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1996년에 읽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가물가물할 지 모른다. 줄거리와 문체. 하지만, 한가지 정확한 것이 있다. 그것은 업다이크다. 그는 '토끼' 시리즈의 작가다. 나는 누구에게도 업다이크를 권유받지 않았다. 내가 업다이크를 만난 건 그의 매력적인 글솜씨 뿐이었다. 그의 상상력을 어떻게 따를 것인가. 외국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화려한 상상력에 극히 감탄을 받았다. 그의 세련된 입담은, 가히 가공할만하다. 이 소설은 다른 것을 볼 필요가 없다. 그저, 업다이크의 상상력.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인류의 색을 바꾸다니, 그리고 그곳에 섹스가 있다니? 아주 경쾌한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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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출간되자,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인종과 계층에 대한 인류의 고질적이고 케케묵은 병적 편견을 격정적인 사랑의 이야기에 담아낸 걸작중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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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하늘이 정해 준 변태였을까? 첫눈에 서로를 운명이 정해준 짝으로 알아보았다는 둥의 거창한 이유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남녀는 19세와 18세라는 어린 나이로 평생을 함께 살아가도록 굳게 손을 붙들게 된다- 사실, 그들의 사이에 존재하던 것은 아주아주 강한 성적 이끌림이었지만-- 거기엔 좀 유난스러운 점이 있다. 배경은 브라질이고, 이자벨은 부유층 백인의 딸이며 트리스탕은 가난과 찌든 삶에 속한 순전한 아프리카계 흑인- 구도가 보이지 않는가? 이 책은 굉장히 야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과 교수님도 전에 그렇게 이야기하셨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그들이 끌리는 이유는 섹스였고, 그들의 사랑이 지속되어 나가는 가장 큰 이유도 섹스이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섹스이지만, 결코 그것이 읽는 이의 음란한 상상을 위해 봉사하지는 않는다. 냉혹할 정도로 직설적으로 묘사하며, 쓸데없는 군더더기 잡설은 지워버렸으므로, 섹스는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 쓰여지지만 생명은 담기지 않은 무대도구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이 책에서도, 답답한 현실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가장 쉬운 방책으로 간혹 접하게 되는 '마법'으로 그들의 피부색이 바뀌게 되는데 그것이 무슨 결정적인 구원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후 묘하게 둘러치는 주위상황의 변화-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것들은 전부사라져 버리고 이자벨과 트리스탕은 세 아이와 함께 탄탄한 도시생활과 성공가도를 달리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그들의 타고난 외모는 바뀌었으며 그에 따라, 그 특정한 외모의 사람들이 타고난 기질, 두고두고 핏줄로 흘러 내려가는 성향이 덧입혀져 있다고 하지만- 바뀌기 이전의 생활과의 틈이 결코 작지는 않았다. 이색적인 것은 항상 가십거리밖에는 되지 않는 것일까? 사회적 계급을 보는 편견은 단단히 눈에 박힌 바위같은 것이라서 빠지지 않는 것일까? 남녀간의 사랑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왜 거기에 사회적인 계급의 시점이 개입되고 그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가? 아직 희고 어리던 때의 이자벨은 관계에서 트리스탕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해, 벨보이를 매수해 2남 1녀의 관계를 벌인다. 하지만 트리스탕은 불쾌해 하면서,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실수를 했다는 이자벨의 말에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이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남자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모든 싸움에서 방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그건 곧 이기적이지 않다는 뜻이지. 하지만 여자가 사랑을 한다는 건 이기적이야. 사랑하는 건 여자의 본성이구. 그리고 여자에게는 주는 것과 받는 것이 모두 하나지. 정사를 나눌 때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남자에게는 하나듯이. 여자에게는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고, 남자에게는 증오하는 것이 필요하지.' 우리나라처럼 性의 개방에 관대하지 않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브라질의 풍습이 지나치게 이국적이다. 이자벨의 아버지는 사람을 고용하여 둘을 떼어놓는데 그것도 그들이 어린 나이에 섹스를 했다는 이유라기보다는 이자벨이 좀더 사회적 지위를 갖춘 사람과 만나기를 바란 탓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사고방식에는 역시 공통점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가능했다. 다른 이에게도 그러하리라. 내가 <브라질>을 읽고 받은 영향이란, 안그래도 나른하게 늘어지려는 나의 성향에 심지를 꽂고 불을 켤 기름이 부어진 것이랄까, 알 수 없이 묘하고 불쾌한 뒷맛이 남지만 그건 나의 개인적인 문제 브라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