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의 남주는 여러 유형이 있지요. 카리스마 만땅이나 왕무뚝뚝은 제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유형 되겠습니다. 또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뭐 이런 쪽도 썩 내키지 않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요. 뭐든지 다 쓰기 나름 아니겠어요? 반면, 왕다정다감 혹은 건들건들 유들유들이 제가 선호하는 남주 타입이지요. 특히 유들유들 쪽은 큰 감동은 없더라도 즐기며 읽기에 딱 좋은, 유쾌한 남주가 대부분입니다. 이 책의 남주도 그런 유형이죠. 남주 잭이 여주 놀려먹기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하니 이 책의 분위기를 아시겠지요? 더군다나 여주가 남부의 예절 바른 (척 하는?) 숙녀일 때는요. 그래서 이 책의 톡톡 튀는 대사가 나오게 된 것이겠지요. 하여간 전반부는 계속 키득거리며 읽었어요. 잭이 데이지를 놀리고 데이지가 발끈할 때마다 전 너무 즐거웠답니다. 여주 데이지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무지한 것으로 나올 때는 좀 거슬리기도 했지만 마스카라 때문에 눈꺼풀이 붙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나 아이쇄도우를 너무 진하게 발라 클레오파트라로 변신하는 모습은 귀여웠어요. 사건 쪽에서 한가지 맘에 쏙 들었던 건 목숨이 위험해진 데이지가 바보같이 구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지요.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멍청함이 없는 여주라 너무 기뻤어요. 하긴 해결하겠다고 나서서 잘 해결하는 게 더 좋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요.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는데 이쪽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괜히 어줍잖게 추리랍시고 시도하는 것보다 이런 식의 긴장감을 적당히 즐기는 것도 말이죠. 더군다나 사건은 아주 심각한데 자세한 장면들이 안 나와 더 말랑말랑한 느낌이 들어요. (미치광이 살인마가 안 나와 더 좋았어요. 전 미치광이의 연쇄 살인을 엄청 싫어하거든요.)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서 몇 페이지 읽다가 내려놓고 나중에 새로 들어도 아 내용이 어떻게 되었더라 하며 헤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