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호가 커피를 삼키면서 마블론 코믹스에 속한 아티스트들을 하나둘 떠올렸다. 컨텐츠 리더의 역할을 하는 만큼, 마블론 코믹스에 속한 사람들도 그 분야에 일류라 평가 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림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닌, 실력이 너무 뛰어나기에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출난 컨셉 아트 다이렉터, 펜네임, 핸드레이크를 기억하면서 진호가 숨을 골랐다. 2000년 이후 마블론 코믹스의 대표 캐릭터들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고, 그가 들어오기 전과 후로 마블론 코믹스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할 정도로 업계에서 높게 평가되는 인물. 다만 신비주의인 것인지, 유명세만큼 많은 정보가 세상에 풀리진 않았다. 남들이라면 하나 쯤 풀렸을 증명사진 한 장조차 인터넷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보인 실력만큼은 진짜였다는 것을 모두가 부정할 수 없었다. 특유의 거침없는 선들로 특징만을 확실히 부각시키는 표현법. 누가 본다면 대충 그린 게 아니냐고 되물을 정도로 느슨한 그림체였지만, 그림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사용하는 선들이 얼마나 강렬하고, 정말 실용적인 곳에만 쓰이는지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내가 그린 캐릭터가 괜찮다고 했어.’ 진호가 잠시간 몸을 떨더니 이내 얼굴을 털어냈다. 그와 동시에 눈빛이 바뀌었다. 항상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던 진호의 눈빛에 이번 일을 꼭 적극적으로 해내겠다는 열의가 섞인 눈빛이 떠오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