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애굽기 20장에서 십계명을 주시기 전에 하시는 말씀이 있다. 2절에서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이다. 즉 우리가 지켜야 할 계명에 앞서 계명을 주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선포하고 계신다. 그래서, 십계명을 지켜야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닌 이미 구원(출애굽)을 받은 것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하며, 십계명을 기쁨으로 지킬 뿐만 아니라 가나안 족속에 물들지 않고 계명 안에서 하나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임스 패커의 ‘기도’라는 책은 그 동안의 보아왔던 기도서와 다른 서술의 양상을 보이는 책이다. 다른 수많은 기도서들이 어떻게 하면 기도응답을 받는 능력 있는 기도를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우리의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대해 더 많이 알려주고 있다. 그리스도인이기에 의무감으로 기도하거나 다른 기도서나 간증을 통해서 잠시 동기유발이 되었다가 금방 기도의 열정 혹은 몸부림이 식어버리는 우리의 기도의 삶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1장 기도의 대상이신 하나님’으로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여진다. 하나님의 속성 혹은 성품 8가지의 진리를 소개하고 있다. 3장 묵상하기에서 하나님을 알 수 있는 다양한 하나님과 말씀을 묵상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알파벳 l로 시작하는 7가지(장서, 조망, 편지, 청음초, 법, 빛, 생명줄)와 빠른행군(통독)과 느린행군(렉티오 디비나, 신적읽기)도 나온다. 다음으로는 기도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2장 ‘길과 샛길들’과 5장 ‘기도 건강검진’을 통해서 우리의 기도의 삶과 우리 자신의 영혼과 몸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있다. 우리의 하이킹(기도생활)을 방해하는 샛길들(하나님 잘 모르기, 기도 자체에 대한 협소한 개념 갖기 등)을 제시하는데 하나하나 정말 공감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하고 불평하고 매달리고 함께하고 전심으로 기도하는 구체적인 부분에 하나님과 인간을 아는 지식을 적용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한 가지 색달랐지만 수긍이 갔던 것은 ‘불평하기’에서 흔히 불평하지 않고 견디는 것을 믿음이 있다고 보고 불평하는 것을 믿음이 적다고 보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플라톤주의의 유산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하나님이나 인간이 인격적인 존재이기에 불평은 필수적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책은 500여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다. 그런데, 내용은 이해하기 쉽다. 강의를 녹음한 것을 정리해서 만들어진 책이라서 그런가보다. 영생을 얻는 줄 알고 성경을 상고하였지만 바로 곁에 오신 생명의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율법주의에 중한 짐을 지고 고통하고, 그 고통을 풀어주러 오신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았던 것처럼 주님을 알고 나를 알지 못하면 기도라는 짐의 눌려 생기를 잃은 에스골 골짜기의 마른뼈처럼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풍성하고 의미있는 현실적인 기도를 드리는 세 가지 비결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그것은 ‘하나님의 실재에 대한 분명한 인식, 지속적인 하나님의 임재 연습, 매일 살아가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여기에서 제시한 방법들에 중점을 둔다면(하나의 스킬로만 여긴다면) 이 기도서 역시 우리를 또 생명력 없는 기도가 되게 하여 낙심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십계명을 주시기 전에 여호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때 십계명이 짐이 아니라 복이 된 것처럼 끊임없이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자신을 점검할 때 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공급받고 기쁨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을 것이다. |
|
무엇이든 언제 하느냐는 참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배가 부를 때는 그 맛이 크게 감동을 주진 못한다. 나는 기도의 중요성을 알기에 때로는 피곤하고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다른 일에 밀려 기도의 자리에 앉지 못함으로 인해 몸부림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있어서 「제임스 패커의 기도」는 나를 아는 믿음의 선배가 내 상황을 보며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는 듯해서 좋았다. 책을 받고 거의 한달 만에 책을 다 읽은 듯하다. 기도의 생활이 어려웠던 것만큼이나 이 책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읽기 어려웠다. 책은 논리 정연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좀 딱딱한 느낌도 있지만 실제 내 기도 생활에 적용하면 좋을 아이디어들이 많아서 천천히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 듯하다.
책 내용 중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매일 기도의 좋은 습관을 드리고자 노력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일상의 분주함으로 인해 마음없는 형식주의에 빠져드는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다. ‘기도 생활은 매일 식사와 같이 정기적이고 일상적인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아침 큐티 때 읽은 출애굽기 내용(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매일매일 만나를 모으러 들로 나가도록 하셨음)을 묵상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마음을 다 잡았다. 둘째,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p로 시작하는 여덟 가지 제목 - 인격적(personal), 복수(plural), 완전(perfect), 권능이 있으심(powerful), 목적을 갖고 계심(purposeful), 약속을 지키시는 분(promise-keeper), 아버지(paternal), 찬양받으시기에 합당하심(praiseworthy) - 으로 정리하였는데 이것이 하나님에 대한 나의 생각과 기준들을 점검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셋째, 이 책의 5장은 기도건강검진인데, 이것이 내게 있어서 가장 유익한 부분이었다. 몸의 건강조차도 문제가 생겨야 관심이 가는 형편이니 영의 건강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내 영의 상태를 점검하신다면 어떤 면을 검진하실까? 이 책에서는 의사되신 하나님이 우리의 믿음, 우리의 회개, 우리의 사랑, 우리의 겸손, 지혜의 문제에서 우리를 점검하시며 우리의 초점을 점검하신다고 한다. 주님 앞에서 건강한 자녀로 살기 위해서 내 중심을 바로 세우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되어 유익하였다. 넷째, ‘네가 지금 구하는 바로 그것 외의 다른 것을 주어도 똑같이 만족할 수 있겠느냐? 말해보라’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많이 찔렸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그리고 그렇지 못할 때 실망한다. 이번 3월에 포항으로 발령이 나서 집 문제를 처리하지 못한 채 포항으로 이사를 왔었다. 쉽게 해결될 줄 알았던 집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껏 크게 모아놓은 돈은 없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던 나에게 포항 집을 구하기 위해 빌린 돈의 이자, 구미 집에서 발생하는 관리비와 장기 주택 상환금 등은 마음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4월 초부터는 하나님 앞에 무작정 4월 30일까지 구미에 있는 집이 팔리게 해 달라고 때를 썼고, 4월 30일에는 오후 수업이 없다는 이유로 조퇴를 하고 무작정 구미에서 기다렸다. 어찌보면 믿음이 좋은 듯했지만, 보기 좋게 하나님께 바람(?)을 맞았다. 돌아오는 길에 이 말씀이 생각이 나서 씁쓸했다. 마지막으로, ‘고독한 그리스도인보다 더 비기독교적인 것은 없다’는 존 웨슬리의 말이 인용된 부분을 보면서 공동체의 중요성과 기도에 있어서도 공동체는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기도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고 이 책과 중복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이든 책과 그 책을 읽는 독자 사이에는 개인적인 스토리가 있을 것인데 이 책을 통해 기도 성장의 스토리가 있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