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네상스 프레스코 걸작 재현전을 보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 갔다가 아트샵에 놓여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어려운 책으로 잘 이해하지 못할 바에야 쉽게 풀어쓴 청소년 대상 도서나 만화로 읽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구미가 당겼다. 형식도 내용도 미학을 다룬 여느 책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림을 보며 아름다움을 찾는 행위라는 미술 감상이 보편성을 가진 학문으로 규정된 것은 근대라고 한다. 아름다움이 객관적인 것인지 주관적인 것인지를 고중세 예술을 분석하며 탐구하고, 그것들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했던 것이 모더니즘이다. 특히 이 책은 현대 미술에 대한 설명이 간결하면서도 탁월하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맥락에 따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작가는 책을 통해 생산적 모방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작품을 설명할 때 원작의 도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만화로 그려서 보여주었던 것이다. 플라톤은 예술은 이데아를 모방한 세계를 또 모방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정말 모방의 시대인가보다.
책 뒷표지에 써 있는 'Art is already in your mind'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제 예술은 작가가 소유하거나 작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모더니즘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속 액자에 갇혀 있던 예술은 밖으로 튀어나와 시공간을 초월하게 되었고 관람하는 사람의 감상과 참여가 있어야 비로소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나누는 것은 점점 무의미해져가고 예술은 이미 대중인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요즘 진중권이 편집한 "미디어 아트"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수많은 미디어 아트 작품들과 그 속에 내재된 예술 철학을 보면 그런 경향은 확실히 뚜렷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
|
매체가 발달하고 이미지가 중요한 요즘같은 세상에 꼭 필요한 책. 문자로 보여주고 이미지로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해 단편적이고 개별적 작품의 감상적 평에서 끝나지 않고, 미술이란 것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과 감상법, 미술과 미술 이외의 다른 장르, 그리고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이미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잘 알려진 유명 작가의 작품을 패러디하는가 하면 일반 대중들은 잘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작품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러한 작품들을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거리. 직접 손으로 그린 정감있는 그림도 볼거리.
|
|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
|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환쟁이’, 연기나 노래로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을 ‘딴따라’라 부르며, 모방은 무엇이며, 창조는 무엇인가... 다소 산만한 만화체이긴 하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현재 출판환경이 아쉬울만큼 좋은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