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듭되는 눈물과 한숨으로 끝무렵의 길고 긴 겨울밤을 잊게 한
가슴아픈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영화나 책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영웅들의 탄생의 이면에는 추풍낙엽처럼 스러져버리는 수많은 이름없는 병사들의 죽음을 목격한다. 영화에서는 엑스트라로, 전투에서는 일개 병사로 제 역할을 한 이들도 하나의 삶인데...아무도 그들의 삶과 죽음을 알지 못한다. 차라리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가 신문지상에 이름 석자 걸릴 일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국민이요, 영화상 엑스트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스스로가 한 권의 책이다'라는 말처럼 엑스트라인 나도 내 삶에 대해 책을 쓰라면 두터운 소설은 쓸만큼의 사연이 있기에 그들을 주목하곤 했다.
여기 나와 같이 특별한 시선을 가진 작가가 있다. 조두진.
그는 국가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사람의 역사를 담아내고 싶어하는 작가다. 그의 전작 [능소화]는 1998년, 경북 안동의 무덤에서 발굴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하여 써내려간 4백 년 전 조선 남녀의 안타까운 운명과 사랑을 재구성한 것이고, 지금 읽은 이 책은 임진왜란 말기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실존했던 선비 이진영(1571-1633)의 삶을 모티브로 구성한 작품이다.
이 책의 전체 줄거리는 임진왜란이 한창인 때 진주에 사는 안철영은 밀려드는 왜구를 막기 위해 의원을 필요로 할 만큼 아픈 아들과 아내 유이화를 두고 진주성사수를 떠나지만, 곧 왜구에 패배하여 포로가 되는데, 자신을 기다리던 아내가 일본에 팔려갔다는 소문을 듣고, 아내를 찾아 일본을 찾으러 떠나고 우여곡절 끝에 아내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인데, 임진왜란 당시 전쟁포로가 된 백성들의 처절한 삶과 일본으로 끌려가 겪게 되는 참혹한 생활들이 자세히 묘사된다. 이 묘사들은 얼마나 참혹하던지 책을 덮고, 한숨을 쉬고, 눈을 감은 적이 여러 번이었다. 특히 한심한 조정의 실태와 초개처럼 스러져가는 백성들의 삶을 대조하며 조망하면서 과연 충과 효, 그리고 예와 인은 무엇이 우선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게 했다.
주목되는 점은 작품상의 시점들이 변하는 것인데 임금의 나라 조선을 살리기 위해 죽어가는 아들과 아내를 남겨두고 진주성을 지키려 했지만, 포로가 되어 버렸고, 아내와 자식마저 잃어버린 안철영의 시점과 의원을 데리러 간다며 떠난 서방님을 기다리다 사흘만에 자식은 죽고, 죽은 시신을 안고 일주일을 더 기다리다 일본으로 끌려간 안철영의 아내이자 조선의 여인인 유이화의 시점이 엇갈려 서술되면서 그들이 겪은 인간적 고뇌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허물이 있다 할 수 없는 역사적 상황에 폭폭한 가슴만 살피게 된다.
작가의 놀라운 묘사력은 조선의 백성의 처절한 삶과 당시 왜구들의 무식하고 잔혹한 만행들에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해서 저녁을 먹고 난 넉넉한 밤 무심히 책을 폈다가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며 마자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내내 가슴을 졸이고, 아파했던 책이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생생한 묘사에 놀랐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 국운에 목숨을 맡긴 백성이 그때만 있으랴. 조선이란 국호는 대한민국이 되었고, 그때의 백성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절의 국가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국가에 염증을 느껴 떠난 국민들, 그리고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국민들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타고 속속 들어오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무사태평으로 희희낙낙거렸던 내게 외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국민들의 삶을 생각하게 했다.
거듭되는 눈물과 한숨으로 끝무렵의 길고 긴 겨울밤을 잊게 한 가슴아픈 사랑에 대한 소설이었다.
|
|
1592년부터 1598년까지 두 번에 걸친 왜군의 침략이 있었던 거대한 전쟁인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의병활동을 하다가 일본으로 끌려간 이진영을 모델로 삼은 소설이다. 이 전쟁으로 조선의 막대한 땅은 상실했으며, 일본의 세력을 커졌다. 상실된 것은 조선의 땅 뿐만이 아니었다. 이마가 아름답고 내조를 잘 하는 조선의 한 여인 “유이화”의 삶도 상실되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있는 편윤이를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던 유이화와 안철영은 여느 부모처럼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들 곁에 있었다. 일본에서 쳐 들어온다는 소문으로 마을이 어수선한 가운데 아픈 편윤이를 위해 선뜻 밖으로 나가 의원을 찾아가지 못했다. 가정과 나라 가운데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철영이의 마음을 눈치를 챈 이화는 의원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런 이화의 뜻을 모를 리 없는 철영 이지만, 의원을 찾아가는 길에 일본군들이 마을로 닥치고 철영은 이화와 편윤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양반가의 사람과 밭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는 구분이 없어졌다. 남자들은 노역으로 끌려갔고, 여자들은 일본군들의 성욕의 대상이 되었다. 밤낮으로 공부만 하던 남자들이나 내조만 하던 여자들의 삶은 더 이상 없었다. 자괴감마저 느낄 수 없는 삶의 밑바닥에서 숨만 쉬던 조선 사람들. 그 사이에 유화와 철영이 있었다. 편윤은 열병으로 결국 땅에 묻히게 된다. 아이의 약을 찾아 떠난 철영을 기다리던 이화는 죽은 편윤이 옆에서 울기만 했고, 나 또한 눈물을 머금었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이화, 죽기 직전까지 이화를 부르다가 죽은 편윤. 그리고 조선땅의 사람들의 삶이 짓밟히던 조선. 그렇게 서로 헤어진 이화와 철영은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그 때를 기점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듯했다. 그렇게 그 둘은 일본으로 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가 화가 났다가 눈물이 흘렀다했다. 임진왜란 당시 여자들의 삶이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다시금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밤낮으로 남자들의 노리개로써 살아온 조선 여자들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었다. 그들에게 수치심보다는 배고픔이 더 컸다. 윤린당한 그들 속의 이화가 있었다. 일본사람의 아내가 되는 유이화는 ‘내일’이란 뜻의 아시타로 다시 태어난다. 그 이름을 부여받은 순간 그녀의 삶은 달라진다. 누군가의 희망과 내일이 되는 존재로 태어나는 순간 이다. 하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철영은 이화를 그리워하며 아내를 찾고자 노력하지만, 그들은 만나지 못한다. 사실 그 둘은 극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더 이상 조선의 유이화가 아니다. 일본사람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인 아시타였다. 철영의 제안으로 조선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갔는데, 난 아시타이며 일본에 남겠다고 하는 아시타의 말에 매우 놀랐다. 편윤이를 잃고 철영을 기다리며 치욕의 시간을 보냈던 이화였기에 조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고통의 시간이 결국 이화의 감정의 굴곡을 닳게 한 것일까? 아니면 더 이상 조선으로 향하겠다는 마음이 무뎌진 것 일까? 난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아픔과 고통의 시간, 그리고 죽은 아이를 유이화의 가슴에 묻고, 현재를 거쳐 “내일”을 살겠다는 아시타의 가슴 아프지만 강한 오늘의 어머니를 보았다. |
|
산 너머에 바다, 바다 건너에 또 바다, 그 바다 건너에 조선.. 살아 있기에 서글픈, 긴 세월을 한숨과 눈물로 보내며 바람을 따라 흩어지는 배꽃처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
♡ 쩡's 생각™ ♡
작년 조두진 작가의 소설 능소화를 지인의 추천으로 읽고 그의 필체에 반해버렸던 나는 그가 유이화라는 신작을 발표했다는 말을 듣고 막연한 욕심에 무작정 책부터 구입했다. 하지만 욕심은 욕심일뿐 다른 책들을 읽느라 눈길 한 번 제대로 못줬던 것이 사실이었다. 능소화..그리고 유이화. 조두진 작가는 꽃을 좋아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에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예쁜 빨강색의 <유이화>를 집어 들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역시 생각대로 조두진 작가의 필체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었다.
이 책은 철영이라는 조선의 선비와 양가집 규수였던 그의 아내 유이화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될만한 작품이었는데 그들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의 삶을 표출해 내었다. 철영은 아픈 아들인 편윤이와 아내 이화를 두고 진주성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가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화의 설득으로 우선 의원을 찾아가서 데려온 후에 진주성 전투에 참여하고자 하였지만 이미 전쟁이 커져 진주성 전투에 지금 참가하지 않으면 죽어서 조상님들 얼굴을 뵐 낯이 없고 임금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연락도 없이 다시 돌아가지 않고 그 길로 진주성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피난가는 평민. 박동구의 가족을 서슬퍼런 칼날로 위협하며 그들 가족 또한 진주성 전투에 참가시킨다.
그가 도착한 진주성은 이미 왜군에게 장악되었고 그는 그곳에서 포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무차별적으로 우리네 백성을 죽이던 왜군들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앞장서서 왜군에게 대항했던 대장들을 신고하면 살려주겠다고 하였는데 그때부터 그는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을 제발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주문을 외운다. 하지만 그의 눈에 박동구가 보였다. 그리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얼마나 심장이 쿵쾅거렸는지 모른다. 박동구가 말하기 전에 그를 허위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박동구는 신고하지 않았다. 그에게 고마웠고 미안했다. 나라를 위해서라고 말을 하며 목숨을 바치지만 그 사람들 속에는 당연히 철영과 같은 살고자하는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고된 노역을 하던 어느날 그는 집에있어야 할 아내 유이화를 진주성에서 보게 된다. 도대체 편윤이는 어디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맡긴 것일까? 눈을 마주치고 싶어도 마주칠 수도 없었고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철영은 한자를 많이 안다는 이유로 왜장 아사노 유키나가의 아들들을 일본으로 가서 가르치는 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느 정도 그에 대한 대우가 좋아졌고 그는 아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이미 이화는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버린 뒤였다. 그는 아내를 찾기 위해 일본행을 감행한다.
이화는 일본의 덴카이집안에서의 노예로 살게 된다. 갖은 수모를 받고 배고픔으로 연명하는데 덴카이에게 빚독촉을 하러 온 사에키의 욕정을 받아내 줄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왜놈들을 받아냈기에 이미 그런 부분에서는 감각조차 무뎌졌다. 밥만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인 그녀. 어느날 덴카이의 부인의 질투심으로 인해 그가 주는 밥을 먹으며 몸을 대주려다가 두려운 마음에 도망치다 길거리에서 덴카이에게 맞다가 일본행의 배안에서 만난 친절한 왜군. 히로시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그 끔찍한 곳에서 그녀를 돈주고 사왔다.
히로시는 그녀에게 아시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녀에게 자신의 부인이 되어달라 청혼한다. 그녀는 그렇게 안정을 찾아갔지만 어느날 찾아온 사에키의 부하들로 인해 그녀의 몸을 탐하는 사에키에게 잡혀갔다. 아들 시로즈와 남편 히로시를 두고 자살과 함께 사에키를 죽이고자 하였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사에키의 힘도 힘이지만 히로시가 잡혀와있기 때문이었다. 그를 살리고자 그녀는 사에키에게 또 다시 굴욕을 당하게 된다. 히로시는 목숨은 구걸했지만 그곳에서 다리를 절수 밖에 없게되는 치욕을 당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아내 유이화를 찾기 위한 철영의 몸부림. 아내 아시타와 그의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히로시의 몸부림 속에서 그들은 기노가와를 건네주는 사람으로 또한 건너가는 사람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철영이 이화를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었을까? 히로시의 터무니없는 품삵으로 인해 그는 경호무사 야타로에게 그의 이름을 확인해두었고 여행이 끝난 후 자신이 경호무사로의 일을 제대로 못했던 부분을 만회하고자 잡아들였던 히로시가 돈을 갚지 못하자 죽임을 당할 줄 알던 그의 아내 아시타의 방문으로 인해 유이화와 철영은 재회를 한다.
조선으로 함께 돌아가자는 철영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갈 수 없음을 말한다. 물론 다시 그와 함께 돌아가면 꿈에서도 그리던 고향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녀는 철영도 히로시도 아닌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의원을 데리러 간 아비를 기다리다 죽어버린 아들. 편윤이..편윤이는 혼자 외로운 길을 혼자 보냈지만 이 아이들을 또다시 혼자있게 만들 수는 없었다. 어찌보면 철영은 비겁했다. 물론 나라와 조상을 생각한 부분은 가상했지만 그는 그 마음도 금방 변심했고 자신이 살고자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철영은 그 벌로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죽었다고 한다. 유이화의 기가 막힌 삶이야기는 그저 소설로만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삶을 살았던 우리네 여인들이 생각이 나면서 내가 지금 얼마나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현실에 충실하고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 책이 쩡에게 주는 메세지™ ♡
국화처럼 무심히 살고 싶었다. 어느 땅에 피든, 어느 집에 피든, 땅을 가리지 않고 계절에 맞춰 피었다가 계절을 따라 떠나고 싶었다. 담 아래에 갇혀 있지만 국화는 계절을 따라 떠날 것이다.
마음은 간사한 법이다. 사람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짓은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살아 있어야 합니다.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그게 전부요. 살아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요." (일본으로 떠나는 배안에서 히로시가 유이화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상대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 내 말을 상대에게 전할 수 없다는 것은 불편을 넘어 공포였다. |
|
|
[유이화] 소설에 중심 인물인 안철영은 조선 선비 이진영(1571-1633)이 모델이다. 임진왜란때 의병으로 출전하여 싸우다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소사카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의 한문 실력을 알아본 와카야마의 번주가 시강으로 초빙했으나 이진영은 "조선의 신하로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말을 하며 거절했다. 이런 그의 성격이 그대로 안철영속에 녹아 있다.
임진왜란속에 패자인 조선의 국민들은 전쟁전에 행복했던 삶과는 다르게 포로가 되어 여자들은 일본군에게 몸을 빼앗기고 힘든 노역에 먹을것도 제대로 먹지못하는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많은 조선인들이 바다건더 머나먼 일본으로 가게되고 그곳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조선인 포로들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철영은 자신과 가족보다 나라를 먼저생각했으며 그로인해서 행복했던 그리고 사랑했던 가족과 아이를 읽고 만다. 안철영의 부인인 유이화는 철영과는 달리 그녀에게는 가족이 중요했으며 그외에는 그 다음이었다.
소설속에서도 "나는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닙니다. 이 아이들의 어미입니다."라고 말하는 이 부분이 이화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죽은 아들을 차마 땅에 묻지 못하고 남편이 와서 아들의 얼굴이라도 보여주려고 싸늘하게 누워있는 아들과 함께 여러날을 함께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읽어 내려가면서 어느덧 내 눈가에는 이슬이 촉촉히 맺혔다.
철영은 유화를 찾아 다시 못올 조선을 뒤로하고 일본으로 가게되고 그곳에서 다른 조선인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이화를 끝내는 찾게되나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것을 알게 된다.
[유이화]속에는 자기 나라를 자기의 의지와는 다르게 떠나 그곳에서 살아갈 수 밖에는 없는 모든 이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하고 돌아보게 한다.
소설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국화처럼 무심히 살고 싶었다. 어느 땅에 피든, 어느 집에 피든, 땅을 가리지 않고 계절에 맞춰 피었다가 계절을 따라 떠나고 싶었다. 담 아래 갇혀 있지만 국화는 계절을 따라 떠날 것이다. 라는 부분이 내 머리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
|
유이화..이름일까? 아님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끝에는 꽃화자로..꽃처럼 떨어지는 봄 꽃이 아닐까 싶었다.
임진왜란..전쟁이 일어나서 남자들은 노역으로 여자들은 낮에는 노역, 밤에는 왜놈들의 노릿갯감으로 몸을 바쳤다. 그 놈들을 죽이고 싶었을 테지만, 점점 배고픔만 느낄뿐 감정이 허용하질 않았나보다 배만 불렀으면.. 몸만 따뜻했으면..그 마음 뿐이었나보다
유이화. 그녀또한 양반가에 태어나서 부지런하고 새벽닭이 울도록 바느질에 시부모 공경하고 아들을 낳고.. 그런 현모양처였다. 허나 전쟁으로 아이는 열병에 죽고, 남편은 전쟁에서 소식조차 없다. 기다리다 지쳐 왜놈들에게 끌려가 죽음보다 못한 고역을 치르게 된다.
그러다가 일본의 노역으로 끌러가서 갖가지 고생을 하다 하다 일본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이름은 아시타로...((내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아이들을 낳고 살던 중에서 일본서 아내를 찾던 철영은 드디어 이화를 만나게 된다. 함께 조선으로 돌아갈 것을 청하지만 이화는 아들이 죽어버린 조선을 택하지 않는다.
다만..지금 엄마만을 바라보는 두 아이들만을 택할 뿐이었다. 내가 돌아가면 그 아이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엄마만을 기다릴 뿐이라면서..
전쟁의 희생양이다. 많은 조선의 여인들과 도공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희생양이 된 것이 마음이 아플뿐이었다.
하암...이화는 아이들을 위해서 살 뿐이다. 그 아이들 배굶주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나 같았으면... 그렇게 용기가 났었을까? 왜놈들의 노릿개 감으로 상상조차 할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암...다시 한번 밤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
|
예쁜 붉은 빛 표지에 기대감에 들떠 읽은 것과 달리, 상당히 재밌어 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싶었던 마음과 달리, 결국 꽤 빨리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멈추게 되는 책이었다. 슬퍼서 감정이 복받쳐서 책을 덮어야 했던 게 아니었다. 철영의 모습에 울분이 터져 계속 멈춰버렸다. 그의 끝없이 오만한 생각과 태도, 그로인해 고통받는 타인들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었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왜놈들이 쳐들어오는 진주성. 아픈 아이와 잠 한 숨 못잔 부인을 내버려두고 철영은 진주성으로 들어간다. 전투가 벌어지고, 포로가 되는 철영. 우연히 부인 이화의 모습을 보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시 떠난 그녀를 그리며 그는 대장격인 일본인 아들의 선생이 되어 일본으로 건너간다. 한편 일본에 끌려가는 이화. 온갖 고생과 치욕을 견뎌내는 그녀 앞에 무식하게 듬직한 히로시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삶.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재회한 철영과 아시타. 그들은 세월의 허물을 뒤짚어쓴 사람들인가.
책을 읽는 내내 조선에 쳐들어오고, 부녀자를 능욕하고, 무고한 조선인들을 살상하는 일본인보다 철영이 더 미웠고, 그에게 더 많은 분노를 보냈다. 진정 소중한 것을 몰라보고,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며, 자신의 뜻이 곧 이치라며 타인을 불행에 떨어뜨리고,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그 무식함에, 그 오만함에 치를 떨었다.
시대의 허물이란 철영의 말. "내 당신의 허물을 용서해주겠"다는 철영의 말에 이화 못지 않게 두 눈이 바르르 떨렸다. 이 사람 어쩜 이렇게 끝까지 사람 속을 긁어놓나. 나의 말이 이화의 입을 통해 재연된다. "나는 허물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스라한 경계를 벗어나 당당하게 아시타로서 살아가는 이화의 모습은 그래서 멋지다. 그 무엇도 아닌 자신으로서 살아가고 있기에 힘들고 고되도 반짝임이 보인달까. 조선인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허울뿐인 논리만으로 무장한 철영보다 훨씬 더.
그런데.. 정말 이화는 아니 다른 여인네들은 허물이 되는걸까. 혹시 허물은 철영 자신 조선인을 외면한 조선관리, 자신의 백성과 신하를 외면하는 왕은 아닐까. 내 눈엔 그들을 뺀 모두는 피해자와도 같았다. 자신들이 삶을 포기하고 바다 건너 전쟁터로 온 일본의 군인들, 진주성 근처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 안에서 죽어나가고 고통받아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살기 위해 교태를 부려야만 하는 조선의 여인들. 그들이 한 일을 어찌 허물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적어도 명분만을 위해 삶의 의미를 놓친 철영과 임금 그런 사람들이말이다.
마지막에 가서 철영이 진정으로 무언가를 느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른다. 그의 마지막 시를 보면 여전히 그는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것 같기도하다. 다만 무릎 꿇은 히로시에게 독백처럼 내뱉은 그 말에서 분명 그는 자신과 다르게 삶을 사랑한 누군가를 본 것 같은 확신을 느낄수 있었다.
잔뜩 안개낀 아시타(내일)를 그리는 이화도 그런 그녀를 위해 무릎꿇는 히로시도, 그 외 많은 조선인 포로들도 아시타엔 손톱의 때만큼이라도 더 좋은 날이 되길. 부디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이 세상 많은 철영들에게 진정 소중한 것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길.
|
|
“나라 ……. 그래서 나으리는 나라를 구하셨는지요 ?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이국의 타향에서 갖은 수모와 멸시를 인내하며 살아야 했던 조선 여인의 비참한 일대기를 들여다 보면, 눈물로 보내야 했던 그 시절의 아픔이 되살아 나는 듯 하고, 지금도 그들의 후손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 오지 못하고 타향을 떠도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소설을 통하여 알게 되어 다시금 우리가 잊을 수 없는 현실에 있음을 안타깝게 한다. |
|
<유이화>는 임진왜란 말기 진주성이 함락되고 전쟁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부인 철영과 이화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지만, 사실 전쟁을 겪어내는 데에 따로 더 고생 많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적국을 미워하자는 의도로 쓴 소설도 아니다. 그저 사람 목숨이 가벼운 전쟁통의 모습이 싫을 뿐이다. 그 와중에 조선에 데려가 달라고 청하는 한 여자의 편지가 참 와닿았다. 본래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알던 것을 모르게 되는 그 상황이 처참했다. 글은 재미있었다. 역사소설이지만 정치보다는 개인을 다뤘다.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각 인물들에 대해서 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에 작가의 글을 보고 조금 놀랐다. 나라를 위한답시고 가족을 돌보지 않는 것이 인간으로서 할 도리냐, 묻는 것이다. 전쟁 포로로 끌려갔으니 계속 고국을 그리워 해야 하느냐? 거기서 적응하고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변절했다고 봐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자기 안위만을 궁리하며 동포나 국가를 저버리는 그런 형태의 적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해서 제목이 <유이화>인가보다. 왜에서 유이화가 아시타(내일)라는 이름을 얻은 것처럼, 우리도 내일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유이화>유이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