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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작가 정이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이현의 대중적 대표작인 달콤한 나의 도시는 조선일보 연재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춰보지도 않다가 몇번 후루룩 본 뒤에 던져 버렸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샀던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두번의 독서의 기억과 그리 좋지 못했던 감상과 함께 내 책장 구석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그랬으므로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1997-2007)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그의 작품임을 깨달았을 때 누구보다도 당혹스러웠던 사람은 나였다. 김영하도 성석제도 이순원도 아닌 정이현이라니. 취업이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내 상황 때문이었을까.
특유의 경쾌한 문장은 여전하지만 쿨한 척하는 여자가 등장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고.. 삼풍백화점이라는 큰 하나의 사건이 시간이 지난 지금은 너무나 작은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 그 작아져버린 사건 속에 사라져버린 한 여자가 있었다는 것. 그 여자의 삶은 모두 그냥 스쳐지나가 버릴 뿐이었으나, ......소중했다는 것.
드물게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다.
문학상이라는 것의 공신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나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소설들 중에 이런 소설을, 또 괜찮은 소설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상작품집이라는 것은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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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문제 가운데 현대소설 분야에 최일남의 '흐르는 북' 지문이 나왔다. 이 작품은 1986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그 시험 문제를 보면서 이제부터 무엇을 더 읽어야 하는가 하는 방향을 잡았다.
한 해에 나온 소설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고 하는 작품을 뽑아 상을 주는 제도 중에 내 기억에 확실하게 남아 있는 게 이상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이다. 이번에 현대문학사에서 1990년부터 2007년도까지의 수상작만을 따로 모아 책으로 엮어 내놓았다. 마치 시험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내놓은 것처럼 보였다.
내게는 이 책이 한 해를 대표하는 소설들을 모아 놓은 소설집으로 보이지 않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국어 수업 교재로 보인 것이다. 막상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읽어 두었다가 시험에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이러하든 저러하든 현대소설 문제가 4-5문제는 꼭 나오게 될 것이고, 많이 읽어둔다면 나쁠 것도 없으리라. 아니 더 나은 응용력을 키울 수도 있으리라. 그런 면에서 지금 고등학생들은 이번 봄방학 때 이 두 권의 소설을 다 읽어 두면 참 좋을 텐데.
고등학생이 읽어내기에 쉬운 글은 아니다. 그래도 도전해 볼 만하다. 그 어느 해에 왜 이 작품이 수상작이 되었는지 유추해 보는 맛도 꽤 괜찮을 것이다. 어쩌면 그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의 삶을 더듬어 보는 길이 시험 문제를 예상하는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굳이 시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읽더라도 지난 20년 동안의 우리 사회를 짐작할 수 있을 테니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와 소설 제목만을 본다면 지나간 어느 날 분명히 내가 읽었던 작품들인데 막상 읽으니 또 새롭다. 지금 내 기억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망각 증상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다행스럽다 해야 할지, 한탄해야 할지. 우선은 즐겁다. 새로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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