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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한 느낌은 둘째치더라도 마치 스스로가 '흔하디 흔해 여기저기 널려있는 판타지 뽕짝물' 임을 매우 강조하는 듯한 표지 디자인이 묘하게 끌려 읽게 된 책이 이「장미의 마리아」다(딱히 그림체가 대단히 맘에 들거나 했던 것이 아님에도). 적어도 내가 책을 주문했던 시점에선 국내에서 많이 읽히지 못해 소감문도 찾아보기 힘든 소위 검증되지 않은 소설이었고, 배송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우후죽순… 이랄 만큼 많진 않지만 틈틈이 올라오는 부정적인 비평들이 눈에 띄었단들 그 때에도 괜히 샀다 싶은 후회라든지 재미없진 않을까 하는 우려는 그다지 안 했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고 산 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그리 기대는 갖지 않고 편하게 읽은 장미의 마리아는 생각보다는 괜찮은 소설이었다. 정확히는 괜찮다기보다 재미가 있었다. 비록 부분부분 '그다지 의미없는 부분에서 설정놀음의 폐해' 같은 걸 본 듯한 기분도 들고 군데군데 '유치뽕짝' 스럽다고 느끼는 꿈을 꾼 듯하기도 하지만 뭐 그런 건 차치하고서라도 흥미롭게는 읽었다고 할까. 적어도 1권을 읽은 뒤 2권을 읽고 싶어졌고, 앞으로도 이 선에서 더 격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그 뒷권들도 그리 아깝지 않게 사서 볼 수 있겠지 싶은 정도로 말이다.
역자 후기에도 나온 말이고 슬슬 올라오기 시작한 소감문들 사이에서도 흔히 보는 말이지만 장미의 마리아는 정말 게임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장르는 말할 것도 없이 던전RPG. 각 분야에서는 스페셜리스트라 할 수 있어도 개중 하나가 먼치킨이라고 날뛰기엔 워낙 단점이 뚜렷한 캐릭터들에서, 그들이 뭉친 클랜 Zoo의 약간은 라이트노벨다운 헛바람이 든 파티 플레이의 표현에서, 그 무엇보다도 게임스럽게 묘사된 그들의 전장-던전(미궁)의 존재까지 많은 부분에서 던전RPG장르 게임의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뭐 애초에 한 캐릭터가 지도 그리는 아이템으로 '모눈종이'를 꺼내드는 시점에서 확신범이라고 할까, 암만봐도 의도했다고밖엔 생각하기 힘든 정도로 그런 느낌이 강하다.
앞으로도 이 소설의 주 무대가 1권 같은 '던전'이 될 지, 단적으로 앞으로도 이런 게임 같은 느낌을 줄곧 소설을 통해 표현해낼지는 뒷권이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첫인상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의 그런 이미지가 내게는 꽤 좋은 인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작품 전반에 깔린 자잘한 배경설정이라든지 레어아이템의 설정 따위가 내가 처음에 바랐던 '흔해빠진 판타지 뽕짝물'의 그것과 고만고만하다는 점에서, 읽은 건 1권 뿐이지만 작품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과 특징을 당장이라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적당히 만족스러웠고 뒷권도 기대하게 되더라.
사실 하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다고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돌아가는 눈치 봐서 역시 대단한 걸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미묘한 것도 현실. 혹여 자신의 취향 중에 '여자같이 곱상해서 종종 오해도 사지만 사실 사내놈' 같은 걸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면 그런 이에게라면 일단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겠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이 소설의 주인공, 마리아 로즈가 어엿한 그 계열(?)이니께.
그러고보면 '꽃 같은 면상을 한 사내놈' 같은 걸 어느 순간부터 남성도 여성도 아닌 완전 별개의 다른 개체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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