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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행사로 사람들이 붐비던 숲에서 개를 산책시키러 나온 20대 남자가 심장마비로 즉사했다. 맥박도 뛰지 않았고, 생명의 징후도 없었기에 구급대원은 사망상태로 확인하고 영안실로 보낸다. 그런데 밤새 냉장실에 있던 그 시신은 아침에 피를 꽤 많이 흘린 상태로 발견된다. 시신이 인계될 당시만 해도 남자에게선 피가 흐르지 않았었는데, 죽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피를 흘릴 수도 있는 걸까. 구급대원들이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 걸까. 만약 영안실 냉장실 안에서 남자가 죽었다면, 그렇다면 아직 살아 있는 남자를 시트로 덮어, 영안실에 보관했다는 말이 된다. 이건 뭐 공포 영화도 아니고 말이다.
'숨기지 마.' 난 그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는 내게 숨기고 있다. 벤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앞만 쳐다보고 있다. 어둑한 계기판 불빛에 날카로운 옆모습이 비친다. 우리는 항상 이렇다. 비밀스러운 특정 정보들은 피한다. 우리는 비밀의 주위에서 춤을 춘다. 가끔은 거짓말도 한다. 처음부터 우리는 서로를 속였다. 그때 벤턴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우리 두 사람은 상대방을 속이는 법을 잘 알고 있다. 그건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직업적인 필요에 의해 서로를 속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바로 지금 이 순간처럼. 벤턴은 비밀의 주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난 진실을 원한다. 내겐 진실이 필요하다.
마침 스카페타가 6개월간 군법의관으로 근무 후 이제 복귀하려는 차에 이런 사건이 생겨 버렸다. 복귀 전 그녀가 막 부검을 마친 사체는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폭발 사고로 희생된 흑인이다. 아들의 어머는 죽은 아들의 정자를 추출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주입하는 일을 하게 해달라 요구하고, 그걸 거절하자 그녀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며 항의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 자기 집 뒷마당에서 놀던 여섯 살짜리 아이의 머리에 누군가 못을 박아 죽인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범행을 자백한 사람의 어머니가 편지로 하소연을 한다.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사람들의 압력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하버드에서 조니는 무인 정찰 차량에 관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했는데,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무인 정찰 차량이란 심장마비로 즉사했던 남자의 아파트에서 나온 모트와 같은 군대용 로봇이었기 때문이다. 스카페타는 이들 사건들 이면에 대량 살상을 유발할 수 있는 음모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고, 자신이 싸우고 있는 적이 누구인지 실체를 쫓아가기 시작한다. 죽은 사람이 피를 흘렸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작품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그것도 무려 18편이다. 국내에 출간된 시리즈로 아마 가장 많은 편수가 아닐까 싶은데, 법의학 스릴러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흥미로운 분야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재미있는 건, 이 시리즈에서 콘웰이 서술하는 기술들은 실제 법의학에서 사용되는 최첨단 기술들이라 매우 리얼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어렵기까지 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정보들로 가득한 법의학 스릴러의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건, 분명 이 작품에 대단한 무언가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 시리즈가 미드 CSI의 모태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그것에 힘을 더해주고 있고 말이다.
처음으로 죽은 환자의 차갑고 아무 느낌이 없는 몸에 메스를 대고, 처음으로 Y자형 절개를 했을 때 나는 뭔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 의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신이나 영웅일 수도 있고, 죽음조차 이겨낼 수 있는 재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렸다. 나 자신을 포함한 어떤 생명체도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거부했다....아마 병리학을 선택한 덕분에 나는 대부분의 의사보다 정직해졌을 것이다. 죽은 사람들은 내가 아무리 정성껏 도와줘도 나나 내 의사로서의 태도에 감동받지 않는다. 그전과 똑같이 죽은 상태일 뿐이다. 그들은 감사 인사를 한다거나,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낸다거나, 아이들에게 내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다. 그건 병리학을 선택했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실감한다는 건, 해군에 입대해서 아프가니스탄 산맥에 배치되고 나서야 진짜 전쟁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과 똑같다.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10년 만에 부활한 스카페타의 1인칭 시점 서술 방식일 것이다. 시리즈의 팬 입장에서야 수년간 듣지 못했던 목소리를 만나게 되는 반가움이 있을 테지만, 만약 이 작품으로 시리즈를 시작한다면 이 방식이 조금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의 진짜 이면을 그녀가 발견하게 되기까지 숨겨진 부분들이 많고, 엄청난 정보들과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간의 이익 관계 등이 얽혀 있어 플롯을 파악하는 것이 극중 화자인 스카페타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부의 진행에선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고, 몰입감도 좀 약한 편이다. 중반부까지 스카페타에게 감정을 이입해 읽어 나가다 보면, 대체 여기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던 거냐고 그녀처럼 소리지르고 싶어지니 말이다. 물론 다소의 지루함을 참아낸다면 스카페타 시리즈 특유의 탄탄한 재미를 결국 만날 수 있지만, 이번 시리즈는 조금의 인내는 필요하다. 연구실을 둘러싼 모종의 음모와 군대와 연관된 숨겨진 과거의 기억 등 그 동안 시리즈를 차근차근 읽어왔던 이들만 파악하기 쉬운 부분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즈물 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바로 인물들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쌓아가면서 맛볼 수 있는 재미는 그 어떤 작품보다 스카페타 시리즈가 최고 아닐까 싶다. 처음, 마흔 살의 나이로 법의국장에 부임한 스카페타 박사와 그녀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의 강력반 형사 피트 마리노, 스카페타의 조카인 열살 컴퓨터광 루시, 점잖은 FBI 프로파일러인 벤턴 웨슬리에서 시작했던 이 시리즈는 18편까지 진행되면서 인물들이 나이를 먹고, 관계를 쌓고, 변하기도 하면서 그들만의 '삶'을 구축해나간다. 스카페타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던 루시는 어느 샌가 그녀의 곁에서 업무를 서포트해 주는 든든한 인력이 되었으며, 내연의 관계로 발전했던 벤턴과는 결혼해 부부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스카페타 주변의 인물들이 등장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녀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이들은 점점 페이지 바깥으로 나와 살아 쉼 쉬는 캐릭터들로 성장하고 있다. 그것이 앞으로의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기존 시리즈들을 다시 한번 꺼내보게 될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사망했어도 시신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역시나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 역시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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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시리즈, 18번째 작품인 '죽은자의 도시'가 출간이 되었습니다.. '법의관'을 제가 구매해서 읽은게...거의 15년이 다 되가는거 같은데...시간이 정말 잘 가는거 같아요.. 물론 '스카페타'시리즈 속의 시간도 잘 흘려가지요.. 그런데 제가 중간에 읽지를 못해서..ㅠㅠ 꼬마 '루시'가 언제 어른이 되서.. 그것도 그냥 어른이 된게 아니라, 엄청난 부와 능력을 갖춘 재벌이 되어 나타나서 이모를 도와주는데 말입니다. 4권부터 11권까지가 얼른 재출간이 되야....제가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을텐데 말입니다..ㅋㅋㅋㅋㅋ 소설의 시작은 '군부대'에서 평범한 군법의학으로 일하고 있는 '스카페타'입니다.. 항상 책임질게 많았던 그녀는, 평범하게 있는 6개월의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데요... 몸은 좀 고될지 몰라도, 아주 속편하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던 그녀에게... 갑자기 '마리노'와 '루시'가 찾아옵니다...헬기에 그녀를 태우고...그녀의 짐까지 모조리 가지고 가는데요 아주 무례한 행동이겠지만, '스카페타'는 무슨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합니다. 한 남자의 죽음,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구급대원들은 그가 죽었다고 판명, 그의 시체를 '캠브리지 법의학'센터로 이송합니다 그러나.. 시체를 부검하기 위해 꺼내던 사람들은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는데요.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시체'...그는 '시체보관소'에 들어갈때까지 살아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을게 분명한 사실.. 그러나...책임자인 '잭 필딩'은 잠적하고, '스카페타'는 '캠브리지'센터로 복귀를 하는데요.. 그녀는 죽은 남자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눈치챕니다..그가 가지고 있는 권총과 카메라 그리고 영상을 통해서, 그가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음을 알게 됩니다. 거기다가 그의 집에서 10년전 프로젝트가 취소된 이송용 로봇이 발견되는데요... 의문의 남자의 죽음만으로도 복잡한 상황에.. 아들의 무죄를 주장한 한 여인의 편지, 그 사건은 현재 '스카페타'의 남편인 '밴턴'이 맡고 있는데요.. '조니 도나휴'의 유죄를 모두가 주장하는 가운데, '밴턴'만이 그가 무죄일것 같다고 생각중...입니다.. '스카페타'시리즈도 정말 꾸준히 나오는데 말입니다..ㅋㅋㅋㅋㅋ 작년 10월에...'스카페타 팩터'가 나온것으로 기억하는데...어느새 후속편이... '죽은자의 도시'는 ...10년만에 3인칭 시점이 아닌.. '스카페타'의 1인칭 시점으로 돌아와, 반갑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녀의 캐릭터에 더욱 공감하고, 그녀의 심리를 더욱 이해하게 되니까요..ㅋㅋㅋ 거대한 음모와 그것을 파헤치려는 '스카페타'팀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소설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기술들도 눈에 들어오던데요 얼마전에 영화 '토르2'에서 봤었던 기술... 시체를 부검하지도 않고, 사인을 알아낼수 있는 기술이 개발중이라고 하는데.. 현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법의학자들에게는 정말 좋은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엄청 비싸고 보급화되려면 아직 멀었겠지만 말입니다..) 역시 '스카페타'시리즈는 재미있습니다..믿고 읽을수 있는 시리즈라는..ㅋㅋㅋ 특히 '스카페타'팀과 같이 늙어가는 느낌이 드는 이 기분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그럼..다음편을 기대하며.....아니...중간책들도 얼른 재출간되면 좋겠습니다...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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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스카페타 시리즈의 18번째 작품으로 CSI의 모태가 된 작품으로 유명한 작품이죠.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작 이 작품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른 장르물이나 스릴러에 비해서 독특하고 그래서 약간의 지루함? 같은 것도 있고 많이 낯설고 생소한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한번 진득하게 읽어나게 된 작품이었죠. 법의학이란 것이 주 메인이다 보니 으음... 그런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고 또 현재 부검과 검시를 하면서 나오는 장비와 그런 류의 용어들이 많이 나오고 해서 일단 잘 모르지만 그냥 막 읽어나가보게 된 작품이었죠. 이 시리즈를 이번에 처음 읽어보게 된 것도 있지만 이 작품 의외로 처음 나온지 꾀 된 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시리즈의 18번째 작품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케이 스카페타는 미군에 소속된 법의학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복무중에 있었는데, 무료함과 그저 그런 일상속에서 어느날 마리노와 루시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옵니다. 그리고 무슨 사건과 무슨 일이 있다는 걸 감으로 눈치를 채지만 말을 않하니 어찌된 영문인지 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헬기에 태우고 가게 되죠.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건 무슨 큰 일이 벌여졌다는 걸 눈치채게 됩니다. 그리고 헬기안에서 보여주는 한 남자의 영상 공원에 산책하고 있던 남자가 돌연 심장마비와 같은 증상으로 쓰러지게 되는데, 그 영상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케이가 국장으로 있는 CFC(캠브리지 법의학 센터)에 보내고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서 시신을 꺼낸 순간 모두가 경악을 하게 되는데 바로 죽은 시체인 줄 알던 시체가 피가 흥건하게 있는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죠. 그럼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비닐팩에 싸여서 이곳에 오는 도중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이라는 거죠. 이러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난 와중에 케이의 부재시에 총책임자인 부국장인 잭필딩은 행방이 묘연하고, 그리고 속속이 들어나는 필딩의 태만과 문제들이 그를 변호하고 믿었던 케이에게 배신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도대체 케이가 없었던 기간동안 CFC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필딩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런 상황에서 그 죽은 남자가 보통의 인물이 아닌 바로 예전의 국방성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던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물이 아닐까 그 프로젝트와 연관된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남편인 벤턴은 사실을 다 말하지 않지만 조니 도나휴라는 소년에 대해서 무죄임을 확신하고 케이를 압박아닌 압박하면서 FBI출신답게 케이도 용의선상에 놓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케이가 CFC로 헬기를 타고 오면서 듣고 알게 되면서 정말 복잡다양한 여러 사건이 사방에서 터져나오면서 케이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워보이게 됩니다. 믿을 수 있는 자와 믿을 수 있는 자를 빠른 시일내에 분석하고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서 케이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기 위해 부검을 시작하게 되고, 이 사건이 보통의 사건이 아닌 복잡다양하게 얽혀 있지만 큰 음모가 뒤에서 숨어있음을 알아가게 됩니다. 일단 큰 기둥은 이렇게 되어있지만 이야기가 진행하면서 부검과 검시를 해나가는 전문용어와 그런 류의 단어들이 마구마구 사정없이 나오고 해서 생소한 것들로 인해 아직까지 잘 적응이 안되는 것도 있지만 작품 전반을 읽어나가는데 아주 큰 문제가 되지도 않고, 일단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꼈던 가장 큰 장점은 디테일과 섬세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장비난 용어보다도 케릭터의 심리묘사와 상태변화의 묘사가 이 작품의 그리고 이 시리즈의 큰 장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외에 이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미드 CSI를 생각하면서 읽어나가야 그나며 잘 읽어나갈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이번에 처음 읽어보게 된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처음 읽어봐서 다소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색다른 맛과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으로 시리즈의 첫 작품인 <법의관>부터 이번 기회에 한번 진득하게 읽어나가봐야 겠어요. 그래야 큰 태두리라도 그려나갈 수 있을거 같아요. 아무튼 색다른 맛과 매력이 일품이었던 작품으로 왜 다들 퍼트리샤 콘웰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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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페타 시리즈 18권이다. 이 시리즈를 처음 읽은 것이 벌써 십 년이 넘었다. 늘 그렇듯이 한동안 열심히 읽다가 중단했다. 대부분의 시리즈가 나오다 잠깐 멈추면 연속성을 잃는다. 이 시리즈도 1권부터 읽지 않았다. 예전에 2권으로 나누어진 것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낯설고 특이했다. 아마 CSI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조금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긴 시리즈의 경우 중간부터 보면 앞에 나온 이야기의 흐름을 몰라 약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시리즈도 그랬다. 하지만 법의학에 무지했던 그때는 스카페타의 이야기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지금도 가끔 그 무지의 순간들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시리즈는 첫 권인 <법의관>이다. 시리즈 중간을 읽다가 첫 편을 보았는데 완전히 몰입했다. 그 후 이어지는 악당의 이야기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순서를 정해서 읽어야 했다. 지금도 분권된 그 시절의 책들이 책장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읽어주길 바라며. 그리고 이 시리즈를 다시 읽은 것이 참 오랜만이다. 앞에 나온 것을 읽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순서에 상관없이 읽다 보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 반가운 등장인물들과 낯선 이야기들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는 이전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오랜만에 시리즈를 읽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며칠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이 긴장감을 극도로 고조시키지 못했다. 미군의 CT를 이용한 가상 부검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그녀의 연구실에서 일어난 이상한 죽음이 그녀의 귀환을 하루 앞당긴 것이다. 심장 부정맥 이상으로 죽었다고 판별한 시체가 갑자기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혹시 연구실에 왔을 때 죽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있다. 그런데 이 시체가 가진 기계 등이 특이하다. 최첨단 나노공학이 적용된 기술이다. 극소형 기계로 녹화된 영상이 있다. 하나의 의혹이 그녀를 흔든다.
그녀가 연구실로 돌아온 것은 6개월 만이다. 그 동안 연구실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이 있다. 잭 필딩이다. 부소장인 그는 제대로 연구실을 운영하지 못했다. 시체가 피를 흘린 것을 발견한 것도 그다. 그런데 그가 전화도 받지 않고 사라졌다. 그가 이전에 부검한 사건들의 의혹이 스카페타 앞에 하나씩 드러난다. 그 중 한 사건은 야스퍼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니 도나휴가 아이를 죽였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머리에 못을 박고 죽은 채 발견되었고, 조니는 자신이 한 것으로 자백했다. 벤턴이 심리 검사를 한 결과는 조니가 범인이 아니다. 그럼 누가? 뻔한 전개로 가면 가족 중 한 명이 범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온 그녀는 시체를 다시 조사하고 부검한다. 쉴 틈도 없다. 그녀 주변으로 마리오, 루시. 벤턴 등이 계속 오간다. 그녀에게 전달된 편지와 사람들의 잭에 대한 증언들이 그녀를 피곤하게 만든다. 사건의 나열, 증거 자료의 조사, 법의학 자료 등이 이어진다.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기계에 대한 설명이 있다고 해도 이미지가 없다 보니 낯설다. 몇 개는 다른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가 본 것이다. 결국 나의 이미지는 CSI에서 빌려올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 이전에 본 CSI를 떠올리며 그녀의 활약을 본다. 증거가 누군가를 가리킨다. 여기에 과거 속에 봉인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그녀가 장학금을 위해 선택했던 군 시절 남아공 파견이다.
이야기는 며칠 동안 스카페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정보가 그녀에게 집중된다. 그녀가 발생시키는 정보도 있지만 아직은 그녀에게 오는 것이 많다. 4분의 3정도가 액션도 없이 이런 정보의 집중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정보가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면서 올올히 풀린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용의자가 보인다. 왠지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이 아니라 연료가 불완전하게 연소한 것 같은 느낌이다. 약간 답답함이 있는데 나의 몰입에 문제가 있나 하고 자책한다. 그리고 의문사 남자가 끌고 다닌 개 삭이 신경 쓰인다. 연구실을 둘러싼 역학관계부터 과거의 기억까지 뒤섞인다. 혼란 속에서 그녀의 논리는 힘을 발휘하고, 진실에 한 발 다가간다. 다시 역주행 한 번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