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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 카나파니는 낯선 작가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서를 읽고 나면 그의 작품이 국내에 더 이상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워진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라는 제목이 가지는 숨막히는 열기를 고스란히 경험하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제목을 잊은 어떤 영화가 떠올랐다. 오직 생존하기 위해 밀항을 선택했던 한 소년이 있었다. 자신이 살던 나라를 탈출하기 위해 소년은 컨테이너 안의 한 드럼통 속에 숨는다. 소년은 그 항해가 얼마나 길지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배는 보름 이상 바다 위를 떠다닌 후에 비로소 소년이 가려던 나라의 한 항구에 정박했다. 컨테이너에서 하역된 드럼통은 부두 위를 굴러가다 멈췄다. 옆으로 누운 드럼통의 뚜껑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팔 하나가 검은 땅 위로 툭 떨어졌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트럭의 물탱크 안에 숨어 팔레스타인에서 쿠웨이트로 가려는 세 사람의 탈출기이다. 그들은 빈 철재 물탱크에 숨어 잔인하게 뜨거운 태양을 머리 위에 두고 쿠웨이트 국경을 넘어간다. 칠 분 후에 열어준다던 물탱크 뚜껑은 삼십분이 지나도록 열리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국경 검문소의 사정 때문이었다. 한 낮의 태양으로 달궈진 물탱크 안은 그대로 불구덩이와 다르지 않았다. 사십여분이 지난 뒤 뚜껑을 열었을 때 물탱크 안은 뜨겁게 삶아진 고요만이 가득했다.
죽을 지도 모르지만 살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야만 한다면, 죽더라도 넘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살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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