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서 온 아이』는, 동화적 판타지를 지녔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세계가 공존하는 1920년 알래스카 울버린 강의 겨울이 배경이다.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슬픔에 고독과 우울 속으로 침잠해버린 메이블과, 아내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지만 가장의 책임을 다하려는 잭, 두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중반을 훌쩍 넘기면서 조지 벤슨가의 막내 아들 '개렛'의 시선이 합류한다. 세 사람의 종착지는 파이나(산 노을)를 향한 애정과 사랑이다.
잭과 메이블은 2년 전, 도시의 온갖 소음과 편리함을 던지고 오로지 황야 뿐인 알래스카로 이주해 왔다. 아이의 사산은, 부부에게 참담한 현실을 각인시켜주고 점차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야생의 세계인 알래스카의 겨울은 길고도 지난했으며, 그들이 차지한 경작지는 개간하기가 척박했고, 당장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다행히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호의적인 '조지 벤슨'가의 도움은 이들 부부에게 알래스카에 정착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게임 속 캐릭터 같은 모습, 뭔가 좀 어색해 뭘까. 코가 없구나.
<이책은> 리뷰어클럽 당첨 도서
<저자는>
<책읽은 소감> 알래스카의 겨울이라면 '이탈리아 구두'가 떠오른다. 옅은 회색 안개같은 우울감, 새파랗게 질린 듯한 살을 에일 듯한 날씨, 그 안에서 감정이 무뎌졌거나 날씨에 동화되어 무감해진 중년 사내. 저자와의 첫 만남이 되는 이 책의 서두는 영낙없는 알래스카의 겨울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들이 원해서 자원해온 곳이건만 자신들이 꿈꾸며 정착한 생활은 괴리감이 컸다. 노부부에다 무자식이다. 자식을 갖지 못한 부부가 더 슬플지, 태내에 열 달 동안 품었다가 사산한 아이를 출산한 고통이 더 클까. 다른 각도의 접근이지만 아이를 원한 부부라면 고통의 크기는 비슷하지 않으려나. 잭과 메이블은 후자에 속한다.
아버지의 서재는 책이 가득했고 문학 소녀였던 메이블은 특히나 감수성이 넘쳤다. 요정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요정을 잡기도 했다. 비록 갓난 새였으며 떨어져 죽자 큰 수치감과 자책감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그런 소녀가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잃었으니 그 상실감은 어찌 말로 하리오. 생각이 많았던 새댁은 사람들과의 교류도 원활하지 않았던 차에 아이일까지 생기니 자신을 두고 수근댄다고 생각을 한다. 그만큼 소극적이었던 메이블이었기에 잭과 같이 떠남에 있어서 의견일치는 기쁨이었다. 새로운 활력을 꿈꿨다.
농사 지어본 경험이 있는 잭이라지만 이제는 노년의 삶이다보니 마음만 앞섰지 일의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둘 중 선택한 말은 유순하지 않고 촐랑대는 젊은 말이라 짐승만 나타나도 뛰어올라 다치기도 여러 번. 가장의 직무라 여기기에 메이블은 바깥에 얼씬하지 못하게 한다. 아이도 없는 집안일이 무에 그리 할게 많은가. 메이블의 마음은 공허함으로 팽창하다못해 급기야는 얼어붙은 강으로 나간다. 생각이 많은 그녀답게 강에서 빠져 죽어야 사고사로 처리되어 잭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리라는 계산과 함께. 막상 얼은 강 위에 서니 죽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한적한 외딴 오두막에 이웃도 없는 호젓함을 넘어 고즈넉함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둘만이 서로를 위해줌도 좋았다. 그러나 메뚜기도 한철이요 자신들이 그렸던 삶과는 거리가 많이 먼 일상에 부닥치자 조금의 후회가 생기는데 당장 겨우살이가 문제다. 비축해뒀던 여유자금들이 바닥나면서 계란을 나주던 닭마저 잡었다. 무스 사냥을 해야만 질려도 굶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조지의 말을 듣고 실행에 옮긴다. 몇 날 며칠을 허탕만 치다 광부로라도 가얀다는 결심이 설 무럽 드뎌 거대한 무스 한 마리를 사냥해 위기를 모면한다.
조지와 에스더 부부는 아들만 셋을 둔 이웃인데 잭네 부부에게 어찌나 호의적인지. 메이블의 마음을 사로잡은 에스더는 걸걸한 여장부타입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이네들의 조언이 있었기에 무스 사냥도 성공하고 막내 아들 개렛이 도와주면서 너무나 부러워한다. 개렛은 부모에게는 막둥이요 철부지로 인정받지 못하나 사냥과 덫을 설치해 포획하는 것도 좋아한다. 잭이 개렛에게 오히려 배우는 농사를 짓게 되고 조지네가 있어서 잭네 부부는 떠날 결심을 철회한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데 잭이 다치자 에스더와 개렛이 머물며 감자를 심어주고 개렛은 수확까지 거들어준다.
첫 눈이 소담스레 쌓이자 잭네 부부는 동심으로 돌아가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어 목도리와 장갑을 껴준다. 머리칼을 만들고 얼굴을 조각해주고 잠드는데 담날 눈사람은 망가졌고 목도리와 장갑이 사라짐을 발견한다. 그 후 두 부부 눈에만 띄는 소녀가 보인다. 조지네 가족은 메이블이 타관살이에서 생긴 우울증이라며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자 두 부부는 소녀 이야기는 안한다. 하지만, 삶의 생기가 도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꿈인지 생시인지 둘은 이 발생한 사건에서 비밀을 공유한 기쁨으로 겨울날이 추운줄을 모른다. 인생의 봄날이 도래한 것이다.
소녀는 옷차림도 범상치 않은 야생의 느낌이 물씬 풍겼고 죽은 토끼를 가져다 놓는 것으로 그후 뇌조, 블루베리가 든 바구니...느닷없이 나타나는 것처럼 소리없이 가져다 준다. 이웃도 없는 외딴 곳에서 황량한 겨울날에, 눌러 놓은 감정이라고 해도 아이를 잃은 상실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노년의 삶에 활력이 생기는 일상. 길들인다는 건 기다려주는 것이자 이유있는 즐거운 기다림임을 알게 해준다. 첫 해 겨울이 지나자 소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침체된 우울 속에서 자맥질하는 부부.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둘은 내심 기대를 하게 되고 기대를 충족시킨다. 무려 6년 동안의 시간 속에서 소녀는 숙녀가 된다.
중략
메이블은 이 곳에 올 때 책가방을 여러 개 가지고 왔다. 소녀를 볼수록 닮은 아이가 생각났는데 그건 아버지가 읽어주시던 고급 표지의 동화책. 언니에게 그 책을 부쳐달라며 행복한 근황을 글과 그림으로 보낸다. 메이블은 소녀를 만나고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 소녀의 드레스를 만들어 입히고...그녀의 정성은 그야말로 딸을 대하는 마음이다. 동화책 속의 언니 편지는 희귀한 책임을 시사하며 러시아책이란 것과 설명을 곁들인다. 이 소녀와 닮은 삽화를 보며 메이블은 섬뜩하다. 결말이 비극적이라 개렛의 사냥을 막고 싶다. 산 노을/이라는 뜻의 파이나가 데리고 다니는 붉은 여우를 죽여서 소녀가 떠난다는 결말이 불길해서다.
잭은 그 사이 메이블에게 비밀을 만드는데 파이나의 인도로 죽은 아버지를 땅에 묻어준다. 겨울날 땅을 파내는 노구는 힘들었지만 뿌듯함이 자리한다. 소녀가 오지 않자 찾아나서고 동굴 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되는 잭. 집으로 데려오고픈 마음과 야생의 소녀를 과연 데려오는게 맞는지를 가늠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겨울이면 아이가 올 거라는 확신이 둘을 참게 하고 살게 한다. 나중에 메이블하게 말할 수 밖에 상황이 되자 메이블은 길길이 뛰면서 파이나를 데려오겠다고 집을 나선다. 알래스카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고 시리다. 그 안에 온기인 파이나를 향한 노부부의 헌신과 애정은 끝없이 이어지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만났다. 동화책의 내용과 이야기가 교차되는 부분에서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긴다. 동화책 결말과 같다면 노부부의 상실감은 어쩌누. 아예 몰랐던 것과 소중함을 알고 나서 뺐는 거는 체감이 다른 법. 파이야를 만난 싯점부터 노부부의 삶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알래스카 겨울을 함께 나고, 파이야의 성장을 함께 보게 된다. 아름답지만 동시에 차가움을 지닌 파이야. 그녀가 집에 오면 더워하니까 문을 살짝 열어두는 것으로 그녀를 머물게 한다. 무자식 상팔자란 말도 있지만 자식으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감정을 알아야 진정 나의 부모님 마음도 안다. 내 아이를 낳아 길러야하는 당위성이다. 그게 자연의 순리지 싶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오래전에 아이를 묻은 노부부가 눈사람을 만든다. 다정한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않았던 부부였다. 아내는 눈을 둥글게 굴려 눈사람의 머리를, 남편은 아내보다 눈덩이를 크게 뭉쳐 눈사람의 몸을 만들었다. 눈사람을 만들어 자작나뭇가지를 가져와 팔을 만들었다가, 이내 여자 아이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래쪽은 치마를 입듯 옆으로 펼치고 눈과 입, 그리고 머리카락을 만들었다. 입술엔 크랜베리 즙을 짜 칠해주었더니 영락없이 소녀 눈사람이 되었다. 눈사람이 추울까봐 목도리를 매어주고 장갑이 달린 파란 끈을 눈 소녀의 등 뒤로 늘어 놓았다. 진짜 여자 아이 같았따. 그날밤 부부는 마치 여자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눈 소녀를 바라보았고 오랜만에 행복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 눈더미는 무너졌고 파란 장갑과 목도리는 사라졌다. 그리고 한 어린 소녀가 그들에게로 왔다.
매일이 고통스러운 메이블은 알래스카에서 외롭고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과거 자신의 아이의 흔적을 하나라도 남겨둘 걸.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그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알래스카의 겨울 눈과 함께 한 소녀가 찾아와 주었다. 마치 꿈속에서처럼 그들 곁으로 왔다. 소녀는 자신들이 눈 소녀에게 걸어준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어린 소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빨간 여우와 함께 다니는 소녀는 그들 부부에게 크랜베리를 한 바구니 가져다 주기도 하고 죽은 토끼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메이블과 남편 잭은 그런 소녀를 자신의 딸처럼 여겼다. 소녀를 애타게 기다렸고, 소녀가 매일 와주기를 바랐다. 우울했던 메이블은 이제 소녀를 기다리느라 우울할 틈이 없었고, 창문 밖으로 소녀가 찾아 오는지 간절하게 기다렸다.
소녀는 아주 작은 발자국을 가졌을 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빨간 여우와 함께 숲 속에서 머무는 소녀. 소녀는 누구의 보살핌을 받는 것일까. 아이의 부모는 누구일까. 읍내 사람들에게 숲 속에 다른 가족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소녀는 누구의 아이일까. 자신들의 집에 머물렀으면 좋겠지만 소녀는 머물지 않았다. 가끔씩 먹을 것을 들고 찾아와 음식을 함께 먹었을 뿐, 눈이 쌓인 숲으로 가버렸다. 어쩌면 그 아이는 외로움과 절박감이 만들어낸 상상속의 아이 인지도 모른다. 메이블의 아버지가 사다 준 동화책에서처럼. 상상속의 눈 소녀인지도 모른다. 소녀는 눈이 오기 시작하는 때부터 완연한 봄이 오기까지만 머물렀고, 그들의 집에 찾아 왔다. 하지만 봄이 되면 아무리 기다려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녀가 없는 봄과 여름, 가을은 그들에게 또다시 우울의 시간이었다.
에오윈 아이비는 러시아 설화 스네구로치카의 「눈 소녀」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 노부부에게 간절한 아이. 작은 눈 소녀를 만들어 아이가 사람으로 변하면 자신의 딸로 삼았다는 동화처럼 메이블과 잭에게도 눈 소녀가 찾아 왔던 것이다. 겨울이면 나타났다가 봄이면 사라져 다시 눈이 오는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아이. 자신들에게 찾아온 작은 소녀때문에 집안에 생기가 돌고 부부 사이도 더 다정해졌다. 동화에서처럼 사랑한다는 핑계로 모닥풀을 피워 눈 소녀를 녹아버리게 될 것인지, 물로 변해 사라져버릴 것인지 불안했다.
기적을 믿기 위해 기적을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메이블은 반대로 생각했다. 믿으려면 우선 이해하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고, 그 작은 것이 물이 되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 전에 최대한 오래 쥐고 있어야 한다고. (283페이지)
봄이 되어 겨울이 될 때까지 페이나를 기다리며 메이블은 바느질을 했다. 소녀의 눈처럼 파란 색의 겨울 외투를 만들었고, 소녀가 좋아했던 눈의 결정체를 만들어 파란색 외투에 다는 일을 계속했다. 소녀를 기다리는 일이 즐거움이 되었다. 비록 동화에서처럼 소녀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지만 메이블은 소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파이나는 겨울이 되어 찾아올때마다 훌쩍 자랐다.
두려워 말아요, 메이블.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삶은 언제나 우리를 이리저리 내던지죠. 거기서 모험이 시작돼요.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을지는 알 수 없어요. 삶은 수수께끼이고, 그걸 부정하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짓이랍니다. 말해봐요. 당신은 언제 살아 있다고 느끼죠? (356페이지)
동화는 동화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어디 사람 일이라는 게 그럴까. 눈 앞에서 사라질까봐 불안하고, 늘 자신의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게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다. 메이블이 그랬던 것처럼. 개렛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딸이자 소녀가 자신의 곁에서 영원히 머물렀으면 했다.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이래서 동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
|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늘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동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에도 동심을 키운다. 순수했던 그 시간의 우리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오윈 아이비의 소설 또한 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눈사람을 만들어주었을때 나타났던 아이. 마치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듯 옷을 입히고, 목도리까지 둘러주었던 아이였다. 추운 겨울 눈 속에 파묻힐까봐 애타게 기다리고 찾는 부부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온 소설이었다.
러시아의 전설을 모티프로 해 더욱 아름다운 소설이다. 알래스카의 풍경과 함께 소녀가 여자가 되는 과정과 사랑을 담은 동화같은 소설이다. 이런 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
작가들은 여러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의 모티프를 따온다. 그것이 자신이 오래 전에 읽었던 동화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삶이 될 수도 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나 또는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눈소녀'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백설공주로 변형이 된 원전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소설을 모르는 나는 읽으면서 두가지 이야기를 생각했다. '피노키오'와 '엄지공주'
제페토 할아버지는 왜 피노키오를 만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외로워서 그랬던가.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인형은 생기를 얻었고 아이로 변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말썽장이 아이를 키웠다. 할아버지 혼자서는 참 감당하기 힘든 아이였을텐데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던 것일까. 엄지공주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아이가 없는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은 아이를 너무나도 원해서 정말 작은 엄지손가락만한 아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져서 정말 작은 엄지공주가 태어났고 그들은 아이를 바랐던 만큼 성심성의껏 그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없는 집에서 아이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얼마가 들고 또 환경이 힘들어서 아이를 키우지 않는 집도 늘어난다지만 그에 비해 난임도 늘어서 아무 이유없이도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집도 늘어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오래전 자신의 아이를 낳자마자 잃은 부부. 그들은 그 이후로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지금 알래스카라는 이 척박한 땅에서 오로지 둘의 힘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이들이 살기에는 계절이 좋지 못하다. 다른 나라에서의 겨울도 힘든 법인데 하물며 알래스카는 어떠하겠는가. 남편은 광산에서라도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가까스로 잡은 무스 한마리로 인해서 조금은 숨통이 트여진다. 알래스카에서 농부의 겨울이란 사냥과 저장해 둔 곡식으로 견뎌내는 것이다.
눈이 아주 많이 온 어느날. 그들은 눈사람을 하나 만들고 그 이후로 이 추운 계절에 밖에서 돌아다니는 여자아이 하나를 보게 된다. 그아이는 인간인가 아니면 그들이 잘못 본 환영인가.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이웃 가족은 이 근처에 그런 여자애는 절대 없다고 말한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추운 계절에 밖에서 지내는 여자아이라니.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계속 꼬마가 남긴 발자국을 보고 나갈 때마다 그녀를 보게 된다. 그 꼬마 여자아이는 대체 누구일까.
어느날 자신의 집앞에 놓인 죽은 토끼를 보고 남편은 집어서 버리지만 나중에야 그것이 그 꼬마아이가 가져다 놓은 것임을 알게 된다. 이부분은 오래된 동화를 생각나게 한다. 신발가게 아저씨가 일을 하다 놓아두고 잠이 들었더니 요정들이 와서 그 신발을 완성시켜 놓았다던 이야기. 그래서 부부가 요정들을 위해서 신발과 옷을 만들어서 두었다는 그 이야기 말이다. 부부가 그 꼬마아이를 찾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아이가 없는 이 집에 그 아이가 와서 같이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부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알래스카에 대한 묘사가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다. 작가가 그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알래스카에서 태어났고 자라고 지금도 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오래전의 알래스카와 작가가 살고있는 지금의 알래스카는 전혀 다른 도시일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황폐한 땅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교통의 중심지이자 관광지이기도 하다.
언젠가 아는 선배에게 여행가야 할 곳 한 곳을 꼽는다면이라고 물어봤을때 알래스카를 추천해주었다. 추운 곳을 싫어하는 나로써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도시여서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는데 다시 한번 이 알래스카라는 곳이 궁금해졌다.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만 왠지 모르게 눈의 소녀인 파이나를 찾아볼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
|
1920년 알래스카.
메이블은 유산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이가 있는 생활을 꿈꾼다.첫 눈이 오는 날 부부는 마당에 예쁜 눈소녀를 만들었다. 그들이 꿈꾸던 아이를 생각하며...그 다음 날 잭은 숲속으로 사라지는 작은 여자아이를 보게 된다. 눈소녀는 부서져 있고,눈소녀에게 불러주었던 장갑과 목도리는 사라져버렸다. 그 날 이후 그들은 종종 그 소녀를 만난다. 집으로 찾아와 사냥감이나 열매를 두고 가기도 하고 산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웃들은 그런 여자아이를 본적도 없고,에스더마저도 메이블이 심약해서 환상을 보는거라며 걱정을 할 뿐이었다. 이 아이의 정체는 과연 뭘까? 사람의 딸일까? 아니면,간절히 아이를 바라는 이들을 위한 하늘의 선물인 요정일까?
메이블은 그녀가 어릴 때 아버지가 읽어주었던 러시아 동화를 떠올리게 된다. 자식이 없던 노부부가 눈으로 여자 아이를 만들었는데, 생명를 가지게 된 그 여자아이가 마지막엔 노부부를 떠나게 된다는 슬픈 결말의 동화 '눈소녀'. 메이블은 그들을 찾아온 아이도 동화속 눈소녀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릴까봐 집착하고 불안해하지만,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알래스카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책장을 덮고 난 후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었다. 어른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읽은 듯하다. 저자의 이름은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공주 '에오윈'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니 왠지 그 자체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이래서 이름이 중요한 거야) 알래스카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녀가 그려낸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겨울 풍경과 초록으로 빛나는 여름풍경은 알래스카를 내 눈 앞에 펼쳐놓은듯 했다. 눈소녀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영화로 만든다면 이 소녀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였다. 메이블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알래스카의 풍경, 눈소녀의 모습, 동물과 아름다운 꽃들을 그리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을 하는데 그 또한 즐거웠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아이는 이 부부와 영원히 함께 할까, 아니면 떠나버릴까 궁금했다.이야기의 끝은? 이걸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하나? 책장을 덮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그녀가 누구였는지...
ps - 아이들과 함게 읽었던 레이먼드 브릭스의 눈사람 아저씨가 생각났다. 눈이 오는 날 한 아이가 눈사람 아저씨를 만들었다. 눈사람 아저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햇빛이 쨍쨍한 날 밖에 나가보니 눈사람 아저씨는 녹아버리고 없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원제 - The Snow Child, 2012 작가 - 에오윈 아이비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간섭과 은근한 따돌림을 피해 알래스카로 도망친 ‘잭’과 ‘메이블’ 부부.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람들의 쓸데없는 참견이 아니라,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아이를 그리워하고 추도할 충분한 시간이었다. 황량한 알래스카에서 부부는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쓴다. 워낙에 황량한 곳이라, 왕래하는 이웃이라고는 ‘벤슨’과 ‘에스더’ 부부 그리고 그들의 막내아들인 ‘개렛’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잭과 메이블의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마치 메이블이 어릴 적에 즐겨 읽던 동화 ‘눈 소녀’처럼, 전날 밤에 만들었던 눈사람이 사라지고 어린 소녀가 대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파이나’라는 이름의 소녀는 가끔 부부 앞에 나타났고, 조금씩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봄이 되면 사라지고, 겨울이 오자 다시 나타난다. 처음에는 우울증에서 비롯된 환각이 아닌가 생각했던 부부는, 어느 샌가 파이나를 기다린다. 그리고 부부의 삭막했던 삶에 웃음과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데…….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동화는 러시아의 ‘눈 소녀’라는 이야기다. 아이가 없는 노부부가 만든 눈사람이 소녀로 변하여 행복하게 살지만, 어떤 사건 때문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마는 내용이라고 한다. 아내인 메이블에게 파이나는 눈 소녀였다. 겨울에 나타났다가 봄이 되면 사라지는, 따뜻함을 주고 싶지만 녹아버릴지도 몰라 안아줄 수도 없는, 붉은 여우를 친구로 가진 숲에서 사는 요정 같은 소녀였다. 하지만 잭이 미행하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소녀는 사냥꾼이자 주정뱅이였던 아버지를 잃은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그에게 파이나는 숲의 아이였다. 혼자서 사냥을 하며 자연 속에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소녀였다. 게렛에게 파이나는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냥꾼이자 신비로운 자기 또래의 소녀였다. 그리고 첫사랑이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마지막 사랑이 되었다. 둘의 관계를 보면서, 우리 전래 동화인 ‘선녀와 나뭇꾼’이 떠올랐다. 물론 게렛은 나뭇꾼처럼 파이나의 옷을 훔치고 협박하고 관계를 강요하지 않았다. 같이 숲을 산책하고 사냥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요정은 인간이 되어버렸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인간인 ‘아라곤’을 사랑해 불멸의 삶을 버린 엘프 ‘아르웬’처럼 말이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인간의 욕심이 요정을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았구나.’였다. 그러다 문득 ‘진짜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파이나 덕분에 사람들의 삶은 바뀌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과 척박한 알래스카의 삶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던 잭과 메이블 부부는 살아가는 즐거움을 찾았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사냥만 좋아하던 소년 게렛은 책임감 있는 남자가 되었다. 사냥도 못하고, 농사도 지을 수 없으며, 눈보라를 피해 집에서만 있어야 하기에 우울하기만 한 겨울이 파이나 덕분에 즐거운 계절이 되었다. 파이나는 눈의 요정이었기에, 겨울이 되면 그녀가 온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야기에서 꽤 마음에 든 인물은 게렛의 어머니인 '에스더'였다. 지나치게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적절한 선을 유지하면서 다가갈 줄 아는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기 꺼려하던 메이블도 그녀에게만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래, 사람사이에는 적절함이 중요하지. 친하건 친하지 않건, 가족이건 아니건, 모든 관계에는 거리를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배려라고 할까? 개성적인 인물들과 작품의 분위기가 조화로웠던 책이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눈사람하면 떠오르는 건 힘이 들어 크게 못 만들고 자그마하게 만들던 어릴적 기억 그리고 무서운 소설 '스노우맨'이다. 이제 무서운 기억을 씻어주는 새로운 눈사람을 만났다. 아서 랜섬의 '눈으로 빚은 딸'이 처음에 나오는데, 노부부가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사람으로 변해서 겨울이면 찾아오는 아이의 동화다. 마치 이 이야기의 실 모델처럼 각 장마다 등장한다. 눈에서 온 아이는 진짜 눈에서 온 아이인지 아니면..
오래 전 아이를 잃어버려 가슴에 묻고 다른 아이 없이 이미 쉰이 넘었지만 고요와 평온을 찾기 위해 2년 전 '알래스카 우리의 새로운 고향'이라는 알래스카 철도 주변에 정착할 농부를 모집하는 광고지를 보고 알래스카로 온 잭과 메이블. 1920년 알래스카의 모습이 나온다. 겨울을 무사히 날까 걱정스럽고 자신이 생각한 그런 고요가 아니라 죽으러 얼어붙은 강기슭에서 셰일 절벽까지 가지만 미끄러질까 조심하는 자신의 모습이 기가 찬 메이블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고 잭은 무심하게 얼음이 깨질 수 있으니 다신 가지말라고 한다.
메이블이 만든 파이를 읍내 알파인 여관식당에서 팔았지만 이젠 받지 않겠다고 하자 당장 수입이 걱정된 잭은 숙식을 제공하는 광부 모집에 솔깃하지만 아내와 세 아들이 있는 조지는 절대 가지 말라며 서로 일을 돕자고 제안하고 집으로 초대한다. 둘만 조용히 살길 원하는 메이블은 반대하지만 벤슨 부부의 집에 다녀온 후 자신과 완전히 다른 에스더의 모습에 마음이 동하고 서로의 집을 오간다. 어수선하지만 호의적이고 웃음이 가득한 에스더의 집과 어둠과 빛과 슬픔으로 정돈된 자신의 집이 비교된다. 말코손바닥사슴인 무스를 잡지 않으면 감자로 긴 겨울을 지내야 하는 곳.
첫 눈이 내리고 두 사람은 눈사람으로 작은 여자 아이를 만든다. 자작나무 두 개로 팔을 만들고 눈사람 밑단은 치맛자락 모양으로 하고, 눈 코 입술을 만든다. 누런 들풀 다발로 머리카락을, 메이블의 언니가 양모로 떠 준 장갑과 목도리를 걸쳐주고, 야생크렌베리 즙으로 입술을 만들어준다. 아침에 잭은 눈사람이 무너진 걸 보지만 숲에서 작은 형체를 보는데, 목에 감은 파란색 목도리가 눈에 띈다. 그리고 새하얀 머리와 가냘픈 몸, 재빠른 움직임의 형체.
소녀를 쫓다가 무스를 발견하는데 몸무게가 500킬로그램은 되어보였고 질좋고 신선한 고기를 수백킬로그램이나 얻을 수 있게 보였다. 마침 근처로 온 조지의 막내 아들 개럿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같이 무스의 살을 바르고 오두막으로 간다. 메이블은 여우와 있는 어린 금발 소녀가 근처에 있냐고 묻지만 에스더는 알지 못하고, 메이블이 오두막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나 걱정한다. 잭은 벤슨 가족 앞에서는 체면상 모른척 했지만 소녀는 오두막을 계속 찾아오고 잭이 아는 척을 하면 소리도 없이 도망간다.
메이블은 아버지가 읽어주던 동화책이 떠오른다. 그 책 속에 살아있는 눈의 아이. 자꾸 그 이야기에 끌렸고, 소녀가 눈사람과 닮았다 생각하며 언니에게 그림책을 보내달라 부탁한다. 어느 날 소녀는 마당에서 일하는 잭을 따라다니고 잭은 아는 척을 하지 않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라고 집으로 가자고 하자 따라 온다. 너무 놀란 메이블. 메이블은 당연히 눈사람이 소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같이 있고 싶지만 가버리는 소녀를 잡을 수 없다. 그 후 소녀는 예고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고 메이블은 언젠가는 소녀가 자신의 목적을 밝힐 테니 지금은 소녀와 함께 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곶간과 마당을 돌며 일하는 잭을 종일 따라다니던 소녀는 '약속 해 줄래요?' 라고 묻더니 자신의 집을 보여주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알려준다. 메이블은 소녀가 눈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잭은 소녀의 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고 메이블에겐 비밀로 한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메이블은 그 아이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기다려졌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파이나'의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본 파이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메이블이 그린 초상화를 가져간다.
언니의 편지와 책이 도착하고, 아버지의 수집품을 정리하던 극북지방 동화연구가 아서 랜섬씨가 들려주는 전부 슬프게 끝나는 전래동화 눈소녀의 이야기를 읽는다. 스네그로치카. 1857 (눈소녀) 러시아어. 이야기는 아버지가 들려주었고 삽화만 보았던 그녀는 러시아어 책을 대하자 막막해지는데 그림을 보면서 슬픈 느낌을 받는다.
메이블은 파이나가 받은 녹지 않는 눈송이를 그리고 겨울이 끝날 무렵 파이나는 떠난다. 잭은 파이나의 집에서 흔적을 찾지만 이미 떠나고 없다. 겨울은 어마어마하게 춥지만 한 여름에는 하루에 20시간씩 해가 떠 있어 농사가 가능한 곳이기에 농사준비를 하던 중에 잭은 늑대가 나타나 말이 놀라 도망치던 중에 쟁기 줄에 다리가 엉켜 끌려다니며 심하게 다친다. 의사 없이 아편제와 밀주로 상처를 치료하던 중 에스더가 개럿과 같이 와서 농사를 돕고 잭의 간호를 해준다. 씨감자를 심고 피로로 멍해지고 몸이 쑤시는 단조로운 생활에도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자부심을 느끼고 잭의 책임감을 덜어준다. 겨울이 다가오고 메이블은 파이나에게 줄 코트를 만든다. 메이블의 예상대로 파이나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메이블이 만든 코트를 입고 기뻐한다. 파이나가 자신의 아이고 산속 요정이길 바란다는 메이블에게 잭은 파이나의 현실을 말해주고 메이블은 아무리 약속이어도 그래선 안 된다고 한다. 더 이상 신비롭고 경이로운 눈의 요정이 아니라 부모를 잃고 산에 버려진 소녀라니..
파이나는 메이블에게 산속의 집을 보여주고, 에스더는 메이블이 걱정되면서도 메이블을 알기에 그녀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6년의 계절들은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되풀이 되는 바다처럼 주었다 가져가고 파이나를 데려갔다 돌려보내주었다.
잭과 메이블의 눈에 만 띈 파이나는 벤슨 가족과 만나게 되고 호기심에 파이나의 여우를 죽인 개럿은 파이나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서로 끌리게 된다. 메이블은 걱정하지만 잭은 괜찮다고 하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편의 동화같은 소설을 읽으며 눈에서 온 겨울 아이 파이나가 개럿과 잘 살 수 있을지 메이블과 같이 걱정을 하게 되고, 그들의 시간과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겨울 속에서 왠지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표지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앞표지는 앞모습 뒤표지는 뒷모습. 산노을이라는 뜻을 가진 파이나. 서늘한 느낌이 드는 모습이지만 마음은 따스할까 싶기도 하고.. 내 마음도 오락가락하네.. |
|
동화와 현실의 완벽한 결합[눈에서 온 아이]
나에게도 누군가가 수집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러시아어 동화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주 커다란 정사각형 모양으로 가죽 장정이고, 정교한 눈송이무늬가 표지에 돋을새김되어 있으며, 책등에 눈송이 무늬가 은박으로 찍혀 있는 책. 희귀본이라 아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것이라도 아버지의 손때가 묻어 있고, 아버지가 직접 그림을 보며읽어준 기억이 있는 책이라면 좋겠다. '눈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안타깝게도 슬프게 끝나는 이야기. <빨간 모자> 이야기와도 다르고 <눈의 여왕>과도 다른 신기한 눈 소녀 이야기는 여러 종류로 전해져 오지만...겨울만 되면 찾아오지만 결국 녹아버리고 만다고 한다.
이국의 언어로 적혀 있어서 내용을 하나하나 자세히 해석할 순 없지만 총천연색 삽화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는 책. 첫 장을 넘긴 다음 다음 책장을 넘길 때쯤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서 차가 식어 있을 정도로 삽화 하나를 오래 오래 음미할 수밖에 없는 책. 러시아 옻칠화처럼 화려한 색깔에 친근하고 세밀한 그림을 보노라면 어느새 아버지의 굵은 음성이 겹쳐져 떠오르는 추억 속의 책.
스네구로치카, 1857(눈 소녀)
아름답지만 척박한 알래스카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그곳의 아름다움을 글로 쓰고 있는 저자는 '눈 소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동화와 현실이 완벽하게 결합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환상적인 묘사가 눈 속에 몸을 파묻고 있는 때만큼이나 시리지만 포근하게 내 온 몸과 마음을 끌어당긴다.
1920년 알래스카의 울버린 강. 문학 교수의 딸로 도시에서 자란 메이블은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사산으로 잃고 오직 고요 속에 들어서기 위해 알래스카 황야를 택해 들어왔지만 현실은 달랐다.
널마루에 비질을 하면 바닥이 긁히는 소리가 마치 뾰족뒤쥐의 날카로운 이빨에 심장이 뜯기는 듯했다. 설거지를 할 때면 접시와 그릇이 산산조각 날 것처럼 덜거덕거렸다.-10
아이를 잃은 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서를 거치지 않고 묻어만 두었던 것이 메이블을 자꾸 안으로 침잠하게 하고 죽음을 생각할 만큼 우울하게 만들었다. 서투른 사냥꾼이자 농부인 이들에게 이웃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까. 완벽한 첫 눈이 내린 날, 부부는 작은 여자아이 모양의 완벽한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눈소녀가 그들을 찾아왔다. 파란 천, 붉은 털. 파란색 외투를 걸치고 붉은 여우와 함께 재빠르게 나무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가녀린 아이. 눈사람이 변해서 소녀가 된 게 아닐까, 동화가 현실이 된 게 아닐까. 이 아이는 메이블과 잭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이가 아닐까.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아이는 부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잭은 아이의 비밀을 알게 된다. 어디서 왔는지, 가족은 있는지...아이의 이름은 파.이.나. 라고 했다. 정글북 속 모글리처럼 파이나는 알래스카의 눈 속을 누비고 다니며 사냥하고 혼자 사는 법을 터득한 아이였다. 추운 겨울 잠시 부부의 집에 다녀간 아이는 봄이 되자 사라져 버렸다. "눈소녀" 동화 속 이야기처럼 파이나는 겨울만 되면 찾아오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녹아버린 것일까. 다시 겨울이 되자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난 아이에게 부부는 옷을 만들어주고 음식을 함께 먹고 그림그리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정착할 법도 하건만 파이나는 봄이 되면 다시 숲으로 돌아갔다.
세월이 가고 결코 이곳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부부는 부부를 제외한 어느 누구의 눈에도 띈 적 없는 비밀스런 눈의 아이 파이나와 이웃인 에스더네 집안의 도움으로 알래스카 생활에 젖어든다. 에스더네 막내 아들 개렛은 부부의 믿음직한 일꾼이 되어주었고 사냥꾼으로서도 흠잡을 데 없다. 그러던 어느날 개렛은 숲 속에서 신비한 여자아이가 덫에 걸린 백조를 잡는 광경을 보게 되는데...
손에 닿으면 녹아내리는 눈처럼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야생의 소녀 파이나는 동화 속 여주인공처럼 나약하지 않다. 야생의 여전사 같은 느낌으로 알래스카의 눈 덮인 황야를 누비고 다닌다.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도시로 내처 돌아갈 것만 같던 메이블도 알고 보면 꽤 강인한 여성이다. 아버지가 읽어주던 멋진 "눈소녀" 동화책의 환상 속에 빠져 살 것만 같던 그녀는 파이나를 만나 진짜 엄마, 진짜 여성이 되어 간다. 눈소녀 동화가 가진 안타까운 이별의 결말은 소설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구체화된다. 눈의 아이 파이나가 이대로 영영 사라져버리면 이 부부는 어쩌나, 하는 단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동화 속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명확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잇닿아 있는 이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 동화와 현실의 완벽한 결합이란 바로 이런 것!
환상적인 눈의 세계에서 태어난 눈의 아이 이야기 속에 빠져 드는가 싶으면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거대한 무스를 사냥하고 가죽을 바르고 내장을 끄집어내는 생존에 관한 급박한 사정이 다음 장에 나타나면서 거친 숨과 굵은 땀방울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진정한 이야기꾼.
에오윈 아이비의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다음 작품은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하게 된다.
|
|
역시 이야기의 힘은 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눈에서 온 아이]입니다. 이 소설은 러시아의 설화인 <눈 소녀>를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 눈 소녀를 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놀랍게도 모두가 다 아는 <백설공주>,<인어공주>로 변형된 설화라고 합니다. 그런 눈 소녀가 이번에는 알래스카에서 나고 자란 작가인 '에오윈 아이비'에 의해 소설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눈에서 온 아이]는 작가의 첫 작품이며 이 소설은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가 되며 화제를 일으키며, 스타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 소설입니다.
설화의 대용은 사실 단순합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을 가지고 작가는 꽤 솜씨 좋게 버무려 근사한 이야기로 우리앞에 내놓은 눈에서 온 아이. 소설의 시작은 알래스카로 이주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이 부부는 미국에서 나름 탄탄한 삶을 살지만 아이가 없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유산으로 잃은 후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바로 남편의 친척들, 그리고 이웃들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 부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남의 눈치 보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곳인 알래스카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평온하고 고요한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아내는 그간 이웃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이웃과의 왕래를 하지 않은채 생활을 하지만 두번째 맞는 겨울 이 부부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둘 사이의 대화는 점점 줄어든것은 둘째치고, 바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입니다. 그간 아내의 쿠키를 판 돈으로 근근히 생활을 했지만 그마저도 끊기게 되어 고민하던 부부는 그동안 이웃과의 전혀 왕래를 하지 않던 부부는 추수감사절에 이웃인 조지씨의 초대를 받게 됩니다. 조지씨로 부터 겨울을 날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되고, 또 아내는 그간 남편외의 사람들에게 닫혔던 마음을 열게 할 조지씨의 아내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 밤 엄청나게 내린 눈을 본 부부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눈사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부부는 눈사람을 만들며 진짜 아이 같은 눈사람을 만듭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다음날 눈사람이 부서지고 눈사람에 씌어준 목도리 장갑을 가져간게 바로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입니다. 과연 아이는 눈사람이 변한 아이인지, 부부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눈 소녀로 인한 여러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알래스카의 겨울 산 속에서의 이야기.
단순한 이야기를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탄생시킨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눈에서 온 아이]는 점점 더 무더워지고 있는 요즘,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알래스카의 겨울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