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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역 출판책이니 영어 난이도가 궁금하시겠죠? 하루키의 문장의 원래 그렇듯 중문이나 복문이 거의 없이 단문위주의 깔끔한 문장이라 쑥쑥 잘 읽혀져요.
하루키가 좋아하는 미국의 현대작가 레이몬드 카버의 단편처럼 심플하고 세련된 문장이에요. 그러면서도 그 당시의 분위기나 정경은 아주 잘 나타나구요. 구구절절 복잡한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말이에요. 하루키도 그 이유로 카버를 좋아하고 그러한 점을 본받고 싶어했는데 저 또한 그 점 때문에 하루키를 안좋아 할수가 없네요.
내용은 하루키의 작품중 이례적인 100% 연애소설류입니다. 유사한 분위기로는 '노르웨이의 숲'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 작품이 보다 더 연애소설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여자주인공 시마모토에게 뭔가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는 있지만 그것이 주된 것은 아니고 작중 화자인 남자주인공이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그때는 사랑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지만) 여인을 한참 뒤에 다시 만나 격렬하게 갈구하는 내용이에요.
주인공은 외제차를 몰고 잘 나가는 재즈바를 몇개나 소유한 부자면서도 시간이 널널한 사람이에요. 사랑에 몰두할 필요충분조건이 되죠? 주인공이 외동아들인 점, 하루키의 생년월일과 비슷하단 점, 나중에 재즈바를 경영하는 점 등 하루키의 자전적인 얘기도 녹아들어 있는것 같아 그러한 점을 찾아보며 읽는 재미도 있답니다.
클래식과 고급차, 재즈바와 교외의 별장을 넘나드는 하루키 브랜드의 연애소설 읽어보세요.
사족: 뭔가 기발한 하루키식 모험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취향에 안맞으실 수도 있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연애소설입니다. 책상태 평점을 3개 준 것은 책표지가 너무나 맘에 안들기 때문이에요. 그 외에 편집상태도 괜찮고 활자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읽기 좋아요. [인상깊은구절] 인상깊은 구절은 지금 책이 수중에 없는 상태라 옮겨 적지 못하겠네요. 다시 제 수중에 들어오면 올릴께요. 제가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영역본을 읽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영어 출판본은 하루키의 검수하에 나오기 때문이에요.(하루키가 영어번역 하는거 다 아시죠?) 일어를 잘 하면 일어본을 읽었겠지만 원작자의 의도에 가장 가깝게 읽고 싶어 차선책으로 영역본을 택한거랍니다. 하루키만의 매력은 국어로 읽든 영어로 읽든 거의 변화가 없더군요. 아니, 오히려 영어일때가 더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해요. |
| 이제부터! 원서를 많이 읽겠다고 야무진 다짐을 하고서 방학 동안 적어도 10권 이상의 영어원서를 사다가 책장에 쟁여놓았다. 존 그리샴의 법정소설에서부터 로맨스, 전지구적 스릴러 등등 재미있긴 하지만 진도가 마음대로 나가지 않는 책들을 권수만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제끼고 있다. 그러던 중에 유명작가의 영역본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문장도 짧고 단순한 것이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욕심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후딱 반나절만에 읽어해치우긴 했지만, 이 소설이 가진 심오함 탓인지 내가 가진 우둔함 때문인지 며칠에 걸쳐 몇 번 더 읽어야만 할 정도로 내용이 만만치 않았다. 상실의 시대.로 많이 알려져 있는 작가의 이 소설은 이 작가로서는 흔치않게 순수한 사랑 이야기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릴 적 주인공인 '나'의 마음이 쏠렸던 한 여성을 좋아하다 잊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어릴 적 추억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잊은 채 다른 사람과 연애와 결혼을 한다. 부유한 건설회사 오너의 딸과 결혼한 '나'는 재즈카페를 두 군데나 열고, 외제 고급 승용차를 타는 등 상류층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삶을 '비싸게' 즐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의 마음 한 켠에는 서서히 옛 추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하고 어릴 적 좋아했던 "시마모토" 와의 만남이 겹쳐진다. 그녀와의 꿈꾸듯 행복한 생활을 즐기는 그이지만 끝내 그녀가 떠나가고 그는 다시 자신이 어질러놓은 일상으로 힘겹게 돌아온다.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과연 "시마모토" 그녀가 어린 시절 이외의 모습으로는 실제로 존재한 것인지조차 확연치 않다는 것이다. 항상 그녀가 자신의 눈 앞에 있었는지를 확신하지 못해 그녀가 남기고 간 소지품등을 두번, 세번 확인하는 '나'의 불안정한 모습은 이것이 단순한 현실 속의 만남이 아니라 어쩌면 '나'의 환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가공의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아내와 귀여운 두 딸을 가지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한 남자가 꿈꾸는 혹은 꿈꾸고 싶어하는 사랑은 이런 사랑일까. 그러고 보면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느끼고 싶어하는 심리는 인간의 겉모습을 둘러싼 다른 조건들하고는 전혀 관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다 읽고 이해불능의 늪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문득 예전에 읽은 "달과 6펜스"가 생각이 났다. '6펜스'로 상징되는 물질적인 세계를 버리고 '달', 즉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세계로 모든 걸 다 버리고 떠나간 스트릭랜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로부터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한 교훈들을 얻는다곤 하지만,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나 이 소설의 '나' 모두 아직까진 '불가지론적 입장'을 택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인물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