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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치던 어느 날, 소년은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하얀 셔츠에 파란색 넥타이를 하고 한쪽으로 가지런히 머리를 빗어 넘긴 것을 보니, 소년은 얌전한 부잣집 도련님인 것 같습니다. 방안에는 여러 종류의 장난감과 책들이 가득 차 있지만 혼자인 소년은 심심 한가 봅니다. 집안 분위기가 적막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소년은 혼자 있는 것 같습니다. 소년의 부모는 아주 바쁜 사람들이겠지요. 빨강 줄무늬 공을 통통 차며 걷던 소년은, 우연히 의자 밑으로 들어간 공을 찾기 위해 더듬거리다 처음 보는 열쇠를 발견합니다. 큰 궤짝의 열쇠였죠. 소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궤짝을 열어봅니다. 궤짝 안에는 사다리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조심조심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길게 뻗은 지하 통로 끝엔 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조심스레 걷다가, 드디어 문을 만난 소년은 망설이다가 문을 열지요. 뜻밖에도 하얀색 계단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소년은 계단을 뱅글뱅글 돌아 끝까지 올라갑니다. 그 끝은 등대였습니다. 자신의 방에서 보이던 바다 건너의 그 등대 말입니다. 등대섬의 하늘은 맑고 푸릅니다. 지금까지 달려오느라 흘린 땀을 식히려는 듯 바다 바람을 맞는 소년, 밝고 활기찬 표정입니다. 그 뒤에는 그런 소년을 지켜보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소년과 아이들은 금세 친해졌지요. 함께 맛있는 빵도 나누어 먹고 맨발로 풀밭 위에서 공놀이하기도 합니다. 연을 날리고 모래성을 쌓으며 놀다보니 어느 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지요. 등대의 불을 켤 때도 되었고요. 아이들은 소년에게 등대의 불을 켜도 좋다고 말합니다. 소년은 자신이 킨 환한 등대의 불빛을 보고 기뻐합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급히 집으로 돌아온 소년, 평소와 다름없이 격식을 차리고 커다란 식탁에 앉아 저녁 먹을 준비를 합니다. 종일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논 소년은 그날 밤 깊이 잠듭니다. 비가 내리는 아침, 소년은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신나는 얼굴로 등대의 섬 친구들을 데리러 갑니다. 그리고 없는 게 없는 넓은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블록 놀이를 합니다. 맑게 갠 창 밖에선 푸른 바다와 반짝이는 등대섬이 보입니다. 소년은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2005년 칼데콧 수상작이기도 한 바바라 리만의 『비바람 치는 날』은 글자가 없는 그림책입니다. 그녀의 그림은 단순한 선으로 그려졌습니다. 군더더기 없음을 느낄 수 있죠. 그러나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녀의 책이 더 돋보이는 지도 모릅니다. 글자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림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뿐 아니라 그 이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가 없기 때문에 독자는 단어 뜻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기에 마음껏 더 깊숙한 곳까지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더 좋겠지만 성인들이 봐도 좋을 그림책입니다. 어쩌면 어른들이 더 열광할지 모릅니다. 그 이유는, 읽어보시면 곧 알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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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단순히 강렬한 이미지와 엄마의 목소리로 기억되는 책이지만 읽어주는 엄마에게는 그림책 이상의 것을 선사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읽을때마다 항상 조금씩은 다른 메세지와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달까? 비가 내려서 밖으로는 나갈수 없고, 집안에는 정적이 흐르는 고립아닌 고립된 집과 대조적으로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등대와 그 섬. 그 섬으로 통하는 입구가 보물함같이 생긴것은 그 등대와 그 섬의 아이들, 친구들이 보물이기 때문일것이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그 친구들과 맑고 푸르게 뛰놀면서 추억을 만들고 단정하지만 답답하게 목을 감싸던 넥타이를 풀어도 되는 그런 자유가 보물이 아닐까? 정막하기 그지없는 그 집, 그 성에는 그런 보물을 숨긴 보물함이 있다. 그리고 그 보물을 꺼내서 집에 들이는 순간, 그 집도 등대처럼 밝아진다. 집에들어온 보물은,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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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라만 지음 <비바람 치는 날> - 마루벌 by Barbara Lehamn <Rainstorm>
이 책은 글이 없는 책입니다. 헉! 글이 없다는 건 읽어줘야 할 엄마에게는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줍니다. 그러나 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그림으로 쏙 빠질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이기도 합니다. <나의 빨강 책>으로 칼데곳 아너 상을 수상한 작가 바바라 라만. 이 책을 보고는 이 저자에게 빠져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또 읽게 된 바바라 라만의 두 번째 책 <비바람 치는 날>입니다. 원서명보다 더 맘에 드는 번역서명입니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이 상상력이 풍부한 세계로 이끄는 책이라면 바바라 라만은 그보다 좀 더 간결하게 그림으로 표현되었으며 아이들의 일상과도 아주 가깝게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글이 없는 바바라 라만의 그림책은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책입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길 것 만 같습니다.
비바람 치는 날 한 소년이 창밖을 내다봅니다. 아이 방에는 온갖 장난감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공이 하나 바닥을 굴러다닐 뿐 장난감은 진열장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너무 풍족한 것이 아이를 지루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사실 아이들 가지지 못했을 때 욕심도 부려가면서 갖는 재미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아이들이 놀다보면 다툼도 많이 일어납니다. 안 갖고 놀다가도 누군가 갖고 놀기 시작하면 욕심을 부리고 빼앗으려 들 때 이해가 안 가지만 그것이 바로 아이들입니다. 무료함을 달래듯 공을 툭툭 차며 굴리던 아이는 의자 밑으로 들어간 공을 꺼내려다 열쇠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장난감보다도 낮선 열쇠에 더 흥미를 보입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발견한 커다란 상자. 상자를 열면 마치 보물이라도 나올 듯 긴장감이 더합니다. 대체 아이가 좋아할 보물은 무엇일까요? 무료한 아이 얼굴에 상자를 발견한 순간 번지는 미소가 반갑습니다. 그 상자에는 사다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곳으로 난 길을 따라가보니 바다 건너 섬 등대에 이르게 됩니다. 맑은 하늘을 마시며 아이는 즐깁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간식도 나누어 먹고 넓은 들판에서 맘껏 뛰어 놉니다. 활짞 웃는 아이는 어느새 셔츠의 단추와 넥타이도 풀러 헤치고 있습니다. 넓은 고급 저택과 가구들, 장난감 등이 아이의 단정한 옷차림과 어울리다 생각했는데 다 가진 것 같은 아이가 안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어쩐지 아이와 어울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날이 저물자 아이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상자 밖으로 나오기 전 아이는 넥타이와 셔츠를 단정하게 만집니다. 아이는 화려한 식탁 앞에서도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네요. 소박한 식탁과 친구들이 무척 그리워 보입니다. 그날 밤 창 너머 바다 위 등대를 바라봅니다. 그 등대는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그 다음 날 아침에도 비가 내립니다. 소년은 또 다시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이번엔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드디어 블럭과 장난감들이 바닥으로 내려와 어지럽습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또 다시 미소가 번집니다.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듯 하늘을 또 맑게 개었습니다. 활짝 열린 창문 너머 멀리 등대가 있는 섬이 보입니다. 그 등대가 있는 섬은 언제부터 존재했던 것일까요?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소년이 마음을 여는 그 순간이 등대가 있는 시점이 되겠지요. 서로에게 등대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등대 섬을 설정했을까요? 우리 마음에 등불을 켜주는 친구^^ 멋있네요.
문득 김춘수의 '꽃'이 생각나서 적어 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아이들에게는 또래의 친구들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만 3세가 되면 사회를 이루며 또래 가운데 놀아야 되는데...내년엔 작은 아이도 유치원에 보낼까 생각합니다. 활발하고 운동량이 많은 아이에게는 좀 더 일찍 유치원에 보내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독후활동> 상자 안에 들어갈 사다리입니다. 사다리꼴 종이에 가고 싶은 곳을 적게 했습니다. 아이는 수영장, 공원 등 함께 가고 싶은 곳을 적고 나중에는 친구들의 이름을 적더라구요. 마음이 짠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잘 드러났어요. 작은 아이는 자기 내키는 대로 표현하여 구깃구깃 접어 넣고서는 소중하게 낮잠 잘 때도 갖고 잡니다. 제가 자는 동안 손에서 꺼내 화장대 위에 올려 놓았더니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 '가방'하면서 울더라구요. ^^ 하지만 2틀 뿐이었어요. 또 어느 새 잊어버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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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없는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바람이 몹시 치는 어느 날. 무엇을 해도 재미없고 심심한 아이. 그러다 우연히 조그만 열쇠를 발견합니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 열쇠에 맞는 자물쇠를 찾아요. 드디어 열쇠가 딱 맞는 자물쇠를 찾습니다. 상자에 달려있는 자물쇠예요. 자물쇠를 열고 상자 뚜껑을 열어보니 사다리가 보입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지요. 계속 걸어갑니다. 문이 나오면 문을 열고, 계단이 나오면 계단을 오르고. 드디어 여행의 끝입니다. 어디일까요? 바로 아이의 집과 마주보고 있는 등대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있는 등대의 모습이 마치 아이의 마음같아 보입니다.
아이는 등대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지요. 신나게 어울려 놉니다. 해질 무렵 등대의 불을 켜는 아이. 아이의 마음도 이때쯤이면 등대의 불빛처럼 환해지지 않을까요? 친구들과 헤어져 등대로 왔던 길을 다시 거꾸로 갑니다. 집을 향해서.
하루가 지나고 다시 비바람이 치자 아이는 열쇠를 꺼내 등대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등대로 가는 도중에 친구들을 만나지요. 이번엔 친구들을 데리고 와 아이의 집에서 함께 놉니다. 예전엔 장식장의 장식품에 불과했던 장난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말이죠.
글은 없지만 아이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이 이야기도 생기고, 마치 주인공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내가 직접 모험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친구라는 존재는 비바람 치는 날(마음)도 푸른 하늘에 빛나는 햇살 가득한 날(마음으)로 바꾸는 마법같은 힘을 가졌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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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빨강 책'으로 이분의 작품을 만나서 그 매력에 푹 빠졌기에 또 다른 작품인 '비바람 치는 날'이라는 책을 보자 기대를 하고 이 책을 펼쳤네요. 정말 이 책 역시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았고 보는 내내 그 세계에서 헤어나오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매력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바바라 리만'이라는 작가분은 엄청난 상상의 위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걸 인정해 드리고 싶네요. 정말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음 직한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 정말 높이 평가해 드리고 싶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