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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영화에서 기교를 찾기가 어렵다. 입체적인 편집도 찾기 어렵고 화려한 미장센도 없다. 그러나 임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긴 여운이 남는다. 현실을 잘 담아내면서도 인간에 따듯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이러한 작가적 재능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임 감독의 초기 작품이다. 충주라는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학창 시절 스쿨밴드의 꿈을 간직하고 음악과 인생을 함께 하는 주인공의 귀향을 차분히 그려 낸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지만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세상과의 접점은 밤 무대의 밴드다. 영화는 밴드를 인연으로 모이고 흩어지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하여 이상과 현실,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과장 없이 담아 낸다. 사회적 기준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기 어려운 캐릭터들의 인생은 처연하다.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학창 시절의 꿈을 간직한 이는 없지만 그가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산하기까지 한 이들의 삶을 보면서 불쾌하지 않은 이유는 인간에 대한 포용과 애정이라는 임 감독의 시선이다. 엔딩 씬에서 보여 주는 새로운 밴드의 탄생은 실패한 듯 보이는 이들의 삶에 보내는 임 감독의 희망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는 지금은 연기력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배우 황정민의 재능과 근래의 한국 영화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고 있는 박원상의 개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명장 밑에 약졸 없다."는 속담과 같이 류승범을 필두로 출연 배우들 모두가 그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엔딩 씬의 오지혜가 열창하는 '사랑밖에 난 몰라'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현실과 삶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잘 만들어진 힐링 무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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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두 가지 형태의 영화가 있다. 미끈한 미남미녀 배우가 나와서 화면을 뽀샤시하게 만들어주는 영화, 그리고 유명한 배우 없이도 현실 그대로를 비춰주는 사실적인 영화.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전자의 영화에만 후할 뿐, 후자의 경우 개봉관에 걸리기도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겨우 개봉관에 걸린다해도 일주일도 못채우고 비디오가게로 직행하기 일쑤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다. 관객들의 요청에 의해 재상영되고, 개봉한 지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렬한 팬클럽이 존재하는 영화 바로 와이키키 브라더스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한 것은 일 년 전이었다. 이미 개봉관에서 간판을 내리고 비디오가게에 포스터가 붙을 시절이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만 네 번 보았다는 친구의 소개로 몇 번 망설인 끝에 꽤 많은 돈을 지불하고 이 영화의 디브이디 타이틀을 구매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달랑 한 장 뿐인 분량에 그 흔하다는 서플 역시 변변찮은 이 영화를 냉대했다. 사놓고 구석에 쳐박아둔 채 부록과 서라운드가 화려한 영화들만 즐겨 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밤, 무료함을 견딜 겸 이 영화를 꺼내보게 되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무릎을 치며 후회했다. 이 영화를 스크린에서 만나지 못했던 사실을 말이다. 짧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3류밴드의 리더인 성우의 귀향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몇몇 사건들이 전부다. 삶의 때에 찌든 사람들 속에서 꿈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못해 불쌍하게까지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불쌍할 지언정 초라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순수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 다같이 음악을 했지만,이제는 먹고 살기에 바빠서 옛모습을 잃고 사는 성우의 친구들을 통해 꿈이라는게 얼마나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는 가수를 꿈꿨지만 이제는 야채장수가 되어버린 성우의 옛사랑 인희. 그녀를 초라한 현실에서 끄집어내는 것도 성우가 지닌 음악에 대한 꿈과 애정이었다. 아무리 불쌍한 현실이지만 꿈이 있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지닐 수 있음을 인희 또한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이들이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몇몇 사건이 진행된다. 애정문제 때문에 밴드가 해체되고,최신식 유행에 밀려 와이키키 호텔에서 쫓겨나 유흥주점에서 기타 연주를 하게 되었지만 성우는 끝내 자신의 음악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엔 화려한 반짝이 의상을 떨쳐입은 인희가 성우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그 유명한 '사랑밖에 난 몰라'는 인희의 잃었던 꿈을 되살려주고, 성우의 꿈을 지탱해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어쨌든 이런 삼류 인생에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모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 얼굴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호연도 훌륭했지만 이 영화의 최대의 미덕은 바로 음악이다. 요즘 한국영화의 음악은 대체로 외국곡을 쓰거나,최근 노래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영화의 음악들은 흘러간 옛노래가 주류를 이룬다. 비록 다른 영화음악들처럼 유명가수가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니고, 유명한 팝음악을 따온 것도 아니지만 이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다. 세상만사, 사랑밖에 난 몰라, 골목길,아파트 등 제목만 들어도 흐뭇하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쉴새 없이 흘러나온다. 그것도 작품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말이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서 흐르는 대중가요는 그래서 더 애잔하고 슬프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새로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희 역의 오지혜는 이 작품을 통해 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황정민은 이 작품 이후로 활발한 영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귀여운 디제이 기태 역의 류승범은 이 영화가 류승완 감독 외의 감독과 처음 작업한 영화가 되었다. 그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성우 역의 박해일 역시 이 영화가 데뷔작품이 되었다. 지금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의 수줍은 듯한 미소는 이 작품 속에서도 여전하다. 평범하지만 평범치 않는 인물들의 인생역정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영화, 새로운 배우들을 충무로에 공급하게 된 영화, 그리고 사는 게 고달프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 영화 이 영화는 위의 이유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임순례 감독과 류승범이 함께 하는 코멘터리는 영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유머가 공존해서 즐거움을 안겨준다. 다만 서플은 예고편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몇몇 사진을 소개하는 데 그쳐서 아쉬움을 남긴다.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OST라도 함께 넣어서 발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소리가 조금 작은 감이 있다. 볼륨을 제법 높혀서 들어야 한다는 것 또한 약간은 아쉽다. 음악이 많이 쓰이는 영화라 음향이 뒷받침되야 하는데 그게 조금 약한 게 흠이라면 흠일까. 그래도 한글 자막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감상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두고두고 꺼내보며 눈시울을 적시고 가슴을 적실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감동을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