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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머 데이비스는 영화의 역사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는 감독은 아니다. 그는 각본가로 출발했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연출했지만 ‘작가’로서 대접은 받지 못했다. 대표적인 작가주의 이론가인 앤드류 새리스는 그의 저서 <결단의 3시 10분>과 <하이 눈> vs <리오 브라보> 재미있는 점은 <리오 브라보 Rio Bravo, 1959>를 만든 ‘위대한 마초’ 감독 하워드 혹스는 델머 데이비스가 만든 이 영화와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 눈 High Noon, 1952>을 대표적인 겁쟁이 영화로 지목해 비판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세 편의 영화는 거의 비슷한 플롯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대략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① 평화로운 마을에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은 한정된 시간 동안 임무를 떠맡는다. ② 주인공은 도움을 구하지만 공동체로부터의 도움은 거부된다. (<결단의 3시 10분, 하이 눈> 또는 도움을 거부한다.(<리오 브라보>) ③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권위를 되찾는다. 이 세 편의 영화들은 모두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하이 눈>과 <리오 브라보>의 주인공인 게리 쿠퍼와 존 웨인은 마을의 보안관이고 <결단의 3시 10분>의 반 헤플린은 보안관 보조역을 맡게 된다. 이들에게 주어진 상황은 대개 유사하다. 이들은 예고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마을을 무사히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단의 3시 10분>의 반 헤플린은 무사히 마을에서 강도 보스 벤 웨이드(글렌 포드)를 유마행 기차에 태우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지만 그 역시 외부로부터의 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은 유사하다. 하지만 이런 유사한 상황에서 하워드 혹스의 영화와 다른 두 편의 영화들은 다른 길을 간다. <하이 눈>의 보안관 게리 쿠퍼와 <결단의 3시 10분>은 타인의 도움을 갈구하지만 도움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고 주인공들은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이 영화 두 편의 주인공들은 마을을 떠나거나 임무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표정을 자주 보여준다.) 반면 <리오 브라보>의 주인공 존 웨인은 딘 마틴과 리키 넬슨 그리고 월터 브래넌으로 구성된 자신의 팀 외의 도움은 원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리오 브라보> DVD의 음성 해설을 맡은 리처드 쉬켈은 ‘프로페셔녈의 세계를 그리고 싶어했던 하워드 혹스의 의지’라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리오 브라보>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 자체는 그다지 큰 문제로 보지 않으며 알콜 중독에 빠져있는 딘 마틴의 경우처럼 자신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더 중요한 문제로 취급한다. 이 세 편의 영화들을 비교해 보면, 웨스턴 장르의 진화를 볼 수 있는데, 하워드 혹스는 비록 제작 연도가 뒤에 있기는 하지만 영화가 좀 더 근원적인 서부의 신화를 담고 있는 웨스턴의 전통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면 심리적 스릴러의 경향을 띄고 있는 <결단의 3시 10분>이나 <하이 눈>의 경우에는, 유약한 남성들을 통해 좀 더 수정주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영화들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 게임 그런 점에서 <결단의 3시 10분>은 현재 관객의 관점에서 보아도 무척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영화다. 델머 데이비스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의 심리적 결단’이라는 주제를 자주 다룬 것으로 유명한데,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가는 두 주인공은 여러 지점에서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데 가령 글렌 포드가 연기하는 벤 웨이드가 외부인/무법자/카우보이/연인/도시의 역할을 점유하고 있다면 반 헤플린이 연기하는 댄 에반스는 내부인/정착자/농부/아버지/시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 영화는 전체의 2/3 가량이 모두 벤 웨이드와 댄 에반스의 심리적 대립을 다루고 있는데, 가뭄을 겪고 있는 댄 에반스는 물을 끌어오기 위한 돈이 필요해 벤 웨이드의 호송을 담당하고 있고 벤 웨이드는 유유자적하는 자세로 댄 에반스와 심리 게임을 벌이게 된다. 특히 전반부에 배치된 댄 에반스 가정에서의 식사 장면은 아버지와 남성으로서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 댄 에반스가 그의 아내를 추궁하는 장면이 있고 영화의 초반부에서 벤 웨이드 일당이 벌이는 일들을 수수방관하는 댄 에반스의 아버지로서의 권위에 대한 의심들이 댄 에반스가 벤 웨이드를 호송하는 임무를 담당하면서 회복되는 장면들이 등장해 흥미로운데, 이렇게 이 영화를 나누어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댄 에반스가 실추된 가장의 권위를 다시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 영화의 성격은 댄 에반스와 벤 웨이드라는 서로 대립적인 인물들 간에 일종의 심리적 동맹 관계로 끝이 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늘 긴장된 얼굴인 댄 에반스의 표정에 비해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벤 웨이드가 끝내는 댄 에반스의 협조자가 된다는 결말은 웨스턴 장르가 지닌 가부장적인 완결 구조를 성립시키기 위한 일종의 남성 동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결단의 3시 10분>은 충분히 하워드 혹스가 분노할 만큼 기존의 웨스턴 영화들이 지닌 확실한 마초 영웅의 이미지가 뒤흔들리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 속의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댄 에반스는 자신의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내내 벤 웨이드의 제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던 댄 에반스는 영화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동료가 희생된 뒤에야 가족과 결부되지 않는 웨스턴 영웅으로서의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는 <리오 브라보>같은 영화 속에서 하워드 혹스가 연출한 공동체로부터 독립된 남성 공동체의 모습과는 확실히 많이도 다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결단의 3시 10분> 속의 주인공들은 차라리 모럴이 모호한 현대 영화의 히어로들과 유사한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좀 더 현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About DVD 많은 고전 영화가 그렇듯 출처가 불분명한 출시사에서 출시된 이 타이틀에는 본편과 극장용 예고편 외에는 별다른 부가 영상이 들어있지는 못하다. 제작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물로만 보자면 흑백 영화로서 괜찮은 해상도와 음향을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