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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연애를 읽고 싶었다. 아니 연애를 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선택한 책. 훗, 그래서 좀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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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용은 문책을 받아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팀 직원으로 자천을 당했다. 좌천은 사실상 권고사직이였지만, 필용은 버티기로 했다.
그런 필용은 혼자 먹거나 굶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종로에 나갔다. 걷다보니 종로까지 간것이였는데.. 필용은 걸으며 울었다.
사실, 인사이동을 통보받았을때 필용은 16년전 어학원 다니던 시절 종로의 맥도날드를 떠올렸다.
시설관리팀 직원으로서 필용이 하는 일은 엘리베이터 점검 날짜 확인하고, 무단결근한 경비원의 계약해지, 수도관과 전기회로의 안녕을 챙기는 일이였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종로에 나가는 필용은 맞은 편 건물에 걸린 세로로 쓴 "나무는 'ㅋ ㅋ ㅋ ' 하고 웃지 않는다"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을 보게된다.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을때 왜 맥도날드가 떠올랐는지 깨달았다. 왜 여기서 점심을 먹고 있는 지 완전히 이해했다. 양희와 재회하기 위해서 였다.
양희라고 부르면 어디에선가 풀냄새가, 유슌해진 밤의 공기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것이, 어떤 무게감으로 느껴졌던것이 떠올랐다.
양희는 과후배였다. 이름과 얼굴만 겨우 알던 사이인데 종로의 어학원에서 같은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를 듣고,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고, 두세시간쯤 양희와 대화했다. 몇시간씩 걷기도 했다. 그러면 둘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양희에겐 현재라는 것만 있었다.
건너편 건물의 걸린 "나무는 'ㅋ ㅋ ㅋ ' 하고 웃지 않는다"는 16년전 양희가 쓰고 있는 대본의 제목이었다.
양희는 배우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배우들의 몸을 움직이는 글을 쓰려한다고 했다. 쓰는 행위는 열의있게 지속됐다. 양희의 대본은 정말 더럽게도 재미없는 대본이었다.
연극 "나무는 'ㅋ ㅋ ㅋ ' 하고 웃지 않는다" 연극은 직장인들의 문화를 위해 열두시 십분부터 열두시 오십분까지 40분동안 진행되는 미니극이이다. 이 연극을 보기위해 필용은 점심시간 조금전 회사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종로까지 간다. 칠천원 표를 사면 샌드위치와 생수를 제공해 준다. 배우는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었다. 필용은 커튼콜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희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해서.. 타이즈의 머리 부분을 벗고 있는 배우는 분명 양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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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는 느닷없는 사랑고백을 했다. 나 선배 사랑하는 데 했다.
고백한 사람은 양희인데 그 사랑에 목매는 사람은 자기가 된 것 같았다. 필용은 오늘도 양희와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으며 오늘도 자기를 사랑하는지 묻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불가해한 기쁨을 느꼈다. ![]() 맥도날드에서의 만남에 집중했다. 거의 매일, 사랑하느냐고 양희에게 물었다.
어느날 양희가 깜빡 잊을뻔한 했다는 투로 아, 선배 나 안해요, 사랑, 한것이다.
화가난 필용이 심한말을 퍼붓은 다음날부터 양희는 보이지 않았다. 필용은 창백해졌다. 떠난것이다. 사라진것이다. 시름시름 앓았다.
시골집에 내려간 양희를 보기위해 필용은 문산을 향했다.
양희야, 너의 허스키를 사랑해. 너의 스키니한 몸을 사랑해. 너의 가벼운 주머니와 식욕없음을 사랑해. 너의 무기력함을 사랑해 너의 허무를 사랑해. 너의 내일 없음을 사랑해.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말고 이런 나무 같은거나 봐요.
언제봐도 나무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사랑은 사라지고 없었다. 필용은 울었다.
![]() 근태불량, 필용은 최하점을 받았다. 양희에게 달려갔던 시간들이었다. 추억까지 팔아서 부끄러웠다. 양희를 잊어야 한다.
나사 빠진듯 하지만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녔다. 어머니 생각을 하며 걸었다. 그런 어머니는 필용이 마흔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종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쩌다보니 가게 된 것이다.
느티나무처럼 팔을 조금씩 조금씩 흔들었다.
너 되게 멋있어졌다. 너, 꿈을 이뤘구나.
정오가 넘은 지금은 감당할 수 조차 없이 환한 한낮이었다.
9편의 단편들이 모아져 한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난 이제 겨우 한편을 읽었을 뿐인데.. 숨이 찼다.
필용의 지친 어께가 눈에 보여서.. 양희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
오늘저녁 나도 이렇게 말해볼까 나 그대 사랑하는데.. 라고..
... 소/라/항/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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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는가? 그리고 작가는 그들 곁에 어떻게 서 있겠다고 다짐하고 있는가? [너무 한낮의 연애] 읽기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작품집에는 지극히 김금희스러운 얘기들로 빼곡하다. 아홉 편의 얘기는 한결 같이 위태위태하거나 이미 파국을 맞은 이들을 소환하고 있다. 궁지에 몰렸음에도 다들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 없이 잊혀져가고 있은 이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하고 더러는 이롭기까지 한 그들이 대책 없는 포즈로 견디고만 있는 것이다. “너무 한낮의 연애”의 필용과 양희가 그러하고 조중균 또한 같은 처지이다. “반월”의 이모와 나, “개를 기다리는 일”의 엄마와 나, “보통의 시절”의 형제자매들도 도무지 가망 없는 자들이다. 조중균은 자신이 쓴 시의 작가 지위마저 사양한다. 부재하거나 익명으로 존재하는 그들이다.
그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돌아봤지만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집이 라디오 방송국 뒤편을 돌아 몇번째 골목에 있었는지 생각했다. 골목 어귀의 작은 공터에서 얼마를 걸어야 나오던 곳이던가를. 그리고 그 집에 무엇이 있었던가를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뭐가 있었는가보다는 뭐가 없었는가가 더 세세히 떠올랐다. 거기에는 육 인용 테이블이 없었다. 복수를 잊어버린 조중균씨도 없고 빈 시험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조중균싸도 없었다. 나태한 조중균씨도 없고 내 사인이 적힌 수첩도 다행히, 아주 다행히 없었다. 문장과 시와 드라마는 있지만 이름은 없는 세계, 내가 간신히 기억하는 한, 그것이 바로 조중균씨의 세계였다. (71쪽) “조중균의 세계”
그러나 그들은 완전히 끝나버린 것이 아니다. 구제불능으로 망쳐버린 삶이라하기에는 아직 여지가 남아 있다. 그들 곁엔 그래도 간당간당한 애인이, 가치를 알아보는 친구가, 서로를 거울로 여기는 가족들이 있고 한없이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가끔 뒤집어지는 웃픈 상황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들을 아프게만, 가엾게만 바라볼 게 아니란 말이다.
밤바다가 우리를 자꾸 섬에서, 섬에서 멀어지게 했다. 힘이 드는지 이모가 내 튜브에 매달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이모 얼굴이 지워졌다가 나타났다. 이모의 얼굴은 섬을 향할 때는 우는 듯 보였고 바다를 향할 때는 웃는 듯 보였다. (중략) 어쨌든 우리는 떠 있었다. 견디고 있었다. 이모,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어요? 라고 물었을 때 해변 어딘가에서 불꽃이 터졌다. 마치 토끼 수염처럼 양옆으로 갈라진 불꽃들이 반달을 향했다. 그때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눈부신 해변의 불꽃놀이였다. (127~128쪽) -“반월”
사과하러 달려온 필용에게 양희는 무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그녀의 사심 없이 맑고 애정 어린 말에 필용은 한 단계를 정리하게 된다.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양희가 돌아서서 동네 어귀의 나무를 가리켰다. 거대한 느티나무였다. 수피가 벗겨지고 벗겨져 저렇게 한없이 벗겨져도 더 벗겨질 수피가 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느티나무였다.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필용은 양희 뒤에 서서 양희에게로 손을 뻗어보았다. 닿지는 않았다. (37) -“너무 한낮의 연애”
세상이 까맣고 진득진득한 것만은 아니며, 그들은 영원한 패배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이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아니 더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너무 비감어린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양희는 얼핏 김금희 작가의 페르소나로 읽힌다. 작가는 힘든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와 자신의 책을 잡은 이들에게, 막막한 현실에 항변할 길도 막혀버린 이들에게 이렇게 들려준다. 자신도 함께 하겠다고.
왜 이렇게 됐습니까, 괜찮습니까. 그렇게 물을 때 나는 사람들 곁에, 차가운 창의 흐릿한 입김으로 서 있겠다. 누군가의 구만 육천 원처럼 서 있겠다. 문산의 느티나무처럼 서 있고, 잃어버린 다정한 개처럼 서 있겠다. (286) -“작가의 말”
그래서 슬프고, 가망 없고 대책 없는 삶일지라도 곁을 내어주는 이가 있으니 진짜 끝난 건 아니라고, 어떻든 살아갈 여지는 있다고 넌지시 일러주며 손을 내밀고 있다. 따스한 손을 맞잡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는 그런 얘기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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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서 고르게 됐고, 제목만 봐서는 상큼한 로맨스물인가 싶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라서 더욱 매력 넘치는 소설집이다. 표지와 제목이 맘에 들었던 만큼 단편 하나하나 아껴읽고 싶을 정도로 취향저격이라서 김금희 작가님의 신작도 바로 구매완료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주변에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들이자 딱 잘라 악인이라 할 수는 없지만 미묘하게 정이 안 가는 타입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그들을 미워하기도 힘들다. 폭력에 노출된 환경의 성장, 과거의 자리에 그대로 머문 사람, 가난에 대한 두려움 등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에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이기심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과거의 기억들은 아주 없음의 상태가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있기에, 다시 과거를 떠올릴만한 사건과 조우한다면 과거의 기억과 감정들은 다시 있음의 상태로 돌아온다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보통의 상태가 되면 자신은 과거를 깨끗이 잊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시간이라는 가림막에 가려져 무던해진 것일 뿐이다. 내면에는 아직 과거의 기억과 감정들이 남아있어 무의식중에 표면화되기도 하며,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의식중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에도 과거의 영향은 지울 수 없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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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로 2016년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 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설가 김금희의 두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가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창비, 2014)로 제33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금희는, 이제 명실상부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가 되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소설집에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9편의 작품이 수록된바, 이 점에서 문학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소설쓰기의 왕성함에 더불어, 한국문단이 김금희에게 걸고 있는 기대감도 한껏 느낄 수 있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그 기대를 향한, 김금희의 수줍지만 당당한 응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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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와닿아 종이책으로 읽었는데 가벼이 한번 읽고 지나가기에는 아쉬워 e북으로 다시 구매를 해서 읽었다. 제목과 표지를 봤을때는 왜인지 30대 여성 시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필용이라는 남자 시점이라 의외였다. 그의 눈과 기억을 통해 예전에 여자친구 같은 후배였던 양희라는 여성을 보여주는데 그녀의 아프고 힘들었던 그 시절을 회상하고 그녀를 만나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필용의 모습도 뭔가 독특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 모두가 작품 속 인물들이 각자의 아픔과 슬픔, 상실감 등을 가지고 있는데 또 작게나마 뭔가를 이루고 해내고 있어서 정말 우리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하는것 같은데 그 삶의 무게와 고통을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 슬프면서도 같이 덤덤해지는 것 같았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깊이있는 메시지까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내 나름대로 생각하게 되는 바가 많았던 책이다. |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집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보단 장편 소설을 선호하고 김금희 작가님의 작품이 제 성향과 잘 맞는다고 느끼진 못했었는데 이 소설집만큼은 소중하게 여길 만큼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모든 수록작이 다 재밌었지만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런 사랑은 뭘까, 저런 마음도 진짜 사랑일까? 여러번 자문하고 곱씹으며 읽었습니다. |
| 너무 한낮의 연애 리뷰입니다. 여러가지 단편이 들은 책인지 몰랐는데 단편좋아해서 잘봤습니다. 궁금했던 너무 한낮의 연애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꾸며지지않은 사랑의 과정이 현실감있게 다가와서 좋았어요. 문장도 좋았고요. 다른 단편들 또한 물흐르듯이 잔잔한 느낌이었고 때로는 슬픔이 느껴지는 단편들도 있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
| 주변에서 많이들 추천해주길래 고민없이 구매했습니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읽은 지 한참 지난 후에도 장면장면들이 많이 기억에 남구요. 조중균의 세계는 조중균이라는 인물이 정말 실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캐릭터 빌딩이 좋았습니다. 보통의 시절도 잘 읽었습니다. 문체가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워서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부담없이 눈에 들어오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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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등으로 우리 독자들에게도 유명한 김금희 작가의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입니다.
표제작인 작품은 한 남자의 사랑을 따라가는 작품인데요. 과거 햄버거집에서 무미건조하게 주고 받던 대사들, 그리고 마지막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행위들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조중균의 세계]나 [세실리아]도 굉장히 좋은 소설로 읽고나면 아 대체 조중균과 세실리아는 왜 그랬을까 하고 계속 반추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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