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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온 짧은 삶 중에서 가장 아픈 일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꽤 큰 충격이었고, 상처로 남았습니다.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때문에 온전히 책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업무와 관련해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것들이 아니면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죠. 그마저도 참 힘들게 읽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아파하고 상처를 안고 있어봤자, 어차피 지난 일이 아닌가. 모든 것을 다만 그렇게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희망으로 이제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보트 위에 세 남자》를 꺼내들었습니다. 책에 대한 평판은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1889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함 없이 독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코미디 소설의 걸작. 바로 그 책이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해 세 명의 지구상 최고의 게으른 남자들, 그리고 원기왕성하고 세상살이에 조금은 염세적인 폭스테리어 한 마리(이름은 몽모렌시)가 떠나는 템스 강변 ‘보트’여행. 장면 하나 하나가 살아 숨 쉬는 코미디 그 자체였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코믹스러운 묘사와 기가 막힌 문장력은 그야말로 ‘빵빵’터지게 하고도 남았습니다. 때문에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제가 가지고 있던 상처와 아픔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술처럼 다음날 아침 쓰린 속을 부여잡을 필요도 없고, 또 돈도 많이 들지도 않은 참 적절한 ‘슬픔 해소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샌드포드와 머튼》의 작가인 토마스 데이가 워그레이브에서 살았고, (워그레이브를 더욱더 알리는 계기가 되며) 그곳에서 살해됐다. 교회에는 자신이 남긴 유산으로 매년 1파운드씩 부활절이 돌아올 때마다 소년 두 명과 소녀 두 명에게 나누어주게 했던 사라 힐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자격은 ‘부모에게 불효했던 적이 한번도 없고, 거짓을 말하거나 맹세한 적도 없고, 도둑질을 하거나 창문을 깬 적도 없는’아이들이어야 했다. 일 년에 5실링을 받으려고 그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상상을 해보라! 바보 같은 짓이지. 그 마을에는 오래전 한 때 이런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아니 여하튼 그런 일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알려진 경우는 한 번도 없다는 소년이 나타나, 명예의 왕관을 거머쥐었다는 소문이 있다. 그는 그 후 삼 주 동안 유리 진열장에 넣어져 마을 회관에 전시되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 어떤 남자아이가 있었다. 우리는 그를 스탠포드 앤 머톤이라고 불렀다. 그의 진짜 이름은 스티빙즈였다. 그는 내가 만난 친구들 중 가장 독특한 녀석이었다. 공부를 진짜 좋아했으니까. 그는 밤새며 공부를 했고 그리스어를 읽었다. 프랑스어의 불규칙 동사도 늘 손에서 놓지 않았다. 부모의 자랑, 학교의 명예가 되어야 한다는 괴상하고 특이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친구였다. 그는 상에 목말라했고, 얼른 자라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도 심약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정말 이상한 친구였다.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처럼,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책에는 이밖에도 정말 재미있는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템스강의 아름다움, 혹은 지저분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중간 중간 영국의 역사도 친절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또 하나의 미덕은 단지 코미디에 국한되지 않는 ‘의미심장한’문장들도 거뜬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 혹은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듯한 표현까지, 저자는 솔직히 천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사람입니다. 참 즐거운 세상이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정말 힘들고 죽고만 싶을 때, 가만히 하늘을 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바보처럼 책장을 넘기며 키득거리며, 마치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세 명의 남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까칠한 강아지 ‘몽모렌시’역시~! “몽모렌시가 삶에서 추구하는 야망은 훼방을 놓고 욕을 얻어먹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을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옴죽거리다가 완벽하게 성가신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그의 대가리에 아무것이나 막 집어던지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하루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느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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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나는 이 책의 출판사 리뷰에 나온, 너무 재미있어서 스무번..까지는 아니지만 열번을 읽은 독자이다. 첫대목부터 날 사로잡은 이 책은 과연, 정말 이 책이 백년도 훨씬 전에 나온 책이 맞는가 할 정도로 지금 읽어도 또 두번 세번 읽어도 참 재미있는 책이다. 단 누구나 취향은 다른 법. 내가 이책을 적극 추천했지만 그중엔 나처럼 정말 재밌다고 말한 사람도 있던 반면 그럭저럭 괜찮다는 사람도 있었고 생각보다 두껍고 긴 내용에 읽을 엄두도 내지않은 사람도 있었다. 차근차근 읽다보면 매력에 헤어나오지 못할텐데... 라며 혼자 읽고 웃을수 밖에 ㅋㅋ
책의 한 단락마다 그 단락의 주된 내용을 요약해 시간경과순으로 짧게 메모해놓은것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지금 즉흥적으로 펼친 부분의 한 단락을 써 보면..
"보트를 타면 항상 느끼지만, 보트 팀의 모든 멤버는 한결같이 자기가 모든 일을 다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리스는 지금껏 일을 한 것은 자기뿐이었으며 조지와 내가 그에게 그런 의무를 강압적으로 치르게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조지는 네가 한 것이라곤 먹고 자는 것뿐이었다며 그를 조롱했고 일이라고 말할 가치가 있는 노동을 한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요지부통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같이 보트 여행을 해본 사람들 중에 해리스와 나처럼 게으른 인간커플은 없었다고 했다. 해리스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의 조지군이 일에 대해 얘기를 하다니! 삼십분만 일을 시켜도 죽어버리려고 할 거면서 말이야 넌 조지가 일하는걸 본 적이 있어?' 그가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나는 해리스의 말에 동의하며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가 같이 이번 여행을 시작한 후로는 거의 확실했다 ) '글쎄 어떤 식으로든 그 문제에 대해서 너 같은 녀석이 그렇게 많이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조지가 해리스에게 반박했다. '여행의 반을 자는 데 보낸 인간이 그럼 안되지. 너는 밥 먹을때 말고 해리스가 온전하게 깨어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조지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실이 나로하여금 조지를 지지하도록 강요했다. 해리스는 처음부터, 도움이라는 부분에서 말하자면 보트에서 거의 무용지물인 인간이었다. '뭐 어쨌든 조지 녀석보다는 내가 더 많이 했어!" 해리스가 말했다. '그렇게 생색낼 정도로 뭘 했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조지가 말했다 '너는 자기가 승객 자격으로 보트에 탄 줄 아는 녀석이잖아!' 해리스가 말했다. 이것이 그들과 낡아빠진 오래도니 보트를 킹스턴에서부터 끌고오고,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감독하고 관리하고, 돌봐주고, 그들을 위해 노예처럼 일한 나에 대한 감사의 표시란 말인가 세상은 이런 곳이다. "
암튼 개인의 취향이야 어떻든 난 앞으로도 아주 오래도록 이책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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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여, 잡동사니를 버려라! 당신의 보트 인생을 가볍게 하라. 필요한 것만으로 채우라.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단순한 세 남자의 보트 여행기다. 소설은 작가로 짐작되는 J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그의 두 친구 해리스와 조지, 그리고 그들의 애완견 몽모렌시가 겪는 사건사고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건 소설이라기보단 일종의 시트콤으로 보는 게 더 알맞을 지도... 보트를 몰고 강으로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서로 투닥거리며 벌이는 에피소드들은 과연 그들이 합심해서 뭔갈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감정이 그들에 대한 한심함이라기보다는 경외심기 가깝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산만하고 부산스러우며 단순하고도 추진력없고 게으르면서도 그래도 합의를 이끌어내고 결국 보트를 강으로 끌고 나갈 수 있었던 걸까. 결국 그들은 해낸 거다. 많은 곡절이 있긴 했지만, 가랑비에도 솔바람에도 휘청거리는 유약함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 그들은 목표를 이룬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보트로 템즈 강을 여행을 떠나는 거였지, 여행을 온전하게 끝마치는 것은 그들의 목표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여행 중 사건 하나를 겪으면 그것과 관련된 온갖 추억과 에피소드들이 소세지처럼 줄줄이 딸려 나온다. 그걸 따라 읽다 보면 사실 그들이 실제로 겪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건 분명 작가가 직접 겪지 않았으면 결코 모를 디테일하면서도 쫌스러운 기억력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심중의 캐릭터들을 그렇게 많이 생산해 낼 수 없는 거다. 그는 실제로 그런 사람이었을거란 생각이 드니, 그 시대 태어나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어 그런 삶.. 뭐 보트를 타고 가끔 강에 서로를 빠뜨리거나 노로 엉덩이를 찌르거나 지도를 거꾸로 들고 보거나 하면서 여행 한번쯤 해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보트 뿐 아니라 작가는 <자전거를 탄 세 남자>라는 비스꾸무리한 소설을 또 쓰기도 했다. 그 사람은 친구들과 아마 평생을 이렇게 살았을 것만 같다.) 사실 이런 좀 모자란 듯한 캐릭터는 오늘날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 뿐더러 함께 일하기도 피곤한 스타일로 치부되곤 하니까.. 똑소리 나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캐릭터들을 소설 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할 수 밖에. 그리고 푼수를 떨어도 혼자는 외롭지 않은가. 그럴 때 그룹이란, 정확히 말해 나랑 별반 다를 것 없는 친구를 곁에 둔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뻘소리에도 기꺼이 응대해 주는 친구들, 아.. 친구들한테 잘해야지. ;; 나에게는 모든 증상이 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주된 증상은 이상한 교훈과 혼란스러운 감상을 안겨준 이 책은 발간된지 백년이 넘었으므로 어쩌면 '고전'으로 분류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느낌은 너무나 현대적이면서도 친근한 것이었는데 이를테면 박민규의 <핑퐁>이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에서 땡볕 아래 옥상에서 탁구를 치거나 하릴없이 야구공을 때리고 홈으로 들어가버리는 루저들을 떠올리게 한다.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었을 당시 영국의 시대적 배경과 동떨어진 인물들, 그리고 100여 년 뒤 한국에서 과 한강의 기그들에게는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맞는 누군가들과 함께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상대를 이기거나 골인지점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계산에 넣지 않는다면 세상에 급할 일이 무에 있으랴. 성석제의 문체를 닮은 듯, 한번 시작하면 문장을 단숨에 읽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호흡이 인상적이다. 이것은 물론 번역가의 뛰어난 필력 덕분인 것 같기도.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낄낄댔는지. 저래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려나.. 생각이 들다가도 모든 사람들이 저렇다면 정말 다들 행복하고 재밌게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작가와 거의 동일할). 아.. 이래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 것이었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은 기분조차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