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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일종의 잔혹동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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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의 동화 같은. 근대 이전, 문명 이전의. 잔혹 내지는 괴기가 가지는 미학. 그런 것들이 세상과 인간에서 분리되기 이전. 혹은 빅피쉬처럼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 어떤 측면에서는 마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같기도 하다. 특히 ‘초보자를 위한 마법’ 같은 경우. 잔뜩 기대하고 읽은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이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도 사람처럼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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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의 동화 같은. 근대 이전, 문명 이전의. 잔혹 내지는 괴기가 가지는 미학. 그런 것들이 세상과 인간에서 분리되기 이전. 혹은 빅피쉬처럼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 어떤 측면에서는 마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같기도 하다. 특히 ‘초보자를 위한 마법’ 같은 경우.

잔뜩 기대하고 읽은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이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도 사람처럼 어느 정도는 큰 기대 없이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은 기대를 했는데 거기에도 부합하지 못하면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아, 이럴 땐 어떡해야 하나요?’ 이 책은 어찌 보면 실패한 작품인데, 그게 작가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더 속상하다. 편집자에 교정자에 책임편집자까지 따로 있는 책이 어쩌면 이런지… 안타까울 지경. 번역도 어색하고 심지어 오탈자도 ‘너무’ 많다. 한 두 개 정도라면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할텐데(문학과지성사를 높이 사고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그 출판사의 책 중에는 오탈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건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도 직결된다고 생각하고),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오죽하면 읽다 말고 일부러 책 뒷장을 펴서 편집자 이름까지 살펴봤을까. 작품에 잘 맞을 좋은 번역자를 선택하는 것도 편집자나 출판사의 역량 중 하나가 아닐까. 번역이 매우 지난한 작업이라는 걸 알기에 번역가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번역은 매우 신중히, 그리고 언어적 감각과 역량이 있는 ‘전문’ 번역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집 같은 경우는… 많이 아쉽다. 적어도 표지나 책의 디자인에 들인 공의 반의 반만큼만 번역에 신경을 썼더라면 썩 멋진 소설집이 만들어졌을 텐데 말이다.

참고로 이 책의 원서는 http://smallbeerpress.com/books/2005/07/01/magic-for-beginners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고양이 가죽

페로의 동화같은. 잔인하고 괴기스런, 그렇지만 ‘동화’.

잠에서 깨어난 마녀의 복수는 기지개를 켠 다음 상어 피부 같은 혓바닥으로 스몰을 핥았다. 그녀는 자신의 털을 빗겨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작은 덩어리 하나를 물로 나왔다. 흐물흐물하고 뼈가 없는, 새끼 고양이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양이 가죽이었다. 스몰의 눈에는 그 안에 고양이라 할 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마녀의 복수는 그 가죽을 그의 무릎 위에 내려 놓았다.

 

그가 가죽을 들어 올리자, 흐느적거리는 얇은 가죽 안에서 반짝이는 물건이 툭 떨어졌다. 기름기가 흐르는 금빛 조각이었다. 마녀의 복수는 수십 개의 고양이 가죽을 내왔고, 거기에는 모두 금 조각이 들어 있었다. 스몰이 금화를 세는 동안 마녀의 복수는 자기 발톱을 하나 뽑아 마녀의 빗에 붙어 있던 긴 머리카락을 뜯어냈다. 그러고는 풀밭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재단사처럼 무수한 고양이 가죽을 엮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p. 27)


요정 핸드백

빅 피쉬처럼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그렇지만 ‘동화.’

요정 핸드백은 커다랬고, 검정색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눈을 감고 만져봐도 그 핸드백에서는 검정색이 느껴진다. 만질 때뿐 아니라 가방 안에 손을 넣어 봐도, 거기에선 마치 타르나 시커먼 갯벌에 손을 담글 때처럼, 아니면 한밤중에 불을 켜려고 어둠 속에 손을 뻗었을 때처럼 검정색이 느껴진다. 어찌 하든 간에 검정색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 안에는 요정들이 살고 있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p. 60)

 

멋진 이혼

알고 보면 죽은 사람도 산 사람들과 함께 산다. ‘사랑과 영혼’처럼 영매를 매개로 함께 하는, 심지어 아이까지 셋이나 낳은 두 남녀 이야기.

 

죽은 사람은 산 사람보다 더 과거를 돌이켜볼 줄 모른다. (p. 116)


호르트락

‘호르트락(Hortlak)’은 터키어로 ‘유령’이라는 뜻이란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면 비로소 모든 게 다 이해가 되는.

에릭은 밤, 바투는 낮, 그리고 찰리라는 여자는 달이었다. (p. 121)

 

대포

질문: 이 여자들은 누구죠?

대답: 형수들이에요. 형이 발사된 후 가장 어린 두 형수가 형이 있던 대포 안으로 들어갔어요. 형의 소지품을 비롯해서 책, 골프채, 편지, 형이 모은 레코드, 세면용품, 신분증 따위가 든 배낭을 메고서요. 형수들도 형처럼 대포로 쏘아 올려지겠지만, 형이 날아간 쪽으로 가지는 못할 거예요. 남자와 여자는 같은 곳으로 날아가지 않거든요. (p. 170)

 

돌로 만든 동물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658, 우연히』에서 『샤이닝』을 언급한 부분이 있어서 그 작품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작품이 『샤이닝』을 닮았다고 해서 가장 먼저 읽었다. 음… 안정된 것 같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중산층의 삶은 불길하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작품. 『샤이닝』을 안 읽어봐서 닮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토끼들이 또 잔디밭에 나와 있어.” 캐서린이 말했다. “적어도 오륙십 마리는 돼 보여.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틸리가 자꾸 밖에 나가서 토끼들과 놀려고 해. 하지만 틸리가 나가면 토끼들은 비치 볼 공처럼 일제히 사방으로 달아나. 안 그래도 오늘 잔디 전문가와 상담했어. 그 사람 말이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대. 리즈도 그러더라. 토끼들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대. 토끼들이 자꾸 땅을 파헤치면 자칫하면 마당이 토끼 굴 천지가 될 수도 있고, 그러면 심각한 문제래. 우리가 하수구 구멍 위에서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나. (후략)” (p. 208)

 

초보자를 위한 마법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가 마법처럼 섞인. 라스베가스로 엄마와 여행하는 아이의 이야기.

엄마가 말했다. “정말이지 이 말만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엄만 그냥 아빠한테 화가 났을 뿐이야. 우리는 결혼한 지 십칠 년 됐어. 내가 아빠를 만난 건 지금의 너보다 겨우 네 살 더 많은 열아홉 살 때였어. 아빠는 겨우 스무 살이었지. 우린 애들이었어. 상상할 수 있겠니? 엄만 노래하는 변기나 도둑질, 소파 같은 건 참을 수 있어. 아빠가 돈에 인색하게 구는 것도 참을 수 있어. 하지만 아빠가 너를 죽이다니. 아빠는 너를 자기 책에 끌어들였고, 너를 죽였어. 아빠 자신도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 스스로 부끄러워했어. 아빠는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더구나. 그래서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pp. 294-295)

 

“빌어먹을 그 그림 때문에. 그건 아빠가 나한테 처음으로 해준 비싼 선물이었어. 하지만 건강보험료 내고 지붕도 고치고 먹을 것도 사야 했는데, 아빠는 그깟 그림을 사느라 많은 돈을 써버렸지. 그래서 엄만 몹시 화가 났고 집을 나왔어. 엄만 그 그림을 가지고 호텔로 가서 며칠 동안이나 그곳에 그걸 두었지. 처음에는 그림을 팔아버릴 작정이었는데 그만 그림에 빠져들고 만 거야.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고 아빠에게 집 나갔던 일을 사과했어. 그 후 엄만 너를 임신하게 되었단다. 엄만 배가 고팠고, 그럴 때면 누군가 그림 속 여자가 들고 있는 것 같은 예쁜 사과를 주는 꿈을 꾸곤 했지. 아빠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아빠는, 그 여자를 믿지 못하겠대. 그 여자가 속임수를 쓰려고 사과를 내밀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그 여자가 주는 사과를 받으려고 다가가면 칼을 가지고 찌를 거라나, 그런 식으로 말했어. 아빠는 그 여자가 냉혹한 노파니까 여행하는 동안 우리를 돌봐줄 거라고 생각한 거야.” (pp. 309-310)

 

* 이하는 비문 및 오탈자.

1. 이제 그녀 스스로 그들을 처지하지 않는다면 남을 시켜서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p. 54)  à 문맥상 ‘처치’가 맞을 듯하다.

2. 자신을 위한 저녁식사를 준비하달라는 군요.” (p. 111) à 준비해달라는 군요.

 

3. 만일 에티켓 책에, 빈민굴에서 가서 인간의 똥을 집어 들며 색깔과 크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교양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적혀 있으면 그 시대 사람들이 자주 그런 짓을 했기 때문에 금기시했던 거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p. 116) à ‘-서’를 빼야 의미가 닿는다.

 

4. 왜 그녀가 여기서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p. 163) à 왜 그녀가 여기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지, ~

 

5. 여자가 지갑을 꺼내려 하면 바투는 돈은 필요 없다고 설명할 것이다. 그건 솔직히 장사꾼으로써 할 일은 아니었다. (p. 164) à 굳이 안 설명해도 알 거다. 뭐가 잘못됐는지.

 

6. 질문: 대포에서 처음 발사된 사람이 누구라고요? 남자에요, 여자에요? (p. 178)à 기본적으로 ‘대포’라는 작품엔 ‘-에요’와 ‘-예요’를 잘못 표기한 경우가 너무 많다. 다시 한 번 쭉 읽고 표기법게 맞게 수정하는 게 좋겠다.

 

7. 하지만 틸리가 나가면 토끼들은 비치 볼 공처럼 일제히 사방으로 달아나. (p. 208) à 역전앞과 같은 표현. 볼이든 공이든 둘 중 하나는 빼야 한다.

 

8. 캐서린은 색깔에 관한 꿈을 꾼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방금 칠한 응접실의 페인트 색깔과 비슷하다. ‘벨베틴 페이드’라는 흐릿하고 바랜 색깔이다. 자신이 가르쳤던 두 명의 대학원생과 조교, 교수 두 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으며, 다방면에서 캐서린의 삶을 망가뜨렸지만 자신의 결혼생활을 구해주기도 했던 레너드 펠터는 고급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만들고 있다. 복숭아 빛깔이 감도는 피치 누키. 입 밖으로 내뱉을 때면 고약한 맛이 나는 구정물 빛깔을 띤 ‘크로커다일’도 있다. 딸의 선택을 언제나 실망스러워햇던 캐서린의 어머니는 아름답고 풍부하고 깊은 느낌을 주는 초콜릿색이다. 전에는 왜 몰랐을까? 아, 너무 늦었다. 너무 늦었어. 그녀는 울고만 싶다. (pp. 214-215) à 빨간색으로 체크한 부분 원문 확인 후 다시 번역해야 할 듯. 도대체 저게 문장일까요?  

 

9. 틸리는 영역에 반으로 나눴다. (p. 218)

 

10.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바보처럼 램탑을 하나씩 들고 밖에 나가서 있었어. (p. 249) à 랩탑

 

11. 탈리스에 이어 엘리자베스가 도착했다. 탈리스가 고스족이 아니 데 반해 엘리자베스는 발레리나 고스족이다. (p. 266)

 

12. 특히 실물 크기의 조지 워싱턴 동산이 이를 갈자 뾰족한 금속 어금니에서 불꽃이 튀었고,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장면이 나오자 모두들 꿈에 볼까 두렵다, 대단하다며 입을 모았다. (p. 268) à 동상 내지는 다른 문장에서처럼 조각상이라고 해야 할 듯.

 

13. 서점에서 판매하는 고든 스프랭글 마르스의 소설에 작가 서명을 해주고, 그 대가로 그가 채을 훔치더라도 묵인해주기로 말이다. (p. 286) à 스트랭글.

 

14. 제러미의 엄마는 공포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녀는 유령소설이라든가 불가사의한 현상이나 극도의 기술적인 설명 필요한 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다. (p. 289)

 

15. 테니스 선수들은 공을 사랑하면서도 이쪽저쪽으로 쳐서 넘기고 주고받기도 하며 스매싱도 하고 낮고 느리게 치지도 한다. (p. 297)

 

16. 본인은 절대 모르기를 바라지만 어째든 에이미에겐 심령 능력이 있었다. 제러미도 자신의 잠재 능력도 시험해보건대, 지금 거실 밖에서 서성대며 이런 대화를 엿듣고 심지어 종이에 적기까지 하고 있는 아빠를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작가들이 제 머리에서 나와서 쓰는 글이 얼마나 될까? (p. 316)

 

17. 엄마는 소년에게 정말로 폭스가 죽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소년은 그렇게 않다고 대답한다. (p. 332) à 그렇지 않다고

 

18. 그러기는커녕 켈리 링크가 마련한 희귀한 환상여행에 동참하게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p. 341) à 이건 권말의 인터뷰 중. 원문을 안 봐서 알 수 없지만, 단순히 한글 문법만으로 보더라도 동참할 수 있었다는, 정도로 번역해야 할 듯.

 



c*****g 2012.05.04. 신고 공감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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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 리얼리즘 환상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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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을 좋아하지만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 중에서 환상 문학, 즉 환타지 장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 내가 그다지 상상력이 풍부한 인간이 못되는 까닭에 무심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스릴러 작가라고 하더라도 스티븐 킹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공포, 스릴러는 질색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적인 작가다.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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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을 좋아하지만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 중에서 환상 문학, 즉 환타지 장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 내가 그다지 상상력이 풍부한 인간이 못되는 까닭에 무심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스릴러 작가라고 하더라도 스티븐 킹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공포, 스릴러는 질색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적인 작가다. 읽는 내내 그만 읽을까를 고민했지만 휴고상, 네블러상을 수상한 작품은 봐야겠기에 다 읽고 말았다.


<고양이 가죽>은 한마디로 잔혹 동화다. 마법사에게 살해당하면서 복수를 위해 자신이 유괴하거나 사온 아이 셋 중 가장 예뻐한 아이에게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히고 고양이로 나타나서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세히 읽다보면 그 안에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다. 자신들이 유괴된 아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 친부모를 찾아갔을 때 그들은 이미 늙어 자신들을 부유하게 먹여 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다시 팔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작품이 환상적이고 무섭지만 그 안에 현실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도 그만큼 환상적이며 공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요정 핸드백>은 진정한 환타지를 구현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핸드백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는 이야기는 진짜 어느 중앙아시아에서 전해 내려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전설적인 면이 있다. 그것이 현대와 결합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핸드백은 사라져 꼭 찾아야만 하는 모험을 남겨두지만 어쩌면 시간 여행이라는 SF적인 측면도 이런 요정 핸드백 속을 드나드는 것과 같고, 우주라는 것도 할머니의 뭐가 들어 있을지 모를 핸드백처럼 어둡고 찾아 나서야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이혼>은 발상부터가 환타지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결혼할 수 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잘 살게 되지만 그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이혼을 원하게도 된다.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말이 안 통하는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결합과 같을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결합이라는 측면만 빼면 인간의 결혼 생활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호르트락>은 인간과 좀비를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가게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 편의점은 인간이 운영하는 곳이야? 좀비가 운영하는 곳이야? 정체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물건만 팔 수 있다면, 그리고 꼭 돈으로 값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이런 가게가 꼭 어디엔가 있을 것도 같다. 인적 드문 곳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편의점이라면 혹 이런 가게는 아닐지 의심해 보시길. 그렇다고 우리가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인간이든 아니든 물건은 파니까.


<대포>는 대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혼까지 한 남자와 그럼에도 대포만 남아 그 임무에 오늘도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작품은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머라고 생각되는데 웃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대포 이야기에서 머리로 카펫을 짜고 모든 생활용품을 만든다는 나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갑자기 대포와 머리카락이 무슨 관계일까 생각하다가 대포에서 날아가다 보면 그런 이상한 나라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이승과 저승처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마치 회전문이 돌아가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 도달하게 만든다. 서로 통해 있지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해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갈망이 대포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돌로 만든 동물들>은 스티븐 킹의 <샤이닝>과 비교된다고 하는데 샤이닝을 읽어봤어야 비교를 하지. 교외로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가족 간의 일들과 그 집 마당에 사는 토끼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 전에 읽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 생각나는데 그 작품보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낫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와 일중독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다. 가정이 점차 붕괴되는 것이 마치 이사 때문인 것 같지만 이전부터 이어지던 것의 이어짐이 발화점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토기들은 그들의 소통 부재와 신뢰 부재가 낳은 산물이다. 그것들은 집 아래로 굴을 파서 가정을 붕괴시키는 존재로 등장한다. 의미심장한 상징인 것이다. 토끼들의 번식이 얼마나 빠르고 왕성한가 하는 점 또한 한번 쌓인 불만과 불안이 얼마나 빠르게 가정 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하게 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점이 바로 이 작품이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초보자를 위한 마법>은 현실을 사는 아이들이 별자리 대신 밤을 수놓은 광고판의 휘황찬란함에 더 길들여져 있고 그들의 환타지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완성됨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적 드라마를 보는 아이는 그 드라마로 꿈을 꾸고 그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함을 알게 된다. 그때 그의 작가 아버지는 자식이 죽는 책을 쓰고 그에 격분한 엄마는 아들과 함께 대고모의 유산을 보러 떠난다. 초보자, 즉 우리들을 위한 마법이란 이 정도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로 완성되고 드라마로 만족하는. 그런 마법이야 지금 이 시간에도 펼쳐지고 있다.


내가 제대로 작품을 읽고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작가의 글쓰기가 마음에 든다고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작가에게 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르헤스의 현실적 환상 문학과 비교하는 것은 뭣하지만 나름대로 라틴문학적 리얼리즘 환상 문학에서 벗어나 미국적 리얼리즘 환상 문학을 선보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카프카의 몽환적 알레고리와 커트 보네거트의 비틀린 풍자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다른 세계를 잘 보여줘서 자연스럽게 보게 만든 점은 인정한다. 그런 세계를 모두 다르게 그리고 있는 작가의 상상력도 높이 사고 싶다. 한마디로 ‘초보자를 위한’이 아닌 독자를 위한 마법이 담긴 작품들이었다.

d*****g 2008.01.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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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리만치 유쾌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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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출판사에서 요즘 팬덤스토리인가 하는 레이블로 나름 훌륭한 책들을 내주고 있다. 그래서 스윽 봤더니 '독특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라고 해놓고 무언가 훌륭한 작가들 이름을 죽 나열해놓고 이 작가 이름을 뒤에 붙여놓았길래, 아무리 책 팔아먹자는 상술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더라도 '루이스 캐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그대로 휙~월척이다~ 뭐 이런 상황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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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출판사에서 요즘 팬덤스토리인가 하는 레이블로 나름 훌륭한 책들을 내주고 있다. 그래서 스윽 봤더니 '독특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라고 해놓고 무언가 훌륭한 작가들 이름을 죽 나열해놓고 이 작가 이름을 뒤에 붙여놓았길래, 아무리 책 팔아먹자는 상술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더라도 '루이스 캐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그대로 휙~월척이다~ 뭐 이런 상황이 되어서.


이 책은 켈리 링크라는 처음 듣는(그리고 단편집만 2개 낸 신인(?)이란다)작가의 환상문학 단편집이다. 각각 단편들이 무언가 수상경력은 화려하더라. 빌려놓고도 웬지 낚인 느낌에-그리고 처음에는 별로 진도가 안 나가서- 휙 던져뒀다가 읽어야지~ 하고 잡는 순간 엄청난 가속이 붙는다.

 

그리고 다 읽은 후의 감상은, 아직까지 루이스 캐럴님에 비견되기에는 솔직히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꽤나 상큼하고 신선하고 근사하고 훌륭하고 엽기적이며 비틀어지고 제멋대로에 기괴하고 아름답고 발랄하다. (좀 수식어가 길었다)

처음 '고양이 가죽'부터 뭔가 살짝 포스가 느껴지더니

'요정핸드백'-이게 상은 제일 많이 탔던데, 난 이게 가장 재미없었다. 뭔가 시니컬함이 부족해서일까-에서 조금 포스가 떨어지다가 '멋진 이혼'에서는 영화 [유령신부]가 떠오르면서 무난무난해지더니,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감성적이면서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호르트락'에서 무언가 '오오오오!' 하는 생각이 들더니 

짧고, 알 수 없이 유쾌한 '대포'를 가볍게 지나면

이거 영화 찍으면 괜찮을 것 같은  평범한 가족의 괴기스러운 엔딩을 보여주는 '돌로 만든 동물들',

그리고 먼 옛날 '환상특급'에서 한 번 본 듯한 느낌의 , 익숙하면서도 몽환적인 이야기 '초보자를 위한 마법'까지.

뺄 것이 하나도 없구나~


(특히 '호르트락'만 봤을 때는 일반 이런 이야기의 재미에 내용의 깔끔함 등등 다른 칭찬도 더 해주고 싶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그런 것까지는 조금 덜 보여서 그냥 넘어간다. 그래도 앞으로 포스만 좀 더 키우면 대박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뭔가 이런 환상문학쪽에 어울리지 않는 과다하게 무미건조한 문체가 사람에 따라 거슬린다거나, 뭔가 몽환적인 이미지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게 오히려 책 전반에 깔려있는 시니컬함-이건 분명 작가 사고방식 자체가 그럴 거라고 주장해본다-에 뭔가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그래서 약간의 취향 차이가 있을 수도 있긴 하다.


그래도 최근 보기 힘든 훌륭하다 못해 좀 깬다 싶은 상상력이라든가 기괴하면서도 예쁜 느낌을 동시에 주면서 재밌기까지 한, 최근 발견한 꽤나 훌륭한 이야기책이다. 이 분의 데뷔소설도 번역중이라는데, 나오면 읽어줄 용의가 있다.  이런 좀 황당할 정도의 상상력을 자랑하는 발랄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 한 표 던지는 바이다.

c*****e 2008.10.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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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로 초대하는 9편의 이색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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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거미 전문 인기공포작가 아버지와 함께 사는 15살의 소년 제레미는, 매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바뀌고 심지어는 방송국 조차도 바뀌는 예측불가능하고 신출귀몰한 티비드라마 <도서관>의 광팬이다. 어느날 대고모로부터 라스베가스에 있는 결혼식장과 공중전화박스를 상속받게 된 제레미와 엄마는 유산이 있는 라스베가스를 목표로 대륙횡단 여행을 계획한다.  아무도 받아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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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거미 전문 인기공포작가 아버지와 함께 사는 15살의 소년 제레미는, 매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바뀌고 심지어는 방송국 조차도 바뀌는 예측불가능하고 신출귀몰한 티비드라마 <도서관>의 광팬이다. 어느날 대고모로부터 라스베가스에 있는 결혼식장과 공중전화박스를 상속받게 된 제레미와 엄마는 유산이 있는 라스베가스를 목표로 대륙횡단 여행을 계획한다. 
아무도 받아줄 사람없건만 유산으로 물려받은 자신의 공중전화에 몇번이고 전화를 걸어보곤 하던 제레미는 어느날밤 수화기에서 귀에 익숙한 목소리를 듣게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드라마 도서관의 주요 등장인물인 폭스.
드라마 안에서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려있던 그녀는 제레미에게 어떤 책 3권을 도서관에서 훔쳐오기를 부탁한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 존재하는 폭스가 도대체 어떻게?
제레미는 폭스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화박스를 찾아 여행길에 나선다.....
 
 
신천지로 초대하는 9편의 이색단편
 
시적이면서 상쾌한 정취가 남는 표제작 <초보자를 위한 마법>(세계환상문학상 수상) 
나라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핸드백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와 그 핸드백속으로 사라져버린 남자친구를 찾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판타지 <요정핸드백>(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수상) 
무언가에 홀린듯이 집을 사버리게 된 가족의 소동을 그린 <돌로만든 동물들>(미국최고의단편소설선정)
일찍이 아무도 발 들여놓은 적 없는 장소로 이끄는, 독특하고 기발한 감성으로 탄생한 다양한 장르의 9편의 소설이 담긴 이색단편집.
 
 
한마디로 말해서 굉장히 특이하다. 뭐가뭔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가도 어느새 이야기속으로 빨려들어가 있기도하고...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책. 위에 열거한 단편들 외에도 좀비가 사는곳과 사람사는 마을 사이에 개점한 편의점이라던지 죽어있는 아내와 결혼하여 태어난 3명의 죽어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남편이라던지 그 초현실적인 설정이 인상적이다. 신비하다고 해야할까 미지의... 라고 해야할까 이제껏 접해본 적 없는 소설이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불가사의하면서도 어쩐지 친숙한 느낌의 이야기들이다. 그 친숙함이란, 아직 어딘가에 남아있는 때묻지않은 순수함이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어서일까.
어쨌든 그 기발한 상상력은 진짜다.
p********a 2010.04.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초보자를 위한 마법] Magic for Beginners (2005)
"[초보자를 위한 마법] Magic for Beginners (2005)" 내용보기
2.5   328페이지, 23줄, 25자.   읽으려고 앞을 자세히 보니, 단편집이네요. 무려 일곱 편이 수록되었는데, 여섯은 상을 이것저것 받은 작품이랍니다. 전 단편집을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에, 힘이 쪽 빠지네요. 빌리기 전에 자세히 알아보고 빌렸어야 했는데.   [고양이 가죽](44페이지) [요정 핸드백](38) [멋진 이혼](25) [호르트락](48) [대포](13) [돌로 만든 동물들](76)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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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328페이지, 23줄, 25자.

 

읽으려고 앞을 자세히 보니, 단편집이네요. 무려 일곱 편이 수록되었는데, 여섯은 상을 이것저것 받은 작품이랍니다. 전 단편집을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에, 힘이 쪽 빠지네요. 빌리기 전에 자세히 알아보고 빌렸어야 했는데.

 

[고양이 가죽](44페이지) [요정 핸드백](38) [멋진 이혼](25) [호르트락](48) [대포](13) [돌로 만든 동물들](76) [초보자를 위한 마법](84)

 

그런데,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좀 이상한 모양입니다. 상까지 받은 것들인데 말이지요. 남이야 상을 주든 말든 그래도 재미가 없는 것은 없는 것이지요.

 

121127-121201/121201

k****8 2013.05.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