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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언제부턴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추위를 느끼게 되었다.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사실이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시나브로 캐롤이 울리는 계절이 오면 마음은 전보다 따뜻해지고, 그 따뜻해진 온기로 꽁꽁 언 두 손을 호호 불면 몸으로 느껴지던 추위도 금세 사라지곤 했었다. 그러나 낙엽이 미처 다 지기도 전에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은 계절에 앞서 몸마저 얼어붙게 하기 일쑤였다. 그것은 마치 일 년을 건기와 우기로 구분하는 어느 남쪽 나라의 구분처럼 마음 속에서 사랑이 간절히 필요한 계절과 사랑을 잊고 지내는 계절로 나뉘게 했다. 마음에서 시작된 사랑이 몸 전체로 퍼지는 봄과 여름, 도무지 사랑이라곤 찾을 길 없는 가을과 겨울. 나는 두 개의 계절을 '사랑기'와 '고독기'로 부르곤 했다.
내가 느끼는 '고독기'에 나는 유독 책 선정에 공을 들이곤 한다. 소설이나 에세이는 물론, 인문학 서적을 고를 때에도 남들이 보면 까탈스럽다 느낄 정도로 꼼꼼하게 고른다. 제목에서부터 내용이나 문체에 이르기까지 내가 세운 암묵적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책은 여지없이 퇴짜를 맞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집스런 노인의 모습이 떠올라 슬몃 민망해지기도 하지만 습관은 좀체 변하지 않는다.
케이트 제이콥스가 쓴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은 이맘때의 스산한 기분을 달래주는 좋은 책이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나 독특한 구성, 믿을 수 없이 섬세한 묘사나 화려한 문장은 보이지 않지만 소설을 이끌어가는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남의 불행을 마치 내 일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가슴 먹먹한 감동 스토리는 읽는 내내 한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든다. 게다가 뜨개질에서 느껴지는 훈훈한 풍경과 털실의 따스한 감촉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듯하다.
"뜨개질을 배우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내 의견을 말하자면, 난 뜨개질은 완전히 근육의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날, 당신의 손가락은 저절로 움직이고, 머릿속은 기분 좋게 차분해지는 상태로 빠져들 거예요. 손가락이 털실로 한 코, 한 코 뜨는 동안 머릿속의 매듭은 술술 풀려나가죠." (p.260)
사실 나는 뜨개질을 할 줄 모른다. 게다가 관심조차 없다. 그러나 손으로 뜬 니트를 보면 왠지 정이 간다. 오래 전 추억이 한 땀 한 땀 스며든 것처럼 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둘째 누나가 떠 준 장갑이며, 모자며, 스웨터며, 아, 그래 강원도에서는 '독고리'(내의 위에 입는 옷을 가리키는 강원도 사투리)라고 지칭되는 겉옷과 목도리를 한겨울 내내 입고 다녔다. 장에서 새로 사온 털실을 감을 때도 나는 누나에게 나의 두 손을 기꺼이 빌려줬었고, 품이 작아진 스웨터를 풀어 털실 뭉치에 다시 감는 지루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놀림이 재고 솜씨가 좋았던 둘째 누나의 심기를 거슬러 눈 밖에 나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던 게 어렸을 적 나의 금기 중 하나였다.
소설은 뉴욕의 작은 수예점에서 시작된다. 이름 하여 '워커 모녀 수예점'. 그곳의 주인이자 30대 후반의 싱글맘인 조지아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그녀의 딸 다코타, 조지아의 멘토이자 클럽 회원들의 뜨개질을 돌봐주는 애니타, 뜨개질에는 관심도 없었던 중국계 대학원생 다윈, 조지아와 함께 근무했던 출판사에서 정리 해고된 뒤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K.C, 40대 미혼녀인 프리랜서 TV 프로듀서 루시, 로스쿨을 포기한 채 니트 디자이너를 꿈꾸며 워커 모녀 수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페리, 조지아와의 우정을 배신하고 뉴욕의 유한마담이 된 캣 등 금요일 밤 뜨개질 클럽 회원의 면면은 다채롭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할머니로부터 뜨개질 기술을 물려받은 조지아는 싱글맘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가 우연히 애니타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니트 주문도 받게 된다. 그 후 애니타는 조지아의 성실함과 뛰어난 뜨개질 솜씨에 반하여 거액의 투자금을 내놓음으로써 '워커 모녀 수예점'이 탄생한다.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도 독립하여 뿔뿔이 흩어진 후 마음을 둘 데 없었던 애니타는 조지아와 다코타를 딸과 손녀처럼 대한다. 조지아의 수예점이 점차 유명세를 타면서 수예점을 이용하는 단골들이 늘어나고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이 수예점을 통하여 투영된다.
조지아를 버리고 프랑스로 떠났던 제임스가 다시 찾아 오고, 애니타는 상점의 건물주이자 1층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마티와 사랑에 빠지고, 아기를 유산한 후 남편마저 멀리 떠나자 마음을 잡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대학원생 다윈은 논문을 준비하면서 루시의 출산을 돕고, 결혼도 하지 않은 40대 초반의 프리랜서 루시는 임신과 함께 엄마가 될 결심을 굳히고 불편한 몸으로 틈틈이 수예점의 홍보 동영상을 촬영하고, K.C는 페리의 도움을 받아 로스쿨 입학시험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딸과 가까워진 제임스가 자신의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다코타를 소개하려는 계획을 조지아가 강하게 반대하자 다코타는 가출을 하고, 상류층의 남자와 결혼한 캣은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주는 대신 파티와 과소비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조지아와의 우정을 그리워한다. 조지아에게 니트 드레스를 주문한 캣은 그 핑계로 조지아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결국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한다. 조지아는 딸의 가출을 통하여 자신이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음을 깨닫게 되고, 딸과 함께 할머니가 사시는 스코틀랜드 여행을 계획하고 캣도 그 길에 동행한다.
스코틀랜드 여행을 통하여 딸 다코타는 마음을 잡았고 사랑을 찾아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온 제임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조지아, 남편과 헤어진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해 하던 캣도 조지아의 할머니와 지내는 동안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한다.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조지아에게 애니타는 마티와의 관계를 설명하며 조지아로부터 산부인과 의사를 소개받고 두 사람은 산부인과 검진 예약을 한다. 모든 게 잘 풀려가는 듯 보이던 그 순간에 그들에게 다가올 불행을 아무도 예감하지 못했다.
"마침내 그녀는 '난 암에 걸렸어'라는 사실을 핑계로 어떤 결정이나 행동도 할 수 있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덜 심각해진다거나 그녀의 두려움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암 진단을 받은 것은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조지아는 마침내 다른 무엇보다 자신을 우선시해도 괜찮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p.443)
조금 구태의연한 설정일 수도 있겠다. 조지아는 결국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캣은 조지아를 위해 남편의 이혼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난소암 분야의 유능한 의사를 소개받는 것과 동시에 수술 예약을 한다. 캣은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에도 같은 집에서 머물며 조지아를 살뜰히 살핀다. 조지아를 버리고 다시 달아날 줄 알았던 제임스도 자신의 딸을 돌보며 조지아의 곁을 지킨다.
"부드러운 털실, 날카로운 바늘, 도안, 매끈한 코바늘, 창조성ㆍ인간미ㆍ상상력과 같은 무형의 에너지들을 끌어 모아 우리의 영혼이 깃들인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게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사실이다." (8쪽)
어제 저녁엔 눈보라와 함께 바람도 거세게 몰아쳤었다. 사람들은 을씨년스럽고 삭막한 풍경에 잔뜩 겁을 먹었는지 거리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만 들려오던 어젯밤에 나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었다. 500쪽이 넘는 이 책을 결국 다 읽고나서야 잠이 들었다. 오늘은 금요일, 어릴 적 둘째 누나가 떠주었던 포근한 스웨터의 감촉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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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고나서 태교로 배웠던 뜨개질의 재미에 푹빠져 있던 시간이 생각난다. 실의 포근한 감촉과 따스함이 손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모인 사람들도 하나 둘 서로 다른 인생을 살면서도 뜨개질하는 그 시간만큼은 뭔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공통된 관심사를 두고 서로가 즐겁게 놀고 떠들며 유쾌한 시간을 보낸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며 책장을 열었다.
각기 다른 삶 속에서 뭔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모여 뜨개질을 한다는 것이 뭔지 모를 하나 둘의 사연들이 내 호기심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개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선뜻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웬지 모를 나도 뜨개질을 배우면서 사람들과 섞이면서 내 이야기를 조금씩 하게 되는 그 무언가 모를 심리를 잘 알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줘서라기보다는 같은 취미 같은 생각을 어느 한편에서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시 간이 조금씩 내 마음과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한것인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이끌리는 끈끈한 정이 이 곳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두꺼운 책만큼이나 풀어나가야할 실타래도 엄청나다. 그러나 그리 복잡하진 않다. 복잡해 보이지만, 쉽게 쉽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것이 이 책을 묘미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이 엉켜버려 지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각기 다른 삶 속에서 힘들고 지친 그들이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 따분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기에 강한 동질감을 가지며 나또한 같은 뜨개방 클럽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때로는 마음 한켠이 편하질 못했지만, 결국 그들의 삶이 나에게 주는 감동과 교훈은 자신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길보다도 가장 평범한 그 이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내 위치가 참 평범해보여 따분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내가 몰랐던 내 이웃들의 걱정과 고민들을 들어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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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뜨개질 솜씨가 좋으신 엄마 곁에서 털실은 꽤 가까운 친구였다. 색색의 털실 뭉치를 굴리면서 놀기도 하고 오래된 스웨터를 다시 푸는 재미에 실을 엉망으로 엉켜놓는 바람에 야단을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옆에서 어떤 방해를 하건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건 간에 엄마의 뜨개질은 늘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실력 뿐 아니라 센스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딸에게는 뜨개질이라는 취미를 물려주지 않으신 걸까. 코를 만들고 바늘이 오가기를 얼마간 하다보면 금세 지겨워지고, 빡빡하다 느슨하다 고르지도 않은 솜씨에 스스로 실망해 집어치우기를 반복하다 결국 한 번도 제대로 마무리를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기억 저 먼 곳에 묻혀있던 뜨개질이란 행위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만든 책이 바로 이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The Friday Night Knitting Club]이다. 향수에 젖은 탓일까. 마치 사춘기 소녀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다. 달콤한 디저트와 그윽한 커피 향이 은은하게 떠도는 이 따스한 소설은 저자 ‘케이트 제이콥스’가 전하는 뜨개질에 담긴 인생 이야기로, 한 코 한 코 떠가는 뜨개질처럼 한 걸음씩 다가서며 관계를 맺는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뉴욕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워커 모녀 수예점’에 금요일 밤이면 모여드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야말로 ‘소확행’을 맛보고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놓는다. 그들 중에는 뜨개질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전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뜨개질 실력이 아니라 인생을 마주하는 자세다. 실패를 기회의 발판으로, 잘못과 후회를 용서와 희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말이다. 내 인생의 설계자는 나 자신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요, 여기 오는 사람은 누구나 뜨개질을 해야 해요. 그건 내가 약속하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털실을 사용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워커 모녀 수예점’의 주인이자 30대 후반의 싱글맘인 조지아, 막 사춘기에 접어든 조지아의 딸 다코타, 조지아의 멘토이자 클럽 회원들의 뜨개질을 지켜봐주는 애니타, 뜨개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대학원생 다윈, 출판사에서 정리 해고된 뒤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K.C, 40대 미혼녀인 프리랜서 TV 프로듀서 루시, 니트 디자이너를 꿈꾸며 워커 모녀 수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페리, 조지아를 배신한 고등학교 친구 캣……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회원들은 가게 안을 채우고 있는 색색 가지 털실만큼이나 다채로운 사연들을 펼쳐 보인다. [출판사 서평 中] “자기 인생은 스스로 지키고 책임져라!” 다코타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열세 살 사춘기 소녀도 알고 있는 인생의 첫 번째 규칙이다. 재료를 모으고 첫 코를 뜨기 시작하면 ‘시작은 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뜨개질이든 인생이든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살다보면 쉽게 흘러가는 시간도 있지만 힘든 순간도 찾아오기 마련. 복잡하게 꼬여있는 문제일수록 한 코 한 코 스티치를 마스터하는 자세로 차근차근 풀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찾아오지 않겠는가. 잘못된 부분은 풀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과도 같은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살아가는데 훨씬 힘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문을 열지 않으면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 히키코모리 기질이 농후한 나에게는 알면서도 어려운 숙제이긴 하지만 노력해보자. 잘 하지 못하는 뜨개질일지라도 우선 바늘을 손에 잡는 것처럼. “누군가와의 정직한 대화도 기도의 한 형태겠군요.” 결과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해도 문제없다. 모든 순간이 향상되는 과정이며, 모든 코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예상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더 나아질 여지는 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입게 되었을 때 당신은 스스로를 사랑으로 에워싸는 것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진정한 성취란 자신이 이룬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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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침침하고, 엉덩이도 아프고, 뜨개질 또는 십자수등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퀼트도 그렇게 한번더 열심히 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책 제목을 보고, 후기들을 보고, 할인매장에서 그 두꺼운 책을 보고 너무나 갖고 싶었다. 정말 읽고 싶었기도 했지만, 가지고 싶은 책이됐다.
저번 주문한 책을 후딱 읽고 나서는 뭔가 가슴에 오래남는 책들로 주문을 하고 싶어서 차분히 읽을 거리들을 정하고 주문했다.
5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대학시절 교양책보다 더 두꺼운 이 책을 펼쳐드니, 우선 손이 작아 펴들고 있기도 힘들었다.
눈에 익숙한 여러가지 뜨기의 이름들이 나오면서 다양한 여자들의 일생의 모습들이 표현되면서 대학시절에 읽었던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다시금 생각나게 했다. 그 책 또한 잔잔하면서도 중간중간 시선을 집중시키는 구성을 해놓았고, 영화화됐었는데, 이 책또한 지금 줄리아 로버츠를 주인공으로 해서 영화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라면 마음 편하게, 또 따뜻하게 페이지를 넘길수 있을것 같다.
결론부분이 너무 극적이라 통속적이지않나 싶은 면도 있지만, 간만에 읽은 편안한 영화같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마디의 충고가 글 중간중간 나온다.
자기 인생은 스스로 지키고 책임져라!
네 인생은 너하기에 달렸다.
어른들 말씀은 틀린게 없다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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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을 아주 좋아한다. 손으로 오물조물 만들어서 무언가 짠하고 나타나는 것은 무엇이든지 서슴치 않고 도전한다. 그중 매력적인 것이 뜨개질도 하나이다. 이쁜 실들도 짠하고 목도리가 가방이 스웨터가 완성된다. 나도 딱 한번 뜨개질 모임에 참석 아닌 참석을 한 적이 있다. 동네에 있는 조그만 수예점에 실을 사러 갔는데 우연히 그 때가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뜨개질을 하는 시간이였던 것이다. 물론 옆에 앉아서 친한 척 하지 못했지만 천천히 둘러 보라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에 이것저것 구경하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하였다. 만드는 것은 다들 달랐고 색상도 달랐다. 하지만 그들의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고 같이 고민을 들어주는 모습에 부럽기도 했지만 막상 저도 올께요 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이나 구경을 하고 실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간 것이 기억이 났다.
이 책에서도 뉴욕에서 사람이 그리워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뜨개질이 목표가 아니라 그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워커모녀수예점에 모여든다. 그들 나름의 상처와 고민을 가지고서..... 주인공 조지아는 워커수예점의 주인이자 백인임에 흑인 딸을 가진 싱글맘이자 어렸을 적 친구에게 배신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순탄치만 않은 삶을 살아가는 여자이다. 그녀는 결국 딸 다코타의 아빠 제임스를 만나게 되고 그가 변했음을 확인한 후 마음을 열지만 그녀에겐 더욱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어렸을 적 배신당한 친구를 만나 다시 마음을 열게 되고 할머니에게 딸도 데려가고 정신적인 지주 애니타와도 잘 지내지만 모든 것이 너무 잘 굴러간다고 환호성 치던 나는 예상치 못한 결론에 참으로 가슴이 짠하고 울먹이게 되었다. 해피엔딩을 바랬었는데 말이다.
"언제나 지금보다 더 적합한 때가 있게 마련이고,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거야. 하지만 우리가 가진 건 지금 이 순간 뿐이야."-P205- 뜨개질 비디오를 만들자는 제안에
"착한 사람이 될게요." 다코타의 어조는 두려움으로 높아졌다. "아니야." 그날 밤을 통틀어 가장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조지아가 대답했다. "그냥 너 자신이 되면 돼." -P513- 이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우리는 착한 딸 착한 친구 착한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가 그런데 그런 나에게 그냥 너 자신을 찾으라고 말해 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약간은 뒤쳐진 지금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 태어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할 것이며 늘 한발자국씩 나아갈 것이다. 분명 가끔은 쉬고 싶은 그늘이 필요할 테지만 나중에 돌아볼 때 후회없는 나의 삶을 위해 나 자신을 사랑하고 늘 귀 기울여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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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롭게 부활한 뜨개질의 인기가 놀랄 만한 시대 역행적 현상이라는 게 꺼림칙하지 않으세요? 뜨개질 같은 구식 취미 활동에 시간을 낭비하는 여성들이 과연 자신의 직업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요?” p 21 다윈의 말이다. 이 말은 내 생각이기도 했다. 언니와 동생은 손재주가 좋아 뜨개질이나 재봉질을 잘하는데 반해 나는 코 뜨기조차 할 줄 모른다. 나는 스스로 그런 나를 ‘길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여성의 전유물 같은 뜨개질은 도전적이며 진취적인 인간에겐 퇴보적이고 고립적 방어체계라고 생각하는 내 사유의 단적인 표현이기도 했다. 여럿이 모여서 하게 되는 뜨개질에는 여자들의 ‘수다’가 있다.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던 ‘뜨개질’과 ‘수다’가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거쳐 완벽하진 않지만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옷을 만들어 낸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알아가는 과정이 이 책엔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여성의 연대’가 있다. 페미니즘의 기준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페미니즘을 논하고자 했다면 뜨개질이라는 소재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 남성의 아류나 짝퉁이 되기를 강조하기보다 여성이 갖는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가부장적 사회에 오롯이 여성의 이름으로 서는 느낌. 너무 강한 페미니즘은 같은 여자인 나에게도 때론 반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혼돈 속에 있는 감정선을 촌철살인의 언어로 정리해줬다면 좀 지나친 과장인가? 그럼에도 나는 나를 알아가는 그 과정이 책속에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의 심취 멤버는 여덟 명 정도 되겠다. 워커 모녀수예점의 경영주이며 이 모임의 리더인 조지아, 그리고 조지아의 후견인이면서 대모격인 애니타, 뜨개질 보다는 수다를 더 좋아하는 K.C, 방송국 프로듀서이면서 이 모임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루시, 여성사를 공부하는 다윈(다윈은 순전히 집단 속의 여성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자 이 클럽을 방문했다), 조지아의 고교친구였으나 대학입학 약속을 배신하여 절별 했던 캣, 조지아의 딸 다코타, 수예점의 아르바이트생 폐리의 이야기이다. 조지아에게는 훤칠하고 잘 생긴 흑인 남자 친구인 제임스가 있었다. ‘뉴욕의 공기’속에 충만한 에너지와 열정으로 사랑을 나누었지만 다코타를 임신시키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파리로 떠나버린다. 할머니에게서 배운 뜨개질을 하며 센트럴파크에서 절망적 눈물을 흘릴 때 미망인인 애니타를 만나게 되고 애니타는 그녀의 첫 고객이자 삶의 지원자가 된다. 다윈은 페미니스트이다. 여성학 논문을 위해 수예점을 취재한다. 그녀의 상처는 부모로부터 길들여졌다는데 있다. 똑똑하고 개성강한 그녀를 보편적 여성으로 키우고 싶어 하셨던 부모의 길들임은 반항만을 키웠을 뿐이다. 루시 또한 부모로부터 길들여졌다는 점은 비슷하나 그녀는 자아보다는 역할(언니, 동생, 딸, 여자친구)들 사이에서만 존재가치가 있었던 여자였다. K.C는 열정을 바쳤던 직장에서 구조조정에 이른 마흔을 넘긴 노처녀이다. 그녀의 오랜 꿈이었던 변호사가 되려고 로스쿨입학을 위해 늦은 공부에 도전한다. 캣은 돈 많은 남자의 허영 속 장식품으로 살다가 조지아와 뜨개질클럽을 통해 이혼을 감행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제2의 성장을 시도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안에는 지금도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여성들의 힘겨운 세상과의 싸움을 엿볼 수 있다. 혼자였다면 더 힘들었을 일들을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이끌어주면서 자신을 찾아가고 삶을 창조해 나간다.
그 창조의 과정을 뜨개질이라는 여성적 전유물에서 발견해 내는 과정도 흥미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털실을 고르는 일이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털실을 고르라고 말한다. 최고의 작품을 원한다면 그 기본에 가장 충실하게 투자하라는 말이다. 『무형의 에너지들을 끌어 모아 우리의 영혼에 깃들인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그것이 뜨개질 속의 인생이다. 두 번째는 첫 코 뜨기이다. 첫 코를 뜨는 데는 수십 가지의 방법이 존재하고 그 방법은 뜨는 사람의 기술 혹은 옷의 디자인에 따라 다르다. 어떤 시도를 하든지 간에 그 작품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게이지내기이다. 작품을 자신의 몸에 맞게 설계하는 작업이다. 이 또한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둔다. 뜨개질을 할수록 코의 형태는 변형되는데 두 사람이 똑같은 사이즈와 똑같은 타입의 바늘을 써도 코의 크기와 밀도가 다르고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의 작품이 각자에게 모두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겉뜨기와 안뜨기인데 겉뜨기는 매끈하고, 안뜨기는 울퉁불퉁한 것처럼 겉뜨기는 당신이 세상에 내보이는 쪽이고, 안뜨기는 우리의 내면일 수 있으나 모든 매듭은 안뜨기를 통해 마무리 된다. 아름다운 겉뜨기를 보이기 위해 내면의 고통을 감수했을 때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복잡한 스티지를 마스터해야 하는데 이 또한 순탄치만은 않은 우리인생의 안뜨기의 과정이 아닐까? 잘못된 부분을 풀어내기도 하는 것처럼 진정한 삶은 용서를 통해 다시 재회할 수 있음도 말해준다. 살다보면 그냥 놓아버리고 싶은 경우도 많은데 힘든 순간 놓아버린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면 ‘다시 시작’해보자. “미완성 작품을 계속 붙들고 있게 만드는 건 은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잘 마무리 하려면 풀리지 않게 코막음을 해야 할 것이며 각자 뜬 판들을 잘 이어 붙여야 하고 스스로를 사랑으로 에워싸듯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옷을 입어보는 일이다. 부모나 사회, 남자에 의해 종속되었던 삶을 사는 여자들은 서로 연대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고 꿈을 이룬다. 나는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엄마로 살고 있다. 매일 밥상을 차려야하고 빨래를 해야 하고 똑 같은 식구들을 보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다. 의외로 그런 날은 참으로 많다. 밥이 지겹고 밥을 위한 벌이가 지겹다. 나는 없어지고 부엌데기만 남아 있는 듯한 절망감도 수시로 느낀다. 그러나 그 일들은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처럼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어떤 이는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고 미련한 짓이라고 했지만 허기진 배도 그리 유쾌하진 않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지만 새로운 최고의 털실을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격려했던 도전과 맹세들을 생각해본다. 분명 쉽지 않은 일들이 있겠지만 이겨내는 힘도 나에게서 찾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되는 일’이리라. 조지아는 암으로 죽어가면서 딸인 다코타가 “착한 사람이 될게요.” 라고 할 때 힘겹게 말한다. “아니야. 그냥 너 자신이 되면 돼.”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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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에 놀러오세요!
연이어 무거운 이야기들만 읽어댔더니 머릿속이 넘 복잡한 것 같아 가벼운 책을 집어들었다. 뽀송뽀송 따뜻해 보이는 털실의 노오란 표지가 참 맘에 드는 책이다. 내용은 가벼울 것 같지만 두께는 절대 가볍지 않은 책 요럴때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많이 보는데 (책읽기전에 화성아이, 지구아빠도 봤고,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도 봤다 ㅎㅎ) 그것과 마찬가지. 줄리아로버츠를 주연으로 영화화 하기로 했단 얘기에 어떤 얘기일까 궁금해 집어들고서 읽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넘 가볍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 과는 정 반대. 알록달록 이쁜 뜨개질 실뭉치들, 맛있는 머핀냄새, 커피향 그리고 여자들의 수다~ 그 이미지들이 실제 눈앞에 펼쳐진다니 . . 다 읽자마자 아 ~ 근사한 영화 한편이 탄생하겠구나 싶었다. 책 읽다보면 줄리아로버츠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 그녀는 굉장한 뜨개질 매니아라고 한다. 주인공 조지아역에 잘 어울릴 듯 ~ 뜨개질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모습이 기대된다.
" 사람은 누구나 어릴때는 자기가 평생 온갖 멋진 사람들을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 따라서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연락이 끊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처음에는 그렇게 헤어져버린 친구들을 아쉬워하지 않지.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정을 쌓기란 어려워져. 스스로를 더 방어하게 되고, 사람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고, 또 바빠지잖아. 그래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는 걸 깨닫게 되지. 그리고 그때는 이미 충분히 성숙해져서 어릴 적 자신의 태도와 건방진 행동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이 소설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코를 뜨고 복잡한 도안을 보며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고, 틀리면 다시 풀어 시작해야하는 뜨개질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는 우리네 삶
뜨개질을 중심으로 여자들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의 얘기일수도 있고, 당신의 얘기일 수도 있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는 그런 이야기이기에 이 책의 영화가 더 기다려진다. 가볍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으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
"다른 선택을 하기엔 너무 늦은 때란 절대 없는 법이니까. 또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기에 너무 늦은 때도 없고."
"너만 가장 힘든 팔자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지 마라. 스트레스는 상황에서 오는 게 아니야. 너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거지."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당못하는 사람도 있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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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이야기가 떠오르는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단 여자들이 모이는 곳에는 "수다"와 "음식"이 빠질 수 없나보다. 모든 것이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돌아가는 뉴욕일지라도 ^^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은 워커 모녀 수예점의 주인인 "조지아 워커"의 향기로운 발자취 혹은 뜨개질의 과정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다.
하루하루가 힘겹고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싱글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배신을 안겨준 인생 최대의 원수가 차례로 찾아온다면.. 과연 우리는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워커 모녀 수예점'의 운영자이자 다코타 워커의 엄마인 "조지아"에게 어느날 갑자기 헌신짝처럼 게다가 임신까지한 자신을 버린 채 달아났던 옛 애인이자 아이 아빠인 제임스가 찾아온다. 게다가 갑자기 아빠 행세를 하면서 다코타와 자신의 사이를 훼방 놓는다. 때마침 어린시절 함께 우정을 나누고 함께 인생을 계획하고선 뒷통수를 때리고 떠나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았던 친구 '캐시 앤더슨'까지 자신의 기회를 가로채 상류사회의 진입에 성공한 듯 '캣 필립스 부인'이란 이름으로 나타나 잘난 척을 해댄다. 한꺼번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한 조지아 이렇게 엉킬대로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이 바로 조지아의 이야기인데 이 책의 가장 큰 축을 이룬다. 그리고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이라는 제목 그대로 조지아의 수예점에서 매주 열리는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의 열성 멤버들의 인생이야기가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제과제빵의 필이 꽂힌 조지아의 십대 딸 "다코타" 조지아곁에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멘토이자 최고의 후원자로 인생의 말년을 아름답게 마무리 중인 '애니타' 조지아의 오래된 직장 동료인 K.C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루시"와 "다윈" 참 오전에 가게를 봐주고 있는 '페리'까지 각기 다른 연령층과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도 있지만 모두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에 나와 안식을 얻고 우정을 나누는 그녀들
그리고 이 책은 "잘못"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 조지아를 버리고 간 제임스가 얼쩡거릴때 같은 여자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설마 제임스가 다시 조지아 모녀의 삶에 끼어드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런 감정은 조지아의 진로를 가로챈 캣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다시 이 여자와 엮이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용서받기 힘든 잘못을 저지른 제임스와 캐시는 다시금 조지아의 삶에 들어오고 조지아는 힘겨운 과정을 겪어내면서 결국 이들을 용서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살고 있는 조지아의 뿌리이자 또 다른 그녀의 멘토인 조지아의 할머니는 힘겨워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끔씩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다는 거지" "그게 다에요?"라고 화가나서 반문하는 그녀에게 그녀의 할머니는 "그게 다야"라고 대답한다. 그녀에게 용서를 강요한다기 보다는 인생의 속성을 그대로 수용하길 바라는 그녀의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에서 아버지로 조지아와 다코타까지.. 피를 따라 흐르는 가계의 훌륭한 인성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동성 친구들이 그리웠고 친구들과 나누었던 인생에 관한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요즘 책들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써지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이 책 역시 '조지아'를 꼭 닮은 '줄리아 로버츠'를 주연으로 영화 제작중이란다.
백인이 흑인을 만나고 흑인의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그곳에서 아직까지 터부시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조합이 실제 가능하다는 사실도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책의 완성도를 높히기 위해서였는지 조지아의 운명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늘 뒷받침이 되어 주던 그녀가 주인공이 되어 응원을 받게 될 시점에.. 하필이면.. 하는 생각이 아직도 미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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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을 고르는 일은 그 잠재적 결과를 생각하면 언제나 흥분된다. 다채로운 색깔과 질감의 털실들은 스웨터나 모자의 형상들로 (그리고 그에 동반되는,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찬사로 ) 당신을 유혹할 뿐, 그것을 얻기 위해 수반되는 힘든 노동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어릴 때는 엄마가 떠 준 스웨터를 입는 아이들이 많았다. 서로 엄마의 솜씨를 뽐내기도 하고 샘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오렌지색 바지만큼은 정말 싫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엄마는 기억을 못하시지만 촘촘한 결로 두코 고무뜨기로 죽 이어서 뜬 그 바지를 입으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곤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바지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이 안 갈 정도인데도 말이다. 아직도 우리 엄마는 내게 스웨터를 떠 주시곤 한다. 내 것뿐 아니라, 내 남편, 우리 아이들의 조끼며 스웨터를 떠 주신다. 나도 뜨개질을 곧잘하는 편인데도 엄마가 보시기엔 영 엉성하단다. 풀고 다시 뜨실 정도이니 말이다.
뜨개질 마니아였던 나에게 이 책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은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총 528쪽의 분량에 저자 서문도 역자 서문도 없다. 온통 본문이다. (끝에 두 쪽은 역자의 후기가 간단히 달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몇시간이 소요되었을 뿐이다. 뜨개질 순서에 따라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재료모으기, 게이지 내기 등에서 자신이 만든 옷 입기까지의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뜨개질 강습용 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뜨개질의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의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다시피 뜨개질의 재료는 꼭 털실이 아니라도 관계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나오듯이 동네에 간간이 있는 뜨개질 집에는 꼭 여인들이 모인다. 각자 뜨개질 거리를 들고 앉아서 손으로는 열심히 바늘을 놀리고 입으로는 열심히 수다를 떤다. 집에서 뜨다가 잘 모르는 코줄이기 또는 코 늘이기, 이어 붙이기를 만나면 너무너무 난감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도해줄 선생님이 필요하다. 혹시나 휴일이어서 선생님을 만날수 없는 날이면 가슴이 답답한 불안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미리 다음판을 시작하기도 한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단지 그것뿐은 아니다. 우리는 거기서 사람을 만나다. 뜨개질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곳에선 처음보는 아기의 옷을 함께 구상하기도 하고 모르는 남자의 조끼의 패턴을 연구하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리라. 우리는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이유만으로도 같은 클럽인 것이다.
주인공은 딱히 한 명은 아니다. 뜨개질 가게 주인 조지아 워커 - 혼혈인 딸을 둔 싱글맘이다. 그녀의 딸 다코타 워커 - 요리를 좋아하는 밝고 귀여운 사춘기 소녀이다. 다코타의 아빠 제임스 - 젊은 시절 본의 아니게 조지아를 떠났으나, 그들에게 돌아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워커 수예점의 멘토 애니타 - 그녀는 남편을 잃고 마음 붙일 데를 조지아를 사랑하는 걸로 정한 듯하다. 그들은 정신적 모녀이다. 수예점의 직원 페리 - 너무나 똑똑한 그녀는 가정에선 법대 진학을 바라지만 가방 디자이너의 꿈을 키운다. 조지아의 선배 K.C - 출판사 편집자였던 그녀는 직장에서 위협을 받자 법대 진학을 결심하고 페리에게 과외를 받는다. 조지아의 어릴 적 친구 캣 - 대학 진학 당시 조지아를 배신한 후로 연락이 끊겼다. 부자인 아담과 결혼하여 돈만 많은 생활을 하다가 조지아를 보고 용기를 얻어 혼자만의 삶을 시작하려한다. 클럽 회원 루시 - 남자와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지만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아이를 갖기로 한다. 그리고 임신을 한다 불투명한 직장과 적은 급료로 살기 어렵지만 뜨개질 클럽에서 위안을 받으면서 다윈을 만난다. 다윈 - 뜨개질은 잘 못한다. 처음엔 논문 자료 수집차 클럽에 나왔지만, 결국엔 클럽의 회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들과의 관계, 루시와의 다정한 사이 등이 그녀의 인생을 행복하게 한다. 마티 - 워커 수예점 아래층 델리의 주인. 워커 모녀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이들 모두의 절절하고 기구한 사연들이 이 소설을 가로세로 얼기설기 이끌고 있다. 그들은 생판 남처럼 보이지만 실은 털실처럼 서로 얽혀있음을,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좋아하는 뜨개질 용어들, 아름다운 털실과 스웨터를 뜨는 동안의 인내와 고통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읽는 내내 내가 그 클럽의 회원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그들과 함께 털실을 고르고 무늬를 짜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그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적절한 위트와 섬세한 묘사가 이 글을 읽는 내내 웃음짓게 만든다. 영화를 기대한다. 창고에 처박아둔 뜨다만 뜨개질감을 꺼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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