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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좀 아카데믹해서 읽기에 버겁다. 진화론에서 많이 오해하는 것이 용불용설이라는 것인데, 신체 중에 많이 쓰는 부분은 발달해서 유전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퇴화한다는 이론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은 높은 나무의 열매를 따먹기 위해서 목을 길게 늘이다 보니, 그게 발달이 되어서 후세로 갈수록 점점 목이 길어졌다는 거다. 잘은 모르지만, 주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론으로 알고 있다.
진화론의 기본적인 입장은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거다. 기린이 목을 길게 늘이다 보니, 늘어난 목이 후세에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목이 길고 짧은 여러 기린이 있고, 그 기린 중에 목이 긴 기린이 열매를 따먹기에 적합하다 보니 적자생존을 통해 살아남게 되고, 그 살아남은 기린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달된다는 게 진화론의 기본적인 논리다. 여러 형질이나 돌연변이가 있고, 환경에 적합한 인자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유전자를 퍼뜨리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책 <공생자 행성>의 저자 린 마굴리스는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한다. 특히, 세포 내에 있는 핵 이외의 물질인 미토콘드리아나 색소체 같은 물질은 원래 별도로 존재하던 것이 세포와 융합하여 공생하게 되었다는 거다. 일종의 획득형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로부터 지금의 세포의 형태가 만들어졌다는 거다. 공생관계는 세포나 세균뿐만 아니라 지구 내 모든 생명이 저마다 각자의 목적에 맞게 살고 있으나, 결국은 지구라는 가이아 내에서 조화롭게 공생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책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저자가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세이건의 첫 번째 아내이자 어렸을 때 대학에서 만나 사랑을 싹 틔운 관계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칼세이건 하면 그의 연인이었던 앤 드루얀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 칼세이건이 만들었던 tv 다큐 코스모스를 그 이후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보완하여 리메이크한 것이 앤드루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큐의 호스트였던 천문학자 닐 타이슨도 과거 어렸을 때 칼세이건을 직접 만나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이나 진화론을 흥미롭게 읽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천문학과 물리학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진다. 그렇다고 공부를 따로 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정도는 아니다. 그냥 교양 수준으로서 지구와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시공간의 정체는 무엇인지, 인간은 왜 지금 현재의 모습과 위치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앎의 과정에 재미를 느낄 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 전문적인 분야나 부분적인 연구를 다룬 주제에는 약간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뭔가 중간 과정의 학습 없이 선행학습을 하는 기분이랄까. 이 책이 그래서 읽기에 버거웠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