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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은 후 미니 감상평 ♣
<안나 카레니나>는 <전쟁과 평화>, <부활>과 함께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뽑히는 책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톨스토이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책친구 유리의 추천도 있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무기력증에 걸리고 말았다. 내가 만약 미혼인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단순한 교훈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삶을 지루하게 만들어 버렸다. 내가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안나는 고혹한 매력을 지닌 여성이다. 결혼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를 자랑할 정도로 외모는 눈이 부셨고 남자들과 철학을 논할 정도로 지식은 풍부했으며 모든 이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사교계의 여왕으로 통했다. 내가 보기에도 안나는 부족함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부러울 정도로 출세한 남편과 귀여운 아들까지 완벽했다. 그런데 한순간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백작에게 마음에 뺏기고 말았다. 그 모든 행복을 맞바꿀 정도로 안나는 사랑이 간절했다. 이바노비치 브론스키 백작은 부자인데다 미남이고 교양도 있는 똑똑한 시종 무관이었다, 안나가 나타나기 전까지 모두가 키치와 결혼할 거라 예상했었지만 한순간 정말 한순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키치에게는 오래전부터 콘스탄틴 드미트리치라는 구혼자가 있었지만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백작이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키치에게는 두 명의 구혼자가 있었는데 갑자기 안나가 나타나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가 가버린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기에 키치에게 있어 그 사건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유부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빼앗겼으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는가!
콘스탄틴 드미트리치는 원리원칙주의자였고 정직한 도덕 주의자였다. 고리타분할 정도로 너무 정직해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거짓이 없는 착한 남자였다. 왜 여자들은 이런 남자들을 사랑하지 않고 알렉세이 키릴로비치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사실 나 역시도 분명 백작에게 사랑에 빠졌을 것 같아 여자 심리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마치 정직한 남자 콘스탄틴 드미트리치가 스테판 아르카지치에게 했던 말이 훗날 예언이라도 되는 냥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모든 불륜과 사랑의 뻔한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안나의 오빠 스테판 아르카지치 역시 그때 당시 가정교사와 바람이 나는 바람에 안나가 언니를 위로할 겸 방문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그러면서 그가 콘스탄틴 드미트리치에게 “자넨 결혼해서 아내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끌린다면 어떡하겠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단호하게 “미안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네. 그건 배가 부르게 먹고도 남의 빵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했다. 이 질문을 듣고 나 역시 ‘결혼한 사람은 사랑을 논할 자격이 없는 건가? 그것이 정말 죄가 될까? 배우자가 싫어 죽겠는데도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톨스토이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서두에도 말했듯이 내가 미혼이었다면 이런 의문에 휩싸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안나와 같은 입장이기에 안나의 결론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의 말이 안나의 운명을 결정 짓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p35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자네 플라톤이 <향연>에서 말한 두 가지 사랑을 기억하나? 어떤 사람들은 한쪽 사랑만을 이해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다른 한쪽 사랑만을 이해하고 있어. 그런데 비정신적 사랑만을 이해하는 사람들일수록 비극만 운운하고 있지. 그러한 사랑에는 그 어떤 비극도 생길 수 없는데 말이지. ‘매우 유쾌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것으로 비극이 끝나는 거지. 그리고 정신적인 사랑에는 비극이란 있을 수 없어. 왜냐하면 그런 사랑은 분명하고 순결하기 때문이지.”라고 했다. 대개 불륜은(허락되지 않은 사랑) 육체적 사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끌려 정신적인 사랑이라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을 보아도 그렇고 드라마를 보아도 그렇고 우리의 삶을 보아도 그러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쾌락만 추구하는 사랑은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사랑이 없는 결혼 역시도 아무리 합벅적이라 하더라도 일종의 간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안나와 그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겉만 포장한 채 유지하고 있었고 백작이 나타나므로 거짓이 겉으로 드러나 버리고 만 것이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은 인간 세상에서도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며 그렇게 부러웠던 안나가 점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중에는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점점 그녀는 이성을 잃어갔고 젊은 남자 백작이 자신을 버리고 더 예쁘고 젊은 여자와 결혼할거라는 망각에 사로잡혀 아무리 그가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만족하지 못한 사랑이 되어 버렸다. 남편과의 문제도 내가 보기에는 그녀의 합리화란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책임이다. 그냥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싫다고 그 다음날 ‘바이’하며 헤어질 수 있는 사이도 아니다. 아이가 없다고 해도 나는 결혼은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순간의 마음 때문에 가정을 버린다는 것은 죄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 역시 신랑과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몇 년 함께 살다보니 ‘이것은 사랑인가? 일상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신랑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말을 했지만 이 소설을 읽고 그냥 그렇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신랑이 이 소설을 읽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안나는 결국 자신이 만든 함정에 빠져 백작과 사이에서 낳은 딸도 버린 채 자살을 선택한다. 그것도 끔찍한 최후였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톨스토이는 실제로 1872년 1월에 야스나야 폴랴나 근처의 야센키역에서 한 여인이 화물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을 바탕으로 집필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정부가 아들의 가정교사에게 청혼한 것을 질투하여 자살을 하였는데 톨스토이는 실제로 참혹한 시체를 목격했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정상적인 사랑과 비정상적인 사랑을 대조라도 하듯이 키치와 콘스탄틴 드미트리치의 사랑을 집어넣었다. 키치는 백작에게 배신을 당하고 병이 나지만 오히려 그 사건을 전화위복 삼아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된다. 남편에게 헌신적인 키치와 아내를 사랑하는 콘스탄틴 드미트리치의 사랑은 내가 보기에도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사실 정말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것은 그 한 대목이었다. 한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허무하던지.... 그렇게 키치의 사랑을 얻고자 노력했음에도 결혼하고 나니 그 역시도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충격인 것은 키치에게 노예처럼 구속되었다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같았지만 분명 행복해 보였다. 곡선 없는 삶이 지루해 보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그냥 그런 하루가 행복이었다. 어쩌면 신랑 말처럼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고 해서 반짝이고 불꽃 튀기고 화려한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수수하고 순수하고 잔잔한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책 마지막 페이지에 약간 고리타분할 정도로 콘스탄틴 드미트리치는 존재감에 상념에 빠지게 된다. 답은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살아가는지 알지 못하지만 주어진 인생을 착실히 살아가는 것만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감정은 그가 말한 것처럼 사람을 갑자기 변화시키지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도 못할 것이다. 순간은 행복하겠지만 분명 그것도 일반화되긴 마찬가지이다. ‘뜻밖의 선물은 없어.’라는 그의 말에 공감의 한 표를 던지며 서평을 마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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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 책을 산 이유는 러시아문학 과목에서 강의주제중의 하나로 삼았기 때문이다. 부차적인 이유라면 그 이름도 유명한 톨스토이라서였기도 했고, 아무튼 이번 기회에 톨스토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과 무관한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가장 무식하게, 단편적으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불륜 이야기이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간다면 러시아 귀족 사회의, 더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 안나가 마주하게 되는 모순점의 표현이라고 해야할까. 안나가 선택한 길과 레빈의 선택한 길을 중점적으로 보면 될 듯 싶다. 일종의 관전 포인트라면 도스토옙스키와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보는 것 정도?
내가 이렇게 줄거리 이야기해봤자, 이미 선학인 수많은 평론가들이나, 이 책의 설명에 붙어있는 것이 몇 배는 나으리라 보고, 책의 외관적인 면을 중심으로 리뷰하겠다. 수많은 안나 카레리나 책 중에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현재 있는 다른 책들보다도 싼 가격 때문이었다. 일단은 가격 면에서는 (그나마) 합격점을 주고 싶다. 물론 더 쌌으면 하는 소망(양장본을 포기한다거나 칼라 대신 흑백을 선택하는 등등의 방법으로)이 있지만 출판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고...
칼라로 되어있지만, 삽화가 몰입도를 오히려 헤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파악하는 상황묘사나, 강의중에 들었던 상황묘사와는 차이가 있는 삽화가 에러였다. 그 외에 번역의 문제라거나 하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혹자는 톨스토이의 소설을 지겨워 못 읽겠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다른 러시아 소설보다(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보다) 잘 읽었다. 안정적인 진행이 오히려 나에게는 플러스적인 요소여서 그랬을까? 톨스토이 개인의 역사와 함께 읽는 것도 좋은 감상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