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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나는 언제 부터 느꼈을까 아마도 언젠가 집이란 울타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을 때 부터가 아니었을까 라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 해 본다. 나의 1987년을 생각나게 했고, 나의 미래가 될 2017년엔 과연 사랑이란 것이 어떤 색깔로 다가올지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의미를 새기게 될지 사뭇 궁금해져 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제목에서 풍겨져 왔던 느낌은... 그랬다!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여인의 삶의 이야기 일 거라는 그러나 무소뿔처럼 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인생선배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을 거란 생각! 그런 생각과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일본과 한국의 정서적 차이를 인정 해 보기는 처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소설이 좋았던 건 쉽게 읽히면서도 책 속에 화두가 분명 담겨 있었고, 작위적이 않았다는 것 그리고 소재의 다양함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 소설은 둘 중 하나 일 것 같다. 아주 앞서나간 소설이거나, 너무도 작위적인 고루한 소설이었거나, 후자의 생각이 조금 더 크게 들었던 건 소설의 화두가 여자의 인생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무엇이 펼펴쳐 있을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여자의 인생에 사랑이란 화두가 너무 깊은 우물처럼 파고 들어서 읽는 내내 힘이 들었다.
인생에서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여자들 너무 사랑에 목숨 걸었다. 여자의 가는 그 길에 사랑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건 여자 이전에 모든 사람의 로망이겠지... 그런데 사랑을 찾아 다니는 그녀들..사랑에 힘들어 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은 너무 안스러울정도였다. 원하는 사랑을 찾아 나서는 것이 그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 간다는 느낌이 절박하게 와 닿지를 못했다.
야마모토 후미오를 통해 나는 당당한 여성을 만나고 싶었었다. 사랑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건다는 것이 당당하지 않은 여성이라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21세기를 살아 내기 위해선 그리고 앞으로 2017년의 내가 더 인생을 즐기기 위해선 나를 먼저 아낄 수 있는 그 마음이 우선 담겨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바보 같이 하고 말았다...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인데, 제목 탓이었겠지만 나는 에너지 넘치는 여자를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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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멋졌다. 여자들의 심오한 무언가를 알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는 후배의 홈피에서 좋았다는 말에 궁금하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리뷰를 볼때 자세히 보지는 않는다. 스포일러 있을수 있기 때문에 읽은 사람의 느낌만 대충 보고 내용 면에서는 건너뛰는 편. 전체적으로 보면 '여자의 일생'을 다루었다. 그런데 책을 보면 볼수록 화가 났고 짜증이 났다. 글에서 따뜻함을 느낄수가 없었다. 시니컬하고 무언가 허무적인 면이 느껴졌다. 이런 면 때문에 일본책을 멀리해야지 했다가 또 호기심 때문에 읽게 되었다가 같은 걸 느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이런 허무주의 냄새나는 건 싫다. 난 따뜻한 글이 좋다.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하고 싶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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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가 트랜드란다. 한마디로 트랜디. 한마디로 무덤덤. 이런 글을 쓰려고 작가가 되었나 하는 마음으로, 이런 심한 말은 쓰지도 내뱉지도 마라는 마눌님의 저지가 있었으나.....어쩔수가 없다.
후기를 읽으면서 참으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구나하는 느낌.
책을 내기 위한 소설. 내가 한마디로 해야할 말이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치열함을 버리게 될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니가 일본을 몰라서 그렇다라고 하기도 하지만,
위치를 떠나서 아니될 말씀이올시다.
10년 term이 어쩌고 저쩌고...
작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뭐라고 한마디 했으면 좋겠다. 작가를 본적이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의 후기, 전기가 아닌 모습으로...
딸이 딸을 버리고 그 딸이 그딸을 버리고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다시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또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버리고 버리고 ......버림의 미학?
아니올시다. 버림이 약간 있어 보일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올시다. 그저 허접한 글모음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 그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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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流水 :: 山本 文緖 지난 여름, 경찰서에 찾아가 사람찾기를 의뢰했다. 20여년전에 헤어져 소식이 끊긴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였다. 딱히 사무치게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장농을 정리하다 우연히 오래된 호적 등본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고, 거기에 제적된 어머니의 최소한의 정보가 적혀 있길래 혹시 그것만으로도 찾아질 수 있을까 반쯤은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동사무소에 가 문의를 해보게 되었을 뿐이었다. 동사무소에서는 어머니의 호적 등본을 떼어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알려줄 수 없으니 경찰서에 가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호기심이 지속되어 아무 경찰서나 가면 될줄 알고 땡볕을 걸어 찾아 갔더니만 동네의 작은 파출소에서는 그런 업무를 보지 않으니 좀더 큰 규모의 구 경찰서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종이 한장 갖고 나온터라 그냥 거기서 그만해도 되었으련만, 더위 속에 어렵게 찾아갔다 퇴짜를 맞자 어디 끝까지 가보자 하는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찾아간 구 경찰서에서는 간단한 신원 조회와 몇가지 서류 작성만 하게 하더니 한두달쯤 있다 연락을 준다고 했다. 동사무소에서 동네 파출소를 거쳐 어렵사리 여기까지 왔는데 5분도 채 안되어 접수가 완료되고 그 이상 할 일이 없어지자 몹시 허탈해졌다. 내심 그 날 바로 연락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불안감에 마음의 각오까지 다잡았는데 찾는 기간이 길면 두달도 넘을 수 있다는 말에 맥이 빠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렇게까지 만나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뭐하러 이런 고생을 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접수는 해놨지만 별다른 기대없이 하나의 해프닝으로만 여기고 말기로 했다. 담당 경찰에게서 두어번 전화가 오긴 했지만 '친어머니가 외국으로 간지 오래라 이미 주민등록 말소가 되어 찾기 쉽지 않다' 라고 해서 더더욱 기대를 버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달 가량이 무소식 속에 흘러갔다. 가을 초입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담당 경찰이 '기쁜 소식' 이라면서 어머니와는 안되지만 이모님과는 연결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들었던 감정은 결코 반갑고 기쁜 것이 아닌 난처함이었다. 당사자인 나보다 더 들뜬 목소리로 '지금 바로 연락해 드릴까요' 라는 경찰의 말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떨떠름한 목소리로 '예....예'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5분도 채 안되어 불같이 '친이모님' 이라는 분께 전화가 왔다. 20여년전에 몇 번 만났던 사람이었다. 당시 이모님은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아파트 단지에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당시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 '너의 지금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다' 고 폭로해 주었던 사람이었다. 어쨌든 혈연이니 반가운 마음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20여년의 간극을 대번에 하나로 접어버릴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급작스런 전개로 인해 당황하여 바로 만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이런저런 핑계로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 전화 통화로 인하여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수 있었다. 내 이부 동생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과 어머니는 몇년전 또 한번의 이혼을 겪으셨다는 것을. 10여년전쯤이라면 그런 사실도 내 자의식과 연결하여 해석해 쓸데없이 휘청대고 있었겠지만 지금 이 무렵에 들으니 남의 이야기만큼이나 덤덤하게 들렸다. 그저 어머니라는 존재가 같은 여자로서 안쓰럽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다. 한 때는 어머니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는 생각에 두고 두고 원망한 시절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아 사실상 빼앗긴 거나 다름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같은 엄마로서 그 마음을 헤아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마' 라는 것에 대한 환상도, 애틋함도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그렇게 잃어 온 만큼의 나이에 '여자' 로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나름 인생에 있어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처럼 야마모토 후미오는 여자가 여자를 이해하는 이야기를 쓴다. 어머니와 딸, 그리고 손녀가 서로에 대한 애증으로 상처를 받을 만큼 받았는데도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그냥 '여자' 로서 어머니를 이해하고 딸을 이해하게 된다. 다시는 '가족' 으로 돌아갈 수 없다해도 '더 미워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엄마와 딸은 관계 회복을 한다. 남자에게 의존하고 남자 때문에 인생이 좌지우지 되는 것 같은데도 결국 이해 받게 되는 대상은 같은 여자다. 그런데 어쩌다가 '여자의 적은 여자' 란 말까지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라며 복제가 원본을 부정하게 되고 말았을까. 그만큼 어머니에 의한 상처가 자기 배신처럼 느껴져서일까. 어머니를 닮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어서 어머니의 실수가 곧 자기 실수가 될까 두려워서일까. 그것은 곧, 자기 실수를 인정하게 될 때 비로소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 아닌지. 마치 자식을 낳아 기를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그 감정처럼 말이다. 곧 어머니와 연락이 닿는다. 돌 이후에 헤어지고 열살 무렵에 딱 한번 만난 이후로 거의 24년만이다. 얼굴도 모른다. TV 상봉 프로그램에서 흔히 비쳐지는 감격도 그리움도 없다. 어머니와 딸로서 관계 회복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만나고 싶다. 만나서 혼자서 헤쳐 왔을지도 모를 그 상처를 보듬어 드리고 싶다.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어머니를 부정했던 나의 과오를 인정하게 되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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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길을걷다 나는 40대 중반을 살면서 좀처럼 책 한권을 여유있게 읽어 본적이 거의 없다 첫아이를 낳고 또 9살 터울의 둘째를 낳으면서 좀 여유가 생길쯤에 또 둘째의 육아로 그야말로 전업주부로만 살아왔다. 예전에 꿈꾸어오던 작가로서.수필가로서 꿈을 이제는 접었다, 하지만 창해 셔평단에서 보내준 고마운 책을 받아들고 나는 처음에는 책임감으로 책을 읽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반면 여자,길을 얻다란 제목에서 여자가 걸어나가는 삶이 궁금했고 어느 유명한 잘나가는 여자의 스토리쯤으로 생각했다.하지만 나의 예상과 상상력은 빗나갔다.작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스타일을 잠시 잊었던 것이었다, 그녀의 작품은 항상 우리에게 또다른 각도에서 작품을 구성해나가고 우리에게 다음내용을 바로 제시해주지않기 때문에 더 끌림이 가는 것이다.장편을 이렇게 빨리 읽어 나갈줄은 몰랐다. 책임감이라기보다 내용이 궁금하고 1967년에서 2007년까지 10년 단위로 3대째의 여자들의 평범하지않은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소설이라 더 공감이 갔기 때문이리라.. 주인공시점이 달라 참 특이한 구성이다는 생각과 오히려 그런 구성이 신비감과 궁금증을 더 유발해서 한달음에 글을 읽어내려가게 하는 것이다. 리쓰코.데마리.히메노 3여자의 삶을 통해 처음에는 한국정서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간단히 말해.할머니.딸.손녀가 하나같이 사랑을찿아 가는 이야기로 참을성 강하고 모성애강한 한국여성과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모든일은 리쓰코가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 호적에 딸(데마리)을 올리면서 자신은 그딸의 언니가 되면서 업이 시작된다. 리쓰코가 낳은 데마리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7살 어린 나이에 자신의 언니가 자신의 생모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고 리쓰코는 또 새로운 결혼으로 안정을 찾고 시간이 흘러 데마리가 임신을 한 채 결혼하려는 날, 마틸이라는 어릴적남자 친구를 따라 자신의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나고. 엄마의 배신으로 아빠는 자살을 하고 모든것이엄망이 되면서 데마리의딸 히메노는 또 어린 7살의 엄마가 그랬던 것 처럼 낯선 삶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결국세모녀는 치매환자가 된 데마리와 어린남자와 함께하며 화려하며 즐거운인생을 살아가는 할머니리스코로,결혼하지않고 사업가로 사랑에 대한 맏음이 없는 히메노로 다시 모이게된다. 돌고도는 업으로 다시 제자리에 모이게되는 그녀들을 보며 누가 행복하고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40대중반을 살아오면서 삶이 지치고 힘들어질 때마다 일탈을 꿈꾸고 싶을때도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용기도 없고 그러한 생각을 갖는 내가 천박하게 느껴지기도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가족을 내팽게치고 사랑을 택할만큼 나는 사랑이절실하지않을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러한 목숨건 사랑을 못하는 건지도…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의 일탈을 꿈꾼다. 꿈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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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있어 아이는 자신과 불과분의 관계라는 것을 대부분의 엄마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쯤 아이만 없었다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사랑때문이었다면 책을 읽는 독자는 아이와 사랑 중 무엇을 선택할까, 자신의 사랑을 찾아 떠난 여자들은 행복했을까?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써온 작가이다. 단편 [슈거리스 러브]에서는 질병과 사랑을 대비시켜 내밀한 여성의 심리를 표현했다면 이 책 [여자, 길을 걷다]는 혈연으로 엮인 세 여자의 인생을 써내려 간 장편소설이다. 원제로 쓰인 낙화유수(落花流水)떨어지는 꽃은 물이 흐르는 대로 흐르기를 바라고 물은 떨어지는 꽃을 띄워 흐르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남녀가 서로 그리워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에 비유한 사랑의 표현, 그러나 이 책은 결코 낙화유수의 아름다움이라 할 수 없다.
이 소설은 1967년을 시작으로 10년을 주기로 2027년까지 달라진 세 여자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각 장마다 화자가 달라진다. 그 일상은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 너무 큰 벽이 있다. 그 시간의 흐름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사랑과 삶의 풍속도가 그려진다. 아먀모투 후미오 특유의 독소와 부드러움을 만나는 것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운 일이다. 갑갑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탈구로 사랑을 선택한 과거의 여자가 있었다면 미래의 어느 날엔 그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자리에는 남자가 있다.
첫 번째 여자 "흐음, 원래 업(業)은 돌고 도는 법이지."287쪽 업의 첫 매듭을 만든 리쓰코는 그렇게 매듭을 풀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불완전한 사랑은 또 다른 업을 만들고 만다. 리쓰코가 낳은 데마리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 7살 어린 나이에 자신의 언니가 자신의 생모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혼에 목숨거는 리쓰코는 새로운 결혼으로 안정을 찾고 시간이 흘러 데마리가 임신을 한 채 결혼하려는 날, 모두를 버리고 자신의 사랑을 찾아 집을 나선다.
두 번째 여자 리스코가 떠나고 남은 양부와 이복동생과 남편 그리고 자신의 딸 히메노, 데마리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가슴 속 첫사랑인 마틸을 만나기 전까지 모든게 평화로와 보인다. 자신을 잊지못하고 함께 떠나자는 마틸에 말에 주저한다.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 머리속의 회로는 항상 엄마를 떠올린다. 나는 지금까지 사랑은 엄마 같은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희생해도, 누구에게 상처를 입혀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156쪽] 그러나 데마리 역시 또 다른 업을 만들고 만다. 엄마가 그랬던 것 처럼 모두를 버리고 마틸를 따라 떠난다.
세 번째 여자 데마리가 모두를 버리고 떠나고 남겨진 히메노는 독을 안고 살아간다. 엄마의 배신으로 자살을 한 아빠로 인해 모든 것이 부서지고 히메노는 낯선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린 7살의 엄마가 그랬던 것 처럼. 그녀가 생각하는 여자의 삶은 기존이 삶과는 다른 것이 된다.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그녀가 된다.
돌고 도는 업은 대를 이은 모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 그것이 인생인지 모른다. 치매환자로 등장한 엄마, 데마리. 멋쟁이 할머니로 젊은 남자와 함께 한 리스코, 성공한 사업가로 사랑을 믿지 않는 히메노.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살아가야 하며 서로가 만들어놓은 매듭을 풀게 될지는 책을 읽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미래의 어느 날에도 사랑을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여자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자리에 남겨져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궤도를 벗아나고픈 욕망에 따라 길을 떠나는 이가 있고 그 궤도를 따라 순행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 책, 많은 말을 남길 것이다. 사랑, 그것은 정말 불가항력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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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가 있다. 그녀는 어머니가 되고 싶어서 어머니가 된 것이 아니다. 실수로 열일곱 살에 딸을 낳은 직후, 자신에게 모성본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다. 그녀가 딸을 낳은 것은 오로지 실수였다. 그녀는 어머니가 아니라 아직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은 여자일 뿐이다.
한 딸이 있다. 그녀는 그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녀는 어머니를 '언니'로 알고 있었다. 그동안 어머니였던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진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일곱살에. 그녀는 '언니'였던 어머니를 사랑할 수 없다.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어머니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는까!
<여자, 길을 걷다>(창해,2008)는 이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야마모토 후미오가 누구인가. <플라나리아>와 <내 나이 서른하나>, <절대 울지 않아>등의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소재를 이용해서 날카로운 독을 뿜어내기로 유명한 작가가 아닌가? 그런 그녀가 소설의 흔하디흔한 소재인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풀어갈 리 만무하다. 이 작품에서도 독은 곳곳에 숨어 있다 갑자기 나타나 가차없이 독자를 습격한다.
책은 조금 먼 과거인 1967년에서 가까운 미래인 2027년까지. 전체 7장이 10년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장마다 화자가 제각기 다르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친하게 지냈던 옆집의 혼혈 남자아이, 다음은 주인공, 어머니, 양부의 아들인 이복동생, 딸 순서로.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는 마지막 장에서 여든 노파가 되고, 어머니의 딸이 되고 싶지 않았던 딸은 70이 다되어 간다. 모녀는 어떤 어머니와 딸이 되었을까?
작가의 독은 불량한 엄마가 미워 딸이 불쌍해 지기 시작할 즈음, 착한 딸은 반항하기 시작한다. 무료하고 권태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흔히 보는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선을 그은 현실감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를 미워하는 딸은 자라서 임신을 하고 자신의 딸을 갖게 된다. 자신이 어릴때 엄마의 행동을 비판하던 것을 잊은 채, 딸은 자신의 딸에게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번복한다. 마치, 업보가 대를 이어지듯.
무엇보다 작가는 묘사에 굉장한 공을 들인다. 여자의 일생을 할머니,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삼대의 극적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서. '옛날에 유행했던 낡은 가방에 굽이 낮은 펌프스를 신은' 주인공은 '뒤로 묶은 금발이나 공룡의 피부처럼 단단해 보이는 가죽점퍼에서 먼지와 향신료 냄새가 떠다니는' 소꿉친구와 함께 멀리 도망친다. 남편과 딸을 벌리고. 단단한 나무 문턱과 병풍 칸막이. 그리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센고쿠 시대의 투구와 갑옷들. 마치 아무 물건이나 잡다하게 늘어놓은 온천 여관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런 것들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누나의 집은 외국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다.
화자를 달리하는 치밀한 기법과 섬세한 묘사는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평범한 일상과 극적인 인생의 조화'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현실은 TV드라마가 아니다. 즉 '집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실제로 나가는 것'의 차이를 어떻게 그리느냐? 그것을 어떻게 일상에 녹아들게 만드느냐? 이것이 작가의 역량이다.
"그런 곳에 왜 가는데?" 그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앞 유리창을 바라보며,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히쭉히쭉 웃었다. 아아, 나도 히쭉히쭉 웃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별안간 결심이 서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겨우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전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남편의 신용카드와 딸의 우체국 통장을 가져오기 잘한 것 같다.
"일상을 무너뜨리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다!" 여자는 꼭 누군가의 딸이 아니면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 걸까? 남자는 아버지나 아들이 아니라 남자로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 수 있는데, 여자는 왜 여자로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 수 없는 것일까? 책을 읽은 후 질문의 대답이 머리속에 맴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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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접하는 야마모토 후미오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을 덮고 다시 한번 그녀의 작품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자의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일부는 나와 비슷하기도, 때로는 전혀 나와 다르다고 느낀다. 그런 그녀의 글에 공감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종종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여자 길을 걷다 역시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데마리, 그녀의 엄마인 리쓰코, 그리고 그녀의 딸인 히메노의 이야기가 10년씩 7장으로 나뉘어져있다. 장장 70년의 세월이다. 그리고 각각의 장은 다른 화자에 의해 기술된다. 처음에는 데마리 옆집에 사는 남자아이 마틸, 데마리 본인, 그리고 그의 엄마 리쓰코...그럼에도 이야기는 그리 헷갈리지 않고 편히 읽힌다.
외톨이가 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어른이 되어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일을 해서 돈을 벌수도 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 할 수도 있다.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열두살이 아니로 마리가 일곱 살이 아니라면, 마리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날 수 있을텐데!
처음에는 달콤한 연애소설을 생각했다. 엄마 대신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란 데마리와 이혼하신 부모 아래 자라난 마틸의 사랑이야기. 하지만, 마틸과 데마리는 헤어지고... 점점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품 해설을 읽어보면 '평범한 일상과 극적인 인생의 조화'를 이야기 한다. 너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있을 법한 일인데, 또 한편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앞 유리창을 바라보며,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히쭉히쭉 웃었다. 아아, 나도 히쭉히쭉 웃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 별안간 결심이 서서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그런 상상 못할 일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일들이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방어책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결국 리쓰코도, 데마리도 그다지 순탄치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행복했을까? 데마리 역시 그녀의 엄마처럼 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원래 업은 돌고 도는 법이지...라는 리쓰코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결국 부모님의 등을 보고 자라나는 것일까? 야마모토 후미오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지 모르지만, 왠지 나는 반대하고 싶다. 데마리나 리쓰코나 모두 자신의 행복을 선택한 것 뿐이다. 다만 그 길이 비슷했을 뿐이다. 그래서 데마리는 마지막까지 남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여자 길을 걷다는 흔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할 법한 모녀관계, 가족관계를 그려낸다. 신문에서 보고 놀라면서 읽는 그런 가족. 우리를 위해 항상 양보하는 엄마나 아빠를 당연히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갖을 수 있다. 이 책은 나와 전혀 다른 이야기 중 하나였지만, 안타까워하면서도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야마모토 후미오의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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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후미오의 책, [여자, 길을 걷다]는 참 재미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책읽기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재미'인 보통 독자인 저에게 딱 맞는 책이였지요. 번역서임에도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쑥쑥 읽어지는 것이 작가의 힘인지, 번역자의 능력인지, 아니면 이제 어떤 글을 읽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제 삶의 무게 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책을 받자마자 펼쳐서 옮긴이의 글까지 읽고나서야 책장을 덮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이 책은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삼십대로 접어들면서 '여자'인 저에게는 여러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딸', '며느리', '아내'...... . 이제 곧 저도 '엄마'라고 불릴 것이고 세월이 더 흐르면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되겠지요. [여자, 길을 걷다]는 한 여인의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확히 십년 터울로 꼬마 데마리가 할머니가 되기까지 그녀의 희노애락을 보여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과연 그녀의 삶에 '희(喜), 락(樂)'이 있었던가? 하고 자문하게 될 정도로 그녀, 데마리의 인생은 기묘하고도 힘겨웠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혼란스러운 삶을 엿보는 제가 감히 '그래, 그게 바로 인생이지'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까닭은,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년의 데마리가 그녀의 어머니와 딸을 재회하는 순간, 세 명의 여자들이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사실 또한 그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자신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그녀들의 어머니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되니까요.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내가 가게 될 길을 상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