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나라말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 고전 읽기 시리즈 중에 소설 부분의 열 다섯번째 책이다.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는 고전 소설 윤지경전을 이런 제목으로 풀어 쓴 것이다. 2011년 후반기부터 나라말 출판사의 고전읽기에 심취해 있는 터라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다.
이 책을 펼칠 때 솔직한 심정은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는 학창 시절에 우리 고전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숙향전, 토끼전 등 작자 미상의 소설을 비롯하여 김시습의 금오신화, 김만중의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박지원의 양반전, 호질 등의 한문소설 등 대부분을 읽었거나 최소한 제목 정도는 들어보았다. 그러나 '윤지경전'은 그런 소설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소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고전소설은 맞는가, 너무 수준 미달이어서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인가 등이 궁금했다. 이 책을 늦게서야 펼친 것은 내용에 대해서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의 무지의 소치였다. 이 책은 김기동이 발굴하여 문학사상 1973년 9월호에 발표를 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설공찬전 같이 수십 년 전에 발굴된 고전소설이면서 그 소설처럼 일반에 회자되지도 않았으니 내가 몰랐던 듯하다. 이 소설에서 느낀 점을 두 가지만 쓰겠다.
첫째,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이라는 점이다. 고전소설의 특징이 배경이 중국이거나 홍길동전같이 우리나라라고 하더라도 역사적인 사실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남녀 주인공인 윤지공과 최연화는 허구적인 인물이지만, 실존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중종, 인종, 명종, 광해군 등 역대 제왕이 등장하고, 조광조, 심정 등 당대의 인물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하니 마치 현대의 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둘째, 고전 소설 중에 드물게 남주인공 중심의 소설이라는 것이다. 홍길동전이나 허생전 같이 남성 중심의 소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고전소설에서 남주인공은 여성에 비해 무능하게 나온다. 박씨전에서 남편 이시백은 우둔하기 짝이 없고, 사씨남정기에서 유연수 역시 그렇지 않은가? 심지어 대표적인 고전소설인 춘향전에서도 이몽룡은 춘향에 미치지 못하고, 심청전에서는 심봉사는 아예 우둔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남주인공인 윤지경이 있고, 그가 지혜와 의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열녀에 춘향이가 있다면 열부에 윤지경이 있다고 할까?
우리 고전소설에 이와 같이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는 소설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우리 고전에 대해서 더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