그 느낌.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 아 베토벤의 음악이 내가 흔히 들었던 정해진 음악들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바흐와 바로크 음악만을 끼고 살았던 탓에,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던 것이죠. 전반적으로 베토벤의 음악들과 생애, 서신들, 생존 당시에 베토벤의 생각이나 그가 살아가야 했던 시대상황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이 책은 나름 베토벤 음악의 안내서로 좋은 역할을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베토벤의 음악을 1기: 모방, 2기: 외향화, 3기: 내향화의 각 시기로 나누어 베토벤의 삶을 조망하고, 각각의 시기에 따라 작곡된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현악 4 중주 등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살았던 시대는 유럽의 지배질서가 재편되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베토벤의 시대는 왕과 귀족의 시대가 끝나고 민주정과 공화정이 도래하여 부르주아지 계급이 정치에 들어서려는 때였습니다. 음악의 소비자 계층 역시 바뀌고 있었습니다. 바로크 시대 음악은 귀족의 것이었고, 모짜르트가 살아있던 당시만 해도 서민들이 듣던 음악은 희극적 기악들로 저속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를 거쳐, 혁명의 전조가 유럽을 뒤덮고, 음악은 중산층 대중을 위한 것이 되고 있었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적 시도는 이런 시기의 요구를 수용해 새로운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특히 대중과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에 대한 갈망을 드러냅니다. 그런 과정에서 베토벤은 나폴레옹에 대한 실망으로 좌절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삶에서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 다른 사람에게서 영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영웅이 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어쩌면 베토벤을 들을 때마다 들었던 그 어색한 무거움과 생각이 너무 많은 듯한 느낌은 그의 삶의 경로와 개인적인 완벽주의에서 오는 것이었겠죠. 아쉬웠던 점 몇가지가 있었는데… 먼저,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오는 음악들을 하나씩 들을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야 말로 무식의 소치를 드러내는 것인데, 스스로 얼마나 베토벤에 대해서 몰랐던가를 자책하게 된다고 할까요… 두번째, 저자의 직업이 정신과 의사이기도 하고 해서, 나름 베토벤의 신경증적 병력 등에 대한 분석과 그 분석에 입각한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견해를 제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모자라더군요. 베토벤을 다뤄놓은 이전의 영화들 (1994년의 불멸의 연인, 2006년의 카핑 베토벤) 에서는 베토벤에게서 일정 이상의 불안정한 모습들, 때에 따라서는 신경증적으로도 비췰 수 있는 모습들을 그려냅니다. 물론 이런 모습들이 감독들의 일정한 재량에 맡겨진 베토벤 해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이 적어도 어떤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이에 대한 신경정신과 의사로서의 저자의 견해가 상당히 궁금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궁금증을 충족 시키기에는 좀 약했던 것 같네요. 세번째, 베토벤의 음악에서 어떤 통합에 너무 치우쳐 강조점을 두다 보니 지나치게 동양사상적 방점을 강조해서 찍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베토벤의 노트 어디를 살펴도 동양사상에 대한 특히 노자, 장자의 저술을 대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인도의 사상에 대해서는 읽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책의 저자가 그런 내용을 제시하고 있더군요. P204의 1810년 메모라는 부분이 그에 관한 부분입니다만 이 조차도 베토벤의 유대-기독교적 신론 또는 백보 양보하더라도 최소 스피노자적인 범재신론적 신관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방향으로 몰아가는 방향을 책을 쓰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도 하게 되는군요. 베토벤 전기나 평전 같은 것이 있다면 나름 비교를 해 보는 독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필요한 부분만 찾아 보고 베토벤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만을 잡는데 효용이 있었다라는 평가가 최선일 것입니다.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랄까, 또는 저자가 좀 지나쳤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쩌면 베토벤 자신과 비슷한 느낌도 있군요. 베토벤에 대한 영화나 또 베토벤 자신이 작곡한 음악에서 받는 느낌은 언제나 ‘어깨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좀 지나치다’, 이런 느낌이었으니까요. 인상을 펴고, 어깨에서 들어간 힘을 빼는 베토벤을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칠까요?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베토벤을 베토벤으로 만든 것은 대부분이 그의 개인적 질병과 불운이었을 테니. 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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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수철교수는 서울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6년부터는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처음 발표한 글이 <베토벤의 생애와 음악-발달학적 측면>이었고 그 후에는 각론으로 <베토벤의 아홉 교향곡들-발달학적 측면>과 그 이듬해에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곡-인격적 발달과 음악적 표현과의 관계>를 발표하였다 이후『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2002)와 이 책에서도 피아노 소나타, 교향곡, 후기 현악4중주곡을 중심으로 베토벤의 음악과 음악적 사상의 발달과정을 살펴보고, 베토벤의 음악이 인간의 삶, 불멸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한다. 베토벤의 저서는 가리지 않고 구해봤고, 그가 살던곳 그의 무덤, 기념관 등 베토벤의 발길이 닿았던 곳은 빠짐없이 찾아 다녔다.이러한 베토벤에 대한 열정은 일간지에 '베토벤 이야기'를 연재하는가 하면 '베토벤협회 학술이사까지 밑고 있는 자타공인 최고의 베토벤전문가이다.
베토벤은 피아노의 달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였기 때문에 피아노 곡을 작곡하는데 아주 유리한 입장에 있는 작곡가였다. 그는 일생동안 피아노 곡을 작곡하였으며 피아노 음악은 베토벤 음악의 기틀을 이루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베토벤 음악의 발달단계를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제 1기는 선배 음악가들 주로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영향을 받는 시기로서 “모방의 시기(1792-1802)”라고 불리는 시기이다. 제 2기는 베토벤 자신의 음악세계가 펼쳐지는 시기로 자신의 감정을 능동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외향화 시기(Period of Externalization, 1802-1815)"라고 불린다. 제3기는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이 실천되는 시기로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주된 표현방법이라는 의미에서 “내향화 시기(Period of Internalization, 1815-1827)"라고 불리는데, ”초월의 시기 또는 완성의 시기“라고도 불린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의 핵심사상은 '대극의 합일'이며 성악과 기악의 통합, 강함과 부드러움의 통합, 투쟁과 평화의 통합, 인간과 자연의 통합, 조화로움과 부조화로움의 통합, 성과 속의 통합, 전통과 개혁의 통합,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의 통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새롭게 베토벤의 음악을 해석했다. "베토벤 작품의 발달과정과 의미를 분석해 본 결과 그의 음악사상의 핵심은 극과극이 하나가 된다는 '大極의 合一'사상이라고 주장한다. 대극의 합일이라는 모든 일상생활과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는 또한 도를 통해 세상 만물이 하나가 된다는 노자의 得一사상과 무한한 거리에서 가까이 보는 상대적 차별성은 없어지고 보편타당성이 성립된다는 장자의 萬物濟同 사상 등 동양사상과 베토벤이 밀점한 관련을 맺는다고 설명함으로써 베토벤의 음악적 사상과 노자·장자의 사상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고 이러한 사상이 우리 삶에 주는 교훈을 이끌어내고 있다. 베토벤은 자신의 삶이나 음악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궁극적인 과제를 합일시킴으로써 “영원한 삶”을 얻고 있다는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음악과 책을 통해서만 베토벤을 대하다가 비엔나 방문에서 무덤, 에로이카 하우스, 파스쿠알라티 기념관, 하일리겐슈타트의 기념관 등의 방문은 베토벤의 혼과의 만남으로 감동을 넘어선 한 충격이었다.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 머리말 중에서>
베토벤에 대한 전문가다운 식견으로 그의 음악을 재해석해낸 저자의 베토벤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베토벤에 대한 관심은 음악에서 삶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사람의 예술가에게 마음을 빼앗겨 4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한인물에 대한 탐구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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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로 기억되는 베토벤과의 첫 만남은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어린 나에게도 뭔가 심오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느낌으로 생생하다. 그 때 들었던 영웅교향곡은 지금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교향곡이 되었다. 요사이 클래식에 빠져들면서 여러 음악가의 작품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베토벤의 음악엔 인간의 마음과 감정 이상의 그 무엇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틈나는 대로 베토벤에 대한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현직 의사가 쓴 책으로 지은이는 이미 클래식과 베토벤에 관해 여러 책과 논문을 내었을 만큼 베토벤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은이의 전공인 신경정신학적인 분석이 담겨 있어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책은 베토벤의 생애와 음악에 대해 기술한 후 베토벤이 평생 지속적으로 작곡했던 피아노 소나타, 교향곡, 현악4중주(특히 후기 현악4중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베토벤의 평생의 주제였던 영웅에 대한 탐구정신과 베토벤의 핵심적인 사상이 大極의 合一 사상이었음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동양사상과 맞닿아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이러한 지은이의 주장이 약간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본다면 그래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베토벤의 생애]와 이 책을 연달아 읽으며 더욱 확신이 드는 것은 베토벤의 음악이 어딘지 모르게 심오하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음악, 신의 소리에 가까운 음악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평생토록 폭넓은 인문적 지식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끊임없이 인류보편적 가치를 위해 정진했다는 것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삶 자체가 그의 음악에 온전히 반영되어 그의 마음을 담아내는 것을 뛰어넘어 철학과 깊은 인간 내면의 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에서 그의 위대함과 천재성에 감탄하게 된다. 과연 여타의 음악가보다 몇 단계 높은 음악의 聖人으로 추앙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베토벤의 음악에 조금씩 빠져들어 그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이 책은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비숫한 내용과 문구가 앞뒤에 몇 차례 반복되는 옥의 티가 있긴 하지만 많은 시간동안 자료를 모으고 정성스럽게 쓴 흔적들이 책 곳곳에 보인다. 베토벤을 정말로 사랑하는 지은이의 마음이 읽혀지는 그런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