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그림은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아닌 그림의 캐릭터들이 엮어나가는 이야기들은 모든 것을 커버할 정도로 재밌다. 이틀만에 23권을 다 읽어버렸다. 솔직히 흔히 볼 수 있는 잘 다듬어진 멋진 그림은 아니지만 한컷한컷에서 묻어나는 작가의 능수능란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다. 내용은 더욱더 능숙하다. 심각한 신에서 코믹 컷으로 넘어가는 것도 자연스럽고 유연하다. 정말 읽으면서 박장대소가 절로 나올 정도로 뒤집어지게 만든다. 바보스런(사실은 정말 바보인 듯...^^) 여자 주인공 고토코에 너무 냉정하고 똑똑하기만 한 남자 주인공 나오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크게 웃을 수 있게 만든다. 웃음 뒤의 유쾌함을 주는 만화다. 이 만화가 정말 좋은 또한가지 이유는 순정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 간의 음모나 암투 같은 것 없이도 재밌고 하나같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엄청 바보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고토코, 너무 냉정하고 직설적이라 고토코를 불쌍하게 만들지만 사실은 너무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나오키, 정말 극성스럽다는 말로 밖에 달리 표현이 안 되는 나오키의 엄마, 형을 닮아 좀 밉살스런 구석이 있지만 누구보다 고토코를 좋아하는(?) 유키, 언제나 고토코를 응원해주는 아버지와 친구들 누구 하나 미운 사람이 없다. 사람을 궁지에까지 몰아야 직성이 풀리는(결국은 도와줄 거면서....) 쭉 찢어진 눈에 냉소적 표정의 나오키가 어떨 땐 좀 얄밉기도 하지만... 그런데 무엇보다 아쉬운 건 이 재밌는 작품이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많은 이야기가 남은 것 같은데 작가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미완성의 완결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밉살스런 모습을 버리고 점점 멋있어져가는 유키의 모습도 더 보고 싶은데...너무 아쉽긴 하지만 끝으로 평안히 잠들어 있을 고인의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