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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 교수님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플루엔자 바이러스(풍요를 뜻하는 affluence와 독감을 뜻하는 influenza의 합성어인 affluenza virus)에 걸린 세태가 싫은 나는 책을 집어든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저자는 물질적으로 풍부하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여러 통계 수치들이 입증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은 필요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경제성장과 행복의 역설적 관계를 보여주는 경제성장 효용체감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평균적으로 1만에서 1만 5천 달러의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이보다 소득이 낮은 수준에서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의 행복 지수가 큰 폭으로 높아지지만 그 기준점을 넘어서면 소득이 늘더라도 행복이 별로 늘지 않는다. 그 지점을 결별점(decoupling point)이라 한다. 그런 결별점이 형성된다는 것은 선진국들이 맹목적인 경제 성장에 매달렸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결별점을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1960년에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동안 경제성장이 두 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와 함께 우울증, 자살, 범죄, 미혼모, 이혼율 등의 수치가 급등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는 남의 이목을 많이 의식하는 시대이다. 자신의 월급은 400만원이고 다른 사람은 800만원일 경우와, 자신의 월급은 200만원이고 다른 사람은 100만원일 경우 어떤 경우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후자를 택한 비율이 70퍼센트에 달했다는 사실을 보라.
듀젠베리라는 학자에 의하면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의 정도는 자신의 소비지출에 비례하지만 또한 그가 의식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소비지출을 가중합산한 값에 반비례한다. 경제가 발전한다고 행복감이 증대하는 것은 아니다. 은메달과 동메달의 행복 지수에 나오는 논의에 따르면 준거 집단(비교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달라진다. 은메달리스트는 자신을 금메달리스트와 비교하기에 기분이 상하고 동메달리스트는 자신을 메달을 따지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기에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행복도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제기한 적응이론 또는 디딜방아이론에 의하면 내 소득이 다른 사람에 비해 적더라도 잘만 쓴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나는 이 이론이 마음에 든다. 저자에 의하면 가볍고 일시적인 행복보다 깊고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저자는 현대인들은 편리함과 편안함에 중독되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약이나 알콜 중독보다 더 극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말처럼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개인의 행복을 진정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각자 꾸준한 자기 계발을 통해 계몽된 고차원적 욕구와 취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대는 숨가쁜 시대이다. 무한 경쟁시대이다. 저자에 의하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의사와 환자, 선생과 제자, 심지어 부부관계조차 점차 흥정과 거래의 관계와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현대사회가 일찍이 겪지 못한 사회라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너무 적어도 개인을 무력하게 하고 너무 많아도 무력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노벨 경제학상은 경제학자들에게만 수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심리학자가 수상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저자의 글은 심리학자 또는 행동경제학자의 글을 연상하게 한다.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가, 라는 장(章)에서 저자는 삶의 목표에서 금전이 높은 자리를 차지할수록 우울증과 불안의 정도가 심하다는 말을 한다. 경제학자들은 국민 각자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열심히 추구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됨으로써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하지만 행복 연구자들은 이기적으로 행동해 보아야 결국 자기만 손해라고 말한다. 나는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을 지지한다.
저자에 의하면 돈에 최선의 가치를 두는 유물주의자들이 어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 전통 경제학과 행동 경제학의 대비가 논의되는 가운데 전통 심리학과 긍정 심리학의 대비 역시 논의되고 있다. 전통 심리학이 정신적으로 비정상인 사람들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데 비해 긍정 심리학은 정상적인 사람들이나 행복한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한가를 규명하여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식을 생산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들로 가족 관계, 재정상태, 일, 공동체, 친구, 건강 등을 꼽았다. 나는 인문학은 돈벌이에 기여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에 소중하다는 저자의 견해에 적극 공감한다. 그리고 사회가 두루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전천후 교양인(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을 경시해서는 안된다는 저자의 말에도 적극 공감한다.
소득 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 지수가 제자리라고 해서 경제성장이 필요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현명하고 의미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현명하고 의미있는 소비란 비과시적 소비, 여가나 환경에 대한 소비를 의미한다.
마지막 장인 경쟁을 넘어 함께 만들어 가는 행복이라는 장에서 저자는 경쟁이 심해진 결과 더 행복해지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귀다툼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 현체제의 맹목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경쟁력이나 생산성의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삼기보다 고용증대를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행복을 이루어내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개인 차원의 결단만으로는 안되고 사회와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현명함만으로 행복이 성취되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정전 교수님의 책을 읽으니 오히려 우울해진 기분이다.(행복을 위해서는 국제적 공조까지 필요하다.) 그래도 나는 교수님의 견해에 동의한다. 나와 견해가 같은 분의 책을 읽은 것만으로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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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 읽기가 낙이고 취미인 내가 잘 안하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