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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랑의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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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암 투병 중인 연인을 떠나지 않고 결혼까지 하며 그녀의 곁을 지키며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배우 고 장진영씨 남편의 순애보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사랑보다는 경제력과 스팩을 따지고, 좋은 조건을 좇아 결혼하는, 즉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 현명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이런 순수한 사랑은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사랑의 위대함을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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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암 투병 중인 연인을 떠나지 않고 결혼까지 하며 그녀의 곁을 지키며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배우 고 장진영씨 남편의 순애보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사랑보다는 경제력과 스팩을 따지고, 좋은 조건을 좇아 결혼하는, 즉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 현명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이런 순수한 사랑은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사랑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해줬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분제 사회거나,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신분이나 조건이 강조되는 사회일수록 순수하고,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에 대해 목 말라하고, 기대 심리가 더 발동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은 고전 소설 ‘윤지경전’을 현대적으로 풀어 쓴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다. 우리 고전 소설에서 이렇게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담은 작품은 처음 본 거라서. 조선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운신의 폭이 넓었던 사대부가 그것도 조강지처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충실한 사내는 우리 고전 소설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낭만적 인간형이라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윤지경은 연화와 혼인을 마쳤지만, 중종이 후궁 귀인 박씨 딸 연성옹주와 혼인시키는 바람에 중종의 부마가 됐다. 하지만  부마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고, 최연화만을 사랑하고. 그녀와 생활한다. 그것을 빌미로 중종이 귀양을 보내도, 그는 연화와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기꺼이 유배생활을 감내하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오만했던 연성옹주는 개과천선하고, 연화는 연성 옹주를 너그럽게 포용한다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권선징악적이고 조선의 가치에 충실한 결말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 속 윤지경이 보여준 사랑 방식은 상당히 낭만적이고, 현대적이다. 재벌에 흔들려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는 남자 얘기도 더 이상 드라마 소재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진부해진 마당에, 이렇게 가문의 뜻에 상관없이 연화를 배우자로 스스로 선택하고, 끝까지 그 사랑을 지켜가는 조선의 남성을 발견한 재미란!  연화 또한 남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윤지경의 사랑을 극구 사양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며 지아비를 옹주에게 돌려보내지고 않고, 윤지경과 함께  지낸다. 조선시대 반가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부부상이라 우리 고전 소설은 진부하다는 선입견은 상당히 누그러졌다.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실존 인물이 더러 등장하거나, 실제 사건도 더러 등장해서, 허구와 사실이 적당히 배치된 것도 ‘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의 특징이라 할수 있다.  더 더욱이 선하고 지엄하게 묘사되리라 생각했던 왕이나 후궁도 자식을 위해선 법도를 어기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왕가에 대해 은근한 비판의 칼날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조선시대에 왕을 이렇게 선하지 않게 묘사했다면, 틀림없이 필화를 겪었을텐데 하는 걱정에 대부분의 고전 소설처럼 이 작품 역시 작가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이 작품은 우리 고전 소설의 주제의 폭을 넓혀준 작품이었고,  신선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작품 역시 우리 고전 소설이 갖고 있는 표현상의 한계는 여전했다. 사건을 전개하며 갈등을 드러내기 보다는 서술자가 일방적으로 서술해버리는 단조로움이나, 뻔한 결말...

이 작품을 다 읽은 뒤에  이 작품을 어디서 봤더라 하는 데쟈뷰가 느껴졌는데.. 한참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게됐다.  이 작품을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윤지경'이라 제목의 사극으로 몇번 시청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윤지경 역을 김세윤씨가 했던 기억이 어슴프레 떠올랐고, 작가는 역시 사극 전문 신봉승씨라는 것까지도 생각이 났다. 어린 마음에 TV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소재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했는데, 고전 소설 ‘윤지경전’을 각색한 것이었다니. 스토리 텔링이 곧 돈으로 직결되는 현대에서도 고전은 여전히 이야기의 보물 창고인 거다. 그러게 우리 고전 역시나 단조롭고 뻔하다는 이유로  괄시할 일이 아닌거다. 관심을 갖고 눈 반짝이며 충분히 읽어 볼만 한 이야기인 게다. 







e****0 2010.03.24. 신고 공감 5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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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기]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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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라말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 고전 읽기 시리즈 중에 소설 부분의 열 다섯번째 책이다.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는 고전 소설 윤지경전을 이런 제목으로 풀어 쓴 것이다. 2011년 후반기부터 나라말 출판사의 고전읽기에 심취해 있는 터라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다.   이 책을 펼칠 때 솔직한 심정은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는 학창 시절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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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라말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 고전 읽기 시리즈 중에 소설 부분의 열 다섯번째 책이다.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는 고전 소설 윤지경전을 이런 제목으로 풀어 쓴 것이다. 2011년 후반기부터 나라말 출판사의 고전읽기에 심취해 있는 터라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다.

 

이 책을 펼칠 때 솔직한 심정은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는 학창 시절에 우리 고전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숙향전, 토끼전 등 작자 미상의 소설을 비롯하여 김시습의 금오신화, 김만중의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박지원의 양반전, 호질 등의 한문소설 등 대부분을 읽었거나 최소한 제목 정도는 들어보았다. 그러나 '윤지경전'은 그런 소설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소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고전소설은 맞는가, 너무 수준 미달이어서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인가 등이 궁금했다. 이 책을 늦게서야 펼친 것은 내용에 대해서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의 무지의 소치였다. 이 책은 김기동이 발굴하여 문학사상 1973년 9월호에 발표를 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설공찬전 같이 수십 년 전에 발굴된 고전소설이면서 그 소설처럼 일반에 회자되지도 않았으니 내가 몰랐던 듯하다. 이 소설에서 느낀 점을 두 가지만 쓰겠다.

 

첫째,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이라는 점이다. 고전소설의 특징이 배경이 중국이거나 홍길동전같이 우리나라라고 하더라도 역사적인 사실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남녀 주인공인 윤지공과 최연화는 허구적인 인물이지만, 실존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중종, 인종, 명종, 광해군 등 역대 제왕이 등장하고, 조광조, 심정 등 당대의 인물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하니 마치 현대의 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둘째, 고전 소설 중에 드물게 남주인공 중심의 소설이라는 것이다. 홍길동전이나 허생전 같이 남성 중심의 소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고전소설에서 남주인공은 여성에 비해 무능하게 나온다. 박씨전에서 남편 이시백은 우둔하기 짝이 없고, 사씨남정기에서 유연수 역시 그렇지 않은가? 심지어 대표적인 고전소설인 춘향전에서도 이몽룡은 춘향에 미치지 못하고, 심청전에서는 심봉사는 아예 우둔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남주인공인 윤지경이 있고, 그가 지혜와 의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열녀에 춘향이가 있다면 열부에 윤지경이 있다고 할까?

 

우리 고전소설에 이와 같이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는 소설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우리 고전에 대해서 더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y******3 2012.01.15.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