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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평범했던 자연의 풍경을 담고 있던 수채화였다. 해변, 아이들, 부서지는 바다. 그런 바다 위를 떠도는 어선과 어울리는 바닷새들. 물론 밑그림도 없이 무작정 붓에 물감부터 묻혔던 순간부터 평범한 그림이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그 마무리는 시즈쿠의 상식을 뛰어넘는 충격을 그녀에게 선사해 주었다. ‘분명 그때는 모래사장을 표현을 끝으로 그림이 완전히 완성 됐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 진호는 붓에 다른 물감을 묻히고 스케치북 위에 색을 입혔다. 그것은 검은색이었다. 수채화에서 색의 어두움을 표현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색깔이며, 섞는 순간 다른 색을 먹어 치워버리는 탐욕의 색깔, 검은색. 하지만 진호의 붓을 타고 화폭에 옮겨지는 검은색은 그녀가 여태껏 알고 있던 검은색과 달랐다. ‘검은색이… 빛을 품고 있어.’ 단어 그대로였다. 색을 먹어야 할 검은색이 빛을 뿜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표현법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서 숨죽이고 진호가 붓을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던 시즈쿠는 고개를 저었다. 말이 안 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었으니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현실감에 시즈쿠는 진호의 그림에서, 그리고 붓의 끝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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