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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면서도 프루스트의 그 유명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번역판조차 읽지 못하고 졸업을 한 지도 벌써 몇 년. 전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을 하며 치열하게 살면서도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에서 불문학작품과 맞닿뜨리노라면, 그것이 비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는 관계없는 책일지라도, 숙제를 덜 마친 채 나가 놀고 있는 초등학생마냥 늘 꺼림칙한 마음이었다. 언젠가 꼭 시간이 되면, 이 분주함만 가라앉으면 읽으리라, 읽고 말리라. 다짐하게 만든 바로 그 책.
yes24 추천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을 때, 만화로 그린 프루스트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카트에 넣기"를 해 버렸다. 만만찮은 가격때문에 며칠을 머뭇거렸지만 빛나는 서평, 아름다운 칼라에 못 이겨 결국 큰 맘 먹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책을 배달받아 두꺼운 책표지를 여는 순간...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마치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느 과자를 한 입 입에 물었을 때 머나먼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 난 것 처럼...종이 냄새 너머로 무언가가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어렸을 적 먼지 덮힌 책장에 꽂혀있던 두꺼운 전집 중에서도 유달리 맘에 들었던 제목...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었지. time machine을 타고 푸른 빛 우주를 도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지...
사실, 방대한 작품을 압축해서인지 연결이 잘 되지 않거나 갑자기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들 게 만드는 구절도 종종 있다. 아무래도 50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만화책에 원작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무리일 수 밖에 없는 듯. 하지만 이 책이 원작에 충실하지는 못할 지라도 대신 일면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선, 난해하기로 소문난 이 작품이 이런 엄청난 속도감을 가지고 읽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희열 그 자체이다. 둘째, 만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그려낸 배경 묘사가 눈을 즐겁게 해주고 시대상에 대한 빠른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으로,프루스트의 원래 문장에 만화가의 창작이 덧붙여 지면서 새로운 해석을 가진 새로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난 이 책의 색채감에 푹 빠졌다. yes24에서 책 소개와 함께 보여주고 있는 장면들은 특히 best of best이다.-마들렌느 먹는 장면, 호텔내부를 들여다보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 화가의 아뜰리에. 솔직히 1권(스완네 집쪽으로-콩브레)보다는 2,3권으로 갈 수록 만화가의 역량이 훨씬 돗보인다.
전체 12권중 발간된 것은 이제 3권. 사물과 시대에 대한 탁월한 묘사, 인간관계에 대한 절묘한 표현, 방대한 스케일과 치밀한 구조(아직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그렇다고 한다.)이외에 또 어떤 위해함이 숨겨져 있을 지 자못 기대된다. 앞으로 9년을 더 기다리며 이 책을 모두 읽어가면서 나의 30대를 보낼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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