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 거슬리던 '에로틱'이란 단어 앞뒤에 '내 아내'와 '잠재력'이 붙어주시니 거슬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단숨에 매혹적인 제목으로 변신한다. 에로틱한 잠재력, 그것도 내 아내의! 뭔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제목만으로도 한 번쯤은 궁금해지게 하는 이책, 프랑스 소설이다. 예전엔 프랑스 소설하면 느릿느릿한 어려움과 지루함이 감돈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이 쏟아내는 작품들은 나의 이런 편견을 여지없이 깨주는 재기발랄함이 가득하다. 이책 또한 마찬가지. 문체와 표현, 글의 구성방식과 캐릭터까지 곳곳에서 독특함을 마구 풍긴다. 표지의 그림은 또 어떠한가. 처음엔 그냥 재미있군, 하고 넘겼었는데, 책을 다 읽고 다시보니 스토리의 핵심 내용이 그림으로 모두 표현되어 있더라는. 오오~ 그녀의 환상적인 종아리까지! 그런데 과연 표지 그림만으로 엑토르를 꼼짝 못하게 하는 아내는 에로틱한 잠재력을 찾아내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거의 없지 않을까; ㅎㅎ) '우리 시대의 종아리 굵은 영웅’이란 소개말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엑토르, 이책의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우리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는 '영웅'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이야기의 시작과 함께 어설픈 자살을 시도하고 바로 실패한다(솔직히 시작부터 주인공이 죽어버리면 좀 난감할테지;). 그리고 그덕에 6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주인공 엑토르가 병원에서 황망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책의 작가는 과거 각종 물건 수집에 광적으로 마음을 뺏겨 물건 관계(?)가 복잡했던 그의 수집 편력들을 늘어놓고, 그를 둘러싼 가족과 직장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 등을 통해 그의 암울했던 과거사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병원에 있는 동안 자신의 행방을 묻는 가족과 회사 사람들에게 순간적으로 미국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해버린 엑토르는 퇴원원과 함께 자신의 거짓말을 감당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국에 대한 공부에 돌입한다. 그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스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츠(미국에 오래 머문 프랑스인들이 미국(states)을 친근하게 부른다는 발음)'는 오히려 도서관 지리학실의 미국 전도 앞에서 운명의 여인 브리지트를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미국에 다녀온 척 거짓말을 해야 하는 비슷한 처지가 그들의 초고속 사랑에 발판이 되어준다. 그에 힘입어 서로에게 푹 빠져버린 엑토르와 브리지트는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 - 그들은 상냥함과 정중함을 결합하여 다음과 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책을 같이 보기로 한다. 함께 앉을 데를 찾아가기로 한다.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서로의 책 읽는 속도를 배려하기로 한다. 소파로 가는 길에, 그리고 왠지 모르게, 엑토르는 크로아티아 속담을 떠올렸다. 운명적인 여인은 책 앞에서 만나게 된다는. 속담처럼 책 한 권이 이미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61쪽)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결혼 후 시작한 사업이 승승장구하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엑토르.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던 광적인 수집 본능을 잊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눈에 숨이 막히도록 에로틱한(?) 아내의 모습이 들어온다. 차마 아내에게 말은 못하고(차라리 말을 하지!)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엑토르는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아내의 모습들을 수집하기로 마음먹고, 그것을 발단으로 사건이 터진다. 전혀 뜻밖의 모습에서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을 발견한 우리의 주인공, 그는 과연 그 희한한 수집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엑토르의 엉뚱한 수집광적 면모와 브리지트의 감출 수 없는 황당한 에로틱한 매력이 뒤섞여 좌충우돌 굴러가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화해 무드에 접어들고, 그녀의 에로틱한 매력은 그들 부부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되어 모두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된 듯 행복한 미소를 머금는다. 시작에 비해 결말이 너무 교훈적이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과연 그런 독자가 있긴 할까;;), 그러면 뭐 어떤가. 함께 행복하다면 그것 또한 좋지 아니한가. - 진리를 찾는 것은 성스러워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우리의 거짓말과 우리의 충동을 없애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88쪽)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은 제목과 내용과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황당함과 유쾌함, 기발함과 어이없음, 난감함과 통쾌함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한 마디로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매력적인 소설이라고나 할까. 엑토르가 변태마냥 침 흘리며 훔쳐보는 아내의 에로틱한 장면은 보통 사람들에겐 에로틱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상적인 모습인가 하면, 그런 엑토르에게 실행을 요구하는 브리지트의 황당한 판타지는 입을 못 다물 정도로 난감하고, 그들의 친구와 가족이 보여주는 과장되고 엽기적인 행각은 순간순간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특이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밉살스럽기는 커녕 귀엽게 느껴진다. 작가의 표현이나 문체 또한 재미있다. 서른 중반 정도의 젊은 작가는 통통튀는 - <캐비닛>의 그 기발함이 생각나는 - 문체로 소설에 상큼함을 부여한다. . 황당한 상황을 태연하게 묘사하고, 어이없는 현장을 더욱 어이없게 만들어주는 재미란! 예를 들면 이런 표현. "가방 내려놔!" 엑토르는 '내려놔'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키는 대로 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남편의 입에 갖다댔다. 입 다물라는 뜻으로 잘 알려진 수신호였다(165쪽). 거침없이 읽히는 기막힌 가독성 덕에 몇 번 킥킥대고 에~?하고 몇 번 어이없어 하다보면 어느 순간 끝이 나버린다. 안그래도 얇은 책, 가독성까지 끝내주니 이를 어쩌랴. 한 번 잡으면 어쩔 수 없이 끝까지 가게 된다. 미혼인 데다가 솔로인 까닭에 이들 부부가 보여주는 에로틱한 고민과 판타지들이 실제 부부들 사이에서 흔한 건지 어떤 건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유부들에게 물어봐야 하나;;), 엑토르와 브리지트를 보며 일상의 무덤덤함으로 굳어버리기 쉬운 결혼 생활에서 서로에 대한 에로틱한 판타지 한두 가지 쯤은 오히려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 판타지 스릴러(?)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톡톡쏘는 청량음료 같은 소설이었다. - 엑토르는 브리지트를 도서관에 데려가서 그들 사랑의 씨앗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미국 전도 앞에서 그들의 손은 자연스레 서로를 맞잡았다. 손은 뇌가 없지만 사랑을 기억한다. 그들은 책 앞에서 다시금 우연을 만들기 위해 입구에서 헤어졌다. (중략) 그들은 그 책 앞에서 다시 만나서, 빨간 제본 앞에서 키스를 했다. (181~2쪽) * 덧붙임, 하나 - 참고로 이책은 제목의 '에로틱'이란 단어가 풍기는 강렬함을 만족시킬 만큼 에로틱하지 않다. 물론 '부부'와 그들의 생활이 전면에 등장하는 만큼 완전한(?) 건전함을 주장할 순 없고, 엑토르가 가끔 변태적인 성향을 숨기지 않으며, 때때로 민망한 성인 개그(?)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행여 제목만 보고 흑심을 품으셨다면 실망의 늪에 빠질 염려가 높다는 말씀! 반대로 제목 때문에 skip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 덧붙여 말하자면~~ 제목 속의 '에로틱'은 순전히 주인공 엑토르의 관점에서 '에로틱'한 것임을 살짝쿵 알려드린다. 후훗. * 덧붙임, 둘 - 마지막에 등장하는 '우아르자자트-카사블랑카'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브리지트의 오빠 제라르의 치명적(?) 비밀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럼 작가는 마지막에 이 단어를 넣음으로써 이 이야기는 결국 제라르의 그것과 같다는 걸 말하려는 것일까? 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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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독특한 남자로 보이는 엑토르의 자살 시도로부터 시작된다. 인상만 영웅감인 어찌 보면 평범한 엑토르는 여자들에겐 환상만 갖고 있다. 어떤 여자도 수집에 미친 독특한 남자와 사귀거나 자지 않기 때문이다. 우표를 비롯해, 선거 캠페인 배지부터 치즈 라벨 등을, 끌리면 어느 순간부터 모으는 수집병이 있는 엑토르는 여자들이 보기엔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즉 독특하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며 그 독특함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는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수집계의 돈 후안이라니 말이다.
‘엑토르는 물건관계가 복잡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여자를 물건과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명백한 유사성을 고려하자면, 우리의 영웅이 느끼는 불안은 바람둥이의 불안, 여자관계에 굶주린 모든 남자들의 불안과 같은 것이다. 결국 그건 여자들을 좋아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인 것이다……’
말 그대로 물건관계 복잡한 남자, 엑토르…… 그런데 그런 엑토르가 자살 기도 후 몇 달 동안 미국에 갔었다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관련 책을 찾아보려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브리지트를 만난다. ‘운명적인 여인은 책 앞에서 만나게 된다는’ 크로아티아의 속담처럼 엑토르는 같은 책을 잡으려던 멋진 여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브리지트와 사랑에 빠진 엑토르는 드디어 수집병에서 벗어났다. 아니, 벗어났다고 믿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유리창을 닦던 브리지트의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을 수집하게 된 것이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엑토르의 머리가 오르가슴이 막 시작되는 순간에는 텅 빈 껍데기였다가 절정의 순간에는 여전히 그 장면, 브리지트가 유리창을 닦는 그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었다.’
엑토르는 브리지트와 행복했다. 수집병도 고쳤고 친구들도 있었고 하는 사업도 꽤 잘 되는 편이었다. 부모와 20살 차이가 나는 형들, 친구들 모두 자잘자잘한 문제들은 있었지만 엑토르는 브리지트의 유리창 닦는 모습을 수집하는 병이 생기기 전까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수집병이 도진 것이다. 그녀가 유리창을 닦겠다고 한 순간에 집을 비워야만 하는 엑토르는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그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카메라에 잡힌 장면은 그가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헉!
그래도 엑토르는 수집을 멈출 수 없었고 브리지트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브리지트가 그래도 자신을 조금쯤은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 견딘다. 결국 엑토르의 수집병에 대해 알게 된 브리지트는 엑토르가 카메라에 잡은 장면을 설명하고 함께 수집병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남자나 여자 누구나 에로티시즘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 양상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떤 남자들은 가슴 빵빵한 간호사가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애무하는 환상이 있나 보다. 내 한 친구는 자동차 밖으로 걸쳐져 있는 남자의 팔뚝을 보면 그게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브리지트는 결국 그 모든 것의 원인이 엑토르의 수집병이 아니라, 자신에게 잠재하는 ‘에로틱한 그 무엇’이란 걸 깨닫는다. 엑토르의 친구는 물론 심지어 브리지트의 아버지조차 브리지트에게 유리창을 닦아달라고 하니 말이다~! 결국 엑토르는 정상(!)이었다. 문제는 브리지트의 에로틱한 잠재력이었던 것이다.
에로틱한 환상, 그게 혼자서만 하는 상상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그게 공공에 적발되어, 대중의 이해를 받지 못할 때는 흔히 변태라는 낙인이 찍힌다. 섹스도 당사자들의 문제이다. 그 어떤 행위든 서로 공감을 할 땐 사랑이고 에로티시즘이지만 어느 한쪽 공감하지 못하면 변태가 되기도 하고 강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관능적인 쾌락이라는 건 저마다의 머릿속에 들어앉은 아인슈타인이 꿰뚫고 있는 물리학 같은 것이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소재나 주제도 단순명쾌하다. 냉소적인 논리도 괜찮고 나름 유머도 있다. 세세한 분석도 꽤 괜찮다. 문장 맛도 괜찮다. 그런데 백 퍼센트 완전 공감하진 못한 점이 좀 아쉽다. 그리고 언제부터 ‘클리셰’나 수프 속의 ‘크루통’이란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번역되지 않고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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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를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게 된다면. 난 후자인 것 같다.
무엇때문에 이 책이 끌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욕심냈던 책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수집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에게서도 발견되는 모습이라, 반갑기도 했고,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는 좀 독특한 주인공이었고, 책을 다 덮고나니, 내가 욕심냈던 것만큼 읽어내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닥 프랑스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던 책은 아니지만, 프랑스 작가의 상상속에 이런 주인공이 존재할 수 있구나, 싶었던 작품이다. 미국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미국에 대한 자료를 찾는 장면이 프랑스적인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상깊게 기억에 남고...
왜, 이런 제목을 생각해 낸 것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덮을 즈음에, 제목이 음미되는 것 같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공감가는 제목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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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에로틱' 등등의 단어와는 특별히 친하지 않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의심스런 눈초리를 먼저 보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렇게 정이 안가던 책을 쌓아둔 수많은 책들을 뒤로 하고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접해보고 기억에 남는 프랑스 작가는 두명 정도. 아멜리 노통과 기욤 뮈소. 둘의 스타일은 무척 다르다. 아멜리 노통은 쏘아대는 재치있는 대사가 인상깊었고, 기욤 뮈소의 경우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은 굳이 말하자면, 아멜리 노통쪽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그는 우표를, 면허증을, 부두의 배 그림을, 지하철 표를, 책의 첫 페이지를, 아페리티프를 저을 때 쓰는 플라스틱 막대와 과을 조각을 꽂는 플라스틱 꼬치를, 병뚜껑을, ‘너’와 함께한 순간을, 크로아티아 속담을, 킨더 장난감을, 냅킨을, 누에콩을, 카메라 필름을, 기념품을, 커프스 버튼을, 온도계를, 토끼발을, 출생신고서를, 인도양의 조개를, 아침 다섯시의 소음을, 치즈 라벨을, 한마디로, 모든 것을 수집했고 매번 같은 흥분을 느꼈다.
이 이야기는 수집벽이 있는 엑토르가 자살을 시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자살 후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서 6개월동안 지내고 돌아온 후 미국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의 가족에게 완벽한 아들로 남아있기 위해.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을 보충하기 위해 그는 도서관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그는 그의 수집벽을 치유하고 (물론 그 역시 나름의 노력을 시도한다) 결혼 까지 가능케한 여인을 만난다. 하지만, 고쳐졌다고 믿었던 그의 수집벽은 유리창을 닦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다시 도지기 시작하는데-
사실, 이야기의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작가의 필담에 정신없이 이끌려 가다보면 왠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몰입하여 몇시간을 보내버린듯한 기분이 든다. 읽는 내내, 괜찮은 거야? 라는 물음이 떠오르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선정적이거나, 말 그대로 에로틱한 부분은 절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유쾌하고 정신없는 엑토르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소개받고, 그들의 어이없는 행동들에 황당해하다보면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필담이 강력한 이야기보다는 스토리가 탄탄한 이야기들을 좋아하기에, 이런 황당한 이야기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왠지 이런 책들은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멜리 노통을 비롯, 이런 책들이 프랑스에서 각광 받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매력을 발견할 때까지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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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한 이유는 순전히 이 에로틱~한 제목때문이며, 그리고 프랑스 젊은 작가가 쓴책이라는 두가지 이유때문이었다.
읽는 내내 한편의 배꼽잡는 코미디극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작가의 유머와 재치있는 글솜씨에 완전 혼자서 깔깔 넘어갔더랬다. 책 중반쯤을 읽어낼때가 지난주 토욜이었는데(며칠 좀 생각할 일이 있어 책을 못들었다), 지민군과 울집하숙생과 정말 오래간만에 유원지를 찾아 둘이는 자전거타고 놀고, 나는 혼자 벤치에 앉아 썬글라스를 끼고 읽었는데, 혼자서 키득키득거려서 지나가던 일가족이 날 완전 미친여자 취급하듯 쳐다봤는데... 다행히 썬글라스가 나의 무안함을 누그려뜨려줬다...
주인공 엑토르도 참으로 별난 별종이지만, '에로틱한 잠재력'의 소유자 그의 아내 브리지트도 참으로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책이 어쩌면 유머로써 시작되고 유머로써 끝나는 킬링타임용 소설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브리지트를 보면서 참으로 사려깊고 지혜로운 여자가 아닐까 싶어... 사실 울집하숙생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도대체 나한테 에로틱한 면이 있느냐 말씀이지? Never...) 그녀의 에로틱한 잠재력이 무엇이냐면~ ' 유리창을 닦는 모습이 너무 애로틱~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이 잠재력은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던 것인데, 수집광인 남편 엑토르가 그녀의 유리창 닦는 모습을 그야말로 수집하고 싶어서 거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들통-이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견된다. 더더욱 웃기는 것은 이 잠재력의 영향력이 이 두사람에게만 비밀스럽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녀의 아버지와 친구부부에게까지 미치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이 잠재력은 공증된 셈이 되었다. 별종인 남편을 이해하고 감싸는 그녀... 자발적으로 유리창을 닦으며 남편을 만족시켜주는 그녀.. 이 두 귀여운 부부가 세쌍둥이를 낳는 것으로 소설을 끝을 맺는다.
몇가지 사건으로 복잡하기만 한 나의 일주일에 웃음을 선사해준 이 책... 정말 땡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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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제목도 참 독특하지만, 제일 먼저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분홍색의 바탕에 종이를 들고 있는 남자와 그 위에서 무언가를 닦고 있는 여자, 정말 뭔가 유쾌한 그런 소설이 아닐까? 왠지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표지였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종이는 미국지도였고, 여자가 닦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창문이었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이라는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무언가가 묘하게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에로틱하다라는 이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좀 부정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사랑하는 아내가 에로틱하다라, 대체 그 에로틱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나를 읽는 내내 궁금하게 만들었는데....그 에로틱함이란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첫 장을 넘겼을 때부터 뭔가 이 책은 지금껏 읽어왔던 것과 사뭇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한마디로 정의 하긴 힘들지만 우리가 평소에 접하던 문체가 아니라고 해야하나; 물론 번역본의 문제일수도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처음엔 했다. 하지만 책장이 넘어갈수록 이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 자체가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고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작가가 왜 프랑스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독특한 소설의 문체를 접하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한 엑토르가 첫 장부터 등장하는데, 그의 취미는 무엇이든 수집하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병적으로 수집하는 엑토르, 그에게도 실연은 왔으니 전국배지대회에서 쓰라린 패배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병인 수집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자살 시도 이후 6개월간을 요양원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간 친구에게 미국에 가있었다는 거짓 사실을 말하게 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미국전도를 찾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다녀왔다는 거짓말이 필요한 브리지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곧 결혼을 하게 되고.... 여기까지는 솔직히 말하면 어느 정도 여자들의 환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고르다가 첫눈에 반하게 되는... 읽는 내내 무언가의 환상에 흠뻑 빠져있는 듯한 그런 느낌의 묘한 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아내의 유리창 닦는 모습에서 에로틱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녀의 유리창 닦는 모습을 수집하게 되면서 자신의 수집병이 또다시 생긴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게된다. 하지만, 그녀의 유리창 닦는 모습에 친구부부와 그녀의 아버지, 오빠 모두가 반하게 되면서 엑토르에게 병이 재발한 것이 아니라, 브리지트에게 에로틱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구에게나 에로틱한 잠재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고 하지 않고의 차이일 뿐. 엑토르가 그의 아내 브리지트의 유리창닦는 모습에서 에로틱함을 느꼈듯이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에서도 부부 사이에 저런 에로틱함을 느끼곤 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물론, 누구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 모두 마음속에 에로틱한 환상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무언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에로틱함을 꿈꾸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속에서 엑토르와 브리지트만의 에로틱함을 엿보며 그들의 독특함 속에서 우리들만의 잠재력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에 대해 직설적이고, 또 약간은 변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들도 약간씩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책을 읽는데 크게 거부감이 들곤 하지 않는다. 표지가 주는 유쾌함과 독특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라 권해주고싶다. 참! 주의점은.. 앞부분엔 솔직히 낯선 문체로 인해서 거부감이 들지모르지만 읽다보면 적응할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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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행복이란 기사가 공주를 구하는 순간에 나타나지만, 여기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이 유리창을 닦는 것을 보는 순간 생겨난 것이다.' (p.98) 내 경우에 행복은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 156쪽부터 나는 흥분하기 시작했고, 165쪽에 가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순도 100%짜리 행복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었다. 마법은 207쪽, 소설이 끝날때도 이어져, 책을 덮은 지금도 유효하다.
처음의 시작은 (거의 모든 소설이 그러하듯이) 별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뭔소리인가 싶었다. 왠 남자가 갑자기 자살을 하려다 어이없게 실패하질 않나, 미국에 갔다고 뻥치고는 6개월간 병원에 있질 않나. 그런데 마법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로맨틱하고 순수하게. '운명적인 여인은 책 앞에서 만나게 된다'(p.61)? 빨간 제본의 미국 전도. 그 앞에서 남자 주인공 엑토르는 여자 주인공 브리지트를 만난다. 미국에 대한 뻥을 치기 위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손과 손의 만남으로!
사랑의 마법은 어떤 사람도 굴복시킨다는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이 두사람, 더 볼 것도 없이 결혼이란 두 번째 관문도 무사 통과. 그렇게 잘 지내는가 싶더니 어느 날, 엑토르가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그냥 뛰어넘었는데, 남자 주인공은 병적인 수집광이었던 전력이 있다.) 아내가 창문을 닦는 모습만 보면 흥분해버리게 된 것! 이런, 깜찍한 변태같으니라구. 일은 꼬이고 꼬이고. 그러나 다시 사랑이 만사 해결사로서의 위용을 자랑한다.
결국 남편의 어이상실 욕구를 알게 된 브리지트.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쌈박하게 결론내린다. '유리창을 닦는 모습 앞에서 침을 흘리는 남편은 상상한 적도 없었다. 그래도 그 순간 다른 어떤 것보다 이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인생 일분일초가 예상한 것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p.165) 옳다쿠나! 세상 만사 자기 맘대로 되는 일이... 있을리 없지. 꿈에 그리던 미래 대신 얻은 건 사랑스러운 변태 남편 뿐.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다. 똑부러지게 그들은 정상적인(!) 부부로 돌아간다. (푸핫! 웃음 터트릴만한 에피소드를 하나 겪어낸 후에. 이런 걸 시험하는 아내나, 군말없이 따르는 남편이나... 정말 대단하다. :'어떤 관능' Ⅳ 참조.)
이쯤에서 밝히는 이 책을 읽는 방법 두 가지. 하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는다. 주인공따라 같이 심각했다가 같이 뻥 터졌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두 주인공 뿐 아니라 모든 등장 인물이 너무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는 사태가 생길지도. 둘, 책의 교훈을 생각하며 읽는다. 보통 책 같으면 추천하는 방식이나 이 책에서는 지양하길 권한다. 교훈따위보다 중요한 걸 감춘 책이니까. 있는 그대로 즐기기!
다니엘 페낙은 <소설처럼>에서 '소설을 소설처럼 읽'으라고 말한다. 그 케이스에 딱인 책이다. (요약하자면 스스로 불행하다 여긴 한 남자가 사랑을 찾고- 알고보니 엄청난 여자와- 사랑을 부풀려나가는 이야기다.) 그러니... 잔말말고 일단 책부터 열어보시라. 그리고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장담컨대 왠만한 나쁜 기분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을거다. 왠지 모르게 행복해지고 싶다면, 에로틱한 잠재력의 세계에 슬쩍 발을 들이밀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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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197페이지, 20줄, 25자. (본 블로그의 글은 줄거리가 포함되거나, 감추어진 비밀 등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음, 미안하지만 책이 얇아서 빼들었습니다. 다른 책들이 도서관용 가방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여유가 별로 없었거든요. 프랑스 문학 쪽에 가면 다른 데와는 달리 얇은 책이 많습니다. 겉껍질은 제거하고 진열하기 때문에 제가 본 표지색은 노란색입니다. 그래서 눈에 띄었습니다. 집에 가져갔더니 제목 때문에 아내가 들춰보았습니다. 금세 내려놓더군요. 갑자기 읽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몇 페이지를 넘기니 태연하게 과거나 다른 주제로 가는 문장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고수입니다. 뭐랄까요? 비꼰다고 해야 하겠죠? 그런 문장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 그게 때로는 쓴웃음이라고 할지라도 아무튼 웃으면서 --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때로 유쾌한 게 아닙니다. 엑토르는 수집벽이 있습니다. 자칭 수집가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살을 시도하려고 지하철 역으로 갔는데 용기를 돋우기 위해 먹은 호르몬제 때문에 기절해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가 6개월간 요양하고 나왔습니다. 주변인들에게 미국여행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한 다음 (그 동안 여행한) 미국에 대해 거짓말을 하기 위하여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들추다 같은 목적으로 온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유리창을 닦는 모습을 보고 감격하여 그것을 재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잠시 외출을 하는 사이 아내가 유리창을 닦는 장면을 녹화해 두려고 카메라를 숨겨뒀는데, 아껴뒀다가 얼마 뒤 켜 보니 아내가 웬 남자와 섹스를 하네요. 낙담에 낙담을 한 엑토르는 처남에게 사이클 대회 우승이 거짓 아니냐고 했다가 한참 얻어 맞아 엉망이 된 상태로 집에 돌아옵니다. 왔더니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줘서 달아나다 층계에서 구르고 맙니다. 브리지트가 먼저 이야기를 꺼냅니다. 비디오 테이프는 거짓이다. 즉, 숨겨져 있는 걸 보고 거짓으로 외도를 하는 척했다는 말이지요. 이제 엑토르가 말할 차레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유리창 닦는 모습을 촬영해 두려고 설치했다는 말이 당신은 믿어지나요? 등장인물(이름순, 엑토르 중심) 로랑스(마르셀의 아내,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 로랑스 르루아), 뤼시(조카, 14살 차이), 마르셀 슈베르(제랄딘의 시가 조카, 수집벽), 미레유(엑토르의 어머니, 42년 차이), 베르나르(엑토르의 아버지, 엑토르와 50살 차이 남), 브리지트(도서관에서 만난 아가씨, 아내), 에르네스트(엑토르와 20살 차이 나는 형), 엑토르(수집벽), 제라르(브리지트의 오빠), 제랄딘(빨강머리 비서), 쥐스틴(형수), 클라리스(에르네스트의 애인) 160425-160420/160425 |
| 꽃분홍 표지도 그렇지만 제목이 참 재미있다. 게다가 프랑스소설이란다. 프랑스소설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관심끄는 책이 있을 땐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근데 이거.. 재미있다. 웃긴다. 프랑스 소설하며 생각나는 그런 무게, 안 잡는다.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을 찾아가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이 때론 좀 야하지만 자주 재미있다. 프랑스의 젊은 작가의 활력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