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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흔적이라고 했다. 매주 작가의 삶의 지평 속에서 등장했던 이들에게 띄운 52편의 편지글이다.
그들 중 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었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맥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자기 삶을 의미 있게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대 또한 위에 나열한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하면 이 책은 친구로서, 멘토로써 다가올 것이다. 작가는 현직 목회자다.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일하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청파교회에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에는 종교적 색채는 거의 없었다. 그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나누어할 고통과 사유에 대해서 자신의 성찰을 글로 풀어썼다.
'삶은 만남이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방식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과 질의 내용이 결정된다. 만남은 관계의 다른 이름이다. 관關은 빗장이다.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다. 계係는 잇는 것이다. 엶과 닫음을 통해 유기적으로 만들어진 만남의 양태가 관계이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접촉과 저항을 통해 자기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
이렇듯 자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물리적 만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한 만남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전하는 관계에는 그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책 읽기도 맛볼 수 있다.
작가의 젊은 날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휠덜린의<히페리온>, 12세기 아름다운 두 연인이 주고받은 편지인 <엘로이지와 아벨라르>, 디트리히 본회퍼의<옥중서간>,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문익환 목사의 <꿈이 오는 새벽녘>, 서준식의 <옥중서한> 그리고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까지.
이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딱 1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만 있었다. 뿐만 아니라 책 중간중간 소개되는 다른 책은 거의 지금까지 나의 책 읽기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만남을 통해서 나의 또 다른 영역이 넓어짐을 희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신명에 지피면 자기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오게 마련이지요. 신명은 언제나 타자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시켜주니까요.'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저는 위의 작가의 말에 동의가 갑니다. 내가 신명이 나는 일이 많으면 타자에 대한 경계심이 완화가 된다는 말을요. 학생들은 이전 보다 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 경쟁은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녀도 결코 없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신명 나게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에 대한 답을 아래 글에서 찾았습니다.
'우리 영혼이 지금처럼 빈곤해진 것은 볼 마음만 볼 수 있는 일상의 기적에 짐짓 눈을 감고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고 노래했지요? 칼 야스퍼스는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이 ‘초월자의 암호’라고 말했습니다. 그 암호를 읽어내고 그것을 해독해 낼 능력이 갖춰진다면 우리는 영적 빈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바로 일상에서의 행복 찾기입니다. 지금 자본주의 세계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회주의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주의'를 쫓는 것도 아닌 바로 타자화되어 가는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가장 쉬운 것이 바로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가령 하늘을 본다는 것부터 말입니다.
작가가 전하는 일상의 행복 찾기 중에서 멋진 것이 하나 더 있어 소개합니다.
'기억의 갈피에 남아 있는 그 소리들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완강한 경계를 넘어 자연과 우리 존재를 안팎 없이 연결해주는 매개였고, 소소한 일상에 색채감을 더하는 계기였습니다.'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는 것입니다. 지금은 없는 소리를 추억하는 것도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황소 울음소리, 개구리울음소리,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 빗방울이 함석을 두드리는 소리, 아궁이에서 솥가리가 탈 때 나는 소리들 말입니다. 그것이 전부 당신만의 고유한 음악이 될 테니 말입니다.
'소리의 비밀을 일찍이 알아차린 이는 피타고라스라고 하셨지요? 대장간 옆을 지나가던 피타고라스가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가 조화롭게 들리는 까닭을 궁구한 끝에 망치의 무게와 소리 사이에 정수비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우주에 편만한 비례를 적절히 배치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늘과 소리에 이렇게 하루하루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지금'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처럼 말이죠.
삶이란 끊임없이 '작은 나'와 결별하고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던가요.
삶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자기를 비워나가는 이들의 삶에서 나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돌이켜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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