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젊은 아트컨설턴트가 체험한 런던 미술현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꽤 두껍다. 값도 비싸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이해가 된다. 이 책엔 한 한국여성의 미술에 대한 열정과 그녀의 삶이 그리고 미술 관련 직업에 대한 얘기가 그려져 있고, 나 또한 그 현장에 참여한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정도로 미술현장에서 벌어지는 세세한 이야기가 일상과 함께 펼쳐져 있고 많은 그림과 현장 사진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즐겁다.
사실 토요일 저녁에 책을 펼치면서 몇 장 보다가 잠이 들면 그냥 자버릴 생각이었다. 쓸데없는 얘기면 그냥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나 보고 사진이나 대충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말 생생한 런던의 미술수업, 인턴 과정 등등이 너무 재밌는 게 아닌가. 배가 고파져서 밤 10시(!)에 누룽지를 끓여먹고는 새벽 4시가 다 되어 눈이 감겨서 할 수 없이 잤다. 그리곤 아침에 깨자마자 아침도 안 먹고 커피를 갖다 놓고 정오가 다 되도록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너무 멋진 책이다.
나는 그림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한 사람이다. 그 유명한 모딜리아니나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고 아무 감흥을 가질 수 없다. 현대 미술의 천재화가라는 대미언 허스트의 그림엔 소름이 돋기만 한다. 한때는 샤갈과 고야를 또 한때는 인상파를 좋아했다. 모네는 어느 순간 질려버렸고 늘 좋은 건 피카소와 고흐 정도다. 프라고나르의 <그네>, 너무 좋아하고 시슬리의 눈 풍경들엔 미친다. 미술에 대한 공부를 하지도 못했고 그림도 너무 못(!) 그린다. 하지만 그림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 아마추어로라도 미술 평론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은 욕망은 늘 갖고 있다.
최선희, 그녀는 항공사에서 근무하다 프랑스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또 그의 근무지가 바뀌어 영국의 런던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림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안목, 예술 전반에 대한 안목도 있었던 모양이다. 시각적인 기억력이 좋아서 그림들에 대한 기억을 잘 하는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런던에서 1년간의 그림 공부 코스를 마치고 크리스피에서 인턴을 하고 또 갤러리스트로서, 아트컨설턴트로서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싶다. 물론 이 성공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이 분야에서 성장하는 중이고 계속 그 직업에 대한 경력을 쌓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곳이 런던과 파리다. 그녀는 담담하게 그녀가 받은 수업 얘기, 그녀가 만난 인물들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그것이 어떤 안목과 노력으로 이루어졌을지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또한 이 책은 그 젊은 여성 아트컨설턴트의 삶에 대해 일상을 속살거리는 책이다. 거창하게 자서전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그녀도 그게 무리란 걸 안다. 하지만 이 책엔 그녀의 여자로서의 삶이, 외국에서 사는 한국 여성으로서의 마음이, 외국남자와의 결혼생활이 아주 살짝, 커튼 사이로 비쳐들고 있다. 징징거리지는 않지만 사이사이 비쳐드는 외로움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외로움을 잠재우는 담담하고 씩씩한 용기도 함께 보인다. 멋진 여자다!
그리고 이 책은 미술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또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는 일종의 가이드라고 볼 수 있다.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아트컨설턴트가 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업과정, 그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 직접 보고 확인한 예술품들, 또 크리스피에서 하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즉 명화의 진품을 가리는 방법, 크리스피에서 어떻게 예술품을 받아 관리하고 경매를 붙이고, 또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가를 발굴하는 등의 모든 일을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술을 예술로 보는 눈과 함께 상업적으로 향할 수 있는 세일즈의 세계도 잘 그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한국의 미술을, 한국의 작가들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국 여성 아트컨설턴트를 통해 한국 미술이 세계로 더 멋지게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와 함께, 창조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한국 작가들이 최대한 더 많이 세계에 알려지고 그들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의 멋진 고미술을 숨겨놓고 아무도 안 보여주는 폐쇄적인 한국 미술계(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도 좀 보여달라구욧!), 학연, 지연, 계파 등으로 복잡한 한국의 미술 시장,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그림 소장 등 문제점들을 넘어 좀 더 소통하는 우리 미술계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다.
여전히 내가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최선희, 멋진 그녀 덕분에 봄이 되면 우리 미술관, 우리 작가들 전시회를 좀 돌아다녀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또 알겠는가. 미치도록 좋은 그림 한 점 발견해 모아놓은 적금을 깰지… |
|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프랑스에서, 혹은 파리에서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한거 같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런던 미술 수업에서 1년의 런던 직장 생활을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옆에서 엄마를 지켜보고 있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미술작품을 그곳 박물관에서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을 직업으로 가지고 매일 매일 출근하고, 퇴근한다면 작가의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런던 미술 수업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거 같다. |
|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겸손함이 전해져왔다. 보통 이런 경험을 한 저자라면 그 자존심과 오만함이 약간 베어나오기 쉬운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뒤늦게나마 찾고 열심히 그곳에서 뛰는 그녀가 진정으로 부러웠다.
겸손함과 발랄함을 갖춘 그녀, 불어와 영어를 하는 그녀, 노력하는 자세와 희망을 가진 그녀, 영상에 대한 뛰어난 기억력과 미술에 관한 열정을 가진 그녀. 어떻게 성공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 관한 책이고, 그녀가 직접 겪은 이야기로,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희망을 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간접경험의 기회가 될 것이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이렇게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더 많은 책을 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 신나게 재미나게 읽었다. |
|
또 다른 삶을 살아본다는 것.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본다는 것.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기를 선택한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만나고, 그 일을 위해 늦게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그 분야에서 우뚝서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일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났다. 소박하게 쓰여진 이 책에서. 이 책은 저자가 무척 겸손한 어투로 속삭이듯이 읽혀지는 책이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도란도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것 같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멋을 내지 않은 소박한 글솜씨가 좋다는 뜻이기도 할 것같다. 불문학을 전공했고, 항공사에 입사해, 프랑스 남자를 알게되어, 결혼을 하고, 프랑스에서 살게되었다... 여기까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또 영국으로 전근하게 된 남편을 따라 겨우 적응한 프랑스를 떠나 영국으로 삶의 자리를 옮긴 것도 그럴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그런 저자의 인생여정이 아니다. 영국에서 항공사의 사무직 직원으로 일하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그 나이에 다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부터 이 책의 진짜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저자가 배워가는 미술의 세계. 런던의 문화적인 분위기. 특히 크리스티라는 독특한 미술문화를 체득하는 과정. 그리고 그림을 좋아할뿐 그림에 관해 알지 못하던 저자가 자신만의 미술에 대한 관점을 세워가는 과정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화들. 이 책의 장점은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기본 축으로,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런더너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히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술계를 중심으로한 런던의 예술계의 숨결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부터 생생하게 느낄수 있는 책. 이제까지 우리에게 소개된 런던에 관한 책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을 것 같은 내용이 바로 이 책의 차별점이다. 그러나 나 개인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저자의 삶에 대한 도전과 그것을 이루어내고야 마는 삶에 대한 용기인것 같다. 바로 나에게 부족한 그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선망과 부러움, 그리고 그것을 이룩한 사람에 대한 갈채...
|
|
런던이라는 도시와 문화, 미술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미술이나 미술시장에 문외한인 나도 너무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 겉으로는 냉정하고 매사에 철두철미하지만 다들 퇴근한 늦은 시각에 몰래 사무실에 남아 화집을 뒤적거리며 행복해하는 귀여운 남자 데즈먼드, 수업시간에는 늘 잠만 자지만 미술품 수집하는 데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짐, 갤러리 앞에 종이상자 집을 짓고 노숙하는 노인을 쫓아버리지 못하고 함께 살기로 결정한 멋진 갤러리스트 야리. 모두 실존 인물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사람들. 책에 담긴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런던의 미술현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게 해준 멋진 저자, 멋진 책. 꿈을 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추한다. |
|
가끔 나는 생각한다 그때 내가 미술에 눈을 뜨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아 저자의 이 말은 나에게도 비슷한 감정으로 전달되는 말이었다. 다만 저자는 그 마음을 실천으로 옮겼고 나는 아직도 그림 주위를 맴맴 돌고만 있다는 사실..
어릴적 부터 그림은 싫어하는 수학 시간 보다 더 싫었고 글씨도 못쓰고 미적인 소질은 정말 어디에도 있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파리로 한달간의 여행감행했고 미술관을 둘러 보기로 결정을 했었다. 결과적으론 그때 파리를 간 것도 미술관을 둘러 본 것도 지금 나에겐 아주 좋은 경험의 자산이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내가 그림 보기를 즐겨 하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행복했는데 저자는 그림을 더 전문적으로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바로 미술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부터 말이다... 그럼..난 아직도 미술에 온전하게 눈을 뜨지 못한 것일까...^^
그렇게 저자는 미술에 눈을 뜨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공부를 통해 배우고 얻은 자료들을 책으로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전문적미술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저자가 파리로 가게 되면서 부터의 일 그리고 런던에서의 생활 그리고 미술을 배우는 시작단계에서 부터의 과정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주변에 잘 아는 누군가가 유학을 하고 온 후의 이야기를 풀어 내고 나는 그 이야기를 아주 호기심 어린 관심으로 듣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마치 나도 당장 런던으로 날아가 미술사수업을 받고 싶을정도로...
미술에 눈이 떠 지는 순간 더 적극적으로 그림과 마주 했던 그녀... 그녀의 열정이 읽는 내내 느껴져서 좋았고. 미술교육을 받기 위한 과정 테스트 소개의 글들이 특히 흥미롭고 즐거웠다.
|
|
그래, 짜증(보다는 좀 약한 의미..ㅎㅎ)이 났었다. 학위도, 경력도, '빽'도 없다느니 하며 자신의 순수한 열정만으로 지금의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전반적인 뉘앙스(표지에서나 내용에서나)는 꽤나 호들갑스러웠다. 대놓고 그랬다기보다도, 누구나 꿈 꿔 볼 수 있게 하는 환상을 심어주는 꽤나 명확한 의도가 마음을 혼란하게 했다는 쪽이 더 맞겠다. 자신의 노력과 재능은 마치 별 거 아니라는 듯 풀어내는 그 부분, 부분들이 얄미웠다고 할까. 뭐 전체적인 편집 방향에서 어긋나기 때문에 다소 배제한 것이리라 풀이해 본다. 이렇게 쓰고 마는 건 마치 자격지심 같이 느껴진다. 아니, 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미술과는 전혀 다른 전공을 하다가, 관심 하나로 학교를 편입해 공부해 나가는 지금의 내 과정이 나름 저자와 일련의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스스로 미량의 동질감을 부여한 상태였으니까. 나는 글을 쉽게 읽히도록 쓰는 사람에게 감탄한다.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저자의 예의 그 겸손함이라고 해야 할지, 자제 따위가 내 모난 성격에 이따금씩 거슬려 감탄 그런 건 수시로 딴전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초반부 정도였다는 거다. ㅎㅎ
전반적으로는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타지에서의 경험을 5개의 챕터로 나누어, 그간에 만났던 사람들을 소재로 글을 쓴 점도 흥미로웠다. 전문분야에서 경험하지 않고는 잘 모르는 여러 좋은 지식들도 기술되어 있지만, 비전공자들도 구미가 당길만하게 이해하기 쉬운 구성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마치 그녀에게 "선희~"라고 다정하게 불러야 할 것 만 같은 충동마저 느낀다. (읽는 내내, 런더너들이 '선희~'하고 운을 떼며 말하기 때문^^) 사실 나는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어째 꼭 남몰래 호박씨라도 깐(?) 것처럼 기분이 뒤숭숭한 것은 내가 작가처럼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낼 만한 글 실력을 갖추지 못함일 것이요(유치한 불만을 주저린 듯;;;) 더불어 그녀와 같은 사랑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도 아닌 까닭이리라(질투..?ㅎㅎ) |
|
저도 외국에서 다른 삶을 살고있어서 궁굼해서 사서 본책이지만. 저자가 말한것처럼~ 일대기 같네요~ 그렇게 와 닿는점도 없어서 중간쯤보다가 시간 아까워서 접었어요~
어떻게 되었다 보다는 이렇게 되기위해 이만큼의 노력을 했다라가...처음 도전을 하는 분들에게 더 도움을 줄수 있을거 같네요~ |
|
오랜만에, 재미도 있고, 정보도 많았던 책을 읽었다.
이게 내 첫 소감이다. 최근에 유명 화가의 전시회 소식이 들리기도 했고, 별로 유쾌하지 못했던 사회문제에 거론된 작품때문에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있었기때문인지, 미술관련 책들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나의 관심이라는 것도 시류를 타고 왔다갔다하는지라 최근의 관심과 맞아떨어지는 책이기도 했다. 게다가, 아트북스에서 출간되는 [이모션]이라는 잡지를 통해 미술과 돈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금 지식을 넓혔던 터라 그런지, 크리스티에서 배운 그녀의 미술수업은 내게도 재미를 주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베트남 그림여행]이, 다른 이들에게는 좋은 평을 받았지만, 나는 실망을 했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정말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내게 의미있게 다가온 것은, 그녀의 미술수업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뽐내려한 글이 아니라 사람을 매개로 쓰여진 글들이라 인간냄새가 폴폴 나면서도 정보와 지식도 소홀히 하지 않은 책이라는 점에 있다.
또, 그렇게 특별나 보이지 않는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배려도 흔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현명하게 잘 이용했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자주 만나는 나는, 그녀들도 최선희씨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국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그래도 항공사 근무를 했기에 어느 정도 어학에 자신이 있는 여성이었을 거고 그러니 어학에 대한 부담이 적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도 아니었다. 미국식 영어를 배운 한국인인 그녀가 프랑스에서 살아가기 위해 프랑스어를 배우고, 또 영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영국식 영어를 다시 배워야했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 그녀가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다가온 수많은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어란 필요에 의해 습득되는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이 말하는 [시각이미지]를 기억하는데 특출났던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공부를 하고, 그 결과 자신의 일을 찾은 것도 귀감이 되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고 일생을 살다 죽는 일도 흔하니까 말이다. 자신의 장점은 자기 스스로 파악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어떤 경험을 통해 표출되고, 또 남에 의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런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또 얼마나 행운일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녀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덕분이었다. 미술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오로지 수업내용으로 알려주려고 했다면, 얼마나 따분하고 재미없는 책이 되었을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나는 미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게다가, 이 책이 미술수업 자체에만 한정된 정보와 지식을 나열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가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점을 미술수업과 연계해 이야기해줌으로써 그림에 대한 선입견(어렵다는?)을 버릴 수 있었다. 또한 그녀가 생활하고 움직였던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참 좋았다.
크리스티라는 경매회사가 하는 일을 통해 미술품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미술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무슨무슨 경매에서 얼마에 그림이 팔렸다더라는 소식도 자주 듣는다. 그렇지만, 미술품 경매라는 것을 돈 많은 부자들의 돈자랑이라고까지 생각했던 내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기도 하다.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건, 전시회에서 그림을 구입하건간에 컬렉터의 마음으로 하라는 이야기도 좋았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 모은 컬렉션을 경매에 내놓은 이가, 자신의 아이들이 고급차를 사고 집을 사는데 쓰는 돈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그 작품을 진정으로 원하는 이가 가져가는게 더 좋다고 말한 컬렉터의 이야기는 컬렉터를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누구는 미술품을 투기의 대상으로 구입하고, 누구는 비자금을 숨기는 용도로 사용한단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멀게만 느껴지던 미술품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가깝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런던에서의 미술수업과 관련된 정보를 실어놓고 있어서 이런 공부를 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만한 책이다.
그뿐 아니라, 그녀가 한국의 작가들을 유럽에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모습도 참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삶도, 커리어도, 생각도... |
|
<런던미술수업>의 리뷰어를 신청한 이유는 미술에 대해 잘 알아서가 아니었다 리뷰어를 신청한 단 한 가지 이유는 미술을 좀 더 알고 싶어서였다 내게 아직 미술은 음악만큼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 어려운 분야이다 왠지 상류층의 사람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향유할 것만 같은 선입견이 미술에 대한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같지 않아서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그림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친근하게 다가서고는 있지만 이런 현상이 보편적이거나 대중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시선이 집중되는 것에는 호기심이 일기 마련이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감수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도로써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새로운 미술분야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내게도 미술이라는 분야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동경의 대상이다 음악이나 무용같은 다른 예술분야와는 또다른 새로움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술은 충분히 매력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술자체가 가지고 있는 난해함이 아니라 그런 난해함을 가진 미술을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방법적 측면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미술에 대해 전문가적인 관점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나는 <런던미술수업>을 쓴 최선희라는 사람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됐다 그녀는 처음부터 미술을 공부한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다 원래 관심을 가지고 있던 미술분야의 공부를 하게 된 경우였다 어릴때부터 미술학도로서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서 풍겨오는 강한 예술가적 성향이 최선희에게서는 좀 더 중화된 느낌이랄까 난 이 점이 맘에 들었다 그녀에게 어쩐지 절반은 그냥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면서 절반은 미술분야의 전문가적 성향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런던미술수업>은 최선희가 현재 아트컨설턴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녀의 소박하면서 담백한 문체로 그려졌다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그림 소개와 프랑스에서 영국 런던을 이주한 이야기, 크리스티경매학교 입학과 수업, 크리스티 경매의 인턴사원이 되기까지 과정과 그 후의 일어난 일들, 차이니즈 컨템포러리에서 어시스턴트 디렉터로 유니언 갤러리의 갤러리스트를 거쳐 독립큐레이터로서 겪은 경험들이 담겨 있다 또한 그녀가 런던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간간이 작가 소개와 작품 소개들이 잘 버무러져 있어 미술분야에 대한 궁금중을 풀어주기도 한다 특히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한 때를 회상하며 쓴 글에서는 미술품 경매에 대해 소개가 되고 있는데, 미술품경매에 대해 거의 무지한 나로서는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외에 대미언 허스트나 제프 쿤스, 장 샤오강과 웨 민준과 같은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물론 이들의 이름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했지만 여기에 실린 그들의 몇몇 작품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최선희는 갤러리스트와 독립큐레이터로서 일하면서 한 가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한국작가들의 세계시장 진입에 대한 것이다 <런던미술수업>을 읽으며 현대 중국 작가들이 세계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고, 그들의 작품이 인정받아 좋은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작가들도 중국작가들 못지 않게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아직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아직 적다며 아쉬워하는 그녀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안타까움에 힘입어 우리나라 작가들이 더 선전하면 좋겠다는 생가과 함께 나처럼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해서 거의 알 지 못할테니 말이다
조금 있다 고흐전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 전에 고흐에 대한 기사가 실린 미술잡지를 보며 고흐전에 대비하려는데, 최선희씨가 쓴 글을 우연하게 보았다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나에게 그녀는 미술시장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혼자 반가워했다 <런던미술수업>이 아마도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미술을 알고 싶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런던미술수업>은 어렵지도 권위적이지도 않은 말랑말랑한 스폰지케익같은 느낌의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술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책을 통한 배움의 기쁨을 얻은 것 같아 책장을 덮으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