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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그리고 낯선 소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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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상의 차이도 있겠지만, 어떤 작품이건 그 시대와 상황 국가적 혹은 민족적 정서를 반영하게 되어 있게 마련. 소설이라고는 주로 한국 소설을 읽는 나에게는 그나마 드문드문하게 읽는 일본 소설이라, 프랑스 소설 정도는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처음 접하게 된 스페인 소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그야말로 낯설고 어색했다. 스페인이란 나라를 가본 적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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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상의 차이도 있겠지만, 어떤 작품이건 그 시대와 상황 국가적 혹은 민족적 정서를 반영하게 되어 있게 마련. 소설이라고는 주로 한국 소설을 읽는 나에게는 그나마 드문드문하게 읽는 일본 소설이라, 프랑스 소설 정도는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처음 접하게 된 스페인 소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그야말로 낯설고 어색했다. 스페인이란 나라를 가본 적이 있길 하나, 아는 게 있길 하나, 그래, 지극히 내 개인적 느낌으로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낯설음"이었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라는 제목을 보고 맨처음 들었던 자체에 대한 느낌은, 뭔가 동경하거나 사랑하는 여인을 먼 발치에서 관찰하는 한 남자의 시선 같은 것이었다. 이 소설은 단테의 <신곡>을 외우며 시인이 되길 소망하는 미겔리토와, 바람벽 파코, 멧돼지 아마데오 눈니, 아벨리노 모라타야라는 네 명의 십대를 중심으로 이제 어른으로 막 성장하려는 질풍노도의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대개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이제 막 성과 사랑에 눈 뜨고,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날, 또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청춘들의 몸부림이 그 주요 골자를 이루게 마련이고, 이 소설 역시 그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껏 내가 보아왔던 <19세>나 <사람의 아들>, <데미안>과 같은 소설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농도가 짙은 욕설과 베드신의 난무는 "오호라, 이거 재미있네?"라는 느낌보다는 "아니, 이 동네 애들은 이러고 사는 게 일상인 거야? 걍 소설이 이런 거야?"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나름의 불행과 벗어나고 싶은 삶, 일상과 욕구의 격돌, 가슴에 담아둔 여자를 "베아트리체"라고 부르며 나름 미화하는 청춘들의 사랑에 대한 로망들, 친구들간의 우정 등이 작품 속속들이 녹아 있는 것은 맞으나, 정서가 전혀 사뭇 다른 데서 오는 낯설음으로 읽는 내내 어찌나 힘들든지...

 

뭐, 결국엔 익숙해지고 편해지려면 많이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는, 소설 읽고 난 뒤 소설 자체보다는 스페인이란 나라에 대한 요상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좀... 거시기 하기는 한데... 뭐... 아무튼, 그랬다.

f*******a 2008.02.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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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흔들리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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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말에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반짝거리는 생기로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스며 있는 줄 알았다. 청춘은 그저 영롱한 빛을 발하면서 인생이라는 막막한 우주에 별로 떠서 그리운 추억으로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길잡이인 줄만 알았다. 깃털처럼 가뿐하게 날아오르고 생기발랄하고 싱그럽고 유쾌하게 통통 튀었던 단어, 청춘이 제 무거운 한때를 이기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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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말에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반짝거리는 생기로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스며 있는 줄 알았다. 청춘은 그저 영롱한 빛을 발하면서 인생이라는 막막한 우주에 별로 떠서 그리운 추억으로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길잡이인 줄만 알았다. 깃털처럼 가뿐하게 날아오르고 생기발랄하고 싱그럽고 유쾌하게 통통 튀었던 단어, 청춘이 제 무거운 한때를 이기지 못하고 침잠한다. ‘청춘’이라는 터널을 이미 지나온 나는 그 시절의 불안하게 흔들리는 마음과, 꿈과 현실의 괴리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현실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온 마음과 기력을 빼앗겨 꿈꿀 여유조차 없으니 나에게 남은 것은 욕망과 현실의 괴리뿐이다). 안토니오 솔레르의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내 기억 속에 빛나게만, 눈부시게만, 아름답게만 미화되어 있는 청춘의 서늘한 그늘을 들추어 그것도 잊지 말라고 내 마음을 두드린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의 원제는 ‘영국인 거리’다. 원서의 제목 ‘영국인 거리’는 매우 상징적인 공간이다(개인적으로 안토니오 솔레르의 소설 제목으로 번역서의 제목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보다 ‘영국인 거리’가 꼭 맞춤인 것 같다). 꿈과 미래를 찾아 방황하는 영혼들이 생애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흩뿌리는 공간이자, 그것이 빛나는 줄 모르고 별 볼일 없이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현재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공간인 것이다. ‘영국인 거리’를 방황하는 청춘들은 자신들의 별을 ‘영국인 거리’가 아닌 곳에서 찾으려 한다. 현실과 현재를 고뇌하는 청춘들이 꿈과 미래를 찾아 아득한 터널을 빠져나가려 질주하지만 그 끝에 이르기도 전에 긴 터널은 함몰하고 만다. 그리고 미처 빛을 향해 빠져나가지 못한 꿈과 미래, 그리고 그것들의 잔영인 추억까지 갇혀 푸르스름한 도깨비불이나 풀빛 영롱하게 깜박이는 반딧불로 떠돌며 어두운 터널을 희미한 빛으로 가득 채운다.

시인 미겔리토 다빌라와 멧돼지 아마데오 눈니, 바람벽 파코, 아벨리노 모라타야의 유대감이 ‘부러워죽겠다’는 ‘나’는 말한다. “내 삶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별이 죽기 전에 내뿜은 빛은 아직도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찬란함은 잃어버렸지 모르나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살아 있어 내 길을 계속 비춰줄 것이다”라고. ‘나’의 말처럼 그 희미한 빛이 일명 시쳇말로 날라리에 망나니, 똘아이들처럼 보이는 그들을 에워싸고 그들의 상처와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진다.

각자 지고 있는 청춘의 무게에 휘청거리며 꿈과 미래의 탈출구를 찾아 영국인 거리를 활보하는 그들, 시종일관 ‘나’의 질투 어린 선망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그들이 뜨겁고 강렬한 여름을 지나 황량한 가을과 차가운 겨울에 이지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들의 어두운 청춘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청춘이 내가 기억 저편으로 망각한 나의 청춘을 고스란히 되비쳐주어 눈이 아니라 가슴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때로는 이름으로, 때로는 성으로, 때로는 별명으로 어지럽게 불리는 ‘영국인 거리’의 청춘들을 분간해 가며 그저 읽느라고 읽고 있었는데 내 마음이 저 혼자 그들과 공명했다. 특히 시인 미겔리토 다빌라와 멧돼지 아마데오 눈니와 ‘나’를 따라 내 마음길이 자꾸만 길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그 길을 따라 내 마음으로 들어와 어둡고 삭막했던 가슴속 휑한 동굴을 희미하지만 더없이 진정성 어린 빛으로 물들였다.
z***e 2008.02.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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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앨범속 사랑과 우정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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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라는 단어는 마치 많은 남성들의 사랑의 연인이자 로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라는 제목에서 사랑을 짐작할 수 있는 이책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젊은 시절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그들의 행복하지만은 않은 일상사라고 말하고 싶다.   이책에는 많은 남자들의 이름이 나온다. 이처럼 외국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중에 하나는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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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라는 단어는 마치 많은 남성들의 사랑의 연인이자 로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라는 제목에서 사랑을 짐작할 수 있는 이책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젊은 시절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그들의 행복하지만은 않은 일상사라고 말하고 싶다.

 

이책에는 많은 남자들의 이름이 나온다.

이처럼 외국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중에 하나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기도 한데, 이 책에는 너무나 많은, 즉 뇌용량을 초과할만한 남성들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여자들과 일부 친구들의 이름은 본명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살덩어리, 뚱땡이, 난쟁이 이런식으로 별명과 특징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느낌대로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떤 스토리와 주제로 이야기가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청소년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황의 시기 또는 내가 즐겨 불렀던 하루살이 삶처럼 그때의 상황 일어난 에피소드 그리고, 배경등과 함께 나라는 시점에서 각 주인공들과 연관된 추억을 더듬듯 간단하게 진행되어 간다.

난 여자로서 남성들이 성에 눈떠가는 순간을 잘 몰라서 그런지, 몇몇 에피소드들은 경악 그자체였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에피소드들은 우울했고, 암담했고, 때로는 슬펐다.

 

여기서 나의 친구들을 소개하면, 신장병으로 고생하다 결국 수술을 받게 되고, 수술방 옆 침대에 있던 죽은 환자, 벤투라 디아스에게서 받은 단테의 신곡을 통해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미켈리토 다빌라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머니의 고통을 보면서 아픔을 갖고 있다.

미켈리토의 단짝 바람벽 파코는 아버지 알프레드가 있으나, 감옥을 들락날락하는 아버지때문에 반항기가 있으나, 부자로 물질적 여유에 비해 심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멧돼지 아마데오 눈니는 아버지가 실종되었으며, 할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모빌레트를 타고 다니며, 창던지기등을 즐기면서 약간은 단순하고 무식한 캐릭터이다.

가장 완벽한 가족속에서 자란 아벨리노 모라타야는 털복숭이 집안 내력으로 고민하였을뿐이다.

이렇게 네 친구들은 서로 같이 부딪쳐 가면서 우정을 나누고, 상처주고, 아픔을 같이한다.

이외에도 주변인물들로 만인의 연인 피나, 마드리드에 가 대학생이 되지만,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곤살레스 코르테스, 파코의 여동생 벨리타, 난쟁이 마르티네스, 칼라 둥땡이, 알미 아카데미 선생인 카르타고 투구 아가씨, 공수부대출신 라피 아얄라, 바람둥이 호세 루비로사, 수르 신물사 기자 이구스틴 리베라 등등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마치 한 동네 사람들 모두가 언급되듯 한 착각이 들기까지 하였다.

중요한 인물 롤리 히간테가 빠졌다. 발레리나의 꿈을 갖고 있는 몽상적인 여자로 미켈리토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루비로사의 사랑공세를 받게 된다.

많은 에피소드와 많은 등장인물들은 더욱더 추억속 인물처럼 간략하지만, 요약적으로 그리고, 하루하루 지나가듯 이야기들과 함께 어울려있었다.

만남, 설레임, 사랑 그리고 이별, 또다시 새로운 만남....

사건, 우정, 질투, 음모 등등....

마치 우리의 인생속 작은 앨범속 이야기들 같은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하고 아파하였던 것이다.

 

이책을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무어라고 서평을 쓸까 고민도 해 보았다.

딱히 무어라고 평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시할수만은 없는 그리고,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작품을 읽게 된 것은 마치 오래된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아직 인생의 반정도도 살지 못한 나로서 추억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인생의 일부가 추억이고, 이책이 추억의 회상의 방식을 취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도 언젠가 나이가 더 들게 되면, 지금 이 나이의 삶을 추억하게 될것이다.

삶이란 추억을 쌓아가는 작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m*******i 2008.02.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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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꿈, 현실의 벽, 그 너머 어딘가 존재하는 우리들의 자화상
"청춘의 꿈, 현실의 벽, 그 너머 어딘가 존재하는 우리들의 자화상 " 내용보기
무심결에 눈가에 물 같은 게 맺혀버렸다. 요즘 눈의 피로가 엄습해서 제대로 시간을 갖추고 읽을 수 없었던 까닭에 쉬엄쉬엄 읽었던 책 한권으로 인해. 난 아직 내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걸 일부러 생각해서 요즘 어깨가 뿌찌끈~한 건지, 아마도 단순히 컨디션이 별로인 것이 이유일 텐데, 굳이 의미부여를 하게 되는 내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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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눈가에 물 같은 게 맺혀버렸다. 요즘 눈의 피로가 엄습해서 제대로 시간을 갖추고 읽을 수 없었던 까닭에 쉬엄쉬엄 읽었던 책 한권으로 인해. 난 아직 내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걸 일부러 생각해서 요즘 어깨가 뿌찌끈~한 건지, 아마도 단순히 컨디션이 별로인 것이 이유일 텐데, 굳이 의미부여를 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 책 한권이 주는 의미가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베아트리체, 단테가 신곡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였던 여인의 이름이 아니던가. 신곡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소장은 하고 있지만, 왠지 성경책처럼 다가오는 신곡에 대한 어떤 존경심이랄까. 난 은근히 유명하거나 명예롭게 다가오는 책들에 대해, 내가 이해를 하는지 혹은 나하고 맞는지 여부를 떠나서 무조건 순응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때론 비판을 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마음이 약한 건지 우유부단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청춘남녀들의 조금은 비극적인 이야기랄까. 처음에 어려운 인물들 이름들이 머릿속을 휘저으면서 좀처럼 진행이 더뎠다. 한반도의 등뼈(?)에 해당되는, 동해안을 바라보며 여행이 가능한 7번 국도를 달린다. 오픈카이긴 하지만, 추운 겨울이라 덮개를 마련해 모든 바람을 막았다. 옆으로 눈을 돌리면 보일 넓은 바다가 좀처럼 눈에 안 들어오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이런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공부하기 전에 목차를 읽으며 어떤 내용을 공부해야겠구나하는 탐색의 과정이었으리라.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책에 빠져들었다고 이야기는 못하지만, 차츰 조금씩 내 안의 남아 있던 열정을 끄집어내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물론 그 열정이 책의 결말에서는 한없는 안타까움으로, 파도의 거품처럼 다가오기는 했지만.


책의 인물들은 본명보다 별명으로 많이 등장한다. ‘나’라는 화자가 옛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다루어져 있다. 표지나 광고 문구에는 네 명의 청년이 등장한다. 아마도 미겔리토, 멧돼지, 바람벽 파코, 아벨리노를 나타냈으리라 여겨진다. 네 명의 청춘이 겪는 인생의 파란 직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몇몇 친구들이 더 등장하지만, 노는 그룹이 다라다고 할까. 어쨌든 그런 말 있지 않던가, “폭풍 속 전야” 물론 우리의 등장인물들이 갑작스런 폭풍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게 되리라고 차츰차츰 느린 시간의 흐름 속에 정해져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폭풍이 갑자기 생기지 않듯, 날씨의 미묘한 변화 속에 나타나듯. 하지만 그리 생각하자니 내가 더 서글프다. 시 한편 제대로 써보지 못한 시인, 미겔리토가 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랑하는 룰리와의 연애 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청춘이라면 대부분 겪을 봤을 그 혼란의 시기를 그리고 있다. 뭔가 위험한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둔 바람벽 파코와 동양무술에 심취해 탁월한 활동성을 자랑했던 멧돼지와 평범했지만 누구도 그의 내면의 모습을 정확히 몰랐던 아벨리노의 이야기들.          
   

우리의 인생의 한 시기를 결정지었던 모든 일은 한순간의 부주의 혹은 하나의 꿈 혹은 어떤 바보짓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133p


“내가 거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누군가가 내 다리를 자근자근 씹어대는 것 같았어. 내 다리를 자근자근 씹어서 통째로 삼키려고 하는 것 같았어. 나를 마취시켜높고 나 모르게 내 몸을 씹어 삼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183p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의 모든 부분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하지만 운명이라 불리는 족쇄가 때때로 우리를 갉아먹으며 놓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꿈을 이룰 수 있어!라고 외치는 어느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 속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건, 마음이 약해서였단 말인가요? 라고 묻고 싶었다. 마음의 정도를 타인이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 자신은 있는 힘을 다해 꿈을 꾸었다. 하지만 못했다. 그리고 포기한다. 그러면 또 그러리라. 정말 열심히 해서 안 되면 포기도 옳은 길이다...라고... 무엇이 옳은 지는 결국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겠지. 왠지 씁쓸하지만, 그게 사는 법칙과도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난 과연 내 꿈을 이룰지, 아니면 이루는 과정이라는 말을 변함없이 할지 역시 미지수다. 물론 꿈을 이루고 싶다. 하지만 세상사람 모두가 꿈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진리가 아닐까. 아, 살기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게 내가 지금 가장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 믿는다.  

 

 

나는 생각했다. 내 삶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별이 죽기 전에 내뿜은 빛은 아직도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찬란함은 잃어버렸을지 모르나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살아 있어 내 길을 계속 비춰줄 것이다.   -334p
YES마니아 : 로얄 k******r 2008.01.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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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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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단테의 신곡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용된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라. 갈 길은 멀고 길은 험하다'라는 문구는 그저 지옥편의 마지막 노래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성장통을 겪듯, 인생의 성장기에 겪게 되는 인생의 고통은 지옥편의 끝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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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단테의 신곡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용된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라. 갈 길은 멀고 길은 험하다'라는 문구는 그저 지옥편의 마지막 노래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성장통을 겪듯, 인생의 성장기에 겪게 되는 인생의 고통은 지옥편의 끝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볼 뿐이다.

 

"모든 것이 자리바꿈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꾸려왔던 삶이 뭔가 모호한 것으로, 아직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느 순간 우리 모두 그런 모호한 것으로 변해갈 거라고. 에테르 같은 존재로,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떠도는 목소리로, 전파방해로 조금씩 일그러지는 그런 목소리로,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다른 목소리의 메아리로, 내 머릿속 어느 깊숙한 곳에서, 꿈이 만들어지는 혼란스러운 곳에서, 누군가가 복수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항해서, 그러나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가도 언젠가는 되살아날 것 같았다. 이십 년 후라도 상관없었다. 우리를 비추고있던 태양이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 태양은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떠오를 것이다. 그랬다. 그 해 가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304)

 

이 책은 스페인의 소도시, 영국인 거리에서 일어나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첫사랑'에 대한 가슴설레임이나 삶의 기로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고뇌가 담겨있는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꿈과 낭만이 어린 친구들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청춘'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생기넘치는 희망만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해왔던 내게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무겁고 슬픈이야기로 다가왔을 뿐이다.

이야기는 신장수술을 받은 후, 옆 침상의 숨져버린 환자에게 받은 '단테'를 읽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 미겔리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겔리토는 그 후 그의 베아트리체 '룰리'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서로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청춘들의 사랑이 겪는 아픔과 슬픔이 우리의 인생과 다를 바 없이 흘러가듯 그 처절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폭풍우 몰아치는 어느날, 아버지가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고 믿는 그의 친구 멧돼지 아마데오 눈니의 가족이야기와 바람벽 파코가 사귀던 살덩이와의 관계가 아버지의 유언같은 한마디 말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랑과 우정과 반항과 인생이 담겨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자라왔던 고향, 스페인의 소도시 영국인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또다른 청춘들의 이야기에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와 삶의 방향을 틀어버린 또 다른 만남의 이야기가 얽히면서 그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자화상의 한 장면처럼 추억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을 낱낱이 고해바치는 것과 다르지 않겠기에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내 안에 묵직하게 남아있는 느낌을 그저 혼자 간직할 수 밖에 없겠다.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내가 말하는 이런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 페이지에 씌어진 단어 하나하나는 한 마리 새와 같아. 단어는 끝이없어. 너는 하얀 종이 위에 씌어진 단어나 마찬가지야. 너는 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어. 책을 덮기 전에,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에 날아올라야 해. 밤이 오기전에'(27)
미켈리토에게 단테의 신곡을 남겨 준 그 남자는 죽기 전에 그에게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에 날아올라야 한다'고 말을 한다. 단테의 신곡이 아니라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를 다 읽고난 후 이 묵직한 마음을 어떤 느낌으로 정리를 해야할까, 되새기고 있을 때 무심코 넘겼던 이 글이 눈에 띄었다. 
현재의 감정과 생활에 충실한 청춘들에게 딱 들어맞는 말인 듯 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이긴 하지만, 흔들리는 삶 속에서 불안정하게 자신의 모습을 왜곡시켜버리고 있기는 하지만, 어두운 밤이 오기전에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담고 있는 이들이 바로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인 것이다.
다만 그들도 그랬고 다른 수많은 청춘들도, 나 역시 그러했듯 청춘을 살아갔던 그 때, 흔들리고 불안한 삶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어버렸다는 깨달음은 그 시절을 회상하는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그 시절을 좀 더 아프게 회상하게 된다는 서글픔도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지금도 이 세상의 어느 곳, 소도시의 자그마한 거리에서는 시인을 꿈꾸지만 한줄의 시도 쓰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미겔리토와 그의 베아트리체가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고 가족의 운명에 울부짖는 또 다른 아마데오 눈니나 어린 청춘의 마음에 존재하는 베아트리체를 일깨워주려고 하는 카르타고 투구 아가씨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미친 듯이 달려가다가 벼랑에서 떨어지는 못난 놈들. 그렇다. 때로는 벼랑에서 떨어지면서 신선한 허브 향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가 오래전에 책상 서랍 속에 처박아둔 수선화 향기를 맡을 수도 있을 것이다"(377)

 

 

r***2 2008.0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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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불안으로 요동치던 그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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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한 작은 바닷가 마을, 함께 어울리기 좋아하는 네 명의 젊은이가 있다. 청춘이 이유 없는 반항을 즐기기 위한 특권이라면, 각자에게 내려진 반항의 이유가 무시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야심찬 젊은이도, 황폐한 젊은이들도 아니기에 저마다의 불안정한 삶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옆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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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한 작은 바닷가 마을, 함께 어울리기 좋아하는 네 명의 젊은이가 있다. 청춘이 이유 없는 반항을 즐기기 위한 특권이라면, 각자에게 내려진 반항의 이유가 무시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야심찬 젊은이도, 황폐한 젊은이들도 아니기에 저마다의 불안정한 삶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옆 침대의 남자가 성서 마냥 섬기던 책 단테의 ‘신곡’을 얻게 된 미겔리토는 그의 연인이자 천국이었던 여인 룰리를 만나게 된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던 이 어린 연인들을 중심으로 카메라가 회전하며 그들의 작은 세계를 비추어 준다.

 

  우선 미겔리토의 친구들이 있다. 키가 작고 동양인처럼 생긴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아마데오 눈니(멧돼지라는 별명이 더 친근한), 아버지의 화려한 사교로 유명한 바람벽 파코, 그리고 평온한 가정에서 자라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친구 아벨리노 모라타야. 이런 죽마고우들과 대비되는 반대 그룹, 혹은 철천지원수들도 있다. 자기 과시욕에 몸부림치는 난쟁이와 사이코 라피 아얄라, 탐욕스러운 루비로사까지. 마치 실제로 스페인의 작은 마을을 탐구하기라도 하듯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저마다의 사연을 늘어놓는다. 마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시작된 사랑의 인연과 겹겹이 쌓인 우정, 질투와 증오. 다양한 형태로 흐르는 감정들의 놀라운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다.

 

  막연하게 바라는 미래의 자신을 향해 외쳐보지만 이렇다 할 변화 없이 결국은 같은 곳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엉터리 시인 미겔리토도 그렇고, 그의 사랑스러운 연인 룰리 역시 무용을 하고 싶어 하지만 가정 형편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파코도 살덩이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아버지로 인해 변호사라는 길을 걷게 되고, 부모로부터 두 번씩이나 버림 받은 멧돼지 역시 자신은 간절하게 무엇을 갈망했지만 결국은 이룰 수 없었다. 꿈은 바람에 실려 온 햇살 마냥 그들의 여름을 핑크빛으로 물들이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벗어나고 싶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족쇄처럼 운명은 매번 그들을 잔인하게 배신한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으레 낭만과 정열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풍요롭지도 않다. 아름다운 미소가 퍼져나가는 매혹적인 젊은 소설임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약간은 따끔거리고 가슴이 아프다. 멧돼지의 고모 라나 터너양이 현실을 외면하고 허상을 쫓듯, 저마다들 무언가에 미쳐있다. 미칠 수 있는 중독의 아픔이 그 해 여름, 아직 미성숙했던 그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피로 얼룩진 가련한 사랑, 저물어가는 괴로움들 속에서 복잡하기만 한 네 명의 우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들의 사소하고 파란만장했던 그 해 여름을 먼 훗날 회상하던 이 글의 화자는 말한다.

 

  ‘나는 생각했다. 내 삶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별이 죽기 전에 내뿜은 빛은 아직도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찬란함은 잃어버렸을지 모르나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살아 있어 내 길을 계속 비춰줄 것이다. 333~334p’

 

  시인이 되고자 했던 아마추어 미겔리토처럼 이 소설은 시적인 언어들로 가득하다.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예쁜 문장들 속에 서글픈 운명의 자화상이 감추어져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리 즐기지 않는 독자에게는 상당히 난해하고 복잡한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어지러운 플롯과 수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초반에는 상당히 고전했던 소설이지만, 익숙해 질 무렵엔 조용히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흡입력이 있다. 이 작품은,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한 젊은 한 때의 꿈 이야기다. 각자가 원했던 삶. 바라는 삶. 꿈은 비록 거짓말처럼 나타났다가 거짓말보다 더 슬프고 잔인하게 사라져버렸지만, 어딘가에 있을 아름다운 베아트리체를 향했던 별은 항상 그를 희미하게나마 비춰줄 것을 믿는다.

 

 


 

m*****5 2008.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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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나라, 갈길은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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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는 단테가 평생을 사랑한 여인이며 그의 생애 전 작품에 걸쳐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여인이기도 하다. 이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잡을수 없는 짝사랑의 대상을 베아트리체라는 표현으로 승화시키며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사랑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2004년 스페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달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청춘의 뜨거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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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는 단테가 평생을 사랑한 여인이며 그의 생애 전 작품에 걸쳐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여인이기도 하다. 이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잡을수 없는 짝사랑의 대상을 베아트리체라는 표현으로 승화시키며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사랑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2004년 스페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달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청춘의 뜨거웠던 사랑의 아픔과 첫사랑이라는 아스라함을 영원히 기억하는 네 청춘들의 마지막 여름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가이자 신문 칼럼니스트인 안토니오 솔레르의 이 작품은 스페인 젊은이들의 성장소설이자 작가 자신이 겪었던 지난 시절의 애환이 녹아있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1970년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어느 이름 없는 바닷가 소도시, 이른바‘영국인 거리’와 그 주변이 이 네명의 청춘들이 마지막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공간이다. 우정과 사랑이라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10대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하는 이들은 가슴 속에 저마다 터질듯한 심장을 갖고 있지만 그들에게 그것을 발산할 만한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그들의 마음처럼 소설의 작중화자인 '나'는 어쩌면 소설내에서는 철저한 주변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격인 네명의 친구들에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만 언제나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서는 경우는 없다. '나'역시도 몇명의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저 네명의 친구들처럼 단단한 결속력으로 뭉쳐있지 않기에 '나'는 늘 그들의 우정을 부러워 한다.

신장수술을 받기 위해 마을을 떠났던 미겔리토가 돌아오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쉰네바늘의 바늘자국과 반달모양의 흉터는 그해 여름이 오기전 그에게서 공팥을 앗아간다. 13일이나 같은 병실에 누워있던 옆자리의 환자는 끝내 숨을 거두지만 그는 미겔리토에게 단테의 <신곡>을 남기고 떠난다.
"이 페이지에 씌어진 단어 하나하나는 한마리 새와 같아. 단어는 끝이 없어. 너는 하얀 종이위에 씌어진 단어나 마찬가지야. 너는 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날아갈수 있어. 책을 닾기 전에,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에 날아올라야 해. 밤이 오기 전에."
13일동안 말이 없던 그가 미겔리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쓰레기통에 내던져진 콩팥과 그에게 남겨진 단테의 <신곡>은 그에게서 시인이 되겠다는 외침으로 들려온다.

바람벽 파코는 누각과 수영장까지 갖춘 부잣집아이였다. 그러나 늘상 감옥을 들락거리는 아버지와 그 주변을 맴도는 아버지의 여자들은 그를 언제나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대신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자동차 '닷지'는 그들에게는 비밀스런 상상과 로망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그들에게 자리한다. 멧돼지라 불리는 아마데오 눈니는 아버지가 사라지고 어머니마저 영국으로 돈을 벌러 떠나버리면서 할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게 된다. 가라데와 태권도 브루스 리로 대표되던 동양무술에 심취해 방안 가득 무술잡지를 쌓아놓고 때로는 뒷마당에서 할아버지의 머리위로 위험한 창던지기 연습을 하는 그마말로 반항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불만이 생기면 집안가득 오토바이 '모빌레트'의 매연을 가득채워버리는 눈니는 그런 녀석이기도 하다. 아벨리노 모라타야는 그나마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그저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좋은 단순한 구석을 지녔다. 마음속으로 늘 상상속의 소녀를 그리기도 하지만 늘 멧돼지 아마데오의 고모 그들의 라나 터너를 연정의 대상으로 품는 녀석이다.

미겔리토가 돌아와 그들 모두 수영장에 갔다가 미겔리토는 발레리나 지망생인 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때 미겔리토는 <신곡>을 흉내내듯 그녀를 자신의 베아트리체라고 명명한다. 미겔리토는 시인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면 그의 연인 룰리도 베아트리체가 되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누구가 됐건 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거운 여름을 즐기기 시작한다.

늘 가슴에 책을 안고 다녔지만 룰리의 삶은 그다지 평탄하지는 않았다. 무용수를 꿈꾸었지만 그마저도 가정형편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이 청춘들의 삶에도 고비가 찾아온다. 어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난생처음 비행기를 탄 파코는 돌아와서는 전혀 딴 사람이 된다. 란제리 판매원 루비로사의 등장은 루리와 미겔리토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떠나가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미겔리토는 카르타고 투구 아가씨라 불리는 알미 아카데미의 선생을 그 상처를 달래줄 도피처로 찾는다. 그리고 찾아온 그 밤은 결국 네명의 청춘들의 파국으로 치닫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라, 갈길은 멀고 험하다."
미겔리토를 달래주는 카르타고 투구 아가씨의 말처럼 그들의 청춘은 뜨거웠지만 그해 여름은 어쩌면 그들 삶에 있어서 아스라한 추억의 페이지로 남는다. 먼훗날 바람벽 파코에게서 이 모든 이야기를 듣는 '나'는 그렇게 뜨거웠던 그해 여름을 기억해낸다. 그렇게 그 밤 룰리의 춤사위에는 이 세상의 모든 아스라한 율동과 함께 세상에 모든 분노가 담겨 있었다고...

누구에게나 청춘은 생각하기만 해도 설레이고 정열적이지만 또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훗날 뜨거웠던 그 여름밤을 기억하는 '나'라는 존재가 청춘들이 마지막 밤을 보냈던 그 여름을 회상해내는 이야기이다. 10대 젊은이들의 정열적인 사랑과 배신, 우정, 그리고 설레임과 불안으로 가득한 꿈을 여름날의 폭우처럼 그려내고 있다. 여름에 시작되면서 시작된 사랑은 여름이 절정을 맞으면서 불타오르고 마침내 가을비가 내리면서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어른이 되어간다. 혼란스러운 시절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청춘이라는 가슴시린 시절을 기억해내는 우리 모두에게 이 소설은 젊은 시절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여름비와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k****6 2008.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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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나의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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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 즐기는 주제이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소년의 성장기나, 젊은 청년의 방황을 그리는 소설들이 스테디 셀러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꽤 끌고 있다. 이 소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를 처음 보았을 때는 낭만적인 고전의 무네일 거라고 마음대로 짐작했다. '나의' 라는 표현은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호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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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 즐기는 주제이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소년의 성장기나, 젊은 청년의 방황을 그리는 소설들이 스테디 셀러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꽤 끌고 있다.

이 소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를 처음 보았을 때는 낭만적인 고전의 무네일 거라고 마음대로 짐작했다.

'나의' 라는 표현은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호칭이므로.

 

이 소설은 바다가 보이는 스페인 변두리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한여름 방황 일기라고 부를 수 있다.

드러나는 주인공은 두 무리의 청년들이다.

하나는 서술자인 '나'의 무리로 이들은 자신의 장래를 두려워하면서 여름을 지낸다.

다가올 가을에 대학엘 진학해서 다시는 마을로 돌아오지 않으려는 친구 곤잘레스의 아버지의 술집이 이들의 무대다.  기상캐스터가 되는 주둥아리와 남얘기를 전달하는 안토니오가 그 무리의 일원이다.

그리고 서술자 '나' 는 그 여름이 지난 후 빚을 대신 받아주는 해결사로 취직을 한다.

다른 무리는 이 소설의 가장 주축인 '미겔리토'의 무리다.

불법으로 부자가 된 아버지를 둔 파코, 아버지가 가출하고 난 뒤 어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맡긴 멧돼지, 그리고 성적 에너지 발산이 목표인 아벨리노는 밤마다 모여서 파코의 아버지의 차를 타고 술을 마신다. 장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하기는 이들이 더 하다.

미겔리토는 신장 수술을 위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죽어간 옆침대 환자에게서 단테의 <신곡>을 선물로 받는다. <신곡>을 한 줄 한 줄 외우면서 미겔리토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다. 약국에서 심부름을 하고, 술을 마시고 지저분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던 그는 새로운 세상을 본 것이다.

이 여덟명의 소년 이외에도 책의 두께만큼이나 수많은 인물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며 자기의 이야기를 수시로 늘어놓는다.

미겔리토의 베아트리체인 룰리는 돈을 위해 외판원 루비로사에게 가고 미겔리토는 자신의 시를 이해하는 카르타고 투구 아가씨를 만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끝까지 궁금했던 것은 서술자 '나'와 '미겔리토'가 정말 다른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혹시 이 둘은 다른 자아를 가진 한 사람은 아닐까?

 

성장 소설이 거의 그렇듯이 이 소설도 그들의 후일담을 알려주면서 끝을 맺는다.

대단히 많은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읽으면서 확인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얼마전 읽은 소설의 스페인판이 아닌가 싶게 낯뜨거운 용어들이 무시로 등장했으며, 농도 짙은 정사장면들은 우리와의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게 했다.

"참 정열의 나라라더니, 진짜 정열적이군. "

 

결국에 청춘이란 한바탕 감기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천국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지어낸 것이다. 지어낸 것."                            -본문 251쪽

e*****j 2008.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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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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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아니라서 이 책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걸까? 단테의 신곡을 읽었더라면 이 책이 좀 더 쉬웠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고전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 책 안에서 단테의 신곡이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해주고 있는지는 모른다. 아직 그 책을 접하지 못했기에. 그러나 이 책에서 단테의 신곡 중 몇몇 구절들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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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아니라서 이 책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걸까? 단테의 신곡을 읽었더라면 이 책이 좀 더 쉬웠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고전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 책 안에서 단테의 신곡이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해주고 있는지는 모른다. 아직 그 책을 접하지 못했기에. 그러나 이 책에서 단테의 신곡 중 몇몇 구절들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내용의 연결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게된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나에겐 조금 어려운 소설이었다. 그저 소설이기에 다른 책들보다 쉬우려니 하고 읽은 것이 나의 실수라면 실수일지도.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인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게 된다. 모든 내용을 다 소화했다고 보기엔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었기에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청춘의 자화상. 그것은 모두에게 같은 모습,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 때는 꼭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 상황일수도 있고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을텐데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순간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한때일지도.


이 책은 처음부터 미겔 다빌라(일명 미겔리토)와 그의 콩팥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의 친구들의 우정과 청춘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 한쪽 콩팥을 떼어내고 그의 옆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이 죽기 전까지 읽었던 책을 끼고 다니는 미겔리토와 그가 사랑했던 여인 룰라, 그리고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무려 400쪽이 넘는 책이지만 미겔리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이야기가 같이 담겨져 있기에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은 난해함을 담고 있기에 읽으면서도 ‘뭐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여름 한 낮의 지리함을 느끼게 되었을까?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4명의 청년이 아주 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을까?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이 청춘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뜨거운 여름을 지나야만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람도 그러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없이는 과실을 맺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있어 청춘이란 혼란스럽지만 그 시절만큼은 가장 열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이야기하려한 것 같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이 책을 여자인 내겐 조금 힘든 책이었다. 하지만 4명의 청년들처럼 남자들의 세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읽었더라면 좀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 책이었지만 청춘을 지나온 이들에겐 그리움을, 청춘인 이들에겐 자신들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청춘에 대해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들의 성장과정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성장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이 변하게 되는지 돌아보게 함으로써 지금의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래서일까. 한번은 다시 읽어봐야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그때는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g***i 2008.02.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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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을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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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는 연인의 에로틱(?)한 모습을 띠지로 두른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를 처음 봤을 때 당연히 연인들의 사랑, ‘베아트리체’란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삶을 다룬 책이려니 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어이없게도 ‘베아트리체’란 이름에서부터 어긋났다. ‘베아트리체’란 단테의 생애를 통해  사랑과 시혼(詩魂)의 원천이 되었던 여성으로 그 존재 여부에 대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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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는 연인의 에로틱(?)한 모습을 띠지로 두른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를 처음 봤을 때 당연히 연인들의 사랑, ‘베아트리체’란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삶을 다룬 책이려니 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어이없게도 ‘베아트리체’란 이름에서부터 어긋났다. ‘베아트리체’란 단테의 생애를 통해  사랑과 시혼(詩魂)의 원천이 되었던 여성으로 그 존재 여부에 대해 이상설(理想說), 상징설 같은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는데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가 있나...그것도 모르고 난 ‘주인공의 등장이 왜 이렇게 늦는거야’라고 투덜댔으니...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다. 이래서 고전은 꼭 읽어야 하나보다.


‘우리의 삶 한가운데 그 해 여름이 있었다’고 시작한 소설은 1970년대 바다가 보이는 스페인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화자인 ‘나’가 당시 십대 후반이었던 주변 친구들의 일상과 우정, 사랑, 더 나아가 그들의 청춘을 돌아보고 추억하는 내용이다. 표지엔 단 네 명의 소년(?)이 그려져 있지만 책 속엔 훨씬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이야기의 중심축인 미겔리토는 신장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옆 침대에 있던 환자가 죽고 난 후 그의 가족에게서 단테의 <신곡>을 건네받는다. 죽어간 남자에게 있어 그 책은 버팀목이었고 구원이었다. 미겔리토 역시 죽을 힘을 다해 그 책의 몇 구절을 외우고선 시인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자신의 연인, 베아트리체 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룰리가 유혹에 흔들리면서 그들의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마치 아름다운 불꽃이 화르륵 타오르는 순간 끝이 예고되어 있는 것처럼.


바람벽 파코는 머리숱이 적은데다 내세울만한 외모도 아니다. 다만 집이 부유하여 그의 아버지는 자동차에 늘 젊은 여자들을 잔뜩 태우고 다니면서 사랑을 나누는데 파코 일행은 그 자동차 안을 여기저기 뒤져서 나오는 여자들의 음모를 수집한다. 멧돼지란 별명으로 불리는 아마데오 눈니에겐 빼어난 미모의 고모가 있다. 섹시한 미국 여배우 ‘라나 터너’가 되길 꿈꾸는 그녀는 동네 사내 아이들에게 만인의 연인으로 군림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온몸에 뒤덮힌 털이 고민거리인 아벨리노 모리타야와 카르타고 투구 아가씨, 라피, 뚱땡이, 살덩이...그들이 서로 만나 어울리면서 성에 눈떠가고 고민하고 상처받으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화자인 ‘나’의 시점을 따라 진행된다는 점이 다른 소설에 비해 특이했다. 1인칭 시점의 소설임에도 ‘나’의 존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독특한 전개방식. 그래서 초반엔 스토리의 흐름을 잡아내기가 힘들었지만 조금 지나자 그들이 몇 명씩 무리지어 다니며 여러 일을 벌이는 행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앞뒤의 내용을 서로 이어붙이고 연결지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의 삶 한가운데 그 해 여름이 있었다...11쪽.


여름과 성장...이 둘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의 우정과 상처, 성장을 다룬 책을 보면 ‘여름’이 단골메뉴로 등장하다시피 한다. 계절적 배경이 여름이거나 제목에 ‘여름’이 들어가는 경우...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언뜻 생각나는 소설 중에 <열 네 살의 여름> <여름이 준 선물> <우리들의 여름>이 있다. 그 소설 속에서 아이들은 사춘기를 지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자신의 외모에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삶’이나 ‘인생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수시로 변하는 생생한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여름은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특별한 게 없다. 언니들처럼 거리에서 만나는 잘생긴 남학생 때문에 가슴을 두근대지도 않았고 학교의 총각선생님이 무작정 좋아서 꽃이나 선물을 한 적도 없고 좋아하는 연예인 따라 콘서트에 가거나 연예인 사진 같은 걸 사서 모으는 취미도 없었다. 친구와 늘 붙어 다녔거나 지금까지 연락이 자주 오가는 친구도 딱히 없다.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결혼하면서 먼 지방이나 외국으로 가버린 탓도 있지만...한마디로 밍숭밍숭 재미없는 아이였다.


스페인의 영국인 거리를 배경으로 사내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소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거리상으로는 거의 지구 반바퀴를 돌아야할 정도로 거리가 먼 곳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왠지 그다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겨울, 봄이 차례로 오듯이 아이도 어른이 되기 마련이라는 아주 당연한 삶의 법칙, 순리를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는 평생 수많은 사진을 찍어왔다. 그 사진들 중 어떤 것이 우리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마지막 사진 한 장이 우리가 진정 누구였는지 밝혀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안다. 미겔 다빌라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그 해 여름이 우리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것을. - 11쪽.

 

 

h*******8 2008.0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