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주(당시에는 주가 아니었지만) 툼스톤에서 벌어진 그 유명한 총격전이 꽤나 인기 있는 화제였던 탓에 이후 반 세기, 아니 한 세기가 넘도록 문학작품이나 영화로 꽤 자주 옮겨진 소재가 바로 'OK 목장의 결투'이다. OK 목장에서의 총격사건이 당대에 꽤 큰 화제가 된 건 사실이나, 그 세세한 배경이나 경과, 파장, 평판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고,
애리조나 주(당시에는 주가 아니었지만) 툼스톤에서 벌어진 그 유명한 총격전이 꽤나 인기 있는 화제였던 탓에 이후 반 세기, 아니 한 세기가 넘도록 문학작품이나 영화로 꽤 자주 옮겨진 소재가 바로 'OK 목장의 결투'이다.
OK 목장에서의 총격사건이 당대에 꽤 큰 화제가 된 건 사실이나, 그 세세한 배경이나 경과, 파장, 평판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서 '그날의 결투' 이미지는 오직 이 영화의 큰 흥행 성공으로 비로소 처음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위대한 픽션 영상물 하나가 실제 역사를 대체해 버렸을 만큼 기념비적인 작품이 바로 이것이란 뜻이다. 매우 경솔히 입에 올려지는 표현처럼, '진실은 사실보다 힘이 더 강하다'의 (무해하면서도)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툼스톤은 '묘비'라는 일반명사로서의 뜻보다, '생사를 걸고 한 판 뜨는 운명의 결전장'이란 비유 어구로 정착하게 된 것도 어느 정도는 이 영화의 공이다. 1990년대에 잘나갔던 액션 스타 커트 러셀도, 이미 서부극 장르가 상업적 운명을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때 구태여 이 활극의 현대적 해석에 나서보겠다고 무모한 행보를 취한 기획에 주연으로 나선 적 있다(바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 역). 그 영화에서 닥터 할리데이 역은 발 킬머가 맡았는데, 이 작품에서 버트 랭커스터와 커크 더글라스가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둘은 나이 차가 꽤 나는 편이었다.
버트 랭커스터와 커크 더글라스 두 레전드 배우는 이 영화에서 처음 만난 건 아니고, <우주 전쟁> 등 가벼운 오락물을 많이 찍었던 바이런 해스킨의 작품 <I walk alone>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지금 다시 봐도 절묘한 캐스팅이 이뤄진 데다 역 속에 완전히 몰입하는 두 배우의 연기가 일품이다. 이후에 커트 러셀, 케빈 코스트너가 무슨 재주를 피워도 관객의 눈에 도통 찰 수가 없는 게, 이 걸작에서 두 명품 배우가 워낙에 완벽한 원형을 마련해 놓은 '탓'이 커서이겠다.
다소 평면적인 와이어트 어프와 달리 특히 닥터 홀리데이에 대한 해석은 이 커크 더글라스 버전이 거의 완벽하지 않냐는 생각이다. 그는 서부 남부 일대에 '악질적인 살인자'로 평판이 완전히 굳은 인간이고 또 그럴 만한 이유를 자신이 충분히, 성격이나 실제 행동을 통해 마련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엔 여전히 의리, 순정이 남아 있고, 전자가 '평생을 통해 유일하게 만든 친구' 와이어트 어프를 통해, 후자가 늙은 창녀 케이트를 통해 표현된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애정은 모종의 사연 때문에 그가 끝내 온전히 발현 못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이 작에서 닥 홀리데이의 이런 태도 때문에, 유독 이 작품만은 남성간의 유대로 모든 (내적)갈등과 (외적)문제를 풀어가려는 프레임에 된통 알맞게 해석되는 모범으로도 꼽힌다. 실제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작보다 십 년 정도 앞서 만들어진 헨리 폰다 - 빅터 마츄어 버전의 영화에서는 이런 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케이트 역의 조 밴 플리트가 '어프만 없어지면 당신이 내게 올 줄 알았는데..' 어쩌구 하는 대사도 이 점을 강하게 암시한다. 물론 이는 성 담론과는 전혀 무관하며, 로라를 '버리고' 멀리 떨어진 어프 가의 동생들에게 달려가는 와이어트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남성상의 진한 부각이 그 주된 목적이다. 클랩톤 패거리가 정확히 꿰뚫고 교묘하게 악용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내세우는 전통 가치 중 하나는 'family pride', 즉 가문의 명예이다.
닥 홀리데이는 앞서 말한 대로, 성격상의 치유할 수 없는 악덕 때문에 구원이 불가능한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정의를 옹호하고 질서의 회복을 갈구하는 모순된 개성을 품는다. 이런 인물을 이처럼이나 실감나게 표현한 건 배우 커크 더글라스 실물이 이 캐릭터와 너무도 많은 공통점을 지닌 덕분 아닐까 짐작한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현실적이고 비열하며 냉혹하면서도 어느 선을 넘으면 무지 감정적인 정의파로 변신하는 킹 슐츠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크리스토프 월츠가 얼마나 이 연기를 참고했을지도 명백하다. 타란티노의 의도겠지만 심지어 두 캐릭터는 직업(치과의사)까지도 같다. 그 작품은 세르지오 코르부치의 고전보다 오히려 이 작과 통하는 코드가 더 많다.
버트 랭커스터의 연기도 물론 훌륭하지만 오늘날의 감각으로 보면 크게 두 장면 정도가 어색한데, ㄱ. 닥 할리데이를 깨우러 가서('오늘이 그날이야!') 술취한 듯 보이는 그를 질책하지만 옆의 케이트가 '그 사람 죽어가는 거 안 보여요?'라고 외치자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나는 씬. 랭커스터의 의도는 '이 친구의 그런 기막힌 상황을 충분히 알고 배려했어야 할 내가 지금 이런 짓을!' 같은 미안함에 가까웠겠으나, 어째 '헉 천하의 몹쓸 병에 내가 감염이라도 된 거 아냐?' 같은 구린 후회 같은 느낌이라는 것. 물론 그럴 리는 없고(진실되기 짝이 없는 와이엇 어프의 인품) 극의 설정상 닥의 병은 체질적 고질이지 전염이 안 된다는 게 분명하지만 지금 이런 지적은 연기의 테크닉을 향한 비판이다.
ㄴ. 어프 가문 3형제가 '최후의 만찬'을, 베티(와이엇의 제수)의 핀잔과 만류와 심각한 반대를 들어가며 이어갈 때, 가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비장감보다는 어째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 의기소침함으로 분위기가 물든 듯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의도와는 다른) 침통한 기운은 화면의 초점을 받는 버트 랭커스터의 비교적 단조로운 표정이 주도하기에 더 아쉬운 대목이다.
어프 가문의 막내 지미와 클랩튼 가문의 막내 빌리는 둘 다 아직 어른들의 더럽고 사악하며 못난 감정에 물들지 않을 순수한 나이라는 점에서 특히 와이엇이 공통의 기대를 품는 캐릭터들이며(특히 빌리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원수 가문인데도), 이 점에서도 '알 만한 남자들끼리 문제를 좀 풀어나가자'는 작품의 주제가 뚜렷이 부각된다. 지미를 잃었으니 저쪽에서도 누가 하나 죽어야 한다고 이를 갈 만도 하지만 와이엇은 무의미한 희생과 출혈을 마지막까지 피하려 들고, 이처럼 망설이는 그를 대신해 (이런 문제 처리에 전혀 주저함 없는 준 싸이코패스인) 닥 할리데이가 나서 준다. 지미 역의 마틴 밀러가 너무 노안이라서, 와이엇이 두 '동생들'에게 같은 애틋함을 느낀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참고로 끝내 핏줄의 더러운 근성을 포기 못하고 발악하다 할리데이에게 죽는 빌리 역은, 아직 틴에이저 시절의 데니스 호퍼가 나와 팬들에게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안겨 준다. 설명이 필요 없는 1960년대 후반 반항하는 청춘의 아이콘 한 전형을 <이지 라이더>에서 잘 구현한 바로 그 배우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케이트 역의 조 밴 플리트가 과연 캐릭터에 잘 어울렸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로라보다는 케이트가 더 나이 들고 더 찌든 모습이라야 했겠기에 역을 바꿀 수는 없었겠지만, 또 론다 플레밍에게 이 역을 맡기기엔 그 절망감과 비탄 등을 표현하기 역부족이었겠지만 여튼 뭔가 좀 아쉬움이 남는 캐스팅이었다.
그 외에도 상하이 피어스 패거리가 단단히 뭔가 보여줄 듯하다 현장에서 맥없이 체포되는 것도 좀 이상한데, 이 악당의 행보를 중반에 어떻게든 매듭을 안 지어놓으면 플롯의 균형이 영 무너지기 때문이다. 다혈질 악당 링고가 일종의 '임대'처럼 두 거대 조직을 극의 전후반부로 넘나들기에 이런 허점은 다소나마 메워지는 편이다. 존 아일랜드의 악질 연기가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는 못 하겠다. 이런 건 <셰인>의 벤 존슨 같은 인간을 불러 와서 시켜야 제격이다.
전직 치과의사였던 닥 할리데이(커크 더글라스)는 총잡이면서 도박사인데 죽음에 처하자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버트 랭카스터)가 구해줍니다.반대로 와이어트 동생이 강도에게 죽고 와이어트의 일가가 위기에 처하자 닥 할리데이가 힘을 합쳐 강도단을 무찌릅니다.
세상이 그만큼 각박해진 것인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스토리와 대결장면이 싱거울 정도로 간소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