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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는 무엇보다도 훌륭한 심리소설이다. 저자는 엘파바가 왜 그렇게 독단적이고 편집증적이고 독립적인 영혼이 되었는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엘파바는 아버지 프렉스가 처참하게 실패를 경험한 날 태어났고, 그런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는 프렉스에게 자신의 목회 생활의 실패를 의미하게 되었다. 어머니 멜레나는 더 이상 초록색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밀매 약품을 먹었고 그 때문에 양 팔이 없는 네사로즈가 태어났다. 엘파바는 그런 동생을 낳다 죽은 엄마에 대해 “모든 게 다 내 탓이야.”라고 말한다. 무시무시한 유치를 갖고 태어난 어른스러운 엘파바와 달리 혼자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네사로즈는 프렉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프렉스는 그렇게 취약한 네사로즈를 위해 엘파바에게 끊임없이 희생을 요구했다. 그렇게 엘파바는 가족과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이루며 고집이 세고 기성 가치 체계와 신앙에 반항하고 이상과 구원에 냉소적인 인물이 되면서 타인과 물과 기름처럼 다른 길을 걸으면서 마녀가 된다.
한편 동물에 대한 마법사의 학대와 차별에 분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들인 리르에게는 매몰찰 수밖에 없는 것은 엘파바 자신이 건전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캔자스에서 날아온 도로시가 자연스러운 천진함과 밝은 성품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것과는 반대로, 엘파바는 그 누구에게도 유해한 존재가 아닌데도 마녀의 삶을 살아야 한다. 엘파바의 삶은 사랑도, 혁명도 모두 실패와 좌절로 점철되었고, 애타게 바랐던 용서도 얻지 못한다. 엘파바의 어둡고 뒤틀린 삶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출생 때부터 운명 지워진 조건들 때문이다. 그러나 엘파바는 한때 마음을 나누고 순수한 열정을 불태웠던 글린다, 보크 등 친구들이 세파에 찌들어 속물로 변해 가는 와중에도 비록 모나고 괴팍해 보이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신념을 좇는 자세만은 잃지 않는다. 보통 판타지의 주인공이 고난과 시련을 거쳐 자신의 도덕적 결함과 약점을 극복하고 영웅이 된다면, 엘파바는 끝까지 불완전하고 뒤틀린 실패자, 마녀로 남아 고독 속에서 생을 마치지만 불의와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고 외로운 투쟁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영웅적인 면모를 보인다.
1995년 출간한 『위키드』는 2005년 뮤지컬로 만들어져 2007년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최대 히트작이 되었다. 100여 년 동안 영화, 뮤지컬, 연극 등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면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 온 고전 동와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머과이어의 기발한 상상력은 훨씬 더 문학적인 깊이와 의미를 담은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주인공 엘파바(Elphaba)의 이름은 『오즈의 마법사』의 저자 L. 프랭크 봄(Lyman Frank Baum)의 첫 글자 발음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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