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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식 선생의 책이라면 제가 검색을 해 보니 16기 5주차에 <송대 황제권 연구>를 리뷰한 적이 있네요. 본래 신 선생님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꼽히던 <동양문화사>의 저자로 유명합니다. 방대한 동아시아사를 책 한 권에 참 잘 정리한 명저인데 그때부터 관심이 생겨 한 권 두 권 사 모은 게 여기에 이르렀네요. 다루는 범위는 북송사 남송사 모두입니다. 외교사에 토픽이 한정되었다고는 하나 290여 페이지의 책에 어떻게 다 정리할 수 있을까 책을 펴기 전엔 다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읽고 나면 "역시!"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완성도와 품격은 볼륨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점 다시 깨닫습니다. 유목사회는 이미 5호 16국기를 거치며 본격적인 각성을 보이며, 수당을 거치고서 본격 농경 문화에 편입됩니다만, 거란, 여진 등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자각을 통해 침투 왕조 패턴을 극복하고 본격 정복 왕조를 표방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유목 민족 본연의 패기라고 말할 수 있죠. 이처럼 침투왕조와 정복왕조를 준별한 건 독일 학자 비트포겔의 위대한 성과입니다. 책에서도 특별한 언급과 오마쥬가 있습니다. 거란은 비록 파상공세를 통해 송을 압박했지만 문화의 수준이 아직도 일천했고 포괄적 국력이 여전히 미비했으므로 송을 압박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전연의 맹"으로서, 거란과 송 모두 명분과 실리를 각각 취하고 국력의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거란은 차츰 사치와 향락에 취했고, 송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시스템의 병폐를 일소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양국은 그 대가를 다음 시기에 톡톡히 치르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송 제국이 거란에 대해 여튼 형식상의 지위를 명분으로서 챙기며 대내 선전의 최소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고려는 실질적 위협도 되지 못하는 송에 대해 여전히 사대 스탠스를 취했는데, 이는 송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역으로 거란에 대한 견제, 멸시(?)를 통해 삼각 외교의 구조를 다지려는 의도였습니다. 후세에서 보기로는 상당히 노련하게 보이는, 책략성이 다분히 엿보이는 자세였죠. 책에서는 歲幣 문제를 자세히 다루는데, 세폐는 본래 속국이 상국에게 바치는 공물이지만 송-거란 관계에서는 완전히 이것이 역전되며, 이후 등장한 여진의 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책에서는 형식상의 외교 문제뿐 아니라, 조공 무역을 중심으로 한 무역, 경제 관계도 함께 다룹니다. 특히 송대에 들어 항로가 발달했는데 이는 북방을 강성한 유목민족이 완전히 장악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등장한 경로였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송은 여진 정벌을 고려와 함께 도모하려 했고, 이것이 여의치 않자 상국의 요청을 거절하는 무례를 지적하며 도리어 고려를 치려 했는데 물론 자신의 역량을 전혀 돌보지 않은 유치한 망상의 발로에 지나지 않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