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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 이정열, 그리고 밥 딜런 - 내 젊은 날 의식과 감성을 일깨운 노래 -
"이연실, 이정열, 그리고 밥 딜런 - 내 젊은 날 의식과 감성을 일깨운 노래 -" 내용보기
5월 늦은 봄날, 주말 아침을 뒤흔든 갑작스런 비보에 한반도가 온통 눈물 바람이 되고 말았죠.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 말입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우면서도 벅찼던 것은 그동안 오로지 탐욕적으로 사익 추구에만 급급해 온 탓에 바싹 메말라버린 줄 알았던 우리들 정서가 아직 애틋하고 촉촉한 구석을 지니고 있다는 걸 확인한 일입니다. 내면 저 깊숙이 일말의 인간적
"이연실, 이정열, 그리고 밥 딜런 - 내 젊은 날 의식과 감성을 일깨운 노래 -" 내용보기


5월 늦은 봄날, 주말 아침을 뒤흔든 갑작스런 비보에 한반도가 온통 눈물 바람이 되고 말았죠.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 말입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우면서도 벅찼던 것은 그동안 오로지 탐욕적으로 사익 추구에만 급급해 온 탓에 바싹 메말라버린 줄 알았던 우리들 정서가 아직 애틋하고 촉촉한 구석을 지니고 있다는 걸 확인한 일입니다. 내면 저 깊숙이 일말의 인간적인 면이 오롯이 건재하고 있었던 거죠. 의협심과 약자에 대한 동감의 마음도 여전했고요. 국민장이 진행되는 동안 직접 봉하마을 상가를 찾아 조문하려는 행렬이 때 이른 폭염과 불편한 교통여건에도 불구하고 몇 킬로미터에 걸쳐 장사진을 이룬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뭉클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난데없는 장대비가 쏟아져 미처 채비를 갖추지 못한 이들은 굵은 빗발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게 된 일이 벌어졌지요. TV뉴스 화면에 비친 그 안쓰러운 모습이라니.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가 연이어 흘러내렸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때문인지 빗줄기 탓인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숙이고 힘겹게 버텨내는 모습이 어떻게나 처연하던지. 그런 가운데서도 행렬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묵묵히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불현듯 내 머릿속을 쾅쾅 울리는 게 있었습니다. 일순간 뇌리에 가득 차오른 그 소리의 정체가 뭔지 가다듬어보니 그건 내 젊은 날 의식과 감성을 고양하고 사로잡던 노래,  바로 “어디에 있었니? 내 아들아. 어디에 있었니? 내 딸들아”로 시작되는 <소낙비>였습니다.


고인이 된 김광석 노래를 본인보다 더 김광석답게, 장엄하게 부르는 이정열이란 가수가 있습니다. 직접 공연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 실황 동영상을 통해 그가 이연실이 불렀던 소낙비를 포효하듯 부르는 걸 보고 그만 매료되어 버렸답니다. 이연실의 그것과는 또 다르게 내면의 떨림까지 담아 결곡하면서도 강력한 톤으로 내지르는 그의 노래에 한동안 먹먹해진 마음결 추스를 수 없었는데, 봉하마을 소낙비를 본 순간 그때 들었던 웅혼하면서도 비장한 이정열의 <소낙비>가 살아났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 청소년 시절 한때를 흠씬 적셨던 그 노래, 이연실의 <소낙비>에 관한 기억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며 눈에 선하게 그려졌답니다. 데까당하면서 의미심장한 가사에 단번에 필이 꽂혀 노래에 관한 자료란 자료는 모조리 뒤지던 시절이 말입니다. 알고 보니 그건 밥 딜런의 A Hard Rain's A-Gonna Fall을 번안한 것이었지요.

 

처음엔 원문을 전부 볼 수 없어 그저 그러려니 하는 정도였는데 나중에 구해서 읽어보다 그만 아찔해졌답니다. 그 어떤 문명비판서나 깊이 있는 시(詩)보다 더 나아간 것이었기 때문이었지요. 한참을 빠져들어 정신 놓고 있다 겨우 호흡을 고르고 나서 보니 이건 바로 천재의 노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지적인 자극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성에 바로 와 닫는 것이 여간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님을 단번에 온몸으로 알아차렸답니다.


내용을 곰곰 따져보니 이 노래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인해 초래된 당시의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해 섬뜩하게 경고한 메시지였습니다. 미소 양국의 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때 벌어진 전 인류적 위기를 에둘러 노래한 것이었죠. 여기서 hard rain은 미사일이나 이를 사용한 폭격을 의미한다 했습니다. 앞부분 도입부에선 나지막하게 읊조리고 있어 어쩜 유약한 듯 보이지만 그 어떤 사자후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발언의 무게가 여간 심장한 게 아니랍니다. 가슴의 떨림이 그걸 오롯이 증명해주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점차 힘을 더해가던 딜런의 목소리가 And it's a hard, and it's a hard, 를 거듭하며 포효하듯 내지르더니 이내 it's a hard rain's a gonna fall로 결국 떨어져버리듯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안타깝고도 간절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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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ard Rain's A Gonna Fall


Oh, where have you been, my blue eyed son?

Oh, where have you been, my darling young one?

I've stumbled on the side of twelve misty mountains

I've walked and I've crawled on six crooked highways

I've stepped in the middle of seven sad forests

I've been out in front of a dozen dead oceans

I've been ten thousand miles in the mouth of a graveyard

And it's a hard, and it's a hard, it's a hard, and it's a hard

And it's a hard rain's a gonna fall


Oh, what did you see, my blue eyed son?

Oh, what did you see, my darling young one?

I saw a newborn baby with wild wolves all around it

I saw a highway of diamonds with nobody on it

I saw a black branch with blood that kept drippin'

I saw a room full of men with their hammers a bleedin'

I saw a white ladder all covered with water

I saw ten thousand talkers whose tongues were all broken

I saw guns and sharp swords in the hands of young children

And it's a hard, an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And it's a hard rain's a gonna fall


And what did you hear, my blue eyed son?

And what did you hear, my darling young one?

I heard the sound of a thunder, it roared out a warnin'

Heard the roar of a wave that could drown the whole world

Heard one hundred drummers whose hands were a blazin'

Heard ten thousand whisperin' and nobody listenin'

Heard one person starve, I heard many people laughin'

Heard the song of a poet who died in the gutter

Heard the sound of a clown who cried in the alley

And it's a hard, an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And it's a hard rain's a gonna fall


Oh, who did you meet, my blue eyed son?

Who did you meet, my darling young one?

I met a young child beside a dead pony

I met a white man who walked a black dog

I met a young woman whose body was burning

I met a young girl, she gave me a rainbow

I met one man who was wounded in love

I met another man who was wounded with hatred

An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rain's a gonna fall


Oh, what'll you do now, my blue eyed son?

Oh, what'll you do now, my darling young one?

I'm a goin' back out 'fore the rain starts a fallin'

I'll walk to the depths of the deepest black forest

Where the people are many and their hands are all empty

Where the pellets of poison are flooding their waters

Where the home in the valley meets the damp dirty prison

Where the executioner's face is always well hidden

Where hunger is ugly, where souls are forgotten

Where black is the color, where none is the number

And I'll tell it and think it and speak it and breathe it

And reflect it from the mountain so all souls can see it

Then I'll stand on the ocean until I start sinkin'

But I'll know my song well before I start singin'

An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It's a hard rain's a gonna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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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비가 내리려고 해


어디에 가 있었니? 푸른 눈동자의 내 아들아

어디에 가 있었니? 사랑하는 얘야

난 12개의 안개 자욱한 산중턱을 발견하기도 했고,

여섯 개의 구부러진 고속도로 위에서 걷고 그리고 기기도 했었단다

일곱 개의 슬픈 숲의 한 가운데에 들어가기도 했고,

열두 개의 죽은 바다의 앞에 닿기도 했단다

묘지의 입구에서 10,000마일을 가보기도 했지

아주 세찬, 아주 아주 세찬

세찬 비가 오려고 해


무엇을 보았니? 푸른 눈동자의 내 아들아

무엇을 보았니? 사랑하는 얘야

나는 야생 늑대들이 둘러싸고 있는 갓 태어난 아기를 보았고,

그 어느 누구도 가보지 못한 다이아몬드로 덮인 고속도로를 보았단다

뚝뚝 떨어지는 피로 얼룩진 검은 강줄기를 보았지

그리고 손에 피범벅이 된 쇠망치를 들고 있는 사내들로 꽉 찬 방과

물에 젖은 하얀 사다리를 보았어

혀가 찢어져버린 10,000명의 수다장이들과

어린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총과 날카로운 칼도

아주 세찬, 아주 아주 세찬

세찬 비가 오려고 해


그리고 무엇을 들었니? 푸른 눈동자의 내 아들아

무엇을 들었니? 사랑하는 얘야

나는 경고라도 하려는 듯 으르릉 거리는 천둥소리를,

온 세상을 삼킬 수 있을 만치의 거대한 파도 소리를,

손이 번쩍 빛을 내며 움직이는 100명의 드러머들의 북소리를,

어느 누구도 듣지 않는 10,000개의 속삭임을,

굶어 죽어가는 한 사람의 목소리와 많은 이들의 웃음소리를,

빈민굴에서 죽은 한 시인의 노래를,

뒷골목에서 광대가 외쳐대는 소리를 들었단다

아주 세찬, 아주 아주 세찬

세찬 비가 오려고 해


누구를 만났니? 푸른 눈동자의 내 아들아

누구를 만났니? 사랑하는 얘야

나는 죽은 조랑말 곁에 선 어린아이를,

검은 개와 걸어가는 백인 남자를,

몸에 화상을 입은 젊은 여자를,

내게 무지개를 준 한 어린 소녀를,

사랑에 상처 입은 한 남자를,

증오로 상처받은 또 다른 한 남자를 만났단다

아주 세찬, 아주 아주 세찬

세찬 비가 오려고 해


이젠 무얼 하려고 하니? 푸른 눈동자의 내 아들아

이젠 무얼 하려고 하니? 사랑하는 얘야

나는 비가 내리기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한단다

깊고 어두운 숲의 한가운데로 걸어갈 거란다

그들의 손에 아무 것도 쥐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

습기차고 더러운 감옥을 대신할 계곡의 집이 있는 곳

사형 집행인의 얼굴이 언제나 잘 감추어지는 곳

배고픔이 추한 곳, 영혼이 잊혀진 곳

검은색만이 존재하고, 숫자라고는 없는 그 곳으로

난 산으로부터 말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숨쉬고, 표현할거야

그래서 모든 영혼이 그것을 볼 수 있게

그리고 잠기기 시작할 때까지 넓은 바다에 서 있을거야

그렇지만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난 내 노래를 잘 알고 있겠지

아주 세찬, 아주 아주 세찬

세찬 비가 오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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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여전히 깊은 어둠의 미망에 잠겨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까지 죽음으로 몰고 간 오늘 여기 이 참혹한 질곡이 바로 딜런이 마지막 부분에서 경고한 습기 차고 더러운 감옥 같은 곳, 사형 집행인 같은 이들이 득시글거리고 배 고품과 추함으로 가득한 땅이 아닐까요. 이러니 한바탕 소낙비가 원도 없이 퍼부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밖에요. 물론 그 비는 원자탄을 퍼붓는 것 같은, 아니 기득권층의 아집과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악한 소낙비 말고요, 계산적인 이윤 추구에 급급하지 않고, 모든 영혼이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하며 숨 쉴 수 있는, 그리하여 누구나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고도 마음껏 자기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새 세상을 열어 나가는 순정한 소낙비여야 하겠지요. 하여 모든 추한 것들이 일거에 쓸려 내려가 다시는 우리 아름다운 공동체를 넘보지 못하게끔 말입니다. 그게 바로 Bob Dylan이 꿈꾸었던 소낙비 내리기 이전, 원자탄이 인류를 위협하기 전의 깊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숲의 모습일 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그걸 꿈꿀 수 있을까요? 이 사악한 a hard rain's a gonna fall 의 세상에서 말입니다. 도무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우리들 작은 힘 모아 모아 결국은 이뤄낼 수 있을지, 그 대답은 오직 바람만이 알겠지요.

 

The answer is,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a*****7 2009.06.25.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