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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옛날 맛집 集
지난 추석에 기름진 음식 잔뜩 먹고 배 두들겨 가면서 본 TV 다큐 한편. 우리 나라 최초의 "식도락에 관한 책' 허균의 [도문대작]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지방에는 어느 음식이 좋고, 어떤 음식은 몇 월이 제철이고 어떤 음식은 어떻게 조리를 해서 어떤 음식과 함께 먹어야 진미를 즐길 수 있다 등 우리 음식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있는 책이다. [도문대작]은 식도락이 발달된 프랑스나 일본보다 미식에 관한 책으로는 훨씬 앞선다 . 지난 주말 전라도 선암사 여행 中, 선암사 바로 옆에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차茶를 파시는 분이 "허균 선생의 도문대작에 보면 작설차는 순천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반도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미식에 관한 좋은 책은 우리의 입맛에 변함없이 영향을 미치고, 그 권위를 유지한다.
소문난 옛날 맛집 集. 저자 황교익. 맛에 관한 책이라면 프랑스의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도 생각나고. 우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맛집을 소개한 [장군의 아들]의 작가 백파 홍성유의 [한국의 맛있는 집]도 있고, 요즘은 허영만의 [식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황교익은 솔직히 처음 들었다. 처음에는 자란곳이 같아서(경남 마산과 창원) 제법 익숙한 지명과 음식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고, 읽던 도중 학교를 이야기 하는데 저자가 다닐 때는 마산에서 깡패학교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제법 명문이 되었다는 대목에서 고등학교 선배일지도 모른다는 끈끈함까지 느껴졌다. - 마산 창신고등학교가 아닐까? 고등학교를 다닐 때 졸업생이셨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 맞아떨어진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친밀함으로 진도(?)를 나갔지만 읽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요즘의 맛 블로그와는 다른 깊이를 느꼈다. 식도락을 주제로 하는 블로그나 까페가 무척 많다. 사진도 이쁘고 설명도 친절하다. 이 책은 그런 친절함도 이쁜 사진도 없다. 그러나 저자의 음식과 맛에 대한 노력을 피력한 책 중간 즈음부터 맛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이 아무렇게나 얻은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농산물 전문기자가 되고 싶어 그 쪽을 연구하고 취재하고 팠단다. 그러나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리 많지 않은 품종을 생산하는 이땅에서 그렇게 공부할 것이 많지는 않았다. 연구한 분야가 농산물이고 농산물의 최종 결과물이 음식이니 음식전문기자로 방향을 틀어 전문서적을 구입하고 선배 전문기자들이 소개한 곳을 찾아다녔다. 이내 실망하고 음식 재료부터 꼬장꼬장하게 따지듯이 맛을 음미하면서 내공쌓기에 들어갔다. 좋은 원료를 고르고 음식을 조리하는 법, 유명한 맛집의 탐방, 우리 음식에 대한 연구 등등.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맛집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고, 음식에 대한 유래와 역사가 있고, 재미난 이야기도 있고, 맛에 대한 기호성으로 의기투합하는 동지애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에 있다. 저자는 타고난 입맛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미각훈련을 통해 쌓은 내공 수련의 덕이라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갖은 양념으로 화려한 맛을 낸 음식보다 식재료 원래 맛을 살린 음식을 더 후하게 대한다. 책 소개에 나오는 글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아도 빛나는 화술이 있고, 조각같은 이목구비가 아니어도 주목받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도 그렇다. 억지로 미각을 돋우는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자잘한 장식을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음식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소개하는 음식들이 그렇다] 누가 추천사를 썼는지 몰라도 정말 똑 부러지게 쓴 글이다. 가감없이 이 책에어울리는 추천사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입맛에 영향을 미치고, 그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빈다
음식에 대한 나의 추억 몇가지.
충무김밥에 대한 나의 추억도 있다. 내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닐 즈음. 아버지는 출장을 가끔 가시면 새벽에 오시더라도 먹을 것을 조금씩 사 오셨다. 어느 날 새벽에 엄마가 깨워 일어났는데 돌돌말린 신문지를 풀어보니 거기에 충무김밥이 있었다. 지금도 자는데 깨워 음식 먹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때는 졸린 눈 비비고도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다. 가끔 아내와 간식겸 먹는게 충무김밥이다. 뚱보할매김밥의 프랜차이즈로 창원의 유명 나이트클럽 앞쪽에 자리잡고 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 통영사람들은 그 흔한 원조집을 피해 시장통에 있는 '한일김밥'을 찾는단다.
몇달전에 아내가 맛들인 음식 중 하나가 호두과자다. 이것도 체인점 형태인데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먹을 때마다 천안에서 먹은 원조호두과자가 너무 먹고 싶다는 것이다. 작년에 유명사진 작가선생님과 동호회 분들이 천안교도소에서 사진 전시회를 했는데 교도소 후원회 쪽에서 천안호두과자를 하나씩 선물한 것을 받아 왔다. 지금 우리가 자주 먹는 것과는 분명 맛의 차이가 있었다.
돼지갈비에 관한 추억은 울 아부지 월급날이다. 매월 갈 형편은 안 되었지만 그래도 고기맛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먹던 음식이 돼지갈비다. 어느 집이 최고다가 아니고 이집 저집 적당히 바꿔가면서 다닌거 같다.
돼지국밥에 대한 추억도 있는데 이건 이야기 길어진다. 얼마전에 [푸드포토그래서 록엠씨]라는 블로그에 창원의 돼지국밥이 포스팅 되어서 댓글치고는 제법 긴 글을 단 적이 있는데 옮겨본다. 창원에 돼지국밥하니 할말이 많아지네요. 저도 창원살고 대학 다니던 잠시를 빼면 지금도 창원에 있습니다. 창원에 돼지국밥은 지금 아마 장사 제일 잘 되는 2군데가 경창상가에 있는 [원돼지]와 상남동 호박나이트 앞에 있는 [경성국밥]입니다. 개인적인 맛으로는 [원돼지]원추입니다. [원돼지]가 예전에 상남동 개발되기 전에 허름판 판자촌(슬레이트) 모여있던 상남시장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던 국밥집입니다. 지금 제가 33인데 초등학교 때 아버지따라서 자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돼지]집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지금 상남동 경창상가 [원돼지]에 가면 20년전 상남시장의 옛날 가게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장사하시던 분과 지금 장사하시는 분이 다릅니다. 친척인지..아는 지인인지 암튼 가게를 넘기셨습니다. 그럼 그 사장님은 뭐하시냐? 다른 곳에서 국밥 장사 하십니다. 저도 10년 넘게 그 사실을 모르다가 3-4녀전에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고 국밥집을 데리고 가니 옛날 사장님이 카운터에 앉아 계시는 겁니다. 창원 덕산에서 [원 소머리 국밥]이라고 빨간 간판 걸고 장사하십니다. 주력은 돼지 국밥이구요. 언젠가 사장님께 어릴 때 상남시장 계실때부터 단골이었다고 하니 사장님 반가워 하시면서 하시는 말이 걸작입니다. "상남에서 장사 할 때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조용히 해볼라고 이리로 왔더마는, 우찌 알아가꼬 바쁘기는 매한가지다"라고. 지금은 아들 2분과 며느리와 함께 장사를 하십니다. 지금도 점심시간 되면 엄청 바쁩니다. 이 집 특징 중에 하나가 양념게장이 반찬으로 나옵니다. 아내가 돼지국밥을 아직 좋아하지 않는데 양념게장 때문에 같이 갈 정도로 양념게장도 맛있습니다. 길 건너편에 제법 큰 병원이 지금 공사 마무리 단계인데 병원 다 지어지고 나면 또 대박날 겁니다. 돼지국밥도 비슷한 거 같아도 동네마다 맛의 차이가 제법 크더군요. 부산, 밀양, 김해 등등에서 먹어봤는데 맛의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뭐라 설명하기는 필력이 부족하고. 제가 길들여진 것인지 몰라도 제가 꼽는 돼지국밥 넘버원은 창원 덕산의 [원 소머리 국밥]입니다. 제가 맛난 음식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한결같이 생각나는 집이 있으면 그 집이 최고라는 겁니다. 어디 가서 돼지 국밥을 먹어도 항상 생각나는 집이 [원 소머리 국밥]입니다. 어디 가서 비빔냉면을 먹더라도 생각나는 곳이 사천 [재건냉면]입니다. 물냉면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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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겠지만, 이맘때쯤이 유독 감기가 쉽게 걸린다. 감기야 병원에 가면 7일만에 낫고, 안가면 일주일이면 낫는다는 말처럼 왔다 가기를 무시로 하지만, 이맘때쯤에 앓는 감기는 유달리 아프고 고생스럽다. 미련스레 앓지 말고 약지어 먹으라는 주위사람들의 지청구에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견디는 것은 .. 먹으면 얼른 낫는 약을 몰라서가 아니라 '감기엔 누가 뭐래도 유자차지..'하며 오래전부터 감기로 앓는 내몸을 데워왔던 고향 유자의 노오란 향을그리워하는 탓이라 여긴다.
몸이 기억하는 맛이 있다. 봄이면 쑥을 넣은 도다리국, 여름의 콩국수, 가을 콩대불 위에서 구워 먹던 전어, 겨울 어리굴젓.. 어려서 먹고 자랐던 그 맛들은 잊은듯 가려 있다가도 그 계절이면 느닷없이 몸의 세포들을 깨워 '맞아..이 맘때쯤 그게 제맛이지'를 고이는 침과 함께 기억하게 한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님의 소문난 옛날 맛집전은 그런 기억들의 총체이자, 아직 몰라서 기억되지 못했던 새로운 맛의 재부팅 안내서이다. 각각 추억, 정성, 머리, 이야기로 먹는, 음식 이야기는 단순한 맛집 추천책이 아니라 맛에 대한 추억과 풍경과 사람이 어우러져 저잣거리에서 어울려 먹는 푸짐하고 뜨끈한 국밥같은 느낌이다.
마산에서 출생했다는 저자의 맛의 기억은 내 어릴적 고향과도 이어져 있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치며 '정말 그랬었어..'를 연방 달면서 읽게 했다. 바다에는 생명의 맛이 있다(P.18)편에서 쇠 맛 같은 '화~'한 굴 향이라든가 조개의 육즙에 대해 말할때는 나는 어느새 고향의 바닷가에서 굴쩍을 뱉어내며 굴을 까먹는 얼굴 까만 아이가 되어서 그맛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렸을적 그 많던 해삼이며 가리비, 참게, 대수리,낙지같은 해산물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환경오염과 바다 오염이 주범이라고 모두 알고 있지만, 나는 어쩐지 그 많은 것들이 훈족을 피해 서로마로 이동한 게르만족처럼 어딘가로 대이동을 해 그들의 왕국을 세우고 지금도 와글와글 잘 살고 있다고 믿고싶다. --;;) 무료급식과 밥동냥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연암의 말을 빌어 겸양의 마음으로 베풀 것과 염치를 기를 것을 당부한다.
맛 칼럼니스트를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그의 음식평은 전문가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비슷비슷한 음식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내기까지의 들인 공이 수월치 않음을 짐작할수 있다. 음식에 녹아있는 지방의 정서와 특색, 음식에 얽힌 사람이야기, 음식이 주는 위로와 위안, 음식에 대한 단상, 부모님을 모시고 먹을 만한 음식점 소개까지 음식에 문화라는 접미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는 내용과 주장들이다.
인터넷에 어디의 맛집만 치면 주루룩 올라오는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로 소개하는 맛에 대한 기억과 소개들이 더 미더운 것은 쉬운 검색에 너무 쉽게 데여 본 경험의 보상이라 여긴다. ( 서울과 수도권에 치중된 맛집 소개가 변방에 살고 있는 나같은 독자들에겐 아쉬울 따름이지만..말이다.)
음식은 그냥 음식일 뿐이라는 독자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책, 책값으로 맛있는 음식 한 그릇 사먹으라고 권하는 책, 아름답고 행복한, 슬픈삶이 담겨있다고 믿는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다는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라하지만 행복 가득한 만찬 차려진 이 책을 펴는 순간, 장담하건데... 벌써 우린 이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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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글을 쓰려니, 좀 쑥스럽네요...
저는 다른 분들하고 생각이 좀 다릅니다...
여행과 맛있는 음식점 찾아 다니기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책을 보고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결론적으로'소문난 옛날 맛집' 이라는 책 제목에 총 4장 중 3장까지 개인의 신변 잡기적인 글만 실컷 보았습니다...
필자 또한 밝혔듯이 편집자의 권유에 의해 4장에서 제목에 맞게 맛집 리스트가 좀 나온것 같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속된 말로 낚였다고나 할까요?
작가가 맛 칼럼리스트라면 거기에 어울리게 정보를 많이 보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2010년에 주문했는데 2008년 초판 1쇄가 왔군요...
편집자, 발행인, 저자 모두 독자들이 이 책을 왜 외면했는지 이미 알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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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쇼킹하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음식을 통한 우리 사의 훌륭한 인문서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강요했을 출판사의 상술이 괘씸했었지요. 요즘 새로운 책을 내고 주목을 받는 황교익님의 '미각의 제국'을 읽으며 그의 책들이 다시 손에 잡힙니다. 다시 읽어도 전무후무한 귀한 책들입니다. 미각의 제국에 추천사에 있듯 '최초의 음식 박물지'라는 말이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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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소문난 옛날 맛집 전이라는 제목.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이 제목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보면서, "그래, 맞아. 음식은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것이야~"라고 다시한번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감상에 젖게 한다.
책의 저자인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는 지방소도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살고 계시단다. 그래서 자신이 먹은 음식들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히 먹었고, 지금도 먹고 있는 음식들이라 한다. 때로는 자질구레한 음식들에도 문화가 깃들어져 있고, 우리의 사랑이 묻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책 뒷장의 에필로그를 읽으며,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먼저 짐작을 하게 된다. 추억과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그리고.. 읽어 본 소문난 옛날 맛집 전은 예상그대로, 추억이 얽히고, 회상이 섞인 음식이야기가 나온다. 다른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더 진하고, 때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거기에 맛 칼럼리스트가 전하는 음식의 의미와 유래, 특징을 듣게 되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추억담을 읽을 때면, 내 기억속의 음식들이 자꾸만 생각났다. 십여년 정도되는 작가와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음식에서 비슷한 감정와 경험을 느끼게 됨이 반갑고, 고작 십여년 인데도, 어떤 음식은 너무 생소해서 추억과 입맛에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내가 기억하는 호떡은 쫄깃쫄깃한 요즘의 그 호떡일 뿐이라, 세상에 나타날때부터 그런 호떡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추억하는 호떡은 속이 빈 바삭바삭한 호떡이라, 그는 쫄깃한 호떡을 먹으면서 옛날의 호떡 맛이 추억하고 있는 것이 그렇고,
무더운 여름... 땀을 식힐 때 먹던 냉면인줄 알았는데, 한겨울.. 뜨거운 아랫목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냉면이 그렇고,
나에겐 그저 간식중에 하나일 뿐인 호두과자를 볼때마다 꼭 사먹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가 또 그렇다. 휴게소에서 절대 거르지 않고, 호두과자를 사오시는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가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어느날 문득.. 못견디게... 꼭 먹어버리고 싶은 음식이 떠오를때가 있다. 별 맛도 아닌 것이, 생각이 나면 먹고 싶어서 견딜수가 없다. 먹고 싶을때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 음식의 맛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몸살이라도 날라치면, 어릴적 먹던 죽이 먹고 싶어지고, 죽이 생각나면 근심스럽게 죽을 끓여주시던 엄마가 떠 떠오른다.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비단 맛 뿐이 아니다. 그 음식을 먹던 기억과 추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고, 사랑을 담아, 정성껏 만들어 준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라면, 시간이 흘러도 전혀져오는 그 사랑에 가슴 뭉클해지는 것이 바로 음식인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생활이 변하고, 우리의 입맛이 바뀌어 예전의 그 맛이 찾기는 어려울 지라도 말이다.
음식이란 것이 이런 것이다 보니, 때로는 기억과 기분이 엇갈려, 웬지 마음이 불편한 음식도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시절, 월급날이면 막거리 한잔을 걸친 후 풀빵 한봉지를 사오시던 아버지와 누런 월급봉투, 배고픈 시절에 풀빵을 맘껏 먹고 싶어서, 풀빵장수가 되는 것이 소원이던 아이의 기억속의 풀빵은 얼마나 먹고싶고, 달콤하고, 애틋한 풀빵이었을까.. 그런데 이 풀빵이란 것이 일본에서 온 음식인데다가, 일본 왕실의 문양인 국화를 새긴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애틋한 추억속의 풀빵을 어떻게 봐야할지... 곤란한 느낌마저 든다.
경상도 태생의 60년대 남자와 전라도 태생의 70년 여자가 만나 결혼한 우리 부부가 동떨어진 사람들이라고 느끼는 순간에 음식이 큰 몫을 차지한다. 막걸리를 보면 곰삭은 홍어회를 떠올리고, 젖갈향이 진한 묵은 김치가 떠올라서 안달인 나를 보면서, 남편이 했던 말은 "홍어가 그리도 좋나? 난.. 그거.. 영 입에 안맞아.." 나 또한 납작한 만두피같은 것에 잡채 몇가닥 끼어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안달인 남편을 보며, "그게.. 만두야? 만두피지."라며 이해할 수 없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경상도 산골에서 자란 남편은 생선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기껏 먹는것도 짭짤한 간고등어같은 짠생선들이다. 바다음식도 흔했던 나는 짤짤한 음식은 질색이다. 맵지않고, 짜지않은 음식을 좋아하니, 때로는 각자 먹을 음식을 따로 준비하기까지 한다. 어린시절부터 먹던 음식으로 인한 입맛은 아마도 평생 가는 것인가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회사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등을 구비하며 일찌기 입맛을 길들이는 것이리라.
추억의 옛날 맛집전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음식들에 대한 유래와 맛,맛집,추억,기억,상식들이 가득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해도 지루하지 않을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과 향수에 울컥울컥 눈물이 나기도 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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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요즘 세상을 일컬어 먹고 살만해졌다는 표현을 한다. 그것은 다시말해 끼니를 거르지 않고 살만큼 우리의 생활이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주말이면 산을 찾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로 가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따지고 보면 우리가 굶지 않고 산 것은 기껏해야 30여년 밖에는 되지 않는다. 다시말해 이전까지 우리는 오로지 살기 위해 먹었다는 것이다. 물론 생활 수준에 따라 삶의 질 역시 결정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맛을 대하는 기준 자체가 엄청나게 상승했음을 느끼게 된다. TV화면에서 만나는 산해진미와 듣도보도 못한 화려한 요리들에 의해 우리의 미각 뿐만 아니라 시각까지도 상승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그저 평범한 맛 칼럼니스트라 말하는 저자 황교익은 <소문난 옛날 맛집集>를 통해 그러한 화려한 외양을 갖춘 음식보다는 늘상 우리가 먹는 평범한 음식들을 소개하면서 음식은 결코 맛 뿐만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고 마음으로 먹는 것임을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책을 크게 네 개의 파트로 갈라 놓았고 그 각장의 이름을 각각 추억, 정성, 머리, 이야기로 먹는다는 타이틀을 달아 놓았다. 그 어디에도 맛으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빠져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음식에는 맛 보다 우리를 이끌어내는 보다 강력한 요소가 있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저자는 호두과자에 얽힌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책을 시작한다. 단순한 호두과자를 통해 출장 다녀온 아버지를 기억하며 어릴적 맑기만 했던 고향바다의 조개와 싱싱한 생선을 통해 그가 자란 마산의 고향 바닷가를 기억하기도 한다. 6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에 이르는 유년시절을 겪었던 저자이기에 어쩌면 그가 기억하는 추억속의 음식들은 당시의 우리의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왜 사람들이 모두들 자장면을 추억의 음식들중 첫 손가락으로 꼽는지, 왜 기차만 타면 삶은 달걀이 먹고싶어 지는지에 관한 그의 설명을 들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자장면에 담긴 따뜻한 가족애와 행복, 그리고 삶은 달걀이 상징하는 소풍의 즐거움과 먼 길 떠나는 슬픔은 어쩌면 저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의 추억이 묻어있는 정서이기에 더욱 따뜨한 마음이 느껴진다.
저자는 자신이 결코 음식을 가려먹는 미식가가 아니며 뛰어난 미각을 타고 나지도 않았지만 10년이 넘는 맛 칼럼니스트 활동을 통해 터득한 것을 조금씩 풀어 놓는다. 사람들은 모두 맛으로 이름난 집을 찾으려 하고 그 경로는 대부분 신문, 방송등의 매체와 인터넷일수 밖엔 없다. 또한 외식업계 자체적으로 식당에 별을 달아주거나 자치단체에서 지정한 이름난 음식점들 또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린 아직 식당에 별을 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단언한다. 전통이라는 것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게 겉으로 드러난 식당 소개는 의문 일수 밖엔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지자체의 위생계 직원을 통하거나, 어디어디 선정된 맛집을 피해 시장의 먹자골목을 찾거나 작고 허름한 식당을 찾는 것이 오히려 최고의 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어떤 전문 음식타운을 보노라면 많은 식당 가운데 '원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수많은 식당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여기도 원조, 저기도 원조. 저자는 그것에 대해서도 '맛으로 승부하지 않고 간판으로 승부하려는 식당 주인들의 태도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며 그 얄팍한 상술을 통해 우리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그저 간판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주관없이 휩쓸려다니기 보다는 음식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그를 통해 선천적으로 미맹이 아닌 이상 누구나 미식가가 될 수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음식을 찾을 수 있는 길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려 하는 것 같다.
책에는 TV드라마 '대장금'이나 '식객'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요리는 없다. 그저 설렁탕, 족발, 국밥, 자장면, 돈가스 등 언제나 우리들의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어떤 특정한 맛집보다는 그 음식 자체에 깃들여 있는 정서를 만날 것을 권유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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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하얀 바탕에 다소 촌스러운 듯한 건물들.. 그리고 정겨운 글씨체의 제목... 소문난 옛날 맛집속으로의 여행이 한결 흥미롭게 전개되어 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맛 칼럼리스트로 유명한 황교익씨가 쓴 책이라니 더더욱 기대감이 컸다.
책장을 처음 열어 만난 차례의 소제목들.. 어..이거 그냥 제목들이 아니다. 음식의 추억,이야기,감동까지도 함축 되어져 있는 음식들의 반란 아닌 반란이다. 이 차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서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내가 책을 읽으며 차례 부분에서 이토록 많은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는데.. 뭔가 대단한 이야기들이 가득 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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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추억을 먹는다. 저자의 유년시절,고향,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얽힌 먹거리들로 이야기가 가득하다. 맨 처음 만난 이야기는 호두과자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더 반가웠던 것은 내가 임신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호두과자를 아버지의 호두과자라고 했다. 아버지가 사오시던 호두과자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다. 내가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제일 처음 먹고 싶다고 한 게 바로 호두과자였다. 그냥 아무데서나 파는 것도 아닌...꼭 천안의 호두 과자..그것도 천안학화호두과자.. 그 때문에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도련님께서 급하게 그 호두과자를 사서 택배로 보내주셨다. 나의 추억에도 있는 호두과자..첫 이야기를 읽으며 슬며시 미소가 머금어졌다. 추억을 먹는다더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추억을 내뱉게도 하는 묘한 힘이 있다. 그뿐인가..기차를 타면 먹어싶어지는 달걀 이야기 하나로도 독자를 울게한다. 삶은 달걀에 눈물이 묻어날 때가 있었다...............꼬깃꼬깃한 어머니의 쌈짓돈,삐뚤삐뚤 써내려간 편지가 끼여 있곤 했다. 기차에서 먹는 삶은 달걀은 팍팍해서인지 자꾸만 목이 메어오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지만.. 이 부분에서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거나 콧끝이 찡해지지 않는 사람은.. 나도 모르겠다..다들 느끼기 나름이니... ![]()
2장..정성을 먹는다. 가정주부가 되어 매일 매일 음식을 하다보니 음식에 대한 남다른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음식은 그 무엇보다 정성이 필요하고 재료가 참 중요하다는 것...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보통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유럽이나 일본은 100년 200년이 된 식당이 수두룩 한데 우리나라에는 그토록 오래된 식당이 없다고 한탄을 한다. 너도 나도 원조라고 우기는 식당들을 새로 나온 국어사전에 '원조'라는 말을 찾으면 식당을 개업하면서 간판에 쓰는 말 이라고 나온다며 말하기도 한다. 자신이 말칼럼리스트지만 자신의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음식의 고수들이 많다는 것도 이야기 한다. 그가 이러한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가 뭘까.. 정성..그것은 오랜 전통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후배 아버지의 단골집 이야기나,된장 이야기,그리고 순라의 길을 읽어보면 그 정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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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머리로 먹는다. 음식은 사랑이다라고 맨 처음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차 문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는 조선 후기의 스님 초의선사의 시에서 그는 내내 생각했던 '음식이란 뭐지?'의 의문점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아이가 태어나 엄마 젖을 먹고,,엄마가 입으로 씹어 주는 밥을 받아 벅고.. 사랑하는 남녀간이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행위..등을 이야기 하며 음식은 사랑이다 라는 정의에 대해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정말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가 믹힌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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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이야기로 먹는다. 부모님을 모시고 먹을 만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어찌보면 부모님 세대와는 맞지 않을 것 같은 음식들도 있지만.. 그것은 편견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얼마나 좋은 맛집들이 많이 소개되었는지.. 어른들이 좋아하실만한 맛집과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 장을 읽으며 부모님을 모시고 얼마나 식사를 하러 다녔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런데..정말 10번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음식들을 보며 부모님 생각이 더 났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으면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음식은 정성이고..사랑이고..추억이며.. 전통이며..문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 맛 칼럼리스트가 쓴 책이니 정말 맛있는 집들을 잘 소개하고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이 책에는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었다. 음식엔 정성이 들어가야 제맛이고.. 우리의 음식엔 우리가 모르는 전통과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져 있고..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맛의 비밀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하여..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음식을 대할 때 조금 더 진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나 역시도 음식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바로 잡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에피소드*
몇주전쯤 남편과 21개월 된 아들과 함께 1박 2일로 전라도 여행을 계획하고 전라도를 다녀왔다. 여행을 가기전 남편은 전라도에 가면 유명한 음식을 먹어보고 올거라며 그 전날 밤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티비에서 방송 된 맛집들에 대한 상세 주소와 연락처를 알아내고 있었다. 담양엔 떡갈비가 유명하다고 해서 떡갈비 스테이크를 잘한다고 하는 경양식집에 가서 떡갈비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가격은 15,000원이나 하면서 그 맛은 정말 형편 없었다. 짜기는 얼마나 짜고.. 양은 또 얼마나 적은지 1인분을 21개월 된 아들과 나눠 먹자니.. 참내...기가 막혔다. 담양 죽녹원 앞에서 팔던 3개에 2,000원 짜리 대나무 잎 호떡이 훨씬 맛있었다. 보성에 가서는 그렇게도 유명한 꼬막정식을 먹으러 갔다. 방송국에서 수없이 찾아와 촬영을 했다던 그 집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뒤섞인.. 한마디로 아주 지저분 했다. 그 식당의 꼬막 정식은 정말 별로였다.1인분이 2만원이었다. 남편은 나오면서 살아 생전 이렇게 맛없는 밥은 처음 먹어 본다며 다신 꼬막을 먹지 않겠다며 돈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2시간 동안 해댔다. 보성녹차 밭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던 우리는 보성군 시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1인분에 5,000원인 김치찌개 2인분을 시켜 밥을 먹었다. 지금까지 전라도에 와서 먹어 본 음식중에 최고였다.
아마도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가기전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인터넷 앞에서 맛집을 찾고 있는 신랑에게 관두라고 말했을것이고.. 전라도에 가서 그렇게 엉터리인 음식들을 먹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음식이라면 최고라고 자부하는 전라도에서 맛없는 음식들만 먹고 왔으니.. 좋은곳을 구경하고 왔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은 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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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쇠고기 파동이나 멜라닌이 함유된 중국산 음식 재료 때문에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외국의 음식보다는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토속적인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정성과 추억이 담긴 우리 음식의 맛 기행을 찾게 된다.
구수한 음식의 여행을 맛깔스럽게 펼치는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일본의 풍속 중 섣달 그믐날의 한 음식점 풍경을 그린 <우동 한 그릇 >이라는 소설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일본 전역을 눈물바다로 울린 이 책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의 회식 때 먹는 삼겹살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수렵시대 사냥의 포획물을 나눠 먹던 풍속이 습관처럼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영화 <디어헌터>의 엔딩 부분 식탁 장면에서 미국인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도 같은 의미로 소개하고 있다.
각종 음식에 대한 추억과 의미를 자신의 경험을 비롯한 영화 등과 관련하여 맛깔 나게 소개하는 이 책은, 농민신문 등에서 농산물 전문기자로 출발하여 맛 칼럼니스트로 이름난 저자가 <맛 따라 갈까 보다 > 이후의 맛에 대한 추억의 여행으로 발표되었던 글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아버지의 세대에 즐겨 먹던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기억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수많은 음식이 소개되고 있다. 영화 <친구>에서 충무 김밥을, <티켓>에서는 삶은 달걀에 대한 상징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등, 음식에 대한 다양한 추억을 그려낸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호떡의 초창기 모습을 찾아내는 맛의 여행은, 주로 토속적인 음식을 선택한 맛의 추억이다. 생각만 해도 정겨운 국밥, 설렁탕, 삼계탕, 감자탕을 비롯하여 족발, 쥐포, 도루묵, 칼국수에서 냉면, 두부, 선운사 언저리 풍천장어나 싱싱한 회까지 온갖 전통 음식이 등장한다.
졸업식 때나 가족끼리 외식할 때 즐겨 먹던 자장면에 얽힌 중독될 정도로 찾는 사연도 재미있고, 수수한 저자의 입맛을 따라 남녘 지역의 정성이 담긴 고향 음식을 찾게 한다. 배고프던 시절 마음껏 먹지 못하던 애틋한 정이 오롯이 배어나는 음식에 대한 옛정을 공감하게 한다.
맛김기계를 만들어 내는 아버님의 솜씨처럼, 옛맛을 살리는 맛있는 두부 보급에 공들이는 저자의 정성은, 두부 하나에도 정성어린 기대를 담아낸 듯하다. 음식에는 사랑과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지론으로, <살아생전 부모님 모시고 갈 만한 음식점 시리즈>로 기획한 내용이, 부모님 사랑을 느끼는 맛의 진국이 우러나는 우리 음식 이야기로 채워냈다.
아련한 슬픔이 밴 행복을 음식에서 찾는 이야기는, 아버지 세대와 기억하는 슬프면서 행복한 날을 떠올린다. 사라지는 골목길 바비큐 통닭을 그리워하고, 감자탕이 왜 감자탕이 된 것인지 그 연유를 찾아본다. 메밀이나 도루묵 맛의 차이를 세밀하게 찾아 내기도 한다. 아울러 오래된 음식점이 귀한 현실과 저마다 원조를 고집하는 얕은 상술을 탄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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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함께 추억이 담아진다. 이 음식은 이래서 추억이 되고, 저 음식은 저래서 추억이 되는 누구나 그런 추억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저자의 추억처럼 나 역시도 어린시절 아버지가 퇴근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들어오셨을 때, 한 손에 들려진 간식 봉다리를 기억하고 있다. 무겁게 내리 눌러들어오는 잠꺼풀을 뿌리치며 억지로 억지로 버티게 했던 것은 바로 아버지의 손에 들려진 간식 봉다리의 힘이었음을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음식과 관련된 추억들과 맛 칼럼니스트답게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과 주석처럼 소문난 맛집들의 정보를 뭉쳐놓았다. 저자의 추억이 깃든 음식들이니 아무래도 요새 젊은이들이 즐기는 그런 음식들은 아니고, 구수한 감자탕이나 거친 콩죽같은 세월의 덮개가 두꺼워진 나이쯤의 든든한 먹거리들이다..물론 돈까스 이야기도 있고, 카레 이야기도 있지만 말이다.
충무김밥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말인데, 나에게도 떠오르는 추억 하나가 있다. 취직했던 언니가 도시 중심 거리로 나를 데려가서는 김밥이라며 사준 적이 있다. 어린 학생이었던 나에게 언니는 일반적으로 늘 보아오고, 먹어오던 단무지에 햄이 들은 김밥이 아닌 뭉텅하니 큰 무김치와 양념된 오징어에 덩그라니 맨 밥이 검정 김에 쌓여 있는 음식을 시켜주며 충무김밥이라는 것이라며 먹어보라고 했다. 언니는 맛있는 거라면서 기대에 찬 눈으로 자꾸만 권했지만, 젓가락질을 하는 내 맘은 그 맛에 대한 짙은 의구심에 차라리 스테이크나 사주지 싶은 원망이 섞인 눈빛이 되었다. 그렇지만 강권하는 마음을 저버릴 수 없어서 맨 밥의 김말이와 무김치에 양념 오징어를 함께 먹었던 그 순간, 어느새 게눈감추듯이 접시를 비워내고 말았다. 아, 무슨 김밥같지도 않게 생긴 김밥이 이리도 맛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때 충무김밥을 처음 먹어보았고, 그 추억의 맛은 절대기억으로 깊이 새겨져 있다. 어,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충무김밥은 다도해 여객선에서 할머니들이 머리에 다라이를 이고 팔았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맨 밥 김말이에 무김치까지는 같은 모양새인데 그때는 오징어가 아닌 꼴두기 홍합꼬치였다고 한다. 여름에도 상하지 않는 김밥을 팔기 위한 통영항 할머니의 아이디어였다니 충무김밥의 탄생은 실로 행복한 반가움이다. 아직도 충무 김밥을 맛 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필히 먹어보라고 일러두고 싶다. 영원히 함께 하게 될 맛 기억이 될 것이기에....
가을맛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버섯이나 대하, 사과를 늘어놓았는데 달디 단 사과보다는 시큼한 홍옥이 더욱 그리운 맛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저자는 홍옥이 보기 어려워졌다고 했지만, 내가 사는 곳에는 장터마다 붉은 홍옥의 시큼한 내음으로 가득하여 입 안 가득 침이 고여들게 만든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말을 빌어 벌레와 같은 혐오식품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벌레를 안 먹는 이유가 더럽고 혐오스러워서가 아닌, 먹지 않기 때문에 더럽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들은 번데기를 먹지만, 먹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혐오스럽다 말하고, 우리는 달팽이를 먹지 않지만 달팽이를 즐기는 나라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음식 가지고 이러니 저러니 논쟁을 벌이는 일따위는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성과 경험, 문화 환경에 따른 발생학적 문제인 것이니 말이다.
음식은 추억으로 먹는다라는 책 속의 글귀는 공감 백배와 더불어 과거로의 여행 티켓을 안겨주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 음식에 이런 추억이 있었지, 그래, 그 집은 참 맛좋은 음식을 내어놓았었는데..' 라는 따스한 포만감과 몰랐던 음식 이야기들 그리고 맛 칼럼니스트가 되기위해 저자가 기울였던 노력의 시간들..등등 재밌는 책읽기였다. 소개되어진 맛집 정보들을 추려 찾아 가보는 것도 좋겠고, 추억의 맛들을 찾아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더불어 내 아버지, 내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음식들을 되새겨 보는 시간도 되어 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