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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첫날밤에도 마치 점호 나팔을 들은 듯 밤 아홉 시에 취침하여 아침 일곱 시에 기상한 사람을 아는가? 또는 음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 머리의 말을 듣기보다는 혀와 밥통의 말을 듣는 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을 아는가? 둘 다 모른다면 혹시 면접시험에서 회사 방침이 종업원에게 넥타이를 꼭 매야 한다고 강요하면 자신은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사람을 아는가?
물론 내 얘기가 아니다. 나는 그만한 용기도 없고, 내 아들은 방학 동안 놀러 다니며 삼겹살만 구워먹었으니 2학기 중간고사에는 '어떻게 하면 삼겹살을 맛있게 구울 수 있을까?'와 같은 문제만 출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이기적인 아빠도 아니다. 나는 이 책을 회사에서 짬짬이 읽으며 얼마나 키득거렸는지 본의 아니게 옆 동료들의 눈총을 사야만 했다. 서두의 글은 이 책의 저자인 전시륜의 행복론이다. 자명종을 틀어놓지 않기,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기, 넥타이를 매지 않기. 단 세 가지의 원칙이 충청도 시골에서 태어난 한 소년을 평생토록 행복하게 살게 해주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오직 자신의 의지대로 살았던 무명의 철학자 전시륜의 행복한 삶을 담고 있다.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삶. 그의 삶의 흔적에는 곳곳에서 유머와 재치,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용기가 넘쳐난다. 1932년 충청북도 주덕에서 태어나 1998년에 작고하기까지 66년의 길지 않은 그의 삶이 유독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특별한 이력도 없는 무명인인 그가 일면식도 없는 내게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과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깊은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삶은 기본적으로 따분하고 괴로운 일의 연속이라고 굳게 믿었던 나의 생각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삶은 행복한 파티의 연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게 해준 것이다.
평생의 소원이 모국어로 된 자신의 책 한 권을 세상에 펴내는 일이었다는 작가는 췌장염으로 책이 나오기도 전에 세상을 뜨고 말았지만 젊은 날 한국을 떠나 임종 때까지 외국에서 생활했던 작가의 유쾌한 행복론을 한번이라도 접한 독자라면 지옥에 가서라도 그를 다시 삶의 현장으로 끌고 오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작품을 2탄, 3탄 연속해서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시륜의 유머는 그야말로 발군이다. 『나를 부르는 숲』이나 『발칙한 유럽 산책』의, ‘웃기는 작가’, 빌 브라이슨이 울고 갈 정도다. 1957년 그는 『마산일보』에 구혼광고를 낸 바 있다. 25살의 전시륜이 마산 육군군의학교 하사관으로 있을 때였다. 장교도 아닌 사병이 신문에 구혼광고를 낼 정도로 전시륜은 배짱이 두둑한 사내였다. 시골에 칠순이 넘는 아버지가 계시는데, 자신은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라며, 미국 유학 동안 아버지를 모실 용의가 있는 여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사연을 광고에 적은 뒤 응모자격을 ‘만 19세 이상, 만 30세 미만의 대한민국 처녀 및 미망인’이라고 썼다. 왜 그랬을까?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무슨 꿍꿍이 속셈이냐고 따져 묻기 전에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그 당시 6.25 전쟁으로 인해서 하루아침에 많은 여자들이 미망인이 되었다. 그 중에는 착하고 똑똑한 여자들이 많이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그들 앞길은 막막했다. 그들이 내 광고를 읽었을 때 인습의 틀과 굴레를 차버리고 용기를 얻어서 나를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헌신짝처럼 버려진 여자라는 낙인이 찍혀 스스로 인간 가치를 50퍼센트로 할인하고, 나의 변변치 못한 사람됨을 용서해주고, 진지한 논의를 하자고 응해올 것이 아닌가. 나는 구둣방 머슴애처럼 건전한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가치 없는 새 고무신보다는 튼튼한 헌 가죽 구두를 택할 용의가 언제든지 있었다.’ (P.159)
삶이 오롯이 내 것이었던 어느 행복한 철학자의 유서로 남은 이 한 권의 책이 가슴 벅차도록 나를 달뜨게 한다. "저는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결혼이 거액의 배당금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이란 항상 즐거움이요, 언제나 로맨스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사실상 결혼했다고 해서 행복이 정장을 입고 우리집을 찾아와 큰절을 올릴 것이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행복은 문자 그대로 요행이며 복입니다. 행복은 삶이 의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우연히 얻게 되는 선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삶은 공정합니다. 만족스러운 생활이 요구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따뜻한 화로 옆에서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커피를 마시고, 좋아라고 떠들어대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바로 행복의 그림이 아니겠습니까." (P.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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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 단 한권의 책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을까? 이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자서전을 보면 아마 정답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독자들에게 왜곡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서전이나 위인전을 읽을 때에는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 전혀 다른 차원의 생기있고 경쾌하며 진실된 영혼을 가진 어느 무명 철학자의 삶을 만날 기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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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로 시작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내가 이 속세를 뜬 뒤,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내 유령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분이 있으면, 죄인을 용서하고 못생긴 아가씨에게도 윙크를 던져주십시오."(P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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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처음부터 정신없이 웃으면서 읽었다..
어쩜 이렇게 살 수 있지 싶어서..
그러다가 음.. 어쩌면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거 아닌가? 싶어졌다..
하여튼 재미있다..
행복이란게 어려운 듯 하지만 별거 아니라는 듯한 이야기들..
이 책 한권이 나오고 더 이상의 글을 볼 수 없다는게 안타까웠다...
평범한듯 하지만 비범한 구석이 더 많은 것 같은 한 사람의 유쾌한 행복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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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의 느낌
언젠가 이런 책 하나 쓰고 싶습니다. 전시륜 님께서 그 예전 구혼 광고를 냈던 일만 봐도 얼마나 재밌게 세상을 살았는지 느껴집니다. 저자는 "사람은 왜 사나? 살라고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 행복하게 살면 된다. 이것이 나의 인생철학의 전부다."라고 합니다.
복잡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단순하게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을 지면서 사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전시륜 님이 좋아집니다.
책에 나오는 몇가지 이야기는 첫째, 저자는 자명종을 틀어놓지 않는다. 가끔은 지각도 하고 문제도 생겼지만 본인이 잠보로 태어난 것을 부정하지 않고, 평소 낮잠 자는것을 낙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둘째,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다. 소금과 지방질은 몸에 나쁘다고 하지만 내 입과 몸이 원하는 음식이 내 몸에도 더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서 원하는 대로 조금은 짜지만 맛있고 행복하게 먹는다.
셋째,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넥타이는 서양문명의 수치며 비극이다. 특별한 기능은 없고 멋으로 맨다. 넥타이는 목을 조이고 행동을 불편하게 해서 저자에게 맞지 않았고 그것을 참지 못해서 하지 않고 살았다. 회사에 입사할때도 조건이 넥타이를 하지않겠다고 한 일화를 보면 재밌기도 하고 고집도 느껴진다.
이런 이야기들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모두다 적용하고 맞추기는 힘들겠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삶은 단순한 삶이다. 주어진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알고 이를 추종한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나는 믿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역시도 행복이란 만족이란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바로 자기가 원하는 행동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에 대한 자기의 책임이 따르지 못한다면 행복이 아니겠지만 책임을 질 수 있는 행동이라면 남들이 생각하기에 좀 이상하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에 가까이 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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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시작은 우렁찬 울음으로 이 세상을 빈손으로 올 때에는 욕심 없이 첫 설렘의 감정을 모르고 왔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처음 첫 설렘을 최고의 행복으로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꿈 많고 웃음 많던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학교에 갔을 때 운동장에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는 가슴 설레던 첫 번째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당번이 되어 주전자를 손에 든 짧은 단발머리의 그 소녀를 등교하다 마주쳤을 때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 줄 몰라 쩔쩔매던 사춘기의 첫 번째 짝사랑 얼마나 소중한 추억입니까
달빛 호젓한 밤 단발머리 그 소녀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오지 않아 바람을 맞아도 그때 그 추억은 잊을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진짜 열 번 동안 찍어 그 소녀와 처음 만났을 때 두근거리던 가슴 떨리는 손 첫 입맞춤의 황홀경은 저 세상에 가서도 잊을 수 없는 불사조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첫 사랑과 만나기 위해 혹은 다정한 친구와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눈 내리던 날 우산 없이 걸어도 풍선처럼 흥분된 가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하던 추억에 모두 행복해 하였습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그대와 나와의 밤 , 그리고 첫눈 내리는 날 처음은 기다려지고 기대가 크며 소중한 추억으로 그려지며 웬지 모를 설렘이 더 아련해지는 듯하다 늘 처음처럼 항상 첫 기대처럼 그렇게 맘 설레고 기다려지면 좋겠습니다
첫 등교를 할 때처럼 첫 키스를 할 때처럼 첫사랑을 만날 때처럼 첫눈이 내릴 때처럼 첫 월급을 받을 때처럼 그렇게 기쁘고 행복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처음처럼 오늘도 처음처럼 내일도 처음처럼 모레도 처음처럼 언제나 첫 경험처럼 하루하루를 처음처럼 행복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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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행복론(전시륜)>을 읽었다. 이 책을 보고 ‘유서’를 써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오래도록 옮기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유서 하면 재산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얼마나 사랑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려주면 더 좋겠다.
책은 자유로운 삶을 말하는데 몸에 익힐만한 훌륭한 철학이 숨어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던져놓았는데 삶의 슬기로움이 널브러져 있다. 쑥쑥 읽다가 갑자기 덮었다. 이건 한꺼번에 읽으면 안 돼.
웃음엣소리가 가득해서 저절로 행복해진다. 흠칫 놀랄 이야기도 많다. 읽으면서 내 삶을 돌아보는 때를 자주 가졌다. 즐겁게 룰루랄라~ 살자고 다짐도 자주 했다. 쓴 사람의 솔직함이 몸에 젖어들면서 자꾸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어느 무명 철학자 전시륜이 멋져서 눈물을 살짝 비치기도 했다. 그는 멋지게 살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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