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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누대에 걸쳐 지금까지도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유비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반면에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21C인 지금까지도 <<삼국연의>>의 핵심인물인 조조를 경멸하고 싫어한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왜 한 사람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면서 다른 한 사람은 그토록 업신여기고 미워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조조가 만능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지금까지도 그리워하고 숭상하는 인물 중 한명은 한고조 유방이다. 유방은 일개 농민의 자식으로 특별히 뽐낼만한 재주가 없었다. 다만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그 인재의 말귀를 알아듣는 귀가 있었기에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다. 이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통 중국인들에게 로망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조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문무를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시문에도 능했고 음악에도 나름 조예가 깊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수완도 뛰어났으며 경제도 잘 다루었다. 게다가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탁월해 수많은 인재를 거느리면서 천하를 호령해 결국 왕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한마디로 조조는 보통 사람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랬으니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어찌 조조를 고운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었겠는가! 조조가 존경보다는 미움을 받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유비에 대한 평가는 낮아지는데 반해 조조에 대한 평가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위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중국인들까지도 조조를 다시 보고 있다고 한다. 조조는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조조를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라 믿기에 난 모두가 “조조는 그 시대 최고의 인물이었다.”라고 인정하는 그날까지 조조를 계속해서 지지하고 그를 응원할 것이다. 이 책은 조조를 간웅이 아닌 영웅으로 복권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조조의 영웅적인 면모는 찾기 어렵다. 그 이유는 저자가 조조를 반조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저자의 조조에 대한 평가는 조조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만약 조조를 영웅으로 복권시킬 요량으로 책을 썼다면 조조를 간웅으로 여기게끔 만드는 단어를 쓰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단어들을 서슴없이 써가며 조조를 묘사하고 있다.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 이 책을 보고 과연 사람들이 조조를 영웅으로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조조를 잘 파악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마음이 너무 아플 따름이다. 이 책은 총10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조조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다. 저자는 조조의 웃음을 표현할 때 교활한 웃음이니 간교한 웃음이니 하는 식으로 묘사한다. 이런 식의 표현은 주로 환관들을 묘사할 때 쓰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조조가 웃기만 하면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조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이 이 묘사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웃음을 짓는 사람을 본받고 싶어 할까?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웃음을 짓는 사람을 존경할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의 이와 같은 짓은 조조는 환관의 자손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전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조조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고 책을 쓴 저자라면 이런 식으로 조조를 표현하지 말았어야 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해도 변명이 되질 않는다. 한 숨이 절로 나온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동탁을 지나치게 호평한 것이다. 동탁은 천하의 악인이다.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숨어있는 인사를 등용했다고 해서 덮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풍유를 즐기면서 선비를 높이 대했다고 해서 감출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조조는 재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동탁을 좋게 평가하며 치켜세우고 있다. 이 보다 더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조조가 동탁보다도 못하고 더 나쁜 인간이란 말인가? 조조가 황제를 제멋대로 폐위라도 시켰던가? 아니면 상대편 장수에게 양아버지의 목을 베어오라고 시키기라도 했던가? 동탁은 엄연히 충과 효를 모두 어겼으니 욕을 먹을지언정 칭찬을 받아서는 안 되는 악인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조조는 내팽개치고 오히려 동탁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저자에게 충효가 무엇인지부터 배우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조비를 장남으로 말한 것이다. 오타인지 아니면 착각해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크나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왜 조비가 장남인가? 조비는 조조의 둘째 아들 즉 차남이다. 저자 말대로 만약 조비가 장남이었다면 훗날 조식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피 튀기게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장자가 가문을 잇고 제사를 모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엄연히 조앙이라는 맏아들이 있었고 완성전투에서 아비인 조조를 대신해 장열하게 전사했거늘 왜 이런 중요한 인물을 빠뜨렸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조조에 대한 관심부족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다음 권에는 제발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조는 그야말로 영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조조의 영웅적인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다. 나중에 극적 반전을 노리기 위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인들의 따가운 눈총이 두려워서인지는 2권에서 더 살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