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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문화를 ‘그로테스크’라는 관점을 통해 일본의 문화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로테스크라는 용어는 많이 들었지만 정확한 뜻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기에 서문과 저자의 글을 통해 먼저 이 단어에대한 정의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히 서문에서의 설명은 이 어려운 단어에 대한 고찰을 자세하게 해주고 있다. 일본의 전역사를 아우르며 문화속에 녹아 있는 이 그로테스크한 요소를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는점이 특히 좋았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그로테스크라는 용어를 기괴하고 끔찍하거나 엽기적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로테스크는 기존의 것에 대한 변형, 그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뿐만 아니라 괴기한 것, 부조리한 것, 아이러니, 왜곡, 패러디, 풍자, 비하의 형상을 통한 우스꽝스러운 형상 등을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있다... 상대의 언령 신앙, 중고의 모노노케,중세의 노, 근세의 가부키와 교겐,근,현대의 애니메이션에 이르기 까지 일본문화의 그로테스크적 요소는 중단없이 전송되어 왔다. 이 책은 일본의 종교적, 문화적, 표상에 주목해 일본 문예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의 형성들을 추출하여, 이를 인물, 언어, 공간, 변형, 변신, 가면, 영화와 같은 문화코드로 분석했다.(서문 중에서, 김종덕)
일본문화 하면 '그로테스크’라는 단어가 연상될 정도로 그 스펙트럼은 실로 다양하다, 그로테스크’는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판타지, 몽환, 환상, 괴기, 엽기, 광기, 익살, 풍자 등의 모든 요소를 포괄하는 개념이다.(P32 김후련)
책에는 모두 10편의 글을 통해 '일본 문화의 그로테스크 형상학'이라는 코드를 시대별, 장르별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일본 문화 전반을 살피고 있다.
일본의 성문화로 부터 상대의 언령 신앙, 중고의 모노노케, 중세의 노能, 근세의 가부키歌舞伎와 교겐狂言, 여러 개의 역사적 증거물부터 노와 조루리를 포함한 전통 예능, 겐지모노가타리 등의 통속 소설, 6월의 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나타나는 그로테스크한 일본 문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고대 일본인들은 성을 인간과 자연의 번영의 근원이라 생각하고 그 신비적이고 불가사의한 힘에서 영적인 것을 느껴, 성을 생활의 근본으로 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즉, 성이란 신이 관리하는 신비적이고 신성한 현상이라는 생각에서 성기를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일본 고대 신화인 "고지키(古事記)"와 "니혼쇼키"를 살펴보면 일본인의 근친혼도 일본의 성문화 뿌리를 안다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일본의 성문화는 자그만치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8세기에 편찬된 「고사기」와 「일본서기」에서는 여자의 성기를 '호토'라고 칭하고 있는데, 이는 신성한 곳이란 뜻으로 자연히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고사기」의 국토생성신화가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데, 남매관계에 있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두신의 성적 결합에 의해 일본열도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성행위를 음습하고 칙칙한 것이 아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생산적 행위로 본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일본 성문화의 원형 (archetype)을 이룬다. 고대 일본인들은 성을 올바른 인간의 도리이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성스러운 행위라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그것을 죄악시 하거나 추하거나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성을 유희화하거나 향락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장의 춘화 우키요에 등에 나타난 다양한 교접 장면등이 이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남녀가 성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이렇다 할 종교적 속박이나 법률적 제약이 다른 사회에 비해서 적었기 때문이며 당시의 결혼은 법률횬이 아니라 남녀가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사실혼 이었기 때문에 연애와 성욕 그리고 결혼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P54)
성을 멸시하는 사상이 일본에서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중세부터로, 봉건사회 안에서 소위 일부일처제라는 명분이 생겨나고 성을 거래의 수간으로 삼는 관행이 생겨났다. 특히 남성중심의 성생활이나 남성의 여성에 대한 독점을 유지하려고 하는 발상에서 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을 윤리적으로 강제하고 그것을 철저하게 강요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그러던 것이 봉건사회가 들어서고부터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아 정당한 애정의 결과인 성의 결합을 부끄러워 해야할 차원이 낮은 행위라고 간주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중에 성의 문제를 숨기는 것이야말로 근대사회의 윤리라고 착각하게 되어 결혼관을 왜곡시키거나 착오를 낳아 불행을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의 대중문화 가운데 다양하고 엽기적인 그로테스크의 양상을 보이는 괴기 문화가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현상의 원동력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일본인들의 인간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과 인간성 해방, 그리고 일본의 감각적 문화와 그들의 한없이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일거라는 추측과 함께 '일본의 요괴문화'라는 글은 고전문예를 비롯하여 현대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에 나타나 요괴, 괴물, 유령 등의 갖가지 그로테스크한 변형 양상 및 상호 영향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고전문학에 나타난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움을 수반한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독자에게 긴장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작품의 문학성을 한층 제고한다. 특히 일본의 고전문학에서 모노노케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우스꽝스러운 대화는 등장인물과의 관계에서 작품의 긴장도를 높이고 주제를 치밀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P139 김종덕)
몽환마냥 덧없고, 짙은 어둠마냥 깊은 심연같은. 그러한 아름다움을 지닌 가면극 '노'보다 더 참혹하고 아름답게 인물을 죽이기 위해 애쓰는 작가의 '조루리'까지 일본은 타국에 비해 요괴에 관한 민간전설, 그림 등이 많이 전해지고 있으며, 요괴를 소재로 하는 연극, 영화, 만화 등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 있으며, 국가에서 관리하는 요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있을 정도이다. 오늘날 일본의 요괴는 전통적인 요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본문화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가 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의 요괴를 생성 아니 창작하고 있다. 요괴는 허황한 것, 허튼 것, 비과학적인 것이라 해서 물리치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상상력의 또 하나의 표현양식이라는 관점에서 요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나아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요괴를 즐기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더러는 문화산업으로 응용되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마이너스적인 힘을 해소하는 분출구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이러한 요괴는 일본의 다양한 神 을 포함하는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존재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것을 일컫는다. 또한, 현대에 와서도 신도(神道)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을 볼 수 있는데, 각 지역의 신사(神祠) 뿐만 아니라 음식점 등의 상점에도 각 신을 모시는 불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신도는 만물에 정령이 있다는 애니미즘의 성격이 강하다. 고대, 중세, 근세를 거쳐 이성적 사유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이 원시신앙 체계는 변하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 원시 신앙이 존재했지만 일본처럼 사회주류로 지속된 곳은 흔치않다. 일본의 요괴는 일본문화의 한 부분으로, 오늘날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우부메의 여름> 등 여러 매체에서 자주 차용되고 있다. 요괴는 허황한 것, 허튼 것, 비과학적인 것이라 해서 물리치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상상력의 또 하나의 표현양식이라는 관점에서 요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나아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요괴를 즐기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내에서도 일명 ‘엽기’라는 문화코드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1998년 우리나라가 일본 대중문화에 문을 열기 전에 이미 일본 문화는 가요, 만화, 애니메이션, 성인 잡지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엿보기(노조키)의 쾌감과, 엿봄을 당하는 아슬아슬한 공포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그로테스크에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매료된 한국인들이 있으며 지금도 일본 문화는 케이블 채널의 일본 드라마와 서점 소설 코너를 장악한 일본 소설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중이다.
일본 문화에서 발견하는 그로테스크는 서양의 것과 차이가 있다. 벌거벗고 춤추는 신,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한 춘화, 끔찍한 지옥, 우스꽝스러운 주인공, 기묘한 이야기, 엿보기 등 정상의 규범을 깨뜨린 일본 문화의 변칙적인 미학은 잔인하고 엽기적이며 광기를 담고 있는 한편 조소와 해학을 담고 있다. 단순한 기괴함을 넘어선 일본 문화의 그로테스크는 자유로우면서도 노골적이고(性), 두려우면서도 애잔하고(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엄이 있고(異), 부조리하면서도 아름답다(能). 일본적 그로테스크는 ‘그로테스크’의 개념을 확장하는 동시에 일본 문화의 다양성을 관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