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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에서 아버지로 승인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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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머 데이비스는 영화의 역사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는 감독은 아니다. 그는 각본가로 출발했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연출했지만 ‘작가’로서 대접은 받지 못했다. 대표적인 작가주의 이론가인 앤드류 새리스는 그의 저서 에서 델머 데이비스에 대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재료를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델머 데이비스의 몇 몇 영화들은 여전히 장르 영화들
"서부에서 아버지로 승인받기" 내용보기
델머 데이비스는 영화의 역사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는 감독은 아니다. 그는 각본가로 출발했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연출했지만 ‘작가’로서 대접은 받지 못했다. 대표적인 작가주의 이론가인 앤드류 새리스는 그의 저서 에서 델머 데이비스에 대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재료를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델머 데이비스의 몇 몇 영화들은 여전히 장르 영화들의 고전으로 남아있고 최근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된 <결단의 3시 10분, 1957>(원제는 [3:10 To Yuma]) 역시 델머 데이비스의 대표적인 명작 웨스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화다.



<결단의 3시 10분>과 <하이 눈> vs <리오 브라보>

재미있는 점은 <리오 브라보 Rio Bravo, 1959>를 만든 ‘위대한 마초’ 감독 하워드 혹스는 델머 데이비스가 만든 이 영화와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 눈 High Noon, 1952>을 대표적인 겁쟁이 영화로 지목해 비판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세 편의 영화는 거의 비슷한 플롯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대략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① 평화로운 마을에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은 한정된 시간 동안 임무를 떠맡는다.
② 주인공은 도움을 구하지만 공동체로부터의 도움은 거부된다. (<결단의 3시 10분, 하이 눈> 또는 도움을 거부한다.(<리오 브라보>)
③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권위를 되찾는다.

이 세 편의 영화들은 모두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하이 눈>과 <리오 브라보>의 주인공인 게리 쿠퍼와 존 웨인은 마을의 보안관이고 <결단의 3시 10분>의 반 헤플린은 보안관 보조역을 맡게 된다. 이들에게 주어진 상황은 대개 유사하다. 이들은 예고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마을을 무사히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단의 3시 10분>의 반 헤플린은 무사히 마을에서 강도 보스 벤 웨이드(글렌 포드)를 유마행 기차에 태우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지만 그 역시 외부로부터의 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은 유사하다.
하지만 이런 유사한 상황에서 하워드 혹스의 영화와 다른 두 편의 영화들은 다른 길을 간다. <하이 눈>의 보안관 게리 쿠퍼와 <결단의 3시 10분>은 타인의 도움을 갈구하지만 도움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고 주인공들은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이 영화 두 편의 주인공들은 마을을 떠나거나 임무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표정을 자주 보여준다.) 반면 <리오 브라보>의 주인공 존 웨인은 딘 마틴과 리키 넬슨 그리고 월터 브래넌으로 구성된 자신의 팀 외의 도움은 원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리오 브라보> DVD의 음성 해설을 맡은 리처드 쉬켈은 ‘프로페셔녈의 세계를 그리고 싶어했던 하워드 혹스의 의지’라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리오 브라보>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 자체는 그다지 큰 문제로 보지 않으며 알콜 중독에 빠져있는 딘 마틴의 경우처럼 자신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더 중요한 문제로 취급한다.
이 세 편의 영화들을 비교해 보면, 웨스턴 장르의 진화를 볼 수 있는데, 하워드 혹스는 비록 제작 연도가 뒤에 있기는 하지만 영화가 좀 더 근원적인 서부의 신화를 담고 있는 웨스턴의 전통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면 심리적 스릴러의 경향을 띄고 있는 <결단의 3시 10분>이나 <하이 눈>의 경우에는, 유약한 남성들을 통해 좀 더 수정주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영화들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 게임

그런 점에서 <결단의 3시 10분>은 현재 관객의 관점에서 보아도 무척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영화다. 델머 데이비스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의 심리적 결단’이라는 주제를 자주 다룬 것으로 유명한데,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가는 두 주인공은 여러 지점에서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데 가령 글렌 포드가 연기하는 벤 웨이드가 외부인/무법자/카우보이/연인/도시의 역할을 점유하고 있다면 반 헤플린이 연기하는 댄 에반스는 내부인/정착자/농부/아버지/시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 영화는 전체의 2/3 가량이 모두 벤 웨이드와 댄 에반스의 심리적 대립을 다루고 있는데, 가뭄을 겪고 있는 댄 에반스는 물을 끌어오기 위한 돈이 필요해 벤 웨이드의 호송을 담당하고 있고 벤 웨이드는 유유자적하는 자세로 댄 에반스와 심리 게임을 벌이게 된다.
특히 전반부에 배치된 댄 에반스 가정에서의 식사 장면은 아버지와 남성으로서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 댄 에반스가 그의 아내를 추궁하는 장면이 있고 영화의 초반부에서 벤 웨이드 일당이 벌이는 일들을 수수방관하는 댄 에반스의 아버지로서의 권위에 대한 의심들이 댄 에반스가 벤 웨이드를 호송하는 임무를 담당하면서 회복되는 장면들이 등장해 흥미로운데, 이렇게 이 영화를 나누어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댄 에반스가 실추된 가장의 권위를 다시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 영화의 성격은 댄 에반스와 벤 웨이드라는 서로 대립적인 인물들 간에 일종의 심리적 동맹 관계로 끝이 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늘 긴장된 얼굴인 댄 에반스의 표정에 비해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벤 웨이드가 끝내는 댄 에반스의 협조자가 된다는 결말은 웨스턴 장르가 지닌 가부장적인 완결 구조를 성립시키기 위한 일종의 남성 동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결단의 3시 10분>은 충분히 하워드 혹스가 분노할 만큼 기존의 웨스턴 영화들이 지닌 확실한 마초 영웅의 이미지가 뒤흔들리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 속의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댄 에반스는 자신의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내내 벤 웨이드의 제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던 댄 에반스는 영화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동료가 희생된 뒤에야 가족과 결부되지 않는 웨스턴 영웅으로서의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는 <리오 브라보>같은 영화 속에서 하워드 혹스가 연출한 공동체로부터 독립된 남성 공동체의 모습과는 확실히 많이도 다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결단의 3시 10분> 속의 주인공들은 차라리 모럴이 모호한 현대 영화의 히어로들과 유사한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좀 더 현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About DVD

많은 고전 영화가 그렇듯 출처가 불분명한 출시사에서 출시된 이 타이틀에는 본편과 극장용 예고편 외에는 별다른 부가 영상이 들어있지는 못하다. 제작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물로만 보자면 흑백 영화로서 괜찮은 해상도와 음향을 지니고 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p*****o 2008.03.26.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