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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다섯 살 때 사망한 아버지. 다섯 살, 세상이 뭔지도 모를 나이다. 이제 겨우 대화를 하고, 글을 띄엄띄엄 읽을 만한 어린 아이. 그때의 기억이 얼마나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 이후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많은 세월이 지났다면 부재의 고통을 잊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텐데... 아버지가 사망한 지 40여년이 흐른 후에도 작가는 기억조차 희미한 아버지 때문에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낸다. 그것이 책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너무도 예민한 작가의 성격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상처가 마음 깊은 곳까지 박혀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한번쯤 울며 소리를 질렀을 것 같다. 아버지로서의 정을 보여준 적도 없고, 엄마가 눈물로 세월을 보내게끔 만들고, 가족들에게 상처밖에 남기지 않은 아버지면서, 왜 지금까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아버지를 깊이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글에서는 그런 원망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간혹 절필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보이기도 한다.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아버지, 소리 내어 말을 하지 못했기에 아픔이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더 큰 상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조차 숨이 막힐 만큼 힘들었다는 작가가, 이제까지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 했던 주제를 힘들게 꺼내놓았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글을 쓰면서 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생존을 위해’, 아버지의 망령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고 글을 완성한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젠 그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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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클림트 그림에 끌려 무작정 책을 집어 들었다. 제목도 퍽 서정적이지 않은가. 슬픈 아이의 딸...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책인 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앞날개를 들춰보니 작가가 다섯 살 때 사고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아버지도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였다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함을 안고 책장을 열었다.
쉽지 않았다. 문장이 이상한 것도 아니었고, 내 이해력이 그렇게 딸릴 정도는 아닌데. 소제목도 없고, 시간 배경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버지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버지 묘지에 찾아가고, 멀리 사는 오빠를 만나고, 자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운전면허시험은 또 뭔가. 이쯤 되니 슬슬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끝까지 한번 가보자.
결국 끝까지 다 읽고, 한 가지 깨달았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니구나. 앞에서 도통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결코 잘못 씌어지거나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교통사고는 작가가 운전면허시험에 계속 실패하는 원인이고, 손목과 면도날 이야기도 결국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유령은 마리의 발에 고통스럽게 달라붙고, 마르탱 오빠는 아버지의 영혼을 위로라도 하려는 듯 구두를 수집한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가 글을 엮어나가는 솜씨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이런 것을 다 의도하고 글을 썼을까, 아니면 그저 생각나는 대로 썼더니 이런 글이 나온 것일까. 영화 ‘메멘토’처럼 에피소드들을 끼워맞추며 읽어나가게 되는, 잘 엮인 작품인 것 같다.
책을 읽은 후로 작가의 운전면허시험은 어떻게 되었는지, 면허를 따긴 했는지 궁금했는데 옮긴이의 말에서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