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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하고 희망없는 세계에서 담담히 이야기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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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한국 여성 작가들의 SF를 흡수하고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완독하고 나서, 알고리즘은 [블러드차일드]가 내 취향에 맞는 책이라 확신했던 것 같다. [블러드차일드]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과 에세이 몇 편을 묶은 책으로, 책의 제목은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단편의 제목을 따왔다. 현재는 SF 장르가 전보다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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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한국 여성 작가들의 SF를 흡수하고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완독하고 나서, 알고리즘은 [블러드차일드]가 내 취향에 맞는 책이라 확신했던 것 같다. [블러드차일드]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과 에세이 몇 편을 묶은 책으로, 책의 제목은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단편의 제목을 따왔다. 현재는 SF 장르가 전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한국 내에서 인기 있는 여러 SF 작품은 여성 작가들의 이름이 쓰여 있다. 그래서 더욱, 버틀러가 혼자 투쟁해야 했을 시기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지만, 흑인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영역으로 발을 내딛고 뿌리박는 것은 범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는 SF가 남성의 놀이터이던 시절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 시절의 SF가 어떤 특징을 갖고 어떤 주제를 이야기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그때 처음 SF를 접했다면 이야기를 읽는 주체로서 편입되지 못하고 튕겨져 나와 다른 장르를 기웃거렸을지도 모른다.

 

 

 

  [블러드차일드]는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그 호흡이 짧은 것도, 긴 것도, 그 주제가 끔찍한 것도, 온화한 것도 전부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책에 실린 이야기 전부, 결말이 고해지고 나서도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 이야기가 제시한 질문거리, 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야기의 진짜 결말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특히 '저녁과 아침과 밤'과, '마사의 책'이 그렇다. 이야기 속에서 언뜻 최선의 방향이 제시되는 듯하지만, 독자는 이야기의 관성에 끌려 계속해 질문하게 된다. 이 방법이 최선일까?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또는 기가 막히게 관계성을 뒤집어버린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하면서도, 그 해괴함에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블러드 차일드'가 그러한 이야기였고, 납득할 수밖에 없는 치밀한 설정과 묘사의 잔인함에 이야기를 덮고 나서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버틀러는 이 이야기가 어떤 방면에서는 외계 생명과 인간의 만남의 방향성이라 설명했는데, SF 장르에 매료된 작가들이 외계 생명과 인류의 접점을 한 번씩 생각해 본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참으로 온건한 만남이었으리라.

 

  여기서, 또 다른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묘사한 '특사'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 이야기는 김초엽의 [행성어 서점]에 수록된 '우리 집 코코'랑 비슷한 외형을 가진 외계 생명을 다룬다. 비록 코코는 작고 무해하게 보이고, 커뮤니티는 거대하고 위협적인 존재이지만. 두 이야기 전부 갑작스레 지구로 이주하게 된 외계 생명체에 대해 말하고, 그것이 지닌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경계하지만, 이야기에서 인간이 능동적 위치에 있는지 수동적 위치에 있는지가 달라 전개가 색다르다. 개인적으로 [블러드차일드]에서 '특사'가 가장 혼란스러운 이야기였다. 아마 두 종족의 관계를 지구상의 사람-동물의 관계에 쉽게 투영할 수 있지만, 사람이 동물의 위치에 서서 이야기에 몰입해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틀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짧은 호흡으로 이어진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들이 남긴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단편 하나를 읽고 오래 곱씹다 다음 단편으로, 아껴서 넘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버틀러의 단편은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읽기에 거북할 수도 있고, 계속되는 낡고 암울한 이야기에 지칠지도 모른다. 그것이 현실과 닮아있기에 더욱. 그래도 그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 싶어서일 테다. 의문에 의문을 덧대게 하는 이야기는 드물고 소중하다. 겨우 찾아낸 보석 같은 작가를 놓치고 싶지 않아, 그의 단편이 준 충격이 흐릿해질 즈음 장편을 골라 읽어보려 한다. 집요하게, 그의 모든 이야기를 흡수할 때까지 집요하게.

k*********2 2022.05.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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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편향에서 벗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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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누군가의 TMI는 그다지 달갑지 않지만요. 이 단편들에 달린 후기에서 엿볼 수 있었던 작가의 TMI는 개인적인 호오를 넘어선 신선한 충격을 줬네요.여성 그것도 흑인 여성이 SF 작가??? 라는 의문에는 사실 성과 인종에 대한 이중적 차별이 숨겨져 있죠. 그리고 이 은근한 차별은 작가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방해할테죠.예컨대, 백인 남성 작가의 SF만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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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누군가의 TMI는 그다지 달갑지 않지만요. 이 단편들에 달린 후기에서 엿볼 수 있었던 작가의 TMI는 개인적인 호오를 넘어선 신선한 충격을 줬네요.

여성 그것도 흑인 여성이 SF 작가??? 라는 의문에는 사실 성과 인종에 대한 이중적 차별이 숨겨져 있죠. 그리고 이 은근한 차별은 작가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방해할테죠.

예컨대, 백인 남성 작가의 SF만 고집하는 어떤 마초 독자는 버틀러의 작품을 거부하겠죠. 그리고 예민한 젠더 감수성을 소유한 어떤 여성 독자는 단편 <블러드 차일드>에서 또 다른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어낼 것이고요.

하지만 작가는 후기를 통해 독자에게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라고 거듭 말하네요. 자신은 그저 자유롭게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글쓰기에 열심이었던 한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죠.

이러한 작가의 호소는 은연중에 “흑인 여성 SF 작가”라는 편향된 틀에 고정된 이 우매한 독자의 좁은 시야를 시원하게 틔워줬네요. 덕분에 작가의 자유롭고 치열한 상상의 결과물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었네요. 진짜 잼있었어요!!!

YES마니아 : 로얄 f********f 2025.12.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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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의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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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읽기 전 단편집인 블러드 차일드 먼저 읽었다.각 단편마다 어쩌다 구상했는지에 대한 작가의 후기가 담겨있는 것이 좋았다.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지만 천국을 만든다면 그건 각자의 꿈 속에 있을 거라는 단편이 가장 와닿았다. 킨도 곧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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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읽기 전 단편집인 블러드 차일드 먼저 읽었다.
각 단편마다 어쩌다 구상했는지에 대한 작가의 후기가 담겨있는 것이 좋았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지만 천국을 만든다면 그건 각자의 꿈 속에 있을 거라는 단편이 가장 와닿았다. 킨도 곧 읽어볼 생각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d******k 2024.11.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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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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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작가의 [블러드차일드] 감상입니다.이 전에 [킨]을 굉장히 감명 깊게 읽어서 구매했어요.단숨에 다 읽을 책은 아니구요, 아껴가면서 천천히 읽어야할 것 같아요.첫 편 다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네요.차근차근 마저 다 읽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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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작가의 [블러드차일드] 감상입니다.
이 전에 [킨]을 굉장히 감명 깊게 읽어서 구매했어요.
단숨에 다 읽을 책은 아니구요, 아껴가면서 천천히 읽어야할 것 같아요.
첫 편 다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차근차근 마저 다 읽을 생각입니다. 
p******3 2024.05.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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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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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놀라운 상상력... 재생산의 착취적인 면을 고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낭만적이고, 감정적이고, 온정적이고, 사람을 행복하게도 만들고, 진실된 관계이기도 하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착취적이라는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결코 대등하지 않은 외계인과 인간의 주종관계에서 낭만적인,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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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놀라운 상상력...

재생산의 착취적인 면을 고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낭만적이고, 감정적이고, 온정적이고, 사람을 행복하게도 만들고, 진실된 관계이기도 하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착취적이라는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결코 대등하지 않은 외계인과 인간의 주종관계에서 낭만적인,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평등하고 한쪽에 치우친 관계인 것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찬가지이다...

YES마니아 : 골드 a*******g 2023.08.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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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SF 서사가 아닌 소소한 테마 아래에서도...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
"거대한 SF 서사가 아닌 소소한 테마 아래에서도...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 내용보기
옥타비아 버틀러는 흑인 여성이라는 드문 수식을 달고 있는 SF 작가이다. 열두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시리즈로 묶일 수 있는 여러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썼으며, 네뷸러상과 휴고상 등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소설집 《블러드차일드》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 (「블러드차일드」, 「저녁과 아침과 밤」, 「가까운 친척」, 「말과 소리」, 「넘어감」, 「특사」, 「마사의 책
"거대한 SF 서사가 아닌 소소한 테마 아래에서도...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 내용보기

  옥타비아 버틀러는 흑인 여성이라는 드문 수식을 달고 있는 SF 작가이다. 열두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시리즈로 묶일 수 있는 여러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썼으며, 네뷸러상과 휴고상 등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소설집 《블러드차일드》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 (「블러드차일드」, 「저녁과 아침과 밤」, 「가까운 친척」, 「말과 소리」, 「넘어감」, 「특사」, 「마사의 책」) 그리고 두 편의 에세이 (「긍정적인 집착」과 「푸르로 스크리벤디」)가 실려 있다.

「블러드차일드」

나는 다른 생명체의 몸을 숙주로 삼아 자손을 번식하는 틀릭의 일원인 트가토이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아온 테란의 일원이다.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는 외계 생명체라는 흔한 클리셰이기 한데, 트가토이와 테란 사이에 발생하는 어떤 유대가 존재한다. 후기에 따르면 (소설에는 특이하게도 매편이 끝날 때마다 작가의 후기가 붙어 있다) 이 소설은 ‘아주 다른 두 존재 간의 사랑 이야기’이고 ‘성장 이야기’이며 ‘남성 임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녁과 아침과 밤」

어느 순간 폭력성을 띤 채 스스로를 파괴하는 질병인 DGD(듀리에-고드 질환)는 일종의 유전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질병에 특화된 규정식을 먹음으로써 병증의 발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병증의 발화를 소설 내에서는 표류라고 부른다. 병의 발생과 관련한 일화 그리고 소설 속 특수한 기관에서 찾아낸 냄새를 통한 병증의 통제와 같은 부분이 재미있다.

「가까운 친척」

SF의 범위에 들지 않는 소설이다. 후기를 보면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관련한 일련의 기억을 소스로 삼고 있는 이야기인 듯하다. 침례교도인 작가의 이력이 어느 정도 배어 있는 작품일 터이다.

「말과 소리」

질병이 휩쓸고 간 이후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예전만큼 수월하지 않다. 언어를 구사할 수 없거나 아예 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세상에서 몇몇 소수만이 말을 하고 글을 읽을 수 있을 따름이다. 폭력과 살인과 강간이 일상화된 세상의 원인균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어쨌든 작가는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들을 소설의 마지막에 살렸다.

「넘어감」

공장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동안 글을 썼던 작가의 과거에서 비롯된 소설, 이라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특사」

커뮤니티라고 불리는 생명체 혹은 생명체집합들의 군락이 지구의 사막 이곳저곳에 생긴 지 한참이 지났다. 노아는 이들 커뮤니티의 두 번째 대규모 납치 시기에 이들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제 커뮤니티에 고용될 인간들을 선발하기 위한 통역자이자 특사로 파견되었다.

「마사의 책」

신에 의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무언가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게 된 마사는 그러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결정한 무언가가 진짜로 인류의 보다 나은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은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마사에게 전권을 넘겨줄 뿐이다. 그리고 마사는 꿈을 선택한다.

「긍정적인 집착」

“수줍음은 최악이다. 수줍음은 귀엽지도 여성스럽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수줍음은 고문이고, 최악이다. 나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상당 시간을 땅바닥을 보면서 지냈다. 내가 지리학자가 되지 않은 게 놀랍다...” (p.265) 자신이 어떤 시기를 거쳐 직가가 되었는지를 밝히는 짧은 에세이이다.

 

「푸르로 스크리벤디」

글쓰기에 대한 짧은 에세이이다. 푸로르 스크리벤디, 라는 제목은 ‘글쓰기광’ 또는 ‘글쓰기의 열정’ 등으로 변역될 수 있는 라틴어라고 한다. 작가가 밝히는 글쓰기의 규칙을 간단히 요약하며 이렇다. ‘읽어라’,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작가 워크숍에 가라’, ‘써라, 매일써라’, ‘최대한 좋아질 때까지 글을 고쳐라’, ‘출간을 위해 글을 작품을 내밀어라’, 그리고 ‘영감에 대해서는 잊어라. 습관이 더 믿을 만하다.’ ‘재능도 잊어버려라’, ‘상상력도 잊어버려라’ 그리고 ‘물고 늘어져라’.

 

옥타비아 버틀러 Octavia E. Butler / 이수현 역 / 블러드차일드 (Bloodchild And Other Stories) / 비채 / 282쪽 / 2016 (1996, 2005)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9.0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