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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부산을 가게 된다면 제일 먼저 광안리에 가보고 싶다. 광안리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해서 읽고 있으니 잠깐 잠깐 내가 있는 곳이 동해가 아닌 광안리가 아닐까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내가 있는 곳이 왜 광안리가 아닌가 강한 의문이 들만큼 작가의 광안리 사랑은 참으로 격했다. 그 언젠가 내가 상수동에서 합정동, 홍대로 이어지는 그 길을 사랑해 마지 않았던 것처럼 작가는 그렇게나 광안리를 사랑했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을 무한히 애정했다. 부러웠다. 자기가 사랑하는 곳에 살 수 있다는 것. 자기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이렇게 멋지게 써낼 수 있다는 것. 장현정, 이 작가가 이 책에서 쓴 모든 말들이 너무 부럽고 유쾌해서 나는 정말이지 샘이 날 정도였다.
어릴 때 엄마와 잠시 머물렀던 부산은 큰 건물과 차들이 가득찬 도시였다. 갑갑하고 또 두려웠었다. 지금의 나는 그만하거나 그보다 더한 서울에서 10년 이상을 살았었다. 그런 내가 부산을 다시 찾는다면 그때는 또 어떤 느낌이려나.. 궁금하지만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하지만 적어도 광안리 만큼은 애정하게 될 것 같다. 한 권의 책으로 이미 너무 많이 애정하게 된 곳이다. 싫은 점보다 좋은 점이 먼저 눈에 띄일 것이다. 내가 책으로 보았던 그것들을 먼저 찾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곳은 이미 내게도 좋은 곳인 거다. 광안리.. 늦지 않게 그곳을 찾을 수 있기를..
장현정, 이 작가님은 꽤 유쾌한 사람이다. 읽는 내내 그의 묘한 말장난에 기분이 좋았다. '유머러스하다'는 말은 이 작가에게 해당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과 몇 날 몇 일을 술 없이 얘기를 나누어도 지치거나 졸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뭐.. 나의 저질체력이 받쳐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가까이에서 오래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사람이였다. 도서관에서 정말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지만 나는 왠지 이 우연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ㅎㅎ
p.27 "바보야, 멋지지 않아? 인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 같잖아. 일본소설 <산월기>에는 이런 말이 나와. 인생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도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도 짧은 것이라고. 요는 '모순'이라는 거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고, 안고 가야할 '모순'이 있는 법이야. 이 둘을 잘 구분하는 게 관건이라고. 사람들의 24시간을 채우는 것도 반은 걱정이고, 또 반은 행복인데 그 행복은 걱정 때문에 행복이고, 걱정은 또 그 행복 때문에 걱정이잖아?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면 님이 되는 것처럼, 잡념이란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면 집념이 돼. 바람이 찰수록 광안리 바다 색깔도 파래지는데 속에 멍이 들수록 더 깊고 진해지는 거지. 산타클로스가 있다면, 벨체부브(성탄절에 산타와 함께 돌아다니며 나쁜 아이들을 벌한다는 뿔 달린 붉은 악마)도 있다는 말이야." p.91 '멜랑꼴리(Melancholy)'는 문화적 모더니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현대인은 기본적으로 우울하다는 것,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이 음울한 관념과 독백의 잔치 속에서 생기(生氣)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지루하고 권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삶의 공허함을 즐기는 반면 누군가는 일상생활 곳곳으로 침투해 들어와 실제 폭력보다 더 아프게 상처를 주는 불평등과 사회적 부조리의 칼에 무참히 쓰러지고 있다. 대도시와 현대사회의 익명성 속에 스며있는 이 우울의 기운은 어떤 상처에도 무감하고 어떤 상황에도 무관심한 인간을 낳는다. 일찍히 문화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이 지적했듯, 이 무감함은 넘쳐나는 자극들 속에서 그나마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현대인이 선택한 대도시에서의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인생을, 세계를 돌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관심의 태도는 지나치게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p.116 어느 한쪽에 치우쳐 생각이 중심을 잃으면 대상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수성가나 혁명을 꿈꾸는 양 극단의 어딘가에서 무한 셀프를 외치며 외로워하거나 끼리끼리 골목에서만 놀게 될 뿐이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옛 속담처럼 물이야 셀프로 마신들 어떠랴. 하지만 '물만 셀프'로 하면 어떨까. 한 끼니의 밥상 위에도 누군가의 땀으로 키운 곡식이며 이동된 재료들이 우주처럼 사이좋게 놓여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우리들의 삶과 세계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p.159 프로페셔널의 반대쪽에는 아마추어라는 존재양식이 있다. 라틴어의 'amator', 영어로 말하면 'lover'에 해당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은 '어떤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 대신 일 그 자체를 사랑한다. 일을 도구로 삼는 대신, 일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삶을 몇 가지 영역, 즉 가족, 취미, 건강, 돈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관리하는 자본주의적 아마추어, 사이비 아마추어들도 아니다. 인간으로서 약동하는 생의 욕망을 긍정하고, 그 욕망을 건강하게 가꿔가며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려는 자들이다. 하지만 프로페셔널이 득세해버린 현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마추어란 그저 무능력한, 부족한,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비전문적인 사람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어원에 기대 말해보자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아마추어 혁명가로서,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p.160 내가 아직 꼬마였을 때, 아버지는 어린 나를 목욕탕에 데려가길 좋아했고 그때마다 때수건을 대기엔 아직 어린 피부가 연약하다며 손가락으로 때를 밀어주곤 하셨다. 온몸을 손가락으로 만져줄 때의 그 감촉, 참 좋았던 기억이다. 사랑받고 있다는, 누군가 나를 아껴주고 있다는 아늑한 기분. 이제는 다 커서 손발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일부러 자주 안 떠올려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아직도 그 촉감을 기억할 수 있다. p.170 불안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뻔뻔한 사람들은 좀처럼 불안해하지 않는다. 무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 세계가 아무리 떨려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잘 마취되어 있기 때문이다. 쥐나 멧돼지에게 우울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제대로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는 시시각각 불안을, 게다가 적극적으로 느낀다. 슬픔이나 고통, 결핍이 없는 인간은 없지만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또다시 새로운 불안을 만들어낸다. 동어반복 같긴 하지만 역시,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두렵지만 도전하려 하고, 겁이 나는 가운데서도 어떤 묘한 설렘을 느낀다. 그렇다, 설렘! p.219 하루를 잘 살아간다는 것.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풍경을 소중하게 바라본다는 것. 곁에 있는 사람을 꼬옥 꼬옥 안아주는 것. 거기서부터 희망은 시작되는 것일 테지. 작은 결심, 작은 행동, 작은 마음들이 모여 이 세계는 비로소 움직인다는 상투적인 진리처럼, 나 역시 오늘 하루를 꼭꼭 씹어서 잘 삼켜야겠다고 새삼스레 다짐해본다. 그 향기와 식감까지도 놓치지 않고 모두 내 삶에 피와 살이 되도록, 꼭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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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끔씩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미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단 말이다. 책의 이름 그대로 무기력이 대폭발 할 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바로 그 때 읽으면 괜찮은 책이다. 물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멍을 때리는 것도 괜찮지만, 아무 생각없이 틀어 둔 TV를 넋을 놓고 보는 것처럼 <무기력 대폭발>은 정말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가 혹시라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무언가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면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보기엔 아마 작가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뭔가 깊은 생각을 하리라고 바라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스낵 게임이라고 부르듯, 이 잡문집에 있는 글들도 스낵처럼 가볍게 읽고 덮어둘 수 있다. ![]() 책의 사이즈도 한 손으로 들고 보기에 부담없는 아담한 사이즈고, 손글씨로 적어 넣은듯한 타이틀도 예쁘다. 책 자체는 깔끔하고 예쁘게 생긴 디자인이다. 표지만 보면 뭔가 자기계발서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심오한 깊은 세계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다. ![]() 책의 부제가 산문집도 수필집도 아닌 잡문집이라는 것에서 그 근거를 둘 수 있겠다. ![]() 뭔가 카테고리로 나누어 놓기는 했지만 사실 카테고리 안의 글들은 딱히 연관성이 없다. 어느 정도냐면 그냥 목차를 보고 제목을 보고 내키는 글 하나를 골라서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 내려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히 첫 카테고리의 '엉덩이'라는 글을 읽으면 이 책의 글들이 얼마나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 무기력이 넘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런데 누워서 자는 것은 영 비생산적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작가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간 글들을 읽으면서 너나 나나 다 무기력할 때가 있고 누구든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가르치지 않으려고 해서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무기력이 폭발할 때에는 무기력 대폭발을 읽어 보자. 의외로 집 나간 기력이 돌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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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대폭발이라는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기력 대폭발"이라는 제목의 이끌림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되었다. 또한 소설보다는 수필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장현정의 잡문집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였고 어떠한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이라 읽기 전 부터 기대가 되었다.
책 지은이에 대한 간략한 소개이다.
첫 장의 "꿈"의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꿈" 을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들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한번 쯤은 자신의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취제나 진통제와 같은 잠깐의 가짜 휴식이 아니다. 낯선 삶의 방식, 낯선 체험을 통해 변해야 하는 것은 정작 나였다. 나의 노동이며 나아간 나의 일상이었다. 기존의 나를 낯설게 바라보고, 기존의 습관을 바꾸어보고, 익숙한 말들을 환기하기 위해 시집을 꺼내 읽어보는 등의 건강한 단절과 휴식은 꼭 공간을 이동해야만 가능한 떠남이 아니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하여 나의 일상 자체를 소박하면서도 단단하게 다니는 것은 돈이 얼마나 드는지, 광고나 SNS에서 뭐라고 떠드는지와는 별 상관 없는 일들이었다. --------------------------------------------------------------------------------------------- '노력하면 된다.' 혹은 '꿈은 이루어진다.' 같은 말은 낭만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진 않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아주 가끔 되는 것도 있는게 냉정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안될 확률은 100%다. 변화를 두려워 하는 나로써는 이 구절이 가슴속에 와닿았다. ---------------------------------------------------------------------------------------------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글로 너무나도 잘 풀어써주셨다.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이유로 인해 책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책을 읽음으로써 외부세계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 --------------------------------------------------------------------------------------------- 작가의 에필로그로 책은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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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그림(삽화)과 글씨 그리고 제목이 눈에 띄는 책. [무기력 대폭발]이라는 제목이 마냥 끌린다. 나를 위한 제목이 아니지만, 제목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는 나날 속에 종종 무기력이 찾아올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해도 그것이 과연 나에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그런 고민을 했다. 어느 순간 그 무기력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씨름하던 중 이 책을 집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목이 끌렸고 그 후에 독특한 표지의 그림, 장(챕터)마다 있는 아기자기한 그림, 손에 쥐기 간편한 크기, 보기 편한 글자 크기와 간격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후기를 보니 딸과 아들이 그림을 그려주고 제목 글씨를 써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지만 그림을 잘 그려서 감탄했다. 아이들의 감성이 드러나는 그림과 제목 글씨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목차는 이렇다. 대단원 안에 수필이 들어있는데 딱히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1장의 안녕 물고기는 처음에 대화하는 것이 나오고 그 뒤에 시들이 쭉 나온다. 의식의 흐름대로 적은 것 같은 장(챕터)이다. 다른 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의식의 흐름대로 적은 것들이 보인다. 어떤 글은 짧은 시, 어떤 글은 수필이고 어떤 글은 칼럼. 그래서 분위기도 제각각. 무거우면서 진지하고 유쾌하면서 가볍고 한편으로 애틋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렇지만 이 모든 글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저자가 바라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하는 말. 요즘 같은 현실에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에 선뜩 쉽지 않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 좋은 사람을 이용할 것 같아 이제는 그 말도 쉽게 못 하겠다. 그래도 좋은 사람을 소망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렇게 인상적이고 생각나는 문구들. 이외에도 민족에 대한 개념인 ‘상상의 공동체’, 저자가 좋아하는 술, 장(챕터)마다 나오는 노래 문구 그리고 애틋한 친구를 향한 그리움 등 쉽게 지나치기 힘든 기록들이 많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중간에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남을 비교하면서 성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성장하겠다. 다 읽고 나서 솔직히 그 말이 남들 다하는 싫증 난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다시 책을 훑어보면서 앞서 인상적인 문구들도 생각났지만 ‘성장’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났다. 앞서 말했듯이 난 지금도 강함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문구가 내 무력감을 단번에 쫓아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이 문구를 곱씹을수록 기분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